(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71 화. 모함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서 휴 2022. 4. 20. 13:12

서휴 춘추열국지

 

71 . 모함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먼저 세자 급자急子부터 죽여야 한다.

      이를 목표로 삼아 어떤 음모든 꾸며보자.

 

공자 삭은 형이며 세자인 급자急子의 생일 축하 장소에서

형들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자,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며,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어머니 선강宣姜에게 달려가 몹시 분하다는 듯이 두 눈에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면서 천연덕스레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다.

 

       공자 삭, 무슨 일이 있었느냐.

       아니, 왜 그리 우느냐.

 

       어머니. 형님과 함께 급자急子 형님에게

       생일 축하의 잔을 올렸습니다마는

 

       급자急子가 술에 취하여 저를 희롱하면서

       저를 아들이라고 불렀사옵니다.

 

       제가 참고 앉아 있는데 계속해서

       어머니는 원래 내 마누라였다, 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삭. 너는 나를 아버지라 불러야!

       이치에 맞지 않겠느냐. 라고 희롱하였습니다.

 

공자 삭은 거짓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천연덕스럽게 꾸며낸

이야기를 사실처럼 말하며 어머니를 감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가 달려들며 항의하자.

      팔을 치켜들어 저를 때리려고 하니

      수형님이 말려 자리를 급히 피해 빠져나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 모욕을 보았으니

      어머니께서는 저의 억울함을 풀어 주십시오.

 

선강宣姜은 삭의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으며, 온종일 동안

안절부절못하다가, 이윽고 위선공衛宣公이 내궁內宮으로 들어오자,

더욱 슬프게 흐느껴 울면서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다.

 

      선강宣姜 , 무슨 일이 있었느냐.

      울지만 말고 어서 말해보아라.

 

      주공, 말하기가 거북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나이다.

      괜찮다. 망설이지 말고 말해보아라.

 

      주공, 오늘이 세자 급자急子의 생일이옵니다.

      으음, 알고 있노라.

 

      생일 석상에서 급자急子가 동생들에게 말하였답니다.

      뭘 말했다는 거냐.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보라.

      그럼 급자急子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첩을 주공께서 취해 나를 낳았으니

      할아버지의 첩인 이강夷姜이 나의 모친이 된 것이다.

 

      더욱이 너, 의 모친은 원래 나의 배필로

      제나라에서 데려왔으므로,

      나의 처를 주공께서 잠시 빌려 사는 것이노라.

 

      급자急子가 술에 취하여 삭을 희롱하면서

      자기의 아들이라고 불렀답니다.

 

      머지않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위나라의 강산과 함께, 네 어머니도 

      나에게 돌아오지 않겠느냐. 고 하였답니다.

 

      뭐라고. 정말이냐.

      급자急子가 그렇게 말하였단 말이냐.

      아주 괘씸한 놈이로구나.

 

      선강宣姜 , 너는 누구에게서 이 말을 들었느냐.

      막내 삭이 울면서 말하였사옵니다.

 

      막내 삭朔은 믿을 수 없다.

      어서 공자 수를 불러들여라.

 

      수, 급자急子가 이런 말을 하였다는데 사실이냐.

      아바마마. 그런 일이 전혀 없었사옵니다.

 

      아바마마, 듣느니 처음이옵니다.

      아바마마,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위선공衛宣公은 삭의 말은 믿지 않고 있었으므로 그냥 넘어갔으나,

사랑하는 선강宣姜이 몹시 흐느껴 울면서 계속 마음을 어지럽히자.  

 

막내 삭朔의 꾸준한 작전처럼 선강宣姜과 삭朔의 모함에 빠저들게

되며, 드디어 계속 시끄럽게 만드는 세자 급자急子폐하여 버리고

공자 수에게 넘겨주려는 결심으로 점점 기울게 되는 것이다.

 

      위선공衛宣公은 아무 죄도 없는 세자 급자急子

      더욱 미워졌으며 더욱 괘씸하게 생각되었다.

 

      또한,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으므로,

      내관內官을 재차 이강夷姜에게 보내어,

      아들 교육을 똑바로 하라며 몹시 질책하였다.

 

      이강夷姜은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혼자서 밤새 슬피 울고 또 울다가 지치자

      혼자서 목을 매어 자결하고 말았다.

 

세자 급자急子는 어머니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밤새 눈물이 솟구쳐

오르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였으나, 부친의 책망이 두려워 속으로만

흐느껴 울면서 참고 참아내는 것이다.

 

      어머니, 이 삭이 방금 보고 왔습니다.

      급자急子는 자기의 생모가 비명에 죽자

      원망하는 말을 늘어놓고 있사옵니다.

 

      급자急子가 앞으로 군위에 오르게 되면

      우리 모자는 생명을 보전치 못하겠나이다.

 

질투가 많은 선강宣姜과 막내 아들 삭은 급자急子가 죽어야!

후환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위선공衛宣公을 밤낮으로

조용히 줄곧 부추겨 나갔다. 그러나 위선공衛宣公은 차마 그럴

수가 없어 최종 결심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주공이 살아 계시기에 급자急子는 어쩔 수 없이

      우리 모자를 다정하게 대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마마마, 서두르십시오.

      세자가 딴짓하기 전에 싹을 잘라버려야 합니다.

 

선강宣姜과 삭이 끈질기게 급자急子를 참소하였으며, 선강宣姜

매일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뒤척거리며 밤을 새자, 이를

지켜보는 위선공衛宣公 도 마침내 생각이 점차 바뀌는 것이다.

 

      급자急子는 왜 자꾸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키는가.

      허, 급자急子를 꼭 죽여야만 하겠는가.

 

위선공衛宣公은 번뇌를 하다가, 마침 제희공齊僖公이 기나라를

정벌하겠다며 파병을 요청하는 회견을 갖자며 사신을 보내왔다.

 

      세자 급자急子는 나라에 다녀오도록 하라.

      우리의 파병 일은 모월 모일 이라고 전하라.

      예에. 아바마마. 잘 다녀오겠나이다.

 

나라 사절단의 맨 앞에는 정기旌旗를 세우며, 사절단의 대표는

하얀 새의 깃인 백모白旄를 꽂은 모자를 쓰게 하였으므로

멀리에서 바라보아도 사절단의 대표임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세자 형님. 나라를 가려면

      신야莘野 까지는 배를 타고 가야 하오며

      신야莘野 부터는 육로陸路를 이용해야 하옵니다.

      알겠노라. 모든 걸 잘 준비하도록 하겠노라.

 

이때 선강宣姜과 공자 삭은 은밀히 모의하여, 남몰래 자객들을

불러 모아 일부의 금붙이를 주면서 비밀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너희들은 신분을 알아볼 수 없도록 도적의 복장으로

      변장하여 신야莘野 포구에 잠복해 있다가

 

      위나라 사신이 배에서 내릴 때를 이용하여

      모두 살해한 후 그 증거로 백모白旄

      사신 대표의 머리를 잘라 가져오도록 하라.

 

공자 수는 우연히 위선공衛宣公이 좌우의 시종들을 물리치고,

동생 삭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보자 부쩍 의혹이 생기는 것이다.

 

      어머님. 왜 소자만 빼놓습니까.

      수, 이 일은 우리 모자의 후환을 없애고자

      네 주공께서 주관하시는 일이다.

 

      너는 모르는 체하여라.

      절대 타인에게 발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공자 수는 어머니 선강宣姜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아버지와

동생 삭이 벌이는 음모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게 되었다.

 

이에 간언해봐야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자, 아무도 모르게

급히 급자急子에게 달려가 사전 음모의 내용을 알려주게 된다.

 

      형님. 아무래도 다른 나라로 도망쳐 숨어 살다가

      후일에 좋은 계책을 마련하도록 하십시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렇다 하더라도 모름지기 사람이란

      부모의 명을 따르는 것을 효도의 제일로 삼느니라.

 

      그 부친의 명을 버리는 자식을 역자逆子라 한다.

      세상에 어찌 아버지가 없는 자식이 있겠느냐.

 

      그렇다고 다른 나라로 도망간들

      어느 나라에 가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

 

      형님께서 제나라에 가시는 길은

      배를 타고 신야莘野에서 내려

      신야莘野 포구에서 부터는 육로로 가야 합니다.

 

      그곳 신야莘野에서 큰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무술이 뛰어난 군사들을 데리고 가십시오.

 

      형님, 부디 조심조심하셔야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 잘 다녀올 것이다.

 

급자急子는 공자 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장을 꾸렸으며

나라에 사신으로 가려는 배에 올랐다.

 

배의 갑판甲板 에는 정기旌旗를 세워 휘날리게 하였으며, 일단

신야莘野 포구에서 내리며, 거기서 부터는 육로로 제나라로

가는 것이다.

 

      형님에게 눈물을 흘리며 막았건만

      형님은 진실로 의와 인을 아시는 분이로다.

 

      이 일을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며

      알고도 막지 못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하랴.

 

      만약 형님께서 도적의 손에 죽는다면

      나에게 군위를 잇게 하실 것이다.

 

      형님을 위하여 내가 대신 죽는다면

      형님은 죽음을 면하며 군위를 잇게 될 것이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부친께서 들으시고 뉘우치시게

      된다면, 그 또한 효도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애友愛와 효도孝道를 같이 이루게 한다면

      만고萬古에 이름이나마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공자 수는 굳은 결심을 하고는, 즉시 배 한 척에 여러 술통을

싣고 급히 노를 젓게 하였으며, 신야莘野 포구로 가고 있는

형님인 급자急子의 뒤를 쫓아가는 것이다.

 

      혀 엉 니 임. 형님. 공자 수이옵니다.

      혀 엉 님, 잠시 배를 멈추시옵소서.

 

      아니. 언제 뒤따라왔느냐.

      군명君命을 받은 몸을 어찌 감히

      한시라도 지체하게 하려 하는 것이냐.

 

      여봐라, 술통을 이쪽 배로 옮겨라.

      가져온 안주에 어서 술상을 마련하라.

 

      형님. 이 동생의 술잔을 받으시옵소서.

      갈 길이 바쁜 몸이다.

      어찌 술을 마실 수 있겠느냐?

 

      동생아 너무 슬피 울지마라.

      형님, 이 동생의 간곡한 술입니다.

 

      그래 동생아. 한 잔만 마시마.

      너도 한잔하여라.

 

      형님, 눈물이 술잔에 떨어졌습니다.

      다시 받으시옵소서.

 

      고맙다. 동생아. 너무 울지 마라.

      동생의 마음까지도 마시겠노라.

 

      형님, 오늘 이 자리에서 헤어지면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의 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형님께서 이 동생의 정을 조금이나마 생각하신다면

      제가 드리는 몇 잔은 꼭 마셔 주어야 합니다.

 

      그래 좋다. 한 잔 더 어서 부어라.

      어찌 사랑하는 동생의 잔을 사양하겠느냐.

      형님. 고맙고 고맙습니다.

 

두 형제가 눈물을 머금고 술잔을 주고받는데, 공자 수는 작정한

바가 있어, 계속 술을 권하여 급자急子를 몹시 취하게 만들었다.

 

공자 수가 주는 술잔을 모두 받아 마신 급자急子는 자기도

모르게 술에 취하여 이윽고 쓰러져 잠이 들고 만 것이다.

 

      형님께서 깊은 잠에 빠지셨다.

      형님을 내 배에서 쉬도록 옮겨드리고

      형님이 잠이 깨시면 이 죽간竹簡을 드려라.

 

      군명君命 은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지라

      내가 대신 가게 되었으니 빨리 노를 저어라.

 

공자 수일행이 신야莘野 포구에 당도하여, 정기旌旗앞세우며

뭍에 올라 짐을 챙기고 있는데, 그때 그 순간에 미리 매복하여

기다리던 자객들이 일제히 벌 떼처럼 달려든다.

공자 수는 당황치 않으며 큰소리로 외쳐대는 것이다.

 

      위나라의 세자이니라.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길이다.

      너희 놈들은 누구이기에 감히 길을 막느냐.

 

      세자께선 모르고 계셨사옵니까.

      위후衛侯의 밀명을 받아 목을 취하러 왔소이다.

 

72 . 어린 막내가 형을 둘이나 죽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