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69 화. 여자의 꾐에 넘어가는가.

서 휴 2022. 4. 18. 20:43

서휴 춘추열국지

 

69 . 여자의 꾐에 넘어가는가.

 

정려공鄭厲公은 옹규雍糾의 굳은 맹세를 믿게 되었으며, 그의

계책을 매우 찬성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서방님, 이제야 오셔요?

      으응, 옹희雍姬 도 별일 없었소?

 

대부 옹규雍糾는 원래부터 마음이 여리면서, 부인인 옹희雍姬

너무 사랑하였기에, 그날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

부딪히면서, 자기도 모르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게 되었다.

 

상냥하면서 어여쁘며 눈치가 빠른 옹희雍姬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바짝 다가앉으며 애교가 있게 궁금한 듯이 캐물어 보는 것이다.

 

      서방님, 오늘 궁중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요.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소.

 

      서방님,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 라지 않나이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사오니

      크건 작건 마땅히 알려줘야 할 것입니다.

 

      허 어, 별일이 아니오.

      주공께서 우리 장인을 동쪽 교외에 가시게 하여

      백성을 안무按撫(위로慰勞) 하게 하라 하시었소.

 

      장인께서 그곳에 당도하면

      내가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 놓고

      장인을 위해 축수祝壽를 올리고자 하오.

      그 외에는 아무 일도 없소이다.

 

      아버님을 위로하신다면 집을 놔두고,

      하필이면 동쪽 교외에다 잔칫상을 차리나이까.

 

      더는 물어보지 말길 바라오.

      이것은 모두 주공의 명령이시오.

 

의외로 고지식한 남편인 옹규雍糾의 성격을 아는지라, 평소

궁금증이 많은 옹희雍姬는 그날따라 이상하게 의심이 들었다.

 

옹희雍姬는 둥근 식탁에 오늘따라 만든 반찬을 올리고 곁 따라

좋은 술을 꺼내 반주飯酒로 올리는 것이다.

 

      허 어, 이 술이 지금까지 있었소.

      오래전에 감춰놨었지요.

      보이면 혼자서도 밤새워 마시니까요.

 

      오랜 세월 숙성시켜서 그런지

      목구멍에 탁 넘기면 그 향기로움이

      목에 짜릿하게 퍼지며 온몸에 우러나오오.

 

      마오타이주茅台酒는 역시 명주銘酒 .

      이 귀한 술을 내놓다니 너무 고맙소.

 

어느 나라나 술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마시는 전통 소주燒酒

, 수수, 옥수수, 등의 곡물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뒤에 증류하여

만들며, 색깔이 없는 투명한 증류주蒸溜酒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무색투명한 술인 소주燒酒 중국 사람들은

      백주白酒 라 쓰면서 바이주라 읽는다.

 

      바이주는 대략 30도에서 70도의 알콜 양이 있으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량주高粱酒가 있다.

      고량高粱 이란 말은 곧 우리가 먹는 수수이다.

 

      바이주는 기원전부터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춘추시대부터일 것으로 본다.

 

      바이주는 재료가 되는 누룩에 따라 대곡주,

      소곡주, 부곡주, 혼곡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마오타이주茅台酒백주白酒이며 소주燒酒 이면서

      중국 남서부 윈구이雲貴 고원 지대에 있는

      귀주성貴州省 마오타이茅台 마을에서 나오는 술이다.

 

수수로 빚는 귀주 마오타이 술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제조법이 발달하였다. 지금도 최소 5

이상 숙성시키면서 맛과 향의 질을 높이는 술로 인정받는다.

 

마오타이주茅台酒는 가장 고급스러운 향이 오래가는 장향형

술로, 영국 아일랜드의 위스키와 프랑스의 코냑과 함께

아시아의 유일한 명주라고 하면서 세계 3대 명주라고 부른다.

 

      서방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나만을 사랑하는 걸 잘 알아요.

 

      서방님의 깊은 사랑을 받게 되니

      나의 마음도 서방님의 사랑에 젖어 있어요.

 

      서방님, 사랑해요.

      나도 나의 옹희雍姬를 무척 사랑하고 있소.

 

      어 허, 취한다.

      너무 마셨어요. 벌써 혀가 꼬부라졌잖아요.

      술이 취하게 한거야, 내가 취한 거야.

 

옹희雍姬는 술상을 잘 차려 어여쁘게 권하며, 옹규雍糾가 많이

취하게 되자 옷을 벗겨주며 침상에 눕혀 편안히 잠들게 하였다.

 

      호호, 연극演劇 이나 한번 해볼까?

      서방님은 내 꾀에 항상 당해내질 못하지.

 

      옹규雍糾 ,

      경에게 제족祭足을 죽이라고 명하였는데

      경은 벌써 잊어는가.

 

      주공. 아니옵니다.

      그 일을 어찌 잊겠나이까.

 

다음날 아침에 옹규雍糾가 깨어나자, 옹희雍姬는 따뜻한 차를

애교 있게 권하며, 간밤에 있었던 일을 상냥하게 이야기한다.

 

      아버님을 꼭 죽이려 하옵니까.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다 하오.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소.

 

      어젯밤 취중醉中에 서방님이 한 말인데

      구태여 숨길 필요가 있겠나이까.

 

      만일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대 옹희雍姬는 어떻게 하겠소.

 

      서방님, 출가한 아녀자는 남편만을 쫓는답니다.

      서방님인 남편의 뜻에 따라야만 하지요.

      서방님, 어찌 다른 마음을 품겠어요.

 

옹규雍糾는 옹희雍姬를 사랑하고 믿었으므로, 거듭 다짐을 받고는

제족祭足을 죽이려고 모의한 내용을 자세하게 말하여 주고 말았다.

 

      이 일이 성사成事 되면 내가 상경이 될 것이오.

      그대도 역시 정경正卿 부인의 영화榮華가 따를 것이오.

 

      서방님, 정말이옵니까.

      그럼 아무렴, 이 옹규雍糾를 믿으시오.

 

      믿고 말고요.

      그렇다면 친정에 가서 친정 아버님이

      동교東郊에 꼭 나가시도록 만들어 놓을게요.

 

      행차行次 날이 언제예요.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오늘 나가보면 알 것이오.

 

영특하고 영악한 옹희雍姬는 사랑하는 남편과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아버지 사이에서, 누구를 택하느냐로 고심하게 되면서

 

혼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기도 모르게 친정에 찾아가게 되며

친정어머니를 만나는 것이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오. 그래 왔느냐.

 

      어머님. 아버지와 지아비 중에

      어느 분이 더 중 하나이까.

      왜, 그러니, 모두 소중하단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정이 깊사옵니까.

      아버지가 남편男便 보다 더 정이 깊단다.

 

      어머님, 어째서 그렇사옵니까.

      시집 안 간 딸은 지아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가한 딸은 혼인한 다음에

      다시 또 지아비를 얻을 수 있지만

      한번 죽은 아버지는 다시 살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아비는 세상의 사람과 합하는 것이지만

      아버지는 하늘에서 정하여 내려 준 사람이다.

 

      서방의 사랑은 인도人道에 부합하지만

      아비의 사랑은 천도天道에 부합한단다.

      지아비와 아버지를 어찌 견줄 수가 있겠느냐.

 

친정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 말이지만, 그 말을 다 듣고

난 옹희雍姬는 마음 깊이 깨우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니, 네가 왜 그리 우느냐.

      어머님. 아버지를 위하여, 나의 지아비인

      옹규雍糾를 돌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옹희雍姬가 울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고해바치자,

깜짝 놀란 친정어머니는 제족祭足에게 급히 말하게 된다.

 

      딸아. 너와, 그리고 부인은 절대 발설해선 안 돼 오.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둘 다 입을 꾹 다물어야 하오.

 

제족祭足은 동교東郊에 나갈 날이 정해지자. 심복인 강서强鉏에게

예리한 단도를 숨긴 무사 십여 명을 뒤따르게 하였고,

 

다시 공자公子 에게 이야기하여, 갑옷을 입은 갑사甲士 백여

명을 교외에 잠복 시켜놓으면서 만약의 변란에 대비하였다.

 

      장인어른 이제 오시나이까.

      간소하나마 잔칫상을 차렸사옵니다.

 

      국사가 분주한데 예의만 차리면 될 것이지

      잔칫상까지 차려 송구한 마음을 갖게 하느냐.

 

      봄기운이 완연하여 아름다운 동교東郊

      가히 즐길 만하오니 술 한 잔을 드시면서

      노고를 푸시옵소서. 아버님.

 

옹규雍糾는 무소의 뿔잔에 술을 가득 부어,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무릎을 꿇으면서 제족祭足에게 정중히 올리는 것이다.

 

      거, 술맛 참 좋도다.

      아버님, 천하의 명주銘酒 이옵니다.

      마저 도시옵소서.

 

      어허. 왜 이리 어지러우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제족祭足은 어지러운 듯 토하면서, 옹규雍糾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술병을 쏟아버리자, 화광火光이 일어나며 땅이 벌겋게 타는 것이다.

 

      필부匹夫가 어찌 나를 우롱하려고 하는고.

      강서强鉏 . 이 역적 놈을 당장 죽여라.

 

정려공鄭厲公도 역시 갑사甲士 들을 동교東郊 부근에 잠복하게

하여 옹규雍糾를 도우려 하였으나, 공자 에게 미리 발각되어

반항하다가 십중팔구는 잡혀 죽게 되었다.

 

      뭤이라고, 옹규雍糾가 죽었다고 하였느냐.

      나. 정려공鄭厲公이 더 외로워지는구나.

 

      이리되면 제족祭足이 나를 절대 용납하지 않으리라.

      아. 나의 일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려공鄭厲公은 말을 마치자마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채

나라로 도망쳐 버리게 되면서 한심 하다는 듯 이런 말을 남긴다.

 

      나라의 큰 대사大事를 처자와 의논하다니

      죽어 마땅한 놈이며, 천하에 다시 없는 바보로다.

      내 어떻게 옹규雍糾 같은 소인배를 믿었을까.

 

옹규雍糾는 사랑하는 자기 부인으로 인하여 죽게 되니, 항상 가까운

곳에서 생각지 못한 비밀이 새나가니 조심하라는 뜻일 것이며, 또한

제족祭足이 이를 방비하기 위해 딸에게 말해 둔 것이라고도 하였.

 

      정려공鄭厲公이 도망갔다고 하였느냐.

      어느 곳으로 도망갔느냐.

      예에. 상경 나리. 나라로 갔다고 합니다.

 

      좋다. 공보公父 정숙定叔 께서는 하루빨리

      위나라에서 소공昭公 을 영접迎接 하여 오시오.

 

제족祭足은 오랜만에 정소공鄭昭公을 복위復位시켜 다시 모시게

되면서, 무릎을 꿇고 깍듯이 인사 말씀을 올리는 것이다.

 

      주공. 그동안 고생苦生이 많으셨사옵니다.

      주공, 옛날 저의 밀계密契 처럼

      신의信義를 이행履行 하였사옵니다.

      이제 마음을 편히 가지시고 나라를 다스리옵소서.

 

70 . 우애와 효도는 우매한 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