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069∼100회

제 72 화. 어린 막내가 둘이나 형을 죽이는가.

서 휴 2022. 4. 20. 16:59
서휴 춘추열국지
 

72 . 어린 막내가 둘이나 형을 죽이는가.

 

나라 사신 일행은 신야莘野 포구에 당도하자마자, 미리

매복하고 있던 험상궂은 도적들이 칼을 휘두르며 죽이는 것이다.

 

사신을 따라온 자들은 그 내력을 알지도 못한 채 도망쳤으나,

가엾게도 공자 수의 머리는 땅으로 떨어져 나갔다.

 

      세자의 머리를 목갑木匣에 담아라.

      백모白旄를 잘 간직하고 거슬러 올라가자.

      이 두 개가 있어야 상금을 받을 수 있도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술에서 깨어난 급자急子가 기지개를 켜면서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동생인 공자 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 허, 공자 수는 어디 있느냐.

      알리옵니다. 세자께옵서 깨어나시면

      이 봉함된 죽간竹簡을 드리라 하였나이다.

      그 죽간竹簡을 이리 가져오너라.

 

弟已代行 兄宜速避 (제이대행 형의속피)

동생이 형님을 대신에 이미 길을 떠났으니

형님께서는 속히 몸을 피하소서.

 

      동생이 나를 위하여 죽으러 갔구나.

      동생이 죽는 걸 알면서 어찌 내 목숨을 구하겠는가.

      나는 마땅히 동생을 찾아야 한다.

 

      만약 내가 가지 않는다면

      동생이 나로 오인되어 죽게 되지 않겠느냐.

 

급자急子가 급하게 노를 젓게 하여, 강물 따라 미끄러져 나가자

몹시 빠른 배를 보고는 새들도 놀라 푸드덕 날아가는 것이다.

 

      의수衛水의 강물은 출렁이고 있구나.

      달빛은 왜 이리 유난히 밝은가.

 

      동생 수. 빨리 가지 마라.

      이 형이 너를 살리러 가고 있도다.

 

급자急子는 한숨도 자지 않으면서 뱃머리만 쳐다보다가, 드디어

하류 쪽에서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배의 정기旌旗가 나타나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기뻐하면서 반가워 손을 흔드는 것이다.

 

      하늘이 내 동생을 살아있게 하였구나.

      허, 정말 다행이로다.

      동생 수. 멈추어라. 여기 형이 있도다.

 

      빨리 저 배에 가까이 가도록 하여라.

      빨리, 어서 다가가도록 하라.

 

정기旌旗가 꽂힌 배에 가까이 다가가자. 뱃머리는 분명하게 자기가

타고 왔던 배가 맞건만, 공자 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또한

사신 일행들도 없으며,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었다.

 

      어서 배를 멈추어라.

      왜 배가 가꾸러 오고 있는 것인가.

 

      나는 위후衛侯가 보낸 사람이로다.

      너희는 주공의 명을 제대로 거행하였는가!

 

      잠시만 요, 댁은 누구시옵니까.

      나는 위후衛侯가 보낸 사자로다.

 

      공자께옵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그렇다. 어떻게 된 것이냐.

 

      여기 목갑木匣과 백모白旄가 있습니다.

      어서 목갑木匣을 열어보십시오.

 

도적들은 공자 삭이 마중 보낸 사람으로 믿고서는, 급자急子

모든 비밀을 다 알고 물어보는 줄로 착각하게 되어, 뚜껑이 덮인

목갑木匣을 급자急子에게 바치는 것이다.

 

      명령하신 일은 아주 잘 끝냈습니다.

      이 목갑木匣을 열어보십시오.

 

급자急子가 목갑木匣의 뚜껑을 열자, 피 묻어 일그러진 얼굴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데, 분명히 공자 수의 얼굴이었다.

 

      아, 하늘이여. 원통하옵니다.

      공자님, 부친이 자기 아들을 죽였는데

      어찌하여 원통하다고 하시오.

 

      아니다, 너희들 손에 죽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내가 바로 세자 급자急子 이니라.

 

      도적들 아, 너희는 어찌하여 엉뚱한 사람을 죽였느냐.

      죽은 이 사람은 내 동생 수인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내 동생을 죽이고 말았느냐.

 

      빨리 나의 목을 베어 부친에게 갖다 바치고

      내 동생 수를 잘 못 죽인 죄를 용서받아라.

 

도적 중에 세자의 얼굴을 알고 있는 자가 달빛에 비친 급자急子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는 급하게 말하는 것이다.

 

      큰일 났다. 사람을 잘못 죽였도다.

      이자가 바로 세자 급자急子가 맞도다.

 

      정말이냐. 이거 큰일 날 뻔 하였구나.

      자, 이자의 목을 쳐라

 

도적들은 급자急子에게 달려들어 목을 베어 다른 목갑木匣에 넣자,

급자急子를 따라온 자들은 모두 놀라 흩어져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시경詩經 속의 국풍國風의 패풍邶風에 이자승주二子乘舟 라는

이 시는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 두 형제의 죽음을 노래한

시로서 유명하니 한번 읽어 보고 앞으로 나아가자.

 

      ​二子乘舟 泛泛其景 (이자승주 범범기경)

      願言思子 中心養養 (원언사자 중심양양)

 

      두 아들이 탄 배는 유유히 풍경에 어우러지네.

      아이들 생각하니 안타까움만 가득하구나.

 

      二子乘舟 泛泛其逝 (이자승주 범범기서)

      願言思子 不瑕有害 (원언사자 불하유해)

 

      두 아들 배를 타고 두둥실 떠나가네.

      두 아들 생각하노니 아무 일 없었으면 좋으련만.

 

도적들은 밤낮으로 배를 몰아 위나라 도성에 당도하여, 공자

을 만나게 되자, 백모白旄와 함께 두 목갑木匣을 바치게 된다.

 

      공자 수가 세자라 말하기에 잘못 죽였으나

      뒤늦게 알고 세자 급자急子를 죽였사옵니다.

 

도적들은 혼이 날까 두려워하였으나, 뜻밖에도 공자 삭은 혼내지

않으면서, 오히려 황금과 비단을 더 후하게 주고는 궁궐로 들어갔다.

 

      흐흐. 화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한꺼번에 잡았구나.

      바라던 바가 이렇게 쉽게 이루어질 줄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로다.

 

공자 삭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어머니 선강宣姜에게 도적들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자세하게 고하는 것이다.

 

      수형님이 급자急子 대신으로 백모白旄를 쓰고

      먼저 길을 떠났기에 명을 재촉하였답니다.

 

      다행히 급자急子가 뒤를 쫓아와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밝히어 죽일 수가 있었답니다.

 

선강宣姜은 공자 수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도, 급자急子

죽였다는 말에 더 후련하게 생각하였으며, 위선공衛宣公에게는

다음 기회를 보아가며 보고하기로 하면서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

 

      주공. 어찌 된 일이 옵니까.

      좌공자左公子 와 우공자右公子

      무슨 말을 물어보려 하는 건가.

 

      사신들이 중도에서 돌아와 사고 경위를 말하며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의 죽음을

      긴급하게 알려왔사옵니다.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급자急子와 수. 둘이나 죽었다고 하였느냐.

 

      주공, 그러하옵니다.

      세상에, 그럴 리가 없도다.

 

위선공衛宣公의 동생인 좌공자 예와 우공자 직이 땅에 엎드려

위선공衛宣公에게 말을 마치고는, 더욱 슬퍼하는 목소리로 크게

통곡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위선공의 동생이긴 하였으나

      비천한 궁녀의 소생이라 공족이긴 하지만

      공실 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큰 일을 저지르게 된다. 

 

      두 사람은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의 행동에

      의문을 품고 비밀리에 내사를 시작한 것이다.

 

두 공자에 대한 아무 소식이 없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하다가 세자 급자急子와 공자 수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들 죽음에 예사롭지 않은 음모가 있다는 걸 짐작한다.

 

      주공. 바라건대, 급자急子와 수. 두 분의 머리를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위선공衛宣公은 급자急子에 대하여는 좋은 생각이 없었지만, 가장

사랑하는 아들 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갑자기 얼굴색이

까맣게 변하더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것이다.

 

      선강宣姜이 나를 그르치게 하였구나.

      선강宣姜이 나에게 한을 만들어 주었구나.

 

      어서 공자 삭을 불러드려라.

      너는 둘씩이나 어떻게 죽였느냐.

      원래 급자急子 만 죽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바마마. 소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

      다만 도적들이 한 짓으로 소문이 났사옵니다.

 

      도적들의 소행이라 하였느냐.

      그 도적놈들을 당장 잡아드리도록 하라.

 

위선공衛宣公은 알면서도 크게 노하여 당장 잡아 오라고 하였으나

공자 삭은 오히려 도적들이 멀리 도망가도록 도와주었다.

 

이 일이 있은 이후로 위선공衛宣公은 밤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이강夷姜과 급자急子와 수가 차례대로 나타나 울어대곤 하였다.

 

      주공. 나 이강夷姜 이오.

      나를 억울하게 죽게 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소.

 

      아바마마. 급자急子와 수이옵니다.

      그냥 순리順理 대로 사시었으면 좋았을 것이옵니다.

 

      아바마마, 우리 두 형제 구천을 건너지 못하옵니다.

      미안 하구나, 이제 어서 건너가거라.

 

      아바마마, 을 믿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하 아, 이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위선공衛宣公은 억울하게 자살한 부인 이강夷姜과 그리고 두 아들

급자急子와 수가 매일 밤 나타나 울부짖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너무 끔찍하여 두 귀를 막았으나 견디지! 못하고

      무당에게 열심히 굿을 올리게 하였으나,

      그것마저도 효험效驗을 보지 못하며

      병세만 점점 깊어져 가는 것이다.

 

이에 더욱 치성도 올리고 기도도 하였으나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그렇게 앓다가 마침내 보름이 지나자 죽고 말았다.

 

      위선공衛宣公이 죽자, 선강宣姜이 서둘러

      공자 삭이 위혜공衛惠公이 되게 하였다.

      그때 위혜공衛惠公의 나이는 불과 15세였다.

 

이 위혜공衛惠公이 되자, 이강夷姜의 소생이며, 급자急子

친동생인 검모黔牟는 주왕실로 도망가 왕실의 사위가 되었고,

공자 석은 야밤에 제나라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어린 삭이 위혜공衛惠公이 되자마자,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우리 둘을 파직시키다니

      어린 것이 정말 아주 못돼 먹었소이다.

 

      위선공衛宣公은 꿈에 이강夷姜과 세자 급자急子

      공자公子 가 나타나 돌아가신 거랍니다.

 

      모두 삭朔, 저놈이 다 저지른 일이라 하오.

      기회가 오면 저 못된 위혜공衛惠公을 몰아내

      두 분의 원한을 풀어드려야 하겠소이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꼭 몰아내야 하지요.

      암요, 기회를 보아 원수를 갚아줍시다.

 

은 위혜공衛惠公이 되자마자, 급자急子와 수의 스승이었던

좌공자 예와 우공자 직을 파직罷職 시켜버리니

 

그들은 급자急子와 수의 원수 갚을 생각만을 하게 되며

그럴 때 얼마 후 때를 맞추어 제나라에서 사신이 오게 된다.

 

      주공. 나라에서 사신이 왔사옵니다.

      어서 오시 오. 무슨 일이 있소.

 

      기나라는 우리 제나라 조상의 원수이옵니다.

      이번에 기 나라를 꼭 정벌하고자 하나이다.

      지원군을 보내 주시길 요청 하나이다.

 

      제나라는 나의 외가가 아닌가.

      제나라는 어머니 선강宣姜의 나라로다.

      염려 마시오. 내 친히 참여하리다.

 

이 무리하게 위혜공衛惠公이 된 것을, 스스로 이미 깨닫고

있었으므로 과감하게 제나라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위선공衛宣公의 뜻이라며 상喪 중임에도 손수 출병하면서

백성들의 자기에 대한 관심을 돌려놓으려 하였다.

 

73 . 아무리 어려워도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