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꾼
서 휴
허리 굽은 늙은이
초라한 행색
허 어어 웃는 얼굴
사양의 걸음
오늘도 마을 따라
한술 밥그릇
찾아온 정성에 담배 올리면
닳아진 얼굴에 웃음이 가득
아들은 서울의 공공 양복점
딸 녀석은 시골집 맏며느리
따스한 이야기꽃 피우고
한 손에 든 한 자루
예닐곱 뱀이 꿈틀대다
허기져 지쳐버렸나
어제도 산 따라 오갔던 마을
허약한 이 돕겠다며 떠도는 인생
잡아야 할 좋은 뱀도
비싼 값에 살 사람도
목메어 찾지 않아 편안하다며
허허 웃는 웃음
세상 벗어나 산 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