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서 휴
떠남이 이리 어렵습니까.
큰 그림은 허공에 사라지고
다시 그려지며
나야 나
가겠노라고 부르며 손짓하다
을쓰년히 지쳐 망설여지는 마음
하루하루가
배암처럼 감돌며 가지 말라고
오늘도 여기에 삶의 재미가 있다고
즐거움이 있다고
그래도
하루하루가 못내 역겨워 토하면서도
새 짐을 지고 힘차게
떠나기가 이리도 어렵습니까.
짐을 버렸습니다
옛 생각을 버렸습니다
옛 옷을 다 버렸습니다
그래도 밤하늘의 안개 발처럼
뭉개진 생각들이
끊어질 듯 스쳐 지나갑니다.
미련이라는 것이
떠난다는 것이
버린다는 것이
기러기처럼 훨훨 난다는 것이
이리도 어렵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