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골목길에 있는 돌

서 휴 2012. 3. 23. 09:36

골목길에 있는 돌

서 휴

 

저만치 트인 골목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였다 흩어지고

 

아이는 뙤약볕 아래

커다란 성벽을 쌓을 듯

 

돌을 모으며 다듬다가 일어나

세상에 나서려는 듯 선을 그었습니다.

 

출발선인가 보다

아이는 선을 밟고 있다가

 

선 앞으로 나아가

커다란 동그라미도 그렸습니다.

 

아이는 출발선에 다시 와

동그라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 돌을 놓으며

 

서로 부딪치며 다듬어주고

서로 받쳐주고 메워주며

쌓이고 있는 돌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고 받쳐주며

 

동그란 세상을 쌓아 올리듯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골목을 지나는 아무도

말하여 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올렸다 내렸다 쌓았다 허물었다

출발선에 섰다가 동그라미 안에 들어갔다가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다음날에도

선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돌을 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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