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기연축사

서 휴 2020. 2. 13. 14:23

기연축사

棋宴祝辭

 

바둑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벌써 설날이 지난 지 한 달(28)이 지나가며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난 지도 18일로

꽃피는 봄날이 바짝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2020222일로

둘이라는 행운의 숫자가 다섯 번이나 들어있는 날입니다.

 

오늘. 둘이서 짝을 맺는 분이라면 서로 뜻이 맞아

사랑이 깊어지며 큰 행복이 따라온다는

1천 년에 단 한 번밖에 없다는 행운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 바둑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서로 짝을 이루시어 바둑경연을 연다는 것은

앞으로 일천 년 동안의 우의 友誼를 맺게 된다는

아주 뜻깊은 인연의 행운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바둑경연을 통하여

좋은 짝을 만나 즐거운 수담을 나누시기 바라며

아름다운 진검승부의 칼을 빼어 휘두르시기 바랍니다.

 

이번 바둑경연에 십시일반 후원하여주신 분들과

참여하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리오며

 

기우棋友. 여러분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집안도 모두 편안하시며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나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우리 동네인 용인 수지에서 바둑애호가들에게

가장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상록수 기원도

영구하게 발전하시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조촐하나마 차려놓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며

앞으로도 바둑사랑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20222일 오후 2시 서휴 徐休 올림.

 

 

 

우리 바둑은 오랫동안 바돌, 바독, 바둑이라 하였는데

광복 후부터 바둑이라는 한 가지 이름만 쓰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매우 우수하여 기원전 6000여년에서

기원전 1500여년 사이의 우리 상고시대上古時代인류최초로

우주창조의 이치를 숫자인 81자로 풀이한 천부경天符經을 만들었고

 

천부경에서 막대기로 8괘를 만들고 64괘를 응용하며 모두 384효를 나타내는

주역周易이 이뤄지게 되면서 아울러 바둑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4,300여 년 경에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인 복희伏羲氏씨가 그물을

만들어 고기잡이를 가르치고 팔괘八卦를 만들며 바둑을 두었다고 하며

 

나라 무왕武王과 함께 처음으로 중국천하를 통일한 강태공姜太公

바둑에서 육도삼략六韜三略을 비롯한 많은 병서兵書를 저술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두 분 다 우리의 조상임이 중국 역사서에 기록이 되어있다.

 

바둑의 한자 명칭은 () 또는 ()라고 쓰며

별칭은 혁() 혁기(奕棋. 奕碁) 위기(圍棋) 위기(囲碁) 기위(碁圍)

하락(河洛: 河圖洛書, 由因하여)가 있으며

바둑을 두는 모습에 따라 아래의 문구도 생겨났습니다.

 

난가(爛柯) :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을 몰라. 도낏자루가 썩었다.

귤중지락(橘中之樂) : 귤밭의 가운데 있듯 온통 바둑돌만 보여 즐겁다.

좌은(坐隱) : 세상을 등지고 앉아 바둑만 둔다.

오로(烏露) : 검은 이슬처럼 바둑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수담(手談) :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바둑을 두면 마음이 통한다.

 

바둑은 '땅따먹기'라는 지극히 단순한 목표이지만 학술적이며 예술적이면서

두는 사람의 성품과 도량이 나타나며 한판의 바둑에서 생겨나는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은 마치 인생의 여정과 흡사하여 인격 수양에 도움을 준다.

 

번갈아 돌을 올리며 승패를 가르기 위한 전략 전술과 수단으로 이기려는

방법을 찾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서 엄청나게 갈등하여야 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초보자들끼리는 장난스럽게 두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피를 토하다가

죽을 정도로 치열한 토혈국 吐血局이라는 바둑의 대국도 있다.

 

옛날 바둑은 초읽기도 없이 대국 한 번이 몇 날 며칠씩

길면 몇 달까지도 이어지는 초장기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대국이 다 끝나지 않으면 종이에 봉수(封手·잠시 대국을 멈추는 것)를 하고

다시 만나서 대국을 이어가는 것이다.

 

봉수封手하고 헤어진 뒤 집에서 계속 그 판만을 생각하며

너무 심혈을 기울이다가 결국엔 피를 토하고 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일본에서 연회를 겸하여 열렸던 기회(碁會)

1835719일에 시작하여 중간 중간에 쉬어가면서

아흐레(9)가 지난 27일에야 끝난 일이 있다.


혼인보本因坊 조와丈和 (1827-1839) 명인 단과

아카보시 인테쓰赤星因徹(1810~1835) 단의 대국이다.

4대 바둑 명가에 속했던 혼인보(本因坊)와 이노우에(井上)

가문의 명예를 거는 차원에서 벌어졌던 아주 큰 바둑 승부였다.

 

첫날은 59수까지 둔 다음에 봉수하였다.

조와丈和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에 틀어박혀 바둑판만을 붙들고 앉아있었다.

 

한밤중에 냄새가 진동하여 들어가 보니 조와의 아랫도리가 변에 젖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줌 싸는 줄도 모르고 골몰하였던 것이다.

인테쓰因徹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여름을 타는 체질이었는데 그해는 유난히도 더웠다.

시내에 배를 띄워놓고 들어앉아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바둑판만 들여다보았다.

첫날인 19(1~59수 진행)엔 인테쓰가 우세하였다.

21(60~99)엔 조와의 묘수가 터졌다.

상대의 집 안에서 수를 만들어냈기에 허()를 찔렀다고 하겠다.

이후 국면이 복잡하였지만 인테쓰의 흑이 불리하지 않았다.

할 만하였다. 하지만 무거운 부담 때문인지 판단이 흔들렸다.

 

24(100~172)엔 국세가 무너졌다.

27일 마지막 날 백 246 수의 돌이 반상에 놓이자 인테쓰는 돌을 던졌다.
9일간 한판을 두는데 흑을 잡은 인테쓰因徹가 조와丈和에게 지고만 것이었다.


승부가 끝난 자리엔 뭔가 형언키 어려운 처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감도는 기운 때문인지 주변의 누구도 감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인테쓰因徹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곧 입을 틀어막으며 상체를 움츠렸다.

입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인테쓰는 두 달 후 세상을 떠났다.

원래 몸이 약하였다거나, 폐병이 아니었나, 간이 나쁘지 않았나.

뒷말이 무성하기도 하였지만 하나는 분명하였다.

둘의 대국은 목숨을 내놓은 승부였다.

 

바둑을 배우는 과정에서 수읽기와 끝내기의 과정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어려운 두뇌 회전의 과정을 참고 견뎌내어야만 실력이 늘어난다.

 

이렇듯 수의 전쟁을 견디는 과정이 매우 높아 들어가기가 어려운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를 견뎌내지 못하면

실력은 절대로 늘어나지 않으며 흥미를 붙이기도 어렵다.

 

바둑은 번갈아 가며 바둑판에 돌을 얹어서 상대의 바둑돌을 포위하며 잡는

규칙을 갖고 있기에 무궁무진한 용어가 파생될 만큼 심오한 게임인 것이다.

 

, , , , , , , , , , 계가, 고목, 공배, 굳힘, 궁도,

단수, 미생, 빈축, 사석, 사활, 삼삼, 삼패, 쌍립, 소목, 속기, 악수, 오오,

옥집, 완생, 외목, 우형, 잇기, 장생, 장문, 착수, 천원, 판빅, 팻감, 포석,

 

행마, 호구, 화점, 환격, 화국, 가일수, 귀곡사, 8, 끝내기, 날일자,

눈목자, 마늘모, 만년패, 버림돌, 빈삼각, 불계승, 빵따냄, 수상전, 수읽기,

순환패, 양단수, 양자충, 옥집삶, 접바둑, 초읽기, 촉촉수, 치받음, 패싸움,

 

호리병, 회돌이, 후절수, 꽃놀이패, 대궁소궁, 만패불청, 매화육궁, 오궁도화,

유가무가, 육사팔활, 좌우 동형, 착수 금지, 천지대패 등 용어도 많은데

모두 다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1급 정도의 높은 고수라 하겠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 각기 19줄의 등격평행선 等隔平行線

그린 평면平面 판으로서 보통 세로 45.5와 가로 42.5정도의

나무판을 표준으로 하며 전부 361개의 돌을 놓을 수가 있다.

 

바둑판 나무의 종류는 비자(榧子)가 제일 좋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요즈음은 수입 원목을 쓰거나 일반 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동양의 장기에 대응하는 서양 게임은 체스가 있지만 바둑에 대응하는

서양 게임은 없으므로 바둑은 동양 고유의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가 있으며

우리나라 바둑 인구는 약 8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경도 사투리  (0) 2023.09.26
왕오천축국전  (0) 2020.08.01
아리랑의 뿌리  (0) 2019.12.18
표유매  (0) 2019.06.25
멍 애  (0) 2019.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