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8. 하늘 길

서 휴 2018. 10. 2. 17:01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 이 글은 종교의 개념에 깊이 들어가지 못한 내용으로

           본인이 살아오며 일시 생각하였던 바를 적은 글이 온바

           미흡한 점에 많은 양해와 이해를 바라는 바입니다.

 

8. 하늘 길

 

무대가 열리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모여들어 춤을 추며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하늘나라 1>

 

     도둑질 하지 말아 바

     남의 것을 탐내지 말아 바

     부정한 짓을 하면 안 되지

 

     거짓말 하지 말아 바

     이간질 하지 말아 바

     말로 성나게 하면 안 되지

 

     삿된 마음으로 행동하여

     열 가지 죄악을 지으면 안 되지

 

     한 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가 없는 거 알지

 

     한 사람이 말을 해도

     천사람 귀에 들어가잖아

 

     욕심이란 건 아름다운 거야

     욕망이란 건 다 가지는 거야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아니 되는 거야

 

     세상의 욕심을 버려야 해

     세상의 욕망을 벗어나야 해

 

     벗어난 사람만이

     올라 갈수 있는 하늘나라야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어가고

     생사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난 곳이 하늘나라야

 

     영원히 죽지도 않고

     영원한 편안함으로 살아가는 곳

 

     자기할 일만하며 살아가는 곳

     근심걱정 없이 살아가는 곳

 

     이곳이 하늘나라야

     그래. 그곳이 하늘나라야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퇴장하며 꽃잎들이

그려진 장삼長衫이 바람에 나부끼며 서로 다른 색깔의 긴 장포를

추켜올려 흔들며 일곱 선녀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하늘나라 2>

 

     사람들은 근심걱정 없는 하늘나라를

     우러러 오르고 싶어 하내

 

     오른다는 건 죽는다는 것이니

     섣불리 오를 수 없어

 

     착한 공덕을 쌓아 칭송받아

     착한 마음을 쌓아 사랑받아

 

     저승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편안히 오르길 바라내

 

     공덕 쌓아 사랑 받기가

     공덕 쌓아 칭송 받기가

 

     하루하루 세상사에 묻혀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면서

 

     선한 마음으로 베풀기가

     쉽사리 되는 일은 아니지 않나

 

     성품이 착하여 좋은 일만 하던가.

     착한사람 따라 선행을 따라 가던가.

 

     결심하여 깨달음을 얻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선하고 성실하게 만들든가

 

     여러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다 보통사람은 아니 된다고

     우러러 하늘나라만 바라보네.

 

일곱 선녀들이 춤을 추며 퇴장하고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를 잡으며 노래를 부른다.

 

     <영 혼>

 

     심장이 멈추면서

     피의 흐름이 멎으면서

 

     오장육부의 기능이 끝나고

     몸이 굳어지기 시작하면

 

     안개 같은 연기가 피어오르듯

     홀연히 몸 밖으로

     영혼이 나오게 된다고 하지

 

     영혼은 자기 몸을 뒤돌아보며

     무슨 말을 하려 하였을까

 

     살아왔던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였을까

 

     이 모두 산사람의 생각이려니

     이 모두 산사람의 이야기려니

 

     때로는 모를 꿈속에서 보거나

     때로는 어떤 환몽幻夢 속에서

     겪게 되는 일 일는지요.

 

     하기야. 영혼은 있겠지

     몸마다 다들 영혼은 가지고 있겠지

 

     내 몸에 깃들어

     내 마음을 움직이던 내 영혼

 

     내 몸이 한줌 재가 된다면

     내 영혼은 어디로 갈까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은 계속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데

귀신가면 중 한 가면이 앞으로 나서며 홀로 노래를 부른다.

 

     <초상初喪>

 

     초상에서 탈상까지의 예절을

     장의사葬儀社에 맡기면

     절차에 따라 다 알아서 하지만

 

     머지않은 옛날만 해도

     임종臨終을 마치고나면

 

     고복皐復의 절차에 따라

     나간 혼이 돌아와 몸과 합쳐져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뜻에서

 

     죽은 이의 저고리를 들고

     지붕 위에 오르거나 마당에서

     북녘을 향하여 저고리를 흔들며

 

     누구 할아버지

     누구 어머니 하며

 

     죽은 이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돌아오시라며 세 번 부르며

 

     이렇게 불러도 살아나지 않으면

     이제 영혼이 떠났다고 보아

 

     죽은 이의 큰아들로 상주를 세워
     초상初喪을 시작하게 된답니다.

 

     먼저 서둘러 부고訃告를 내어

     누구이며. 어디에서. 몇 날 몇 시에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그에 따라

     발인일시發靷日時. 발인장소發靷場所

     장지葬地 순으로 알려야 하지요

 

죽은 이의 시신을 향수나 맑은 물로

씻기어 수의壽衣를 입혀드리며

손발톱을 깎아 조발낭爪髮囊에 넣고

 

수저로 쌀을 떠서

죽은 이의 입에 넣으며 큰소리로

 

천 석이요

이천 석이요

삼천 석이요

 

저승 가는 길에

끼니 굶지 말라며

많은 양식 큰소리로 넣어 드리고

 

천 냥이요.

이천 냥이요.

삼천 냥이요

가시는 길에 노자 돈 쓰시라며

 

관에 넣어드리고 나면

염습殮襲이 끝나며 입관入棺을 하지요


     관의 뚜껑을 덥고 나면

     관 뚜껑에 명정銘旌을 써서 덮지요
     학생學生 00(본관) 0(성씨)00(이름) 지관之柩


     염습을 마친 뒤 성복成服이라 하여

     가족모두 상복喪服으로 갈아입으며

 

     남자 상제喪制 들은 삼베옷을

     여상제喪制와 사위나 조카는

     하얀 옷을 입으며

 

     나머지 8촌 이내는 삼배 건을 머리에 쓰고

     삼배 행전行纏을 팔에 두르지요

 

     이후로는 상장喪杖(지팡이)을 짚는데

     남자 상에는 대나무로

     여자 상에는 버드나무로 만든

     상장을 짚고 조문을 받게 되지요

 

     성복을 하고 나면

     성복제成服祭 을 올리는데

 

     땅을 치며 애통할 일이오나

     예에 따라 염습殮襲을 마쳤으며

     이에 상복을 갖춰 입고

     정성껏 향을 올리오니 알아주소서.

 

     이렇게 엄숙히 말씀드림을

     성복고유成服告由라고 하지요.

 

     초상初喪이 끝나 탈상脫喪할 때에도

     엄숙히 말씀을 올리는데

 

     상여喪輿에 모시고 발인차비를 하였으니

     가시는 곳은 유택幽宅(또는 화장장) 이오며

     영원히 작별 인사를 올리고자 합니다. 하고

     견전遣奠 을 올립니다.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은 퇴장하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사별 死別>

 

      나도 모르게 세상에 나와 자라고

      살아가며 수없는 인연을 만나
      기쁨과 슬픔에 눈물 흘리다


      어언 흐르는 세월에 만났던

      인연 두고 떠나야 하는 이승을


      저승사자 재촉에 뒤돌아보며

      두고 가는 인연들에 사별의 눈물을 흘리네.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퇴장하며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한다.

 

     <저승 길 1>

 

     나의 영혼은 기다리던 저승사자와 함께

     안개 낀 길을 걷게 된답니다.

 

     사십구 일간 걸어간다니

     걸어가는 시간도 많기도 하고

     뭔 길이 그리 멀기도 하나요.

 

     걷는 사이에

     걸어가는 사이에

 

     저지른 죄와 쌓은 공덕이 나타나며

     여의치 못한 일들도 나타나

     다시금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에 따라 다하지 못한 일로

     후회도 따라오게 되겠지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나는 좀 더 잘살 수 있지 않았나.

 

     살아왔던 과거를 돌이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이 모두 내가 살아오며

     지나간 나의 선과 악을

     가는 길에 다 보여주나 봐요.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사이로

꽃잎들이 그려진 서로 다른 색깔의 긴 장포를 추켜올려 흔들며

일곱 선녀들이 상제님과 함께 춤을 함께 추며 노래를 부른다.

 

     <저승 길 2>

 

     안개 낀 길을 걸어

     하늘 북문의 커다란 집인 명부冥府

     도달하게 된답니다.

 

     명부 앞마당에 서있을 때 이름을 부르면

     세가지중 한 가지 줄에 서게 된다니

 

      많은 죄를 지어 가는 지옥의 길과

      지옥을 벋어날 수 있는 속죄의 길과

      공덕을 쌓아 다다르는 참회의 길로

 

      명부에 적힌 대로 구분이 되어

      그중 한 줄에 서서 따라가게 된답니다.

 

      너무나 큰 죄를 저질렀거나

      아무리 말려도 나뿐 짓만을 일삼아

 

      죄를 돌이킬 수 없는 영혼은

      뉘우쳐 뒤 돌아볼 시간도 주지 않으며

 

      죄과에 따라 18가지의 지옥에 흩어져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된답니다.

 

      비교적 가벼운 죄를 지었으나

      곤경에 빠진 사람을 외면하였거나

      말없이 베푸는 일에 인색한 영혼들이

 

      속죄의 먼 길을 가게 되며

      속죄를 다하고 맑은 마음이 되면

 

      벽옥루 碧玉樓에 잠시 머물며

      벽옥루 碧玉樓 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돌이켜보고

      여러 가지 검증을 거쳐 용서를 받으면

 

      참회의 길로 들어 설수 있는 단계가

      속죄의 길이라고 합니다.

 

      착하게 일생을 살아오며

      어려운 이웃을 많이 도와주고

      모르는 사람들에 자선을 베풀어 도

 

      혹여 나의 잘못이 있었나. 돌이켜 보며

      이렇게 착한 사람도 참회의 길을 간답니다.

 

      참회의 길을 가다가

      조금이라도 뉘우칠 일이 나타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또 참회를 하게 되지요.

 

      속죄의 길은 멀기 도하고

      참회의 길은 그보단 짧다고 한답니다.

 

      부끄럽지 않은 영혼만이

      하늘의 천관문 天關門을 지나

 

      비로써 통천문 通天門에 들어서며

      비로써 하늘나라에 살게 된다니

 

      우리 중에 몇 명이나

      바라보기만 하던 하늘나라에

      올라갈 수 있을는 지요.

 

 

일곱 선녀들과 상제님이 퇴장하며 선녀와 정원사가 들어와

춤을 함께 추며 정원사가 앞서며 노래를 부른다.

 

      <이승 >

 

      세상에 없던 내가 태어나매

      올바로 잘 살아가라시며

      어버이는 은혜恩惠를 주시고

 

      스승에게서 삶의 지혜를 받아

      올바로 세상을 살아가며

 

      땀 흘려 거둔 곡식을 먹다가

      하늘의 명에 곡기를 끊으니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찾아와

      아무것도 없이 돌아가는 것이리.

 

      좋은 벗을 만나

      더불어 한세상 살아가며

 

      아름다운 사랑과

      좋은 꿈을 이루려하였으니

      아쉬운 미련이야 있겠지마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찾아와

      아무것도 없는 몸으로 돌아가니

      이제 한인들 있어 무엇 하리오.

 

선녀가 정원사의 노래에 따라 춤을 추다가 바라보니

정원사가 노래를 이어받으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 저승 >

 

      이승을 떠나

      찾아가는 영혼들에

 

      알 수 없는 저승을 만들어

      지옥이니 천당이니 극락이이라니

 

      정말 있는 것일까

      산사람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까

 

      떠난 사람을 생각하며

      지극정성으로 제사를 지내거나

      정성껏 기도를 올리니

 

      선한 사람에게는 복이 오고

      악한 이에게는 불행이 닥친다고

 

      이 또한 알 수 없기는 하나

      살아오다 떠나신 분들의 말씀이

      모두 옳다며 대대로 이어지고 있으니

 

      우리는 세상의 옳고 그른 이치를

      다 깨닫지도 못하고

 

      훌훌 세상의 모든 일을 털면서

      너무 일찍 저승으로 떠나는 건 아닐는지요.

 

      그래요. 잘 가소. 잘 가세요.

      기약도 없는 길

      어 허 어. 잘 가소. 잘 가세요.

 

선녀와 정원사 뒤로 우스꽝스러운 가면들과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과 일곱 선녀들과 상제가 들어오며 다 같이

흥겹게 춤을 추며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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