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3. 악령

서 휴 2018. 2. 27. 15:15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3. 악령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와 춤을 춘다.

 

가면을 쓴 사람들 양옆 끝에서

선녀와 정원사가 각각 무대로 튀어나와

어울려 춤을 추다가

 

선녀가 이마에 손을 올려 좌우로 살피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화답을 유도 한다

 

여러분. 구신이나 귀신 아시지요.

여러분. 귀신이 있을 까요 없을 까요.

 

여러분. 귀신이 어떻게 생겼을까요.

여러분. 만나보신 분 어디계십니까.

 

여러분.

착한 귀신이 많을 까요.

나쁜 귀신이 많을 까요.

 

악령들은 나쁜 재앙을 나누어 주며

서로 싸우게 하거나 죽어가게 하는

아주 나쁜 귀신들이지요.

 

갓 태어난 아기도 앗아가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이를 갈라 세우기도 하며

잘사는 집안을 파탄내기도하지요

 

여러분.

악령들. 나쁜 귀신들을 조심해야지요.

그렇지요. 여러분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 앞에서 선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정원사가 맨 앞으로 나서며 노래 부른다.

 

술 마시면 술 취하니 안 되고

내기 오락하면 이기려는 마음에

속이려하니 안 되고

 

운동 경기하면 열심히 뛰게 되니

싸우기 쉬워서 안 되고

 

모두 다 착한 사람들만 모여

모두 다 착하게만 살아가며

모두 다 착한이야기만 한다면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듣는 착함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을 수가 있나요

 

세상은 좋고 나쁨이 같이 가는데

세상은 좋고 나쁜 이야기로 가득한데

 

악령이 있어

나쁜 이야기가 시시콜콜 이어지고

착함과 버무려져 재미를 더하지요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은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착한 사람들 이야기뿐만 아니라

악령의 움직임도 알아내어

 

나쁜 이야기를 간직하여

착한 이야기로 다듬어 버무리며

 

동네 사랑방 이야기를

아름답고 재미있게 만들어 전하지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은

퇴장하며,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를 잡으며 노래 부른다.

 

이때에 나그네 역할을 할 한 남자와

고전 옷을 어여쁘게 차려입은 여인이 나타나

 

노래에 맞추어 병풍을 가져와 치거나

술상을 차리기도 하고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연거푸 마시는 연기를 과장되게 하면서

 

음산하고 무거운 노랫말에 비하여

우스꽝스럽게 관객을 웃기는 역할을

재미있게 표현하여야 한다.

 

으스름 달빛이 수풀에 가리어

쓸쓸한 산길에 바람마저 불면

 

갈 길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고

지치고 허기져 기력이 다할 때에

 

악령은 희미한 불빛을 보이며

오라는 듯 보이지 않는 손짓을 하지요

 

으리으리한 집에 불빛이 새어나오니

힘겹게 찾아가 대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재워달라며 사정을 하면

 

어여쁘고 앳된 여인이 맞이하면서

난처한 듯 곤란한 듯 집안에 들이고

 

남녀 둘이는 서로 처음으로 본 듯 인사를 하며

병풍을 가져나오고 술상을 차린다.

 

진수성찬에

먹음직한 음식들에

 

붉으래한 두견주로 반주를 올리며

다소곳이 인사를 올리지요

 

해맑은 눈동자

실 같은 눈썹은 꼬리를 물며

비단소매 자락에 가릴 듯 말듯

 

창백한 손길은 가냘프게

정성을 다 하여 또 술잔을 올리고

 

백옥처럼 뽀얀 얼굴이

복숭아 빛으로 달아오르며

 

백년가약을 맹서하는 듯

두견주 한잔씩을 서로 주고받네요.

 

두 남녀는 서로 너무 사랑하고 있는 듯

즐거운 표정으로 술잔을 부딪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을 웃게 만든다.

 

아름다운 몸매는 뱀처럼 꼬이며

사랑스런 이야기로 흥을 돋우어

 

여인은 노래하는 듯.

춤을 추는 듯 넘실대며

나그네의 애간장을 녹이게 되네

 

주거니 받거니 

두견주 호리병은 바닥을 치고

 

게슴츠레한 실눈은 욕정에 불타

서로를 끌어안아 입맞춤을 하네요.

 

두 남녀는 한 쌍의 원앙이 되어

비단 금침에 스르르 옷을 벗으며

 

하룻밤 풋사랑이 아니라며

영원히 백년가약을 맺는 듯

 

손을 맞데 손가락 깍지를 끼우고

안았다 놓았다 당겼다 끌어안았다

격렬하게 쓰러지네요.

 

꿀 같은 밤에 새벽종 소리가 울려

아름다운 여인은 오간데 없고

 

나그네는 싸늘한 백골을 앉고

아쉬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남자는 백골이 그려진 허수아비를 끌어안고

자는 모습으로 무대 위를 돌아다닌다.

 

으리으리한 집은 파헤쳐진 무덤이요

진수성찬은 썩어가는 무엇일까요.

 

나그네는 집에 돌아가

얼마 후에 죽었다는 소문이 나지요

 

귀신가면을 쓴 사람들은 퇴장 하고

선녀가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여러분. 관객 여러분.

재밌습니까.

 

악령의 솜씨가 어떻습니까.

좋습니까.

나쁘지요.

그렇지요. 정말 나쁘지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관객에게 손 흔들며

신바람 나게 춤을 추며 노래 부른다

 

 

귀신이 있다

귀신이 없다

 

본 사람은 있을 것이요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려니

 

내 마음에 보이면 있는 것이요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라

 

내 마음은 보았을까

아니 보았을까.

 

그러나 나는 보지 못하였으니

어떡하면 만나볼 수 있을까

 

그래.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만나보면 되지 않겠나.

 

어느 때늦은 봄날

아지랑이가 피는 따뜻한 봄날 밤에

밤 11시 지나 공동묘지에 가보자

 

공동묘지 잘생긴 잔디밭에

독한 술과 진한 안주를 차려놓고

 

한잔두잔 아껴 마시다가

귀신이 찾아오면 같이 마셔보자

 

귀신님이시여

어서 오시어 술 한잔합시다.

 

이때 모든 불빛이 다 꺼지며 캄캄한 가운데

술 마시는 사람 곁으로 귀신들이 모여들어 

손가락질 하며 킬킬 거리며 비웃다가

관객을 향하여 큰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이분이 누구십니까

 

이곳은 귀신들이 노는 자리인데요.

우리 귀신들 놀이터인데요.

하하. 우리가 귀신들인데요.

 

한밤중에 귀신 놀이터에

산사람이 무얼 하고 계시나요.

 

후후. 술 마시고 있네요.

후후. 참 맛있겠네요.

 

아니. 술은 술집에서 마셔야지요.

공동묘지에 혼자 앉아

뭔 맛으로 술판을 벌린답니까.

 

귀신동네 한복판에서

겁도 없이 술판을 벌리다니요.

 

이보세요. ‘산사람’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산사람’은 술 마시던 모습으로

귀신을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주변을 살핀다.

 

남자 귀신들도 기웃거리며

여자 귀신들과 말을 나누며 의논한다.

 

귀신들이 다가가 산사람 어깨를 툭치 며

일으켜 세워 귀신들 모두와 같이

함께 춤을 추며 노래 부른다.

 

       아하. 산 사람이

 귀신을 만나러 왔나 봐요

 

 귀신을 만나러 오시다니요

 귀신을 보고 싶으시다니요

 

 이보세요.

 귀신 만나러 오신 분 안녕하십니까.

 

 하하. 우리가 귀신들인데요.

 왜 만나려 하십니까.

 만나서 뭐하시겠다는 거지요.

 

       사람이 죽으면

       땅속에 묻히어 흙이 되어야 하는데

       왜 귀신이 되어 떠돌아다니십니까.

 

 귀신이 뭐 별다른가요.

 죽은 사람의 넋이 남아있으니

 사람의 넋이 돌아다니는 거지요.

 

 죽은 사람의 넋인 혼령을

 사람들은 귀신이라 부른답니다.

 

 살아 있으면 사람이요

 죽고 나면 귀신이라 부른다고 하지요.


남녀 귀신들이 산사람의 술판에 모여들어

산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고 일어나 노래 부르며 춤을 춘다.

 

      사람이 죽어 뼈와 살이 삭으며

흙으로 돌아가는 귀鬼가 되고

넋은 하늘로 올라가는 신神이 된다하니

 

사람이 죽으면 귀鬼와 신神이 합쳐져

귀신神이라 부른다고 한다니

죽어서 귀신 아니 된 자 어디있으리오.

 

사람은 누구나 불행을 싫어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찾으며

귀신들의 힘을 빌리려는

신앙이 만들어졌나 봅니다.

 

어디 사람귀신들 뿐입니까.

자연의 모든 것들이 귀신이 되거나

귀신의 역할을 한다고 믿지요.

 

산신령님도 성황당 당제께서도

끄덕끄덕 그렇다고 하시는군요.

 

      옛날 성현들은 무어라 하셨을 까요

      귀신이 있다 하였을까요.

      없다 하였을까요.

 

      옛날 성현들께서는

      여러 귀신들을 일컬어 비교하며

 

      올바른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라하며

      오랫동안 가르쳐오고 있지요

 

세상에는 나쁜 귀신이 많을까요.

착한 귀신이 많을까요.

 

착한 귀신이 더 많다고요

정말 착한 귀신이 더 많습니까

여러분. 맞는 말입니까

 

 4.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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