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6. 뿌리

서 휴 2018. 7. 26. 11:08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6. 뿌리

 

무대 커튼이 열리면서 선녀와 정원사에게

각각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꽃밭에서 선녀가 아름다운 꽃을 만지다가

정원사 곁으로 다가오자 정원사는

꽃나무를 들어 보이며 노래 부른다.

 

꽃들을 옮겨 심고

꽃나무를 옮겨 심다보면

모두다 뿌리를 옮겨 심는 거 같아요.

 

꽃이나 꽃나무들이나

제마다 뿌리가 튼실해야

제대로 잘 커나갈 수가 있겠지요.

 

옆으로 뻗어나간 뿌리들은

나무 기둥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바람이 불어도 넘어가지 않도록

튼튼하게 버티도록 받혀주지요

 

산에 가면 나무의 굵은 뿌리들이

옆으로 길게 뻗어나 있듯

      굵은 뿌리들은 몸체를 떠받치며

 

기둥줄기 밑의 자잘한 뿌리들은

땅속을 파고들며 양분을 빨아들여

몸 전체에 보내주다 보니

 

뿌리는 꽃이나 나무들을 살아가게 하는

본바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떤 꽃이나 어떤 나무들이나

이렇게 옮겨 심다 보면 그 뿌리를 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도 있지요.

 

이처럼 식물들도 살아왔던 과거를

조금씩은 보여주고 있으니

 

우리도 우리의 모습을 보면

살아왔던 과거가 조금씩은 묻어나겠지요.

 

정원사의 노래가 끝나자 선녀가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이야기한다.

 

여러분

계란이 먼저일까요

닭이 먼저일까요

 

여러분

씨앗은 새싹이 먼저 나올까요.

새 뿌리가 먼저 나올까요.

 

아시는 분

손들어보세요.

 

네 에. 저쪽에 손드신 분

예 에. 새싹이 먼저 나온다고요

네 에. 여러분. 맞습니까.

 

아 하. 저쪽의 저 분은

뿌리가 먼저 나온다고 말씀하시네요.

여러분. 어느 분 말씀이 맞을 까요

 

아 니. 손드신 저쪽 분

예 에. 새싹과 뿌리가 같이 나온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예 에. 저쪽 분은 일어나

큰소리로 말씀하시는 군요

씨앗의 종류나 환경에 따라 다르답니다.

 

여러분

어느 분 말씀이 맞을까요.

 

      새싹이 움트니 새싹의 자리를 잡아주려

      뿌리가 먼저 나오는 걸까요.

 

      감자나 고구마처럼 씨눈을 심을 때는

      새싹이 먼저 나온다니

      말씀하신 분들의 뜻이 다 맞는 거 아닐는지요.

 

      씨앗에서 돋아나온 어린뿌리와 새싹은

      서로 협력하며 하늘로 줄기를 세워

      치솟으며 열심히 자라지요

 

      어린뿌리와 새싹은 자기의 모습을 갖추어

      자라나며 언젠가 때가 되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겠지요.

 

      사람들도 뜻을 세우고 언젠가 꽃피울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거 아닐는지요.

 

선녀와 정원사는 퇴장하며

꽃잎들이 그려진 장삼長衫을 입은 일곱 선녀들이

서로 다른 색깔의 긴 장포를 추켜세워 흔들며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바닷가의 해무도

높은 산의 운무도

모두 다 구름이라오.

 

안개처럼 퍼져나가는 구름은

상쾌한 아침이슬이 되기도 하고

차가운 서리가 되기도 하며


이 모두가 맺혀져

물방울이 되어 떨어져 흐르며

모든 생명들을 씻어주고 모여 들며


시냇물이 되어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들어가겠지요.

 

새로운 생명들은 물 덕분에 태어나며

모든 생명들은 물 덕분에 살아가는 지요

 

물은 풀이나 나무나 동물들에게도

핏줄이 되어 온몸을 돌아다니며

힘차게 살아가게 만들고 있겠지요

 

모든 생명들은 물로 인하여 태어나

물로 자라나며 다 자라나서도

70%의 물을 몸에 품고 살아간다니

 

사람들뿐만 아니

모든 생물들은 70%의 물을 품고 있으며

 

하물며 땅덩어리 지구도

70%의 물이 있어야만 유지가 된다니

모든 생물의 뿌리는 물인가 봐요

 

여러분.

컬컬한데 물 한잔 하셔야지요.

 

일곱 장포들이 아름답게 출렁이며 춤을 추니

무지개가 하늘에 떠 빛이 나는 양

꽃밭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나간다.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칠 선녀들은 뒤에서 흥겨운 춤을 추며

다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만물의 씨앗이 다 다르듯

      태어나는 뿌리 또한 다 다르답니다.

 

      태어나는 모양새는 비슷하나

      살아가는 모양새는 다 다르답니다.

 

꽃이나 나무들도 이러할 진데

사람들은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잘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지요.

 

      사람의 뿌리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하하. 으나 마나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되었겠지요.

 

      부모님은 어떻게 시작되었을 까요.

      글쎄요, 사랑에서 시작 되었을 까요

 

     우리 모두가 어떤 연유인지도 모르며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살아가고 있네요.

 

     사람의 뿌리는 부모님일까요

     물일까요. 땅일까요. 하늘일까요.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퇴장하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오며 노래를 부른다.


생각으로 사람은 살아가는 걸까 요

마음으로 사람은 살아가는 걸까 요

 

생각은 생각끼리 이야기 나누며

생각이 찾으려 하는 것이 무얼까 요

 

생각은 마음에 물어보며

생각은 마음과 의논하여

 

생각은 마음으로 생각하며

생각으로 마음을 정하여

 

생각으로 정하여진 마음이

생각으로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니

 

생각은 나의 인생을 위하여

생각은 거듭 생각하는 걸까 요

 

생각의 뿌리는 마음일까 요

생각은 마음의 뿌리일까 요


바람처럼 안개처럼 알게 모르게

생겨났다가 삽시간에 사라지는 생각들

 

구름처럼 바람처럼 변하는

생각과 마음은 어디에서 올까요.

 

그래요.

생각과 마음의 뿌리는 구름일까요.

바람일까요. 지나가는 소리일까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퇴장하며

때론 경쾌하고 때론 묵직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수시로 변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가 아닐는지 요

 

살아가는 환경은 소소하게 항상 변하고

환경에 따라 생각과 마음이 생겨난다니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나의 생각과 나의 마음으로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 만들어 지겠지요.

 

그래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나의 마음대로 만들 수도 있고

 

원하는 환경을 그리워하다

찾아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지요.

 

어느 때는 원하던 원하지 않던

다가온 환경에 휩쓸려 기쁘게도

또는 허우적거리며 살게 될 때도 있지요.

 

그래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뿌리라 할 수 있겠지요.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퇴장하며

선녀와 정원사가 들어와

정원사는 노래를 부르며 선녀는 춤을 춘다.

 

나의 살아가는 모습은

나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을까 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살아가는 환경에서 비롯되었을까 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나의 생각과 마음을 만들며

나의 살아가는 모습을 만들겠지요.

 

환경은 살아가는 모습을 만드니

우리의 모습이란

환경에 따라 달라지나 봐요

 

환경은 살아가는 모습을 만든다니

변화많은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나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며

우리 모습은 어떻게 갖추어야할까 요

 

선녀가 노래 부르며 정원사가 춤을 춘다.

 

우리는 모두 제마다 뜻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 아닐는지요.

 

무언가 하고자 하는 뚜렷한 뜻이

살아가는 모습을 만드는 거 아닐는지요.

 

사람은 뜻을 세우고

세운 뜻을 이루어내려 역경을 이겨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거 아닐는지요.

 

살아가다 보면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요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마음의 뜻은

역경 속에서 굳어지며

나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요.

 

나의 모습은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갖추어 나가야 할는지요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나오며

칠 선녀들은 뒤에서 흥겨운 춤을 추며

다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몸을 물려받아

사랑으로 자라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생각을 하며

마음으로 정하여 뜻을 세우겠지요.

 

환경은 역경을 가져오며

역경을 이기려 몸부림치며 살아가면서

세워진 뜻을 이루어나가니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어려움은

세운 뜻을 이루어내는 뿌리인가 봐요


으뜸 선남선녀들이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부르고

모두 다 즐거운 몸 사위로 춤을 춘다.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


나도 모르게 태어난 몸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몸


듣고 배우며 갈 길을 세우고

환경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맛보며

인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지요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얼까요

아마도 쌓이는 정과 사랑이 아닐는지요.

 

그 사랑과 정도 어려운 역경 속에서

쌓여야만 아름답게 굳어진다니

 

세상살이의 어려움은

정과 사랑을 더욱 굳게 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움으로 남게 하나 봐요.

 

상제님이 으뜸 선남선녀들의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부르니 모두 다 즐거워 춤을 춘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좌절하고 단념하고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을 까요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생활목표도 생각하지 못하며

허덕이다 죽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서울과 경기도 북부에 둘러싸여 있는

북한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

 

만 가지 구름 속에서도 늠름히 서있는

북한산北漢山의 백운대白雲臺

 

저 높은 백운대는 수천 수 만년 동안

항상 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있네요.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폭우가 쏟아져도

흔들리거나 물러서지도 않으며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네요.

 

그러나 사람은 높은 산이 아니지요

매일 매일 부대낌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인간들이지요.

 

즐거움과 기쁨과 슬픔을 맞이하며

희 노 애락 속에서 살아가야하니

어려운 일을 많이도 겪게 되겠지요

 

여러분

인생의 즐거움이 무엇일는지요.

 

그래요

어려운 환경을 착하게 헤쳐 나가며

 

자기의 보람을 살아가는 속에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닐는지요.

여러분

 

상제님과 으뜸 선남선녀들, 일곱 선녀들이 앞으로 나서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과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오며 뒤따라

 

선녀와 정원사가 들어와 함께 한바탕 춤을 추고난후

관객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 한 후 손을 흔든다.

무대의 커튼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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