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4. 빛깔

서 휴 2018. 3. 12. 19:26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4. 빛깔

 

 

캄캄한 무대에 불빛이 들어오며

선녀와 정원사가 인사를 올린다.

 

넓은 하늘정원의 많은 꽃들 속에서

선녀는 꽃잎을 감싸며 어루만지는데

정원사가 다가가며 말을 겁니다.

 

하얀 나비 같은 손길이

꽃잎을 부드럽게 감싸시니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일하시며 보시고 계셨어 요.

꽃을 참 좋아하시는 군요.

예쁘잖아요.

 

그동안 몇 가지나

예쁜 색을 만 드셨나요.

 

오만가지 색이 다 있으니

새로운 걸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선녀는 꽃바구니를 들고 정원사 앞으로

나서며 관객을 향하여 노래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하늘나라

꽃들이 많기 도한 하늘나라

 

천상에는 사시사철

많은 꽃들이 피고 있어 좋아요.

 

동쪽에도 서쪽에도

남쪽에도 북쪽에도

 

꽃들이 가득한 하늘나라는

꽃들의 천국인가 봐요.

 

저 많은 꽃들도 서로 쳐다보며

서로 재밌게 이야기 나누다

 

서로의 마음이 녹아들어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답니다.

 

꽃들의 마음이 손을 잡으며

꽃들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면

꽃들의 색깔이 만들어지게 되지요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깊을수록

깊은 색깔이 만들어지며

진한 색깔로 나타나게 된답니다.

 

자. 보세요.

우리도 똑같은 사랑을 할 수 없듯이

 

꽃들의 사랑도 제가끔

자기들만의 사랑을 한답니다.

 

꽃들이 가득한 꽃밭에서

꽃들이 같은 꽃으로 보여도

꽃마다 빛깔이 다 다르답니다.

 

제가끔 마음이 다르듯

제가끔 사랑하는 내용이 다르듯

제가끔 고유한 빛깔을 가지게 되지요

 

하늘정원의 꽃밭도 그래요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빛깔이 어우러져

널따란 꽃밭을 이루고 있지요

 

하늘정원은 언제나 빛깔이 가득한

꽃밭을 이루고 있어 좋아요

 

정원사는 선녀의 노래를 듣고 난후

한발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 첫 꽃망울 >

 

     남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겨울은 떠나가고 있네.

 

     봄바람에 깨어난  

     봄날의 왕성한 번식력은

 

     눈서리를 헤치며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만드네.   

   

     아침이슬에 

     솟아나는 꽃대에

     첫 꽃봉오리 맺혀 커져 나오니

 

     어떤 빛깔로 활짝 피게 될까

     궁금하여 기다려지게 하네.

 

     꽃술이 드러나 활짝 피우면 

     이렇게 어여쁜 빛깔 이였나.

     감탄하고 싶어 또 기다려지네.

 

     언제쯤

     어느 때 어느 시간에

 

     꽃망울이 터트려질까

     큰 눈으로 지켜 떠나지 못하네.

 

     혹여 잠깐 자리비운 사이

     소리 없이 혼자 터트리려나.

     가슴 조리게 하네.

 

선녀가 정원사 한발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꽃잎을 부드럽게 감싸며

 꽃잎을 쓰다듬어 보노라면

 

 색깔의 알갱이가 있는 양

 모들모들 손에 닿는 듯하지요.

 

 손가락 사이로 색깔의 알갱이가

 간지럽히고 있는 거 같아요.

 

 꽃잎에 가까이 다가가면

 알갱이가 말을 걸어오지요

 

 나의 색깔은 이러이러합니까.

 나의 색깔은 어여쁩니까.

 나의 빛깔은 이만하면 되겠습니까.

 

 싱싱한 알갱이 끼리 어우러져

 싱싱한 이야길 서로 나누며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려는 듯

 씨앗이 되고자 하는 거 같아요.

 

 씨앗이 되어 봄을 기다리다

 봄에 꽃을 피우면

 새로운 색깔의 꽃이 나오게 되지요.

 

 겨울 지나 찾아오는 봄날에

      새롭고 싱싱한 꽃들이

 우리 마음을 활짝 열어주려는 듯

 

 우리를 보며 다정하게

 꽃들이 웃고 있습니다.

 

 꽃들의 알갱이 들이

 꽃들의 소리를 밝게 피워내며

 향기로운 노래를 하고 있는 거지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와 춤을 춘다.

 

가면을 쓴 사람들 사이로 팔색조가

뛰어 들어오며 노래 부른다.

 

어느 누구나

모든 생물들 모두는

아름다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하여

 

협력하여 경쟁하며 때로는 싸우며

새로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지요.

 

협력하고 경쟁하고 싸우는 모두가

살아내기 위한 생존의 싸움이지요.

 

세상의 역경들을 이겨내기 위하여

때로는 인내를 배우고 갈고 닦으면서

마음의 수양을 쌓아 나가기도 합니다.

 

살아오며 만들어지는 마음이

우리의 성품이 되어 나타나지요.

 

밝은 마음은 아름다움을 가져오고

어두운 마음은 칙칙함이 나오지만

밝던 어둡던 모두다 색깔이지요.

 

여기에 사랑을 불어넣으면

새로운 빛깔이 만들어 진답니다.

 

이렇게 나오는 빛깔들은

꽃들도 서로 가지려 하지만

 

자라나는 꽃들에 먼저

골고루 나누어준답니다.

 

제가끔 빛깔을 받아 자라면서

자기의 색깔을 완성하게 되지요.

 

다자라 자기의 색깔을 완성시켜야

비로써 자기의 빛깔이 되는 거지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 모두가 춤을 추며 노래 부른다.

꽃의 빛깔이란

꽃이 빛을 받을 때 드러나는 색으로

꽃의 유일한 색깔이라 말할 수 있지요.

 

색이 없으면 빛깔도 없듯이

색은 빛깔로 나타나 보여준답니다.

 

빛깔 또한 빛에 따라 변하다보니

색깔 또한 빛깔 따라 변하게 되지요

 

꽃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이

한결 같은 빛깔로 보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어여쁜 꽃들도

빛깔이 곱다는 말을 듣고자

아름답게 보이려 많은 애를 쓴답니다.

 

이처럼 꽃들의 색깔도

많은 공을 들여 만들어지는 데

 

하물며 인간의 색깔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 건지요

 

지금 나의 색깔은 어떠할까.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색깔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우리는 우리들대로

우리의 행복한 모습이

아름다운 빛깔로 보이려 노력하지요.

 

우리의 행복은

아름다운 색깔이어야 하니까요.

 

아름다운 색깔은 무지갯빛 중에

어느 색깔이면 좋겠습니까.

 

하얀 고깔에 꽃을 매단 일곱 선녀들이

꽃잎들이 그려진 장삼長衫을 나부끼며

 

서로 다른 색깔의 긴 장포를

선녀마다 높이 추켜세우며 춤을 추니

 

일곱 장포들이 아름답게 출렁이며

무지개가 하늘에 떠 나르는 양

꽃밭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칠 선녀 뒤에서 흥겨운 춤을 추며

다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꽃들도 나무들도 나르는 새들도

모두모두 색깔을 가지고 있네.

 

모든 건 다 색깔이 있다는데

색깔이 없는 것도 있을까

 

희거나 가마거나 누렸거나

모든 사람들은

피부와 머리칼로 보이는데

 

 마음에도 색깔이 있다면

 하얀 색일까 검은 색일까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

 어디. 희고 검은 색깔만 있을까.

 

 수시로 변하는 마음은

 품고 있는 색깔도 따라 변할까

 

 내가 만들어내는 마음은

 나의 색깔이 될까

 

 내가 만들어내는 색깔은

 나의 운명이 될까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칠 선녀들도 흥겨운 춤을 추는 사이

  상제님이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삼라만상의 물질 모두가

저마다 색깔을 가지고 있지요.

 

물건마다 색깔이 없다면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을까요

 

물건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은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답니다.

 

나는 무슨 색깔로 태어나

나는 무슨 색깔로 살아오며

나는 무슨 색깔로 변해가고 있을까

 

당신을 만나

얼굴을 맞대고 살아오며

우리는 어떤 색깔을 만들고 있을까.

 

자라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자기들만의 색깔을 가지도록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우리가 가지고 싶어 하는 색깔은

어떤 빛깔이어야 할까.

 

밝은 빛깔이면 되겠습니까.

달리 다른 색깔이 필요합니까.

 

여러분

행복한 색깔은 사랑으로 나타날까요.

 

사랑의 색깔은

무지갯빛 중에 어느 색깔일까요.

 

여러분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빛깔을 가지고 삽시다.

 

상제가 관객을 향하여 앞으로 나서며

“우리 다 같이 좋은 색깔을 만들어봅시다

밝고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며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요”

 

관객을 향하여 다들 손을 흔들며

무대의 커튼이 점점 닫히고 있다.

 

5.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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