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7. 연리지

서 휴 2018. 8. 29. 17:02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7. 연리지連理枝



무대의 스크린에 높은 산이 나타나 조금씩 멀어지며

울창한 숲속의 나무들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연리지나무가 점점 커져 앞으로 나오며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만든다.

 

조용하고 사랑스런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정원사가 허리 숙여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첫사랑 1>

 

사랑하는 마음이 오색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떠오를 때면

내 마음은 나 홀로 기쁨에 넘치네.

 

살벌한 현실이 내 주변에 감싸도

밝은 빛의 둥근달을 보는 양

그대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네.

 

사랑하는 이여

하늘의 구름이 흐트러트린다 해도

 

그대 모습은 밝은 보름달 같아

그대 모습만 바라보며

그대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네.

 

애태우는 내 마음

애달파 하는 내 마음

다짐하며 그대를 찾아가려네.

 

그대와 마음 합하여

그대와 손을 잡고 사랑하며

영원히 같이 살고 싶어 하네.

 

정원사가 퇴장하며 선녀가 무대에 나와 허리 숙여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앞으로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첫사랑 2>

 

이 세상 모든 청춘은

첫사랑을 만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늘의 인연처럼

 

떠받들어 잠을 설치다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작은 일에도 망설임 없이

끓는 가마솥에라도 들어갈 듯

목숨까지 던지려하네.

 

원래 아름답고 고운 사람만

첫사랑이 되는 줄 알았더니

 

용모가 비록 남루 하더라도

아름다운 마음이 사랑스러우면

더욱 사랑에 빠져들게 만드네.

 

첫사랑은 둘이서 손을 잡을 때

지극정성으로 우여곡절을 넘겨

사랑을 이루어낼 수 있지만

 

첫사랑은 빠르게 오고

사라지는 것도 무척이나 빨라

 

지극정성이 모자란다면

멀어져 가는 것도 잠간이라네.

 

떠나고 난 훗날이 되면

애태웠던 안타까움만이 남아

 

첫사랑을 다시 하려해도

첫사랑은 다시 찾아오지 않네.

 

역시나 하늘의 인연이었나.

역시나 하늘의 사랑이었나.

 

선녀가 퇴장하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모여들어 춤을 추며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연리지 1>

 

여러분.

사랑이 무엇일까요


사랑은 왜

손을 잡고 살아가게 하나요.

 

사람들은 좋은 짝을 만나

떨어지지 않도록

온 몸이 서로를 원하면서 

 

한평생 행복을 누리고자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지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살아가듯

나무들도 사랑하는 나무끼리

 

굵은 가지가 서로 이어지거나

몸통이 서로 붙어 한 몸이 된 듯

한 나무처럼 살아가기도 한답니다.

 

뿌리가 다른 나무가 서로 엉켜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두 나무가 서로 사랑하여  

붙어버린 곳으로 양분을 주고받으며

영원히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네요.

 

연리지나무의 아름다움은

두 사람이 힘껏 끌어안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은 퇴장하며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를 잡으며 노래 부른다.

 

<사랑싸움>


사랑이 맺어져

사랑으로 살다보면

 

매일 하는 일도 많고

반복되는 일에 변화가 따르니


사랑에 간극이 생기기도 하고 

간극이 커지다보면 

 

사랑의 매력이 사라지기도하고

열정마저 식어갈 수 있지요

 

만물이 변하듯

사랑하는 마음도 변하는 것이라

 

사랑하는 모습도

변할 수 있는 것이라 하네요.

 

사랑으로 한평생을 살자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생활의 변화나 주변의 변동을

힘들게 감당하다보면

 

사랑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며

비참한 생각이 들면서


서로를 탓하는 경우도 생기고

사랑싸움이 시작되기도 하지요.


서로를 탓하는 마음도

이 모두 살아가며

수없이 따라오는 일들이라니


서로 하고픈 말하며

서로 감싸며 싸우다가도


      우리는 왜 그리 싸웠을까

      먼 훗날

      웃는 날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사이로

귀가 앞으로 나서며 아름답게 노래를 부른다.

 

<세상사>

 

서로 손을 잡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해가 뜨면 저물고 달이 차면 기운다오.

 

세상사. 편하게 살아가야한다지만

행복 속에 불행이 다가오며

불행 속에 행복이 찾아온다오.

 

얽히고설키는 세상사

남보다 더한 행복만 찾으려

언제까지 힘들게 살아가야 하리오.

 

흐트러지는 구름도 보고

몰아치는 폭풍우를 맞아도 보았으니

 

세상사. 오르지 맺어진 사랑을

서로 아끼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오.

 

하늘과 땅의 마음도 한결같지 안타오.

세상사. 모두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오.

 

귀신 가면을 쓴 사람들이 퇴장하며

꽃잎들이 그려진 장삼長衫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서로 다른 색깔의 긴 장포를 추켜올려 흔들며 들어와

일곱 선녀들이 춤을 추며 노래한다.

 

<내 생각>

 

잘못된 인연이랄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랄까

 

사랑하는 마음에도

돌아가는 세상사에도

엉뚱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사랑하며 살아가는

날들 가운데 어느 날

 

갑작스레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모질게 대하는

그 사람의 표정을 만나면

 

하는 말과 행동에서

기쁨과 괴로움이 되기도 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그대에게서 나의 사랑을 찾으려

 

지혜로운 생각과

어리석은 생각이 오고가지만

 

사랑이라는

한 가지만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대는 왜

내 마음을 흔드는지요.

 

보이지 않는 그대 마음은

털어놓지 않으니

 

그대 마음을 모르겠네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일곱 선녀들이 춤을 추면서 퇴장하며

선녀가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 부른다.

 

<난 모르겠네. >

 

세상사 가슴 아픈 일들이

어디서 오는지 난 모르겠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난 모르겠네.

 

마음 아픈 일이 깊어지면

모진 생각이 들 때마다

왜 그런지 난 모르겠네.

 

사랑하며 살면 좋은데

왜 떠나려는 마음이 생기는지

난 정말 모르겠네.


아 아. 우리의 사랑이

가슴 아픈 상처가 되어

날 괴롭힐지 정말 난 모르겠네. 


노심초사

온종일 마음만 졸이며 사는지

정말 난 모르겠네.

 

아 아. 어쩌면 좋아 

세상사도 우리사랑도

정말 난 모르겠네.

 

선녀가 춤을 추며 노래하는 사이에

정원사가 들어와 노래를 이어 부른다.

 

 <이별>

 

내 평생

사랑하며 살자던 사람이

 

가려하네.

떠나려하네

 

사랑하는 마음이 돌아서려하니

사랑하는 마음이 떠나려하니

사랑하며 살기도 참 어렵네.

 

그래 손을 잡는 거야

그래 예전처럼 손을 잡는 거야

 

눈물 흘리면 어때

무릎 꿇으면 어때

 

사랑의 눈물이야

사랑의 무릎이야


모두다 우리사랑을 위하는 거야

예전처럼 다시 사랑하는 거야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오는데

눈물이면 어때

무릎 꿇으면 어때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오는데

천번 만번이면 어때

 

이별은 없는 거야

이별은 없는 거야

   

선녀와 정원사가 퇴장 하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이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 부른다.


     <팔자소관八字所關>

 

     진심으로 깊은 생각을 하여도

     뜻한 데로 되지 않을 때면

     팔자나 운명을 생각하게 되지요

 

     나의 팔자나 운명을

     나는 알고 있는지요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인생이라 하지만

 

     어렵고 괴로운 일로

      밤새우는 시간은 길기만하네요.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운명이나 팔자소관으로 간주하여

      손을 멈추고 살아가야하나요 

 

받아드려야 할까요.

물리쳐야 할까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

흘러가는 데로 바라보기만 해서야

열심히 살아간다 말할 수 있나요.

 

친한 분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좋은 방법을 찾아야만 하지요.

 

      어려워도 열심히 판단하며

      어려워도 열심히 헤쳐 나가야지요.

 

      용기 있는 사람은 이겨낸다 하지요.

      용기 있는 사람은 벗어난다 하지요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이 퇴장하며

으뜸 선남선녀들과 칠 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들어와

다함께 춤을 추며 상제님이 노래를 부른다.

 

<연리지 2>

 

잘 생긴 사람도

못생긴 사람도

누구나 사랑을 하네.

 

두마음이 합해져 하나가 되고

두 몸이 합해져 하나가 되네.

 

세상의 모든 일에

흥망성쇠가 있듯 


우리가 만든 사랑도

풍파가 따르네.

 

진실한 사랑은

서로 감싸며 서로 덮으며

세상 끝까지 손을 잡으며

 

내 몸을 불사르면서도

지켜내야 한다네.

 

운명이라 할까

팔자소관이라 할까

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네.

 

지혜로운 그대는 어리석은 양

앞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으며

나에게 물어보네.

 

사랑으로 헤쳐 나고 보면

세상은 고난과 즐거움으로

아름답게 살아 갈만 하다고 한다네.

 

사랑은 오직 사랑이려니

살아서 기쁜 마음을

죽으며 고이 가지고 가려네.

 

연리지 나무처럼 사랑하세

연리지 나무처럼 살아가세

 

무대의 스크린에 연리지나무가 점점 커져 앞으로 나오며

모두다 무대에 등장하여 흥겹게 춤을 추고난후

관객을 향하여 작별의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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