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1. 팔색조

서 휴 2018. 1. 10. 14:07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1. 팔색조


무대 뒤에서 굵직한 음악소리가 울리며

해설자의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 

 

     태어나자 떠나기도 하고

     늙어가며 떠나는 사람도 많다.

 

     여러 가르침을 배우며

     기쁨과 슬픔을 맛보며 살아가다

     끝내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찾아오며

     왜 어려움을 겪어야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궁금증을 

     혼자서 풀 수가 없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종교의 가르침을 찾아다니며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믿음을 갖게 되는 것일까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들어와 춤을 추며

이마에 손을 얹고 관중을 보며 살핀다.

 

     하아 아.

     쉬이 이 

 

     저것 좀 봐

     저렇게 아름다운게 다 있어

 

     어디어디

     저 나뭇가지 사이

     잘 좀 봐

 

     조그만 게 참 예쁘기도 하네.

     어디서 날라 온 걸까

     이름이 뭐지

 

무대 뒤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울리며

해설자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나온다. 

  

     작은 새 팔색조는 천연기념물로

     희귀하고 진귀한 여름철새입니다.

 

     동남아에 퍼져있고 우리나라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에서 주로 살며 조금은

     서해안 따라 황해도까지 올라갑니다.

 

     오뉴월에 4~6개의 알을 낳으며

     가을이면 또 다른 여름을 찾아갑니다.

 

정원사와 선녀가 뛰어 들어와

우스꽝스러운 사람들과 춤을 추면서

관객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노래 부른다.

 

      호오 이.

      호오 이.

 

목소리도 감길 듯

18센티 정도의 작은 몸집이라니

 

초등아이 손만 한 것이

흑갈색 머리에 붉은 빛이 솟아

 

눈자리에 희고 검은 띠가 따라가며

검은 부리에 짧은 목은 흰색이라

 

검은 듯 암녹색 어깨 따라

출렁이는 날개는 은빛으로 가린 듯

 

퍼덕이는 날개는

은반위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며

아름다운 빛깔을 다 보여 주내.

 

꽁지깃은 검은 듯 암녹색이요

눈같이 뽀얀 배 아래에서 꽁지 밑까지

붉은 색을 칠하여 까닥까닥 손짓 하니

 

여덟 이상의 빛깔이 어우러져

그 이름 팔색조라 부르나

 

동백꽃 예덕꽃 후박꽃 천리향꽃

나뭇가지 따라 이리저리 나르며

황갈색 다리는 바쁘기도 하지

 

종종 걸음으로 바다를 살피다

오뉴월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워

 

한여름에 엄마 따라 춤을 추게 되면

      또 다른 여름으로 떠나가야겠지

 

무대 뒤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울리며

해설자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나온다. 

   

하늘나라 정원은 하도 넓다보니

으뜸 정원사 밑에 

수백의 말단 정원사가 있으며

 

으뜸 선녀 밑에 수백의 선녀가 

아름다운 꽃들을 관리한다.

 

동녘의 하늘정원에서 일하는

정원사와 선녀는 유난히 사이가 좋아 

둘이는 남몰래 사랑을 하다

 

세상에 나가 

아름다운 꽃 색깔을 널리 퍼트리라는 

소임을 받게 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하늘나라에 

살다가 세상에 내려오면

 

험난한 갖은 고생을 하고 난후에

용서를 받아야만 

다시 하늘나라에 오를 수 있어 

 

하늘의 선녀들이나 정원사에게는 

가혹한 천벌이 되고 만다.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나오며

우스꽝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며

 

정원사와 선녀의 노래가 끝나갈 때

팔색조가 뛰어 들어와 노래 부른다.

   

     천상의 하늘정원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이 색깔 이 빛깔들

 

어느 곳에 머물며 펼쳐 보일까

어느 곳에 머물며 나누어 줄까

 

바닷가 멀리멀리

작은 날개 퍼덕이며 멀리 멀리

 

작은 몸집으로 천리를 가고

천리를 나르며 날아가며

오고감이 말리를 넘건만

 

살던 집은 보이지 않으니

어느 뫼에서 고향을 찾아야하나

 

저 높은 천상에서 살아온 세월동안

세상은 왜이라도 많이 변하였나.

 

하늘나라는 언제나 조용한데

이 세상은 왜 이리도 어지러울 까.

 

가는 곳마다 알 수 없으니

언제나 고향을 찾을 수 있나

 

흐르는 세월에 마음만 바빠지니

이 작은 몸 어디에 의지하며

만 가지 색깔 어디에 펼쳐 보일까

 

광활한 바다

출렁이는 파도들

 

수천 수만리 바닷길 떠돌며

이렇게 거닐 다

또 그냥 떠나가야 하다니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둘만의 맹서를 지키고 저

 

당신을 찾아 헤매는 나의 모습

가련하지 않나요.

 

그리 워요.

그리 워요.

보고 싶어요.

 

많은 새들이 춤을 추며 모여들어

팔색조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여러 가면을 쓴 사람들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모여들며

귀신가면을 쓴 사람들도 모여든다.

 

인생은 희극이라는 듯

슬픔과 즐거움이 교차되는 춤을

모두가 함께 흥겹게 추어 댄다.

 

하얀 신선의 옷을 입은 

선녀와  정원사가 춤추며 뛰어 든다.

 

팔색조가 노래 부르며

앞으로 나서며 춤을 추자

 

다 같이 따라 합창을 하며

흥겨운 춤은 이어진다.

 

호오 이.

호오 이.

 

누가 대답 좀 해줘요

이 세상 모든 빛 아름답기도 하다고

 

발 주 노 초 파 남 보

내 몸에 다 있으니

내 몸의 색깔을 말해줄 수 있나요

 

갈색머리에 붉은 빛이 솟아있고

검은 부리에 하얀 목이며

암녹색 날개에 푸른 깃 깃들어

 

아름다운 날개를 퍼덕이며

은반위에서 춤을 추니

 

현란한 내 모습은

천상의 빛깔을 다 드러내지요

 

꽃마다 아름다운 마음을

꽃마다 서로서로 주고받으며

 

꽃마다 간직한 아름다움이

꽃들의 아름다운 색깔이 되어

꽃들의 아름다운 사랑이 되어

 

나의 사랑은 꽃들의 사랑이지요.

나의 색깔은 꽃들의 빛깔이지요.

 

수 세월 천상에서 색깔을 담으며

천상의 색깔은 나의 빛깔이 되어

 

은반위에서 추는 춤은

아름다운 빛깔의 춤이 되었지요.

 

이 모두 당신을 위한 거예요

모든 것 당신을 위하여 만들었지요.

 

멀기 도한 천상의 꽃밭에서

당신을 만나려 내려왔어요.

 

아름다운 이 색깔들

아름다운 이 빛깔들

 

서로서로 손잡고 노래하며

나누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어서 만나 옛날처럼 사랑하며

이모든 세상일 함께하고 싶어요.

 

사랑해요

더욱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호오 이.

호오 이.

 

우스꽝스러운 사람들과  정원사와 선녀

그리고 으뜸 선남선녀들이 상제님을 모시고

다 함께 춤을 추며 퇴장한다.

 

팔색조가 마지막으로

다소곳이 인사하며 퇴장한다.

 

(2).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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