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팔색조 2. 인연

서 휴 2018. 2. 22. 10:24

팔색조

八色鳥 Pitta nympha

서 휴


2. 인연 因緣

 

힘찬 북소리와 기상 나팔소리가 연달아 우렁차게 울리며

무대의 스크린에 넓은 꽃밭의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사와 선녀가 나란히 나와 관객을 향하여 인사를 올린다.

 

      관객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관객들 다 같이 화답하며 손을 흔든다.

 

둘이 마주보다가 관객을 향하여

 

      저희 둘이도 이제 처음 만났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관객들 박수 쳐준다.

 

정원사가 선녀를 보며 인사를 나눈다.

 

선녀님. 반갑습니다.

저도요. 정원사님

 

이 넓은 정원을 가꾸자면

하루 종일 할 일이 많고 바쁘기도 하지요

 

저도 그래요

일일이 꽃들을 매만지며

좋은 색깔 찾기가 싶지를 않아요.

 

좋은 색깔을 찾아 버무리며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기도 하지요.

 

좋은 색깔도 인연이 있어야 만나고

새로운 색깔을 만들 수 있나 봐요


처음 만나게 되었으니 사이좋게 잘 지냅시다.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니 즐겁게 일 해야지요.

아무렴요

 

정원사는 관객을 향하여 크게 이야기하고 난후

춤을 추며 선녀는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인 연 1>

 

아름다운 하늘나라는

착한 신들이 모여 사는 곳

 

하늘나라는 모두모두

인연의 아름다움과 어리석음을

초월한 신들만이 모여 사는 곳

 

인연이란 이승에나 있는 일

인연이란 사바娑婆에 벌어지는 일

 

두 인연이 서로 만나

      아름다운 사랑이 되어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며

가정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좋은 벗을 만난 인연은

아름다운 벗으로 살아가며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들고

원수가 되는 쓰라림도 가져오고

 

인연이 가까이 다가오면

끌어당기는 힘이 생겨나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서로의 마음을 끌어당겨

서로의 인연을 만들어주다가

 

안될 인연이라면

쉽사리 떠나기도 하고

안타까이 헤어지기도 하고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인연이 찾아오고

수많은 인연이 떠나가고

 

선녀가 춤을 추기 시작하고 정원사는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인연 2>

 

만나고자 찾아가는 인연

만나고자 찾아오는 인연

 

소식 없이 찾아오는 인연

소식 없이 떠나가는 인연

 

불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인연

연기처럼 떠나 사라지는 인연

 

인연 따라 사랑하며

사랑 따라 또 인연이 생겨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연은

살아가는 즐거움을 만들기도 하고

풍파를 일으키기도 하고

 

왜 인연은 찾아오며

왜 만남과 떠남을 가져올까

 

나의 인연은 어떻게 생겨나며

나를 떠난 인연은

어디에서 어떤 인연을 만들까

 

인연이 무엇인지 의논하다가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니

 

좋은 인연만 만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인연 없이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정원사와 선녀가 춤을 추다가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퇴장하며

팔색조 옷을 입고 화려한 모자와 가면을 쓴 사람이 들어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나의 인연>

 

어렵고 힘겨울 때 

좋은 인연이 찾아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좋은 인연은

그냥 오는 게 아닌지요

 

다가올 때까지 참으며

정성껏 불러야 되는 건지요.

 

좋은 인연을 기다리며

빨리 다가오길 바라며

 

세상사 휩쓸리는 일들에

생각은 용솟음치고

마음마저 솟구치며

 

생각이나 마음은 파도처럼

수시로 모습이 변하여 움직이고


몸이 움직이면서 살아가다가

서로 만나는 속에서

인연이 생겨나고

 

살아가는 내 모습에 따라

나의 인연이 찾아온다고 하나

 

      정말. 살아가는 내 모습에 따라

      바라는 인연이 찾아오는 건지요.

 

팔색조 들이 천천히 퇴장하며

일곱 선녀들이 하얀 고깔에 꽃을 매달고 들어오며

꽃잎이 그려진 장포들을 출렁이며 아름답게 춤을 추니

한 선녀가 앞으로 나오며 노래 부른다

 

<견우와 직녀>

   牽牛織女

 

칠석날은

음력 7월 초이렛날.

음력 77일 날

 

은하수 건너가

일 년에 한번 만난다는 연인

 

하늘나라에 사는
직녀는 옥황상제의 따님이요

견우는 소를 모는 목동이라

 

어여쁜 직녀는 길쌈도 잘하고

성실한 견우는 소와 일도 잘하고

 

둘이는 맺어져 신혼 살림에

사랑의 달콤함이 그리 좋았나

사랑만을 하고 있으니

 

       직녀는 길쌈도 하지 않아

       일감이 늘어지고

 

       견우의 소들은

       하늘나라 꽃밭을 뭉개는데

 

       둘이는 밥도 먹지 않고

       밤낮없이 사랑만을 하고 있으니

 

참다 참다 화가 난 옥황상제

두 연인을 은하수 양편으로

떨어져 살게 만드니

 

견우는 동쪽

견우성 다비흐Dabih 별이 되고

 

직녀는 서쪽

직녀성 베가Vega 별이 되어

 

애틋한 그리움은 은하수에

안개를 일으켜 짙게 쌓이고

 

그리워 슬피우는 눈물은

비가 되어 땅에 내리니

 

쏟아 흘린 눈물은 홍수를 일으켜

땅의 사람과 동물들이 견디다 못해

 

견디다 못한 사람과 동물들이

옥황상재에게 간청하여

일 년에 한 번 만나게 되니

 

하 높기 도한 하늘나라 은하수에

누가 다리를 놓아 건네줄 수 있으랴

 

까치와 까마귀가 다 같이 모여

하 높아도 높게도 한번 날아보자

 

우리가 힘겨워도

은하수에 다리를 한번 놓아보자고

 

일 년에 한번 칠석날이 되면

까치와 까마귀 얼싸안은 머리들로

오작교烏鵲橋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가 밟고 지나가니  

칠석날 밤이 되면

까치와 까마귀 머리가 벗겨지고


기쁨에 저저 반가워 얼싸안아

견우와 직녀의 흘리는 눈물은

칠석날 가랑비 되어 내린다니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일 년에 한번 만나는 이런 인연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선녀들이 퇴장하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모여들어

춤을 추며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인연이 있다 없다 말들 하지 마.

인연에 매달리지 마

 

인연은 없는 거야

인연은 없는 거야

 

사람은 혼자서는 못살아

어차피 어울려 살 수밖에 없잖아

 

어울려 살아가자니 만나는 거야

그래서 만나는 거야

 

어울려 만나는 걸 인연이라 해

서로 만나는 걸 인연이라 해

 

좋은 인연 만나 즐겁고

나쁜 인연 만나 고생만 한다면

 

좋은 인연 만난 사람만 행복하고

나쁜 인연 만난 사람만 불행하게

살아가야한다면

 

너무나 불공평 해

너무나 불공평 하지

 

그래. 그래 서

서로 번갈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기는 거야

 

살아가는 습관에 따라

평소 가지고 있는 마음에 따라

나의 인연이 찾아오는 걸 거야.

 

가을 되면 낙엽이 굴러가지

바람 따라 한곳에 쌓이지

 

안개가 끼고 비가오고

서리가 끼고 하얗게 눈이 쌓여

낙엽은 보이지 않게 썩어가며

 

봄이 되어 눈이 녹으니

낙엽 속에 묻힌 씨앗이

연두색 새순으로 돋아나

 

.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

생명은 이렇게 시작되는 거야

 

새싹이 돋고 잎이 푸르러지고

열매가 열리고 낙엽이 떨어지고

 

이렇게 반복되어 이어가면서

새로운 환경이 생기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지

 

세상은 돌고 도는 거야

자연에 따라 돌고 도는 거야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고

나쁜 인연도 만나게 되고

좋게도 나쁘게도 살아가는 거야

 

살아가는 거는 나의 운명이야 

운명은 항상 나와 같이 가고 있어

 

나의 운명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운명은 내가 안고 가야한다지만

 

나의 운명도 내가하기 나름이야

나의 운명도 내가 바꿀 수 있어

 

내 인생은 내가하기 나름이야.

인연은 없는 거야

인연은 없는 거야

 

하얀 고깔에 꽃을 매단 일곱 선녀들이 꽃잎이 그려진

장포들을 출렁이며 상제님을 모시고 모두가 춤을 추고 있는

사이로 상제님이 앞으로 나오며 노래 부른다.

 

여러분.

인연이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인연으로 시작하여

인연으로 떠나가는 거 아닌가요.

 

좋은 인연도 만나고

나쁜 인연도 만나고

 

인연으로 시작하여 살다가

인연으로 떠나가는 거 아닌가요.

 

좋은 일로만 살아갈 수 없듯이

인연 또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나요.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갖고 싶은 인연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밝은 마음은 밝은 곳으로 가게 되고

어두운 마음은 어두운 곳으로 간다니

 

내 마음의 빛깔이 엇떠하느냐에

밝은 인연도 어두운 인연도

내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거 아닌가요.

 

좋은 인연을 만났어도

세상사가 가만히 놔두질 않으니

언제 나쁜 인연이 찾아올지 모르지요

 

나의 인연을 만나는 것도

나의 운명이려니, 그러나

나의 운명만 믿고 있으면 아니 됩니다.

 

저 은하수 속에 가려진 많은 인연 중에

나의 좋은 인연을 찾아내는

나의 노력이 중요하답니다.

 

어떤 인연을 만나든

한결같이 좋은 일을 하다보면

좋은 인연으로 바꿔지기도 한다지요.

 

기왕에 만난 인연 잘 다듬으며

행복한 인연으로 만드는 것도

 

내가 해내야할 내 몫이요

나의 소명이 되겠지요.

 

기왕에

알지도 못하는 인연으로 세상에 나와

서로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니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해봅시다.

여러 분.

 

인연은 아름다운 겁니다.

아름다운 인연과 함께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세요.

 

일곱 선녀들과 상제님이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추고 난후

관객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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