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착한귀신

서 휴 2018. 2. 13. 17:11

착한귀신

서 휴

 

동네 끝자락 후미지고 음습한 곳에

모처럼 귀신들이 모여

악령보다는 선령이 더 많다고 하는 군요

 

악령은 악한귀신이고 나쁜 귀신이며

선령은 선한귀신이고 착한 귀신이랍니다.

 

똑같은 귀신을 왜 령자를 붙이고 부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좋은 귀신이 더 많다고 하며

착한귀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답니다.

 

지금부터 “내가”는

“착한 귀신” 자기를 말한답니다.


 

오늘처럼 춥고 바람 부는 날 이른 아침에

“편 숙희”는 회사 버스를 타고 출근하려

살짝 얼은 길을 바삐 걷고 있지요

 

길바닥이 약간 얼어있는데

뾰족 구두 하이힐은 뭡니까

하기야 아리따운 처녀니까요.

  

골목 모서리에서 “편 숙희”는

얼음에 삐끗하여 앞으로 꼬꾸라지는데

 

골목에서 튀어나온 “온 대성”이가

뒤로 넘어지며 미끄러져 부딪칩니다.

 

어. 이거.

모습 좀 보세요.

 

앞으로 꼬꾸라진 “편 숙희”가

뒤로 미끄러져 들어온 “온 대성”이의

허벅지에 얼굴을 묻고 있네요.

  

둘이는 황망하여 어쩔 줄 모르다

일어서는 “편 숙희”를 털어주며

“온 대성”이는 정중히 인사합니다.

 

“편 숙희”는 회사 버스를 타고 떠나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온 대성”이는

일반 버스를 타고 출근합니다.

  

달리는 회사 버스 안에서

“온 대성”이의 환한 얼굴이 떠올라

“편 숙희”는 깜짝 놀라 살폈으나

잠깐 존 사이 꾼 환상이었지요.

 

참 이상도하지

그렇게 넘어졌으면 큰상처가 날 텐데

모르는 사람과 부딪쳐 안전하다니.

  

“온 대성”이도 놀랐지요.

뒤로 넘어져 머리도 깨지지 않고

아름다운 처녀의 얼굴을 받쳐 주다니

 

버스를 보니 일류회사에 다니네.

이름은 뭘까.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모두 다 “내가” 연출한 것이지요.

      앞으로가 중요하니 지켜보세요.

  

어느 날 출근길에

그 골목 그 모서리에서 “온 대성”이가

미끄러져 앞으로 넘어지는데

 

핸드폰을 보며 오는 사람과 부딪쳐

핸드폰이 떨어지니

 

어 어 헡. 핸드폰은 무사히 잡았으나

나동 거려지며 코가 깨져있네요

  

핸드폰을 건네주다 보니

그날 그때 “편 숙희”가 아닙니까. 

  

이번에는 “편 숙희”가 손수건으로 털어주며

깨진 코가 아프겠다며 병원에 가보랍니다.

  

    그 골목 모서리는 옴이 붙었나.

왜 부딪치기만 해요

 

좋은 인연이 쉽게 만나집니까.

세 번 부딪쳐야 인연이 닿습니다.

 

“내가” 알아서 잘 부딪치게 한다며

 좀 기다려 보랍니다. 

  

“온 대성”이는 모 중소기업 연구실에서

평생을 용접 분야만을 연구하는

연구소장님 밑에서 열심히 근무하지요.

  

용접기에도 세가지 분야가 있어

전기용접기. 스폿용접기. 알곤 용접기로

구분되며

 

분야별로 사용하는 종류도 많아

연구 분야가 다양하고 넓습니다.

 

새로운 이론을 정리하여

더 효율적인 용접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 심혈을 기울이게 되지요

  

연구소장께서 혼 심을 다하여 특허 낸

자동화 용접기계는 이미 판매 되어

 

자동차 조립 공정이나

배 만드는 조선소에서

 

두꺼운 철판을 서로 이어주거나

한 부분을 접착시키는데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요

  

어느 날 “편 숙희”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중소기업을 검색하게 되지요

 

“편 숙희”는 놀랍니다.

“온 대성”이가 이 회사의 연구원이라니요

  

“편 숙희”는 망설이다 전화합니다.

         여기 OO 종합무역상사인데요

         용접기계를 사려는 바이어가

         구매 상담을 하고 싶어 합니다

  

예에. 어느 나라인데요.

예에. 고객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데

         OO 용접기계를 찾고 있어서요.

 

예에. 오시겠다고요. 고맙습니다.

         설명이 필요하니 오실 때

“온 대성” 연구원과 같이 오실 수 있는지요.

  

아니. “온 대성” 연구원을 잘 아십니까.

아니요. 조금요.

좋습니다.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

    

영업부장과 “온 대성” 연구원이

출입증을 받고 엘에 베타를 타고

특수 사업부를 찾아

  

모서리를 돌다가 “온 대성”이와

“편 숙희”는 제대로 꽈당 부딪칩니다.

 

“온 대성”이는 몹시 놀랐지만

“편 숙희”이는 정중하게 안내하며

외국인 구매자와 인사시킵니다.

 

      이제 세 번다 부딪쳤네요.

      마저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수량도 많은 데

바이어가 흡족한가 봐요

   

그만큼 가격도 깎아줬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다 “편 숙희”씨 덕분이지요.

참 “온 대성”님

혹시 온달장군 “온씨” 입니까.

 

마저요. 혹시

평강공주 되시면 참 좋겠습니다. 만

   

      잘 이뤄질 겁니다.

      “내가” 착한 귀신입니다.

  

이렇게 착한 귀신을 만나면

안 되는 일이 없겠지요.

  

이번 설 명절 잘 지내시면

좋은 복이 들어오실 겁니다.

좋은 복 많이 받으세요.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 애  (0) 2019.02.04
귀 신  (0) 2018.02.25
추억  (0) 2017.07.10
소리 없는 돌  (0) 2017.03.03
제례와 차례  (0) 201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