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추억

서 휴 2017. 7. 10. 07:27

추억

서 휴

 

 

내가 룸살롱 할 때

예쁜 아이들도 많아

유명한 분들 꽤나 드나들었지요.

 

좋은 사람으로 기억만 하렸는데

이렇게 찾아주시다니 반가워요.

 

잘 나간다. 소문은 들었지만

이젠 볼 수 없다. 생각하였는데

느지막이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그래요. 나는

나는 술맛 따라 마음 변하는

그저 술이나 파는 여자가 아니었지요.

 

어쩌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

아이들은 어리고 참으로 막막하였지요.

 

동창이 하던 그 룸살롱에서

처음엔 주방을 봤었어요.

 

술안주도 만들어주고

필요할 땐 돈도 빌려주었지요.

 

사람의 인연은 이상도 하지요.

한 좋은 손님이 그 친구를

죽자 살자 매달려 결혼하여 떠나니

 

크지도 않은 그 룸살롱을

우여곡절 끝에 떠안은 거지요.

 

젊은 그때는 용기가 있어 좋았어요.

모든 게 다 의욕에 차 있어

일들도 잘 풀려나갔지요.

 

비록 술집이지만

여자가 몸을 팔지 않는 술집

밤늦은 손님과는 못 나가게 하였지요.

 

예쁜 아이들을 가르치고 단속하여

마지막에 거절하는 예의를 가르쳤어요.

 

욕하는 손님도 있고

떠나는 아이도 있었으나

 

몸을 팔지 말라니 그러려니 생각하다

잘 나가는 분들

유명한 분들이 찾아오게 되어

 

자리도 잡히고 손님이 많아져

예쁜 아이들도 많아지고

평수도 늘리며 꽤나 재미를 봤지요.

 

그때 선생님을 만났어요.

보자마자 내 마음이 흔들렸지요.

 

내가 사랑하던 첫사랑

갑작스레 저세상에 가버린 남편과

흡사하고도 목소리마저 같은 분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

온몸이 전율을 일으키며

감동으로 눈물이 흐를 뻔하였지요.

 

선생님 마음을 붙잡고자

정성을 많이 들인 건 사실에요.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함이 없었어요.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얻지 못한 나는

병을 앓게 되어 룸살롱을 떠나게 됐지요.

 

여자 나이 60이 넘어

뒷방에 앉아 있는 듯 한가로워지니

 

문득 떠오르는 추억에

울기도 웃기도 후회도 하지만

 

잘 나가던 분들

유명하셨던 분들

 

한낮 지나간 그림자요

다 부질없는 양반들이더이다.

 

예전에 누굴 알았고 이런 건

필름 속을 지나는 추억이지요.

 

흘러가 버린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이

 

떠나간 양반들 되새기는 건

다 부질없는 일인 거지요.

 

그렇게 사랑한다던 사모님

저세상으로 간 사모님 없다고

찾아온 마음 고마워요.

 

이제 인생길을 같이 가자고요

인연을 맺어 사랑하며 살자고요

다시 마음을 고쳐먹으라고요

 

내 맘을 자꾸 흔들지 말아요.

그때는 울면서 사모하였지만

 

그래요.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 옛날의 젊은 여자가 아니지요.

 

다 흘러갔잖아요.

세상도 사람도 마음도 다 흘러가잖아요.

 

흐르는 세월에 쌓이다 보니

이제는 사랑에 매여 살고 싶지 않아요.

 

한 사람의 사랑도 지켜내지 못한 내가

이제 와서 욕심을 내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짝꿍과 인연이 없는 여자인가 봐요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씀 고마워요

 

하지만 울고 싶어요.

그러나 그때처럼 울지 않으렵니다.

 

그러나 이봐요. 선생님.

당신은 여자가 아니잖아요.

 

슬픔에 넋을 놓지 말아요.

유아독존이잖아요

 

모든 일은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세상 이치이겠지요.

 

다 흘러가잖아요.

흘러간 슬픔도 경륜이 되겠지요.

헤쳐나갈 결심을 하셔야지요.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을 때 좋은 사람 만나

좋은 일도 이루어지겠지요.

 

멈추지 않고 살다 보면

추억도 따라가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내겠지요

 

더는 울지 않으렵니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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