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가거도의 봄(2)

서 휴 2012. 3. 23. 12:37

 

가거도의 봄(2)

서 길 수

 

 

안개와 구름많은 '가거도' 독실산'에

찬바람은 불어오는데

 

이슬처럼 맺힌 어름방울들을 눌러앉고

나즈막히 새순이 서있는 인동초

 

연갈색의 솜털에 살짝싸인 어린새순이

차거운 눈얼음 방울에 떠받쳐 가냘히 서있다

 

겨우살이 덩쿨 인동초(忍冬草)

한겨울에도 마르지않고 기어코 이겨내는 인내와 끈기

 

그렇게 시련을 겪었음에도

인동초는 연약한듯 굿굿함으로 홀로 서있다

 

흰꽃과 노란꽃이 한꺼번에 달려 피기에

노오란 금과 하얀 은같다하여 금은화라 부르기도 한다

 

크고 강하지도않은 몸으로 차가운시련을 이겨낸 슬기에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걸까

 

가거도의 복수초

얼어붙은 눈꽃사이로 연갈색의 좀긴 꽃대만을 바시시 세우고

피빛같은 자주색갈로 꽃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높은 꽃대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처럼

샛 노란꽃이 활짝피어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일본 혹가이도의 전설에서는

      아버지신이 하나뿐인 아름다운 외동딸을

      용감한 땅의신에게 시집보내려 하였단다

 

      외동딸은 완강한 아버지의 마음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연인과 몰래 도망을 간단다

 

      아버지는 찾아내어 눈어름속에 가두었으나

      끝내 말을 듣지않고 하나의꽃으로 변하였단다

 

      눈얼음 덩어리를 피를 흘리며 밀어내며

      피어나는 복수초

 

      피가묻은 긴목을 추켜세우며 화려한 꽃을피워

      사랑하는 이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단다

 

      복수초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이고 있단다

 

      같이 도망갔던 연인은 무얼하고 있을까

      변절한 모양이다

      그럴까 아닐까

 

우리나라의 복수초福壽草

노오란 황금빛갈의 꽃색갈처럼

복받으며 오래오래 살라는뜻이 담겨있는듯

 

영원한 행복 말한다 합니다

우리가 더 풍요로운 행복을 생각하는듯 합니다

 

         바닷가 절벽위 바위 틈사귀에

         한묶음의 긴 이파리를 바람에 흩날리는 밀사초

 

         봄을 맞이하는듯 긴꽃대를 세워

         작은 좁살들이 붙어있는듯

         노란꽃을 피우며 흔들리고

 

         잔디보다 훨씬긴 잡초같은 밀사초

         누구도 눈여겨 보지않는 한낱 풀이기에

         그자리 그데로 서있을수 있었나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며도

         차거운 겨울도 두렵지않은 밀사초

          화려하지않은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려합니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노를 져어나가

가득 잡힐때까지 돌아오지않는 가거도 섬사람

남정네들의 끈질긴 붉은열정이 담겨있는 동백꽃

 

진초록 두터운잎사귀 앞으로 내밀어

봄이 올때까지 기다리며

빨간 땀방울에 익어버리는 동백꽃

 

무리지어 꽃을피워 잘지탱해오다

입춘이 지나면 가거도에 봄을 알리며

 

소임을 다했다고

성급하게 몸을던져 붉은꽃 바닥을 이룬다 

 

뜨거운 정열이란 기다릴만큼 기다리다

그렇게 쉬이 사그라드는걸까

툭툭툭 붉은꽃 바닥을 이룬다 동백꽃들이

 

 

         자투리 밭에는

          도라지꽃이 얼고 풀리고하며 메마른채 서있고

         조금씩 자라는 시금치는 초록색갈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돌담밑에는 쑥부쟁이

         겨울지내느라 깡마른체 바람에 흔들리고

 

         봄이되면 어린순이 돋아나 나물로 먹을수있으며

         잘말리어 해열제나 이뇨제로 쓴다합니다

 

         곳곳의 매화꽃들은 활짝피어 여기저기서 손짓하고

         쑥 달래 곰취 냉이등 나물들은 고개를 내밉니다  

 

         어느때 누가 그리 심어놓았는지 알수없는

         많은 살구나무들이 물기가 차오르며

         꽃봉우리를 움트고 활짝웃으면

         가거도의 ‘앵화골’을 빠알갛게 물들일 것입니다

 

노루귀 삼사월이 되면 잎보다 꽃이 먼저핍니

자주색갈의꽃 하얀색 또는 분홍색을 띠기도 한답니다

꽃에는 꽃잎이 없고 6장의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보인답니다

 

봄이 익으면 보송보송한 노란 참식나무 새순도 올라오고

연갈색의 후박나무 새순이 활짝피기 시작합니다

 

바람처럼 급하게 올듯하면서도 천천히 오고있

가거도의 봄

 

우수 경칩이 지나며 잔설이 나리고 비가되어 내리면

가거도의 봄은 그렇게 푸르름이 시작됩니다

 

          <쉬어가는글>

 

        초봄눈이 체녹기전 갯가의 밀사초는

        긴잎파리를 바람에 흩날리며 누런 덩어리꽃을 피우고

        가거도의봄을 맨처음 알리지요

 

        밀사초는 섬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풀입니다

        가거도에서는 묘을쓸때에 잔듸가없어

        육지에서 잔디를 사오지 않고 밀사초를 입힙니다

 

        비가 올때는 짚대신으로

        도롱이를 만들어 쓰고다녔습니다

 

        한겨울에도 이파리가 살아있어 소들이 잘먹는 풀입니다

        밀사초를 말리면 볏짚처럼

        이파리가 길면서 아주질긴 풀이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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