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해안가(3)

서 휴 2012. 3. 23. 12:18

 

해안가 (3)

서길수 

 

 

납당말을 지나 성근여를 끼고 돌아가면

백 여메타나 높다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길고긴 섬둥반도

 

올려보기도 힘든 벼랑 끝에

꽃들과 나무들이 메달려 

화려한 자태로 춤을 추고 있으니

 

비 개인 후 무지개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왈츠를 추게 하고

 

빠른 바람은 도드리장단에 맞추게도 하며

지르박 왈쓰 부르스 탱고

바람마다 다른 춤을 추게 만드네

 

험하고 험한 섬둥반도 등허리는

걷고 싶어도 바람에 날아갈 듯

까치발로 걷기도 힘들게 하네

 

섬둥반도 밑자락 중간쯤에

서있는 커다란 모녀바위

 

어린딸 앉고서 세찬바람 맞으며

뱃길 나간 낭군이 혹여 웃으며 돌아올까

마냥마냥 바라보기만 하네

 

보고픔이 얼마나 컸으면

어린 딸과 같이 

사람 키 열두 배의 큰 바위로 변하였을까

 

먼 바다 바라보는 망부석

모녀바위라고 부를 때 마다

듣는 마음도 슬퍼 눈물 흐르게 되네 

 

섬둥반도 지나

신선봉 밑 절벽을 따라가며

개자리 바닥바위 신간여 볼락개취 오간여 등대짝지

 

절벽 절벽 사이 등대짝지에 닿아

가파른 높은 계단

그 위에 올라서면

 

넓은 바다에 떠있는

큰국흘도 작은국흘도 개린도 개린여 신여

왼쪽의 작은 여를 바라보게 하네

 

아담하게 다듬어만든 등대 곁에서

먼 바다 넘어 

상하이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

 

곁에 있는 여인은 왜그리 아름다우며

서 있는 모습은 왜그리 어여삐 보일까

 

두 사람의 마음은 바닷바람에 씻기어

맑은 마음에 뜨거워지는 사랑만이 남아 

부등켜 안으며 떠날 줄 모르네

 

그 험한 절벽위에서 누가 말하였나.

마지막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

등대짝지라고

 

손잡고 걸어나오는 눈빛이 다르네

사랑이 너무 깊어 한몸으로 나오네

 

배는 노를 저어 오동여 검은여 두억서 지나

가거도의 맨 끝에 있는 큰 섬들

커다란 섬 국흘도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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