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3)
서길수
납당말을 지나 성근여를 끼고 돌아가면
백 여메타나 높다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길고긴 섬둥반도
올려보기도 힘든 벼랑 끝에
꽃들과 나무들이 메달려
화려한 자태로 춤을 추고 있으니
비 개인 후 무지개 떠오르면
나도 모르게 왈츠를 추게 하고
빠른 바람은 도드리장단에 맞추게도 하며
지르박 왈쓰 부르스 탱고
바람마다 다른 춤을 추게 만드네
험하고 험한 섬둥반도 등허리는
걷고 싶어도 바람에 날아갈 듯
까치발로 걷기도 힘들게 하네
섬둥반도 밑자락 중간쯤에
서있는 커다란 모녀바위는
어린딸 앉고서 세찬바람 맞으며
뱃길 나간 낭군이 혹여 웃으며 돌아올까
마냥마냥 바라보기만 하네
보고픔이 얼마나 컸으면
어린 딸과 같이
사람 키 열두 배의 큰 바위로 변하였을까
먼 바다 바라보는 망부석을
모녀바위라고 부를 때 마다
듣는 마음도 슬퍼 눈물 흐르게 되네
섬둥반도 지나
신선봉 밑 절벽을 따라가며
개자리 바닥바위 신간여 볼락개취 오간여 등대짝지
절벽 절벽 사이 등대짝지에 닿아
가파른 높은 계단
그 위에 올라서면
넓은 바다에 떠있는
큰국흘도 작은국흘도 개린도 개린여 신여
왼쪽의 작은 여를 바라보게 하네
아담하게 다듬어만든 등대 곁에서
먼 바다 넘어
상하이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
곁에 있는 여인은 왜그리 아름다우며
서 있는 모습은 왜그리 어여삐 보일까
두 사람의 마음은 바닷바람에 씻기어
맑은 마음에 뜨거워지는 사랑만이 남아
부등켜 안으며 떠날 줄 모르네
그 험한 절벽위에서 누가 말하였나.
마지막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
등대짝지라고
손잡고 걸어나오는 눈빛이 다르네
사랑이 너무 깊어 한몸으로 나오네
배는 노를 저어 오동여 검은여 두억서 지나
가거도의 맨 끝에 있는 큰 섬들
커다란 섬 국흘도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