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회룡산

회룡산 4.가무짝지

서 휴 2014. 11. 19. 19:33

 

회룡산回龍山

서길수

 

이 올라와 회룡산 回龍山을 만들다

 

4. 가무짝지 歌舞作地

 

절벽으로 둘러싸여 산비탈로 이뤄진

가거도 可居島 이다 보니

 

짝지 밭이라고 하는 평평한 곳이 너무 적어

을 만들 수 없어

 

그저 집 옆에 돌을 걷어내고 일군 자투리 밭만 있을 뿐이라

보리농사도 풍족하지 않은 곳이 가거도 可居島라 합니다.

따라서 볏짚도 없으며 또한 그 흔한 잔디밭도 없지요

 

그저 바다에 나가 물고기만을 잡으며 살아가야하는

삭막索莫한 곳으로 오해誤解를 받을 수도 있는 곳이랍니다.

 

그러나 가거 도는 세 가지의 풍성함을 가지고 있지요

첫째는 각종 물고기가 많이 잡히며

둘째는 섬 전체가 후박나무 숲을 이루며

셋째는 맛있는 음식솜씨와 더불어 인정이 넘친답니다.

 

요즘처럼 좋은 어선漁船들이 나오기 전에는

연근해沿近海에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다보니

이렇게 먼 가거 도까지는 올 필요가 없었지요.

 

목선木船으로 목포木浦까지 저어가면

날씨가 좋아야 이틀이 걸려 중간에서 자고가야하며

얼마나 심한 뱃멀미를 겪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지요.

 

6.25 전쟁도 모르고 살던 외롭고 외딴섬 가거도可居島

어느 날부터 고깃배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지요.

 

6.25 전쟁으로 배들이 바다에 한동안 나가지 않으니

그때부터는 점차 물고기들이 워낙 많이 잡히어

많은 배들이 모여들며 파시波市를 이루기도 하였지요.

 

고기가 한창 많이 잡힐 때에는 배들끼리 생선 장사를 하게 되지요

바다위에 시장市場이 열리다 보니 파시波市 라고 한답니다.

 

물고기들이 워낙 많이 잡히다보니

독실산犢實山 밑자락 절벽 위에 비좁은 산비탈에

3,000명 이상이 살며 북적거렸으나 이제는 500여명이 살아가지요.

 

지금은 초등. 중학교 학생이 전부 30명이 안되나

한때는 초등학교 분교가 셋에 흑산黑山 중학교 분교가 있었답니다.

 

어선들이 커지고 빨라지며

트롤선trawler이라고도 하는 저인망어선底引網漁船이 나오면서

큰놈 작은놈 새끼도 구별 안하고 싹 쓸어가니

물고기도 줄어들고 사람들도 떠나갔지요.

 

이제는 그나마 가거초 可居礁에서 많이 잡을 수 있으니

중국 배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가거초可居礁 에는 물론이며

가거도可居島 의 이곳저곳까지 들어와 불법不法으로 잡아가며

 

우리 해양경찰의 승선乘船을 막으려

배들을 서로 붙이고 깔 쿠리 같은 긴 쇠막대기를 죽기 살기로

휘두르며 위협하면서 살인사건도 일으키지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쳐놓은 그물을 찢고

어구漁具들을 매단 줄을 끊으며 고기를 못 잡도록 피해를 일으키지요

우리 어민漁民들이 먹고 살도록 좋은 해결책解決策이 나오면 좋겠어요.

 

가거도에서 제일 큰 마을  대리마을

뒤쪽 언덕배기에 있는 가거도의 유명한 고갯길을

 

그 길 모양이 삿갓 을 쓰고 가는 것처럼 모양이 겹쳐지다보니

삿갓 재라 하기도 하며 샛갓 재라 부른답니다

 

자투리 밭도 구경하고 큼직한 후박나무예덕나무 들도 만 저보면서

두충, 여정실, 상백피, 천문동, 복분자 나무들도 찾아보기도 하고

 

이 길가에 후박나무가로수로 심으면 좋을 텐데.

천리향 꽃향기는 어디에서 다가오나.

샛갓재가 쉬운 길이 아니구먼.

 

꾸불꾸불 올라가다보면 발전기가 돌아가는 발전소를 지나며

한참이나 갈지자 걸음으로 올라가다 보면 회룡산 입구를 지나고

이어 샛갓 재가 되는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되지요

 

샛갓 재섬등반도로 가는 길과 우뚝 선 신선봉神仙峰을 지나

백년등대百年燈臺로 가는 길목이며 삼거리가 되면서

산허리를 질러 독실산에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도 있지요

 

샛갓 재에 올라서면 궁금한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들지요

왜 그럴까요.

샛갓 재에 가면 왜 궁금해지는 게 많아질까요.

 

잘생긴 왕자님은 먼 곳들을 바라보다가

섬둥반도신선봉백년등대독실산을 다음에 가보기로하며 

독실산 줄기를 타고 산비탈 따라 방공호 쪽으로 내려오면

 

햇볕이 후박나무 숲에 가려 침침한 안개가 일며

이끼가 낀 큰 돌 사이로 힘들게 걷다보면

널찍한 달뜬 목에 다시 다다르게 된답니다.

 

달뜬 목해뜰 목에 가는 길과 독실 산을 오르는 길

그리고 대리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되지요

잘생긴 왕자님은 달뜬 목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머물 곳을 찾아봅니다.

 

바닷가 짝지 밭은 파도소리가 자주 일어나며 태풍이오면 위험하지요

샛갓 재를 오르는 대리마을은 넓으면서 길목은 좋으나

항구가 되어 배들이 드나들며 무언가 기다리는 곳 같기도 하고

 

좀 더 운치韻致 있는 곳은 어딜까

고상高尙하게 품위를 갖출 수 있는 멋있는 장소를 찾으려합니다

 

길도 잘 안 보이는 수풀을 헤쳐 가며 가까스로 내려갑니다.

해뜰 목에서 남문南門을 향하여 빨간 등대燈臺가 서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새빨간 등대燈臺가 서있는 이곳을 가무짝지 歌舞作地라고 하지요.

 

고향을 그리워하듯 남해안들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있다 보면

저절로 흥이 나 슬픔도 기쁨도 노래하고 춤을 추게 되는 곳이랍니다.

 

가거도 사람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나 봐요

다른 곳에도 가무짝지가 있거든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무검은 걸 말하며

짝지는 무언가 할 수 있는 마당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검정돌이 많은 마당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지요.

가거 도에는 검정돌이 많으니까요

 

이곳 등대가 서있는 가무짝지 歌舞作地

천상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노래하며 춤추었던 곳이라 하여

이곳만을 가무짝지歌舞作地라는 한문이름을 쓰며

검은 몽돌들이 없는 유일한 가무짝지가 되지요

 

가무짝지 歌舞作地물둥개 절벽이 바람을 막아주며

동남쪽을 향하다보니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하고 아늑한 곳으로

아래로는 바다로 통하는 남문도 있지요

 

잘생긴 왕자님은 이 가무짝지 歌舞作地

호위장군병사들과 더불어 마당을 넓게 고르며

여러 개의 천막을 치면서 머무를 준비를 한답니다. 

 

가거초 可居礁에서 용궁龍宮을 나와 국쿨도局屈島로 헤엄쳐오고

용출동 龍出洞에서 높이 솟아올라와 험준한 물둥개 절벽도 오르고

몇 군데를 다니느라 피곤도 하지요

 

옥황상재玉皇上帝님은 언제 오실까요.

언제나 만나볼 수 있을까요

시간도 날짜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한 일도 없지요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는 출렁이지요

따스한 햇볕은 졸음을 몰고 오지요

후박나무약초들이 내뽑는 향기는 실바람을 타지요

언제 오실지 모르는 옥황상재님을 기다리기도 그러네요.

 

잘생긴 왕자님은 아름다운 경관에 흠뻑 빠지며 흥얼거리다

노래를 부르며 을 추기 시작한답니다.

 

호위장군은 바라보고 병사들은 장구와 북을 치며 피리를 불고

다 같이 어울려 춤을 추게 되지요.

 

        여기서 용궁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천상이 얼마나 될까

 

        헤아리며 알아보기 어렵네.

        헤아리며 바라보기 어렵네.

 

        헤아리며 알 수 있는 게 무얼까

        헤아리며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세상에는 일도 많다는데 알 수가 없네.

        세상일을 어찌나 다 알 수나 있으랴.

 

        아아 아름다운 가거도

        용궁도 천상도 가까이 있다네. 

 

        용궁도 천상도 헤아리며 불러보아도

        나는 모르겠네.

        나는 모르겠네. 

 

        용궁도 천상도

        대답이 없다네.

 

5. 아홉골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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