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초
密絲草
서 휴
눈 녹이려
세찬 바람 다가오면 은
황록색黃綠色 긴 이파리
바람에 흩날리다
누런 덩어리 꽃 피우며
봄소식 알리는 밀사초密絲草
벼 심을 논이 없는 가거도
볏짚이 없는 가거도
잔디가 없는 가거도
밀사초密絲草 베어다 엮으면
볏짚처럼 길고 질긴 수풀이 되어
비올 때 볏짚 대신 도롱이 만들어 쓰고
가을에는 볏짚처럼 초가草家 지붕 씌우고
나이 드신 어른 돌아가시며
목선木船 타고 고기 잡는 아들
보고 싶어 하시면
추울세라 빙 둘러 돌담을 쌓고
밀사초密絲草 덮어 초분草墳 만들어
고기 잡다 힘들면
안개 덮인 독실산犢實山 자락
초분草墳 바라보며 부모님 생각하지요
갯가 산자락
섬사람 돕는 밀사초密絲草
가거도의 민초民草 라며
누런 이파리들
한겨울에도 살아 손 흔들고
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검은여 섬들
밀사초密絲草 수풀에 알을 낳는
바다재비.
흰날개해오라기.
바다직박구리 슴새
소牛들도 송아지 앞세우고
즐겨 밀사초密絲草 뜯으며
황로黃鷺 새
소 등위에서 먼 고향 바라보고 있지요
***** 흑산도에서도 두 시간을 더 가야하는
가거도 섬에는
639메타의 높은 독실산이 차지하고 있어
온통 절벽뿐으로 논이 없습니다.
악어에 악어새가 있듯
가거도에는 황로 들이
소 등을 타고 다니며
겨우내 소에 붙어사는
벌래나 진드기를 잡아먹지요
‘소리도’ 칭구 ‘은거隱居’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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