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밀사초

서 휴 2013. 3. 26. 09:13

밀사초

密絲草

서 휴

 

 

눈 녹이려

세찬 바람 다가오면 은

황록색黃綠色 긴 이파리

 

바람에 흩날리다

누런 덩어리 꽃 피우며

봄소식 알리는 밀사초密絲草

 

벼 심을 논이 없는 가거도

볏짚이 없는 가거도

잔디가 없는 가거도

 

밀사초密絲草 베어다 엮으면

볏짚처럼 길고 질긴 수풀이 되어

 

비올 때 볏짚 대신 도롱이 만들어 쓰고

가을에는 볏짚처럼 초가草家 지붕 씌우고

 

 

나이 드신 어른 돌아가시며

목선木船 타고 고기 잡는 아들

보고 싶어 하시면

 

추울세라 빙 둘러 돌담을 쌓고

밀사초密絲草 덮어 초분草墳 만들어

 

고기 잡다 힘들면

안개 덮인 독실산犢實山 자락

초분草墳 바라보며 부모님 생각하지요

 

 

갯가 산자락

섬사람 돕는 밀사초密絲草

 

가거도의 민초民草 라며

누런 이파리들

한겨울에도 살아 손 흔들고

 

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검은여 섬들

밀사초密絲草 수풀에 알을 낳는

 

바다재비.

흰날개해오라기.

바다직박구리 슴새

 

들도 송아지 앞세우고

즐겨 밀사초密絲草 뜯으며

 

황로黃鷺

등위에서 먼 고향 바라보고 있지요

 

 

***** 흑산도에서도 두 시간을 더 가야하는

       가거도 섬에는

 

       639메타의 높은 독실산이 차지하고 있어

       온통 절벽뿐으로 논이 없습니다.

 

       악어에 악어새가 있듯

       가거도에는 황로 들이

 

       소 등을 타고 다니며

       겨우내 에 붙어사는

       벌래진드기를 잡아먹지요

 

소리도칭구 은거隱居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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