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갯바위

서 휴 2013. 2. 9. 14:11

갯바위 (1)

서 길 수

 

 

파도치는 갯바위를 딛고서서

낚싯대를 잡고 있으면

 

가거도의 절벽은

펼쳐놓은 병풍이 되어 나에게 다가오며

바람은 휘모리장단처럼 급히 두들겨 지나간다

 

앞만 보며 달려온 세월

늘상 하는 생활에서 잠시 떠나와

 

파도는 다가왔다 밀려가고

다시 또 오고

 

가거도 까지 와

내 자신과 타협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눈은 먼 바다를 바라보며

손맛에 몰입하면서도

 

마음의 평화

행복한 사랑

세상과 타협하는 일에 마음이 간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좋은 영감으로 또 다른 결심을 하게 될지 모른다

 

손에 힘을 주었다 놓으며

릴 대를 들어 올려 미끼를 다시 끼운다

 

한참서서 기다리면

그림자 같은 여인이 다가온다

 

나는 그녀와 속삭이며

바다 물결 따라 손의 감각을 기다린다

 

조용한 마음에서 밝은 기운이 찾아온다고

늦은 밤

짐을 챙겨주며 배웅하던 나의 여인

 

나의 사랑하는 여인은

나와 세상의 징검다리가 되어

 

마음의 촛불을 켜주며

새로운 결심이 나도록 힘을 실어준다

 

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고개를 들면

넓게 펼쳐진 바다위에

우뚝 선 가거도

 

꿋꿋한 그대가 있어

힘이 있는 기쁨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나는 힘주어 릴 대를 잡고

감았다 풀었다하며 힘차게 당겨본다

 

나의 사랑하는 여인

나를 바라보는 여인

 

여인과 더불어 사는

우리 가족들

 

사랑의 지켜야할 도리는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가거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녀바위  (0) 2018.02.05
밀사초  (0) 2013.03.26
가거도의 자살바위  (0) 2012.12.24
가거도의 '가거항'  (0) 2012.12.07
가거도  (0) 2012.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