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사랑

가거도의 해뜰목

서 휴 2013. 1. 5. 11:03

 

가거도해뜰목

서길수

 

 

 

먼 남해안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

 

항상 물안개에 가려

인공위성이 솟아오르는 나르도는 볼 수 없지만

 

가거도의 해뜰목

왜 그리 높은 곳에 있을까

 

배를 타고가

커다란 거북바위등을 타고 기어오르면 될까

아니다

 

조금 더 가

고래가 물품는 곳에서

내뽑는 물기둥 타고 풀쩍 뛰어오르면 될까

아니다

 

깎아지른 까마득한 절벽 위

후박나무도 서있기 어려운 곳에 가거도의 ‘해뜰목’이 있다

 

대리마을

회룡산 자락 녹섬

배들이 잔잔한 가거항

장군봉앞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의 물안개를 들이쉬고

산에 오를 준비체조를 하자

 

멀지않은 옛날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스님 한분이

 

긴 세월동안

가거도 사람들과 애환을 같이하며

기거하시던 당제에 오르고

 

후박나무 넓은 숲을 지나

독실산 너머로

 

달님이 밤을 지나가시며

달뜬 목을 비워 놓으면

우리는 ‘달뜬목’ 빈자리를 지나가야한다

 

달뜬목에서

독실산 가는 길

해뜰목 가는 길

 

정초 초하룻날 새벽녘

신연맞이 소원 빌러

이제 해뜰 목으로 가자

 

후박나무 숲길은 긴 터널을 지나듯

희끗희끗 바다를 보이며

 

지나온 한해의 묵은 마음을 만져주고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길을 잡아준다

 

이 많은 후박나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약이 되듯

 

그에서 내뿜는 향기는

우리 몸을 감싸며 신비로운 마음을 일으킨다

이른 새벽부터 상쾌하게 하여준다

 

바람이 분다

해뜰 목에 들어서면

찬바람이 휘몰아 오며 우리를 맞이한다

 

깎아지른 절벽 위

바위 옆에 후박나무 고목들이 서있고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 물둥개 절벽

더 나갈 수가 없다

 

해뜰 목 바로 코앞에

가늘며도 높다란 쫏빗하며도 엄청난 절벽바위

천길 낭떠러지 물둥개 절벽

 

한참이나 되는 그 밑이 고래가 물품는곳 이란다

내려다보면 머리가 핑돈다

상상하기 어렵다 신비하다

 

왼편으로 옮겨가며 고개를 내밀어도

역시 가파른 절벽은 이어지며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에서 부터 지금까지도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였다는 곳 구절곡

 

수천 수만년 동안

후박나무 숲만 우거져

저 울창한 후박나무 숲속에 깎아지른 구절곡

 

하수오도 있고

산삼도 많으려니

 

그 귀한 하수오가거도에서 찾아지나

산삼 씨앗은 누가 뿌릴 수가 있을까

먼 육지에서 까마귀인들 물어올수 있을까

 

그래도 정월 초하루니

긴 밧줄 메고 내려가 볼까

아서라 정초부터 횡재를 바랄 손가

 

그 길고긴 절벽 밑에

멀고먼 고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망향바위가 사연을 안고서 외롭게 홀로 서있다

 

사람이 홀로 서있을 때

마음도 가만히 있을까

 

사방을 둘러보듯

마음은 시공을 넘고 세월을 넘어

나의 모습을 하나하나 훑어보고

 

즐거움과 후회스러움

절망스러웠던 일

간절히 바라는 소망

하나둘 모든 생각을 하며 지나가겠지

 

그래그래

이제 해뜰목에서 마음을 씻고

희망을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해보자

 

그래서 가거도에 온 것 아닌가

그래서 해뜰목에 오르는 것 아닌가

 

망향바위를 한참 지나 구절곡

저 가파르고 드넓은 곳이 앵화 골이란다

 

아무도 심지 않은 살구나무들이 지천으로 자라나

너무나 가팔라 아무도 가지 못할 곳에

살구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단다

 

봄이 되면 온산을 빨갛게 물들이며

힘들어 하는 어부들에게

따사로움과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북돋아 준단다

 

해뜰목깎아지른 물둥개 절벽

바위 옆에 후박나무 고목들이 서있고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 물둥개 절벽

더 나갈 수가 없단다

 

우리가 가는 길이

웃으며 갈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려움이 따르겠지

 

그래도 좋은 길로만 간다면

닫는 곳도 좋은 곳이 아닐까

 

지금 부터라도 좋은 길로 가고자

이렇게 바라며

해뜰목에 와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도 참아가며 좋은 길로 간다면

이무기가 천년을 기다렸다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처럼

그렇게 긴 세월은 아니지만

 

바라는 희망을 향하여 커다란 소원을 간절히 빌고자

이제야 해뜰목에 꿇어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랜 마음을 간직하고

세찬 바람을 견디며 기도를 하여보자

 

가거도 사람들은 바다를 껴안고

높은 독실산 밑에서 험한 삶을 살아가기에

 

깎아지른 절벽의 막다른 곳을

해뜰목으로 하여

간절한 소원을 빌러 오는 것일까

 

왜 이렇게 외롭고 높은

막다른 곳을 해뜰목이라 하였을까

 

그곳 가거도 사람들은

퍼런 바다위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때로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마냥 기다리는 여인도 있으며

 

큰 그물을 여럿이 함께 끌어올리며

힘이 겨울 땐 다함께 큰소리로 노래 부르며

 

눈물을 흘리며 도

서로 나누며 다 같이 살아가고 있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곳 가거도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조상님 때부터 몸소몸소 하고 있다

 

가거도의 삶터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곳이려니

해뜰목에 올라가

막다른 곳에서 비는 그들의 소원은 더욱 간절하였으리라

 

무릎 꿇고 비는

우리의 소원은 어떤 것일까

 

해뜰목

물둥개 절벽으로 부터 구절곡 앵화골 빈주암

그리고 높은 절벽위에서 살아가는 대풍마을

그 밑의 짙푸른 바다는 물살이 엄청 세다

 

태평양에서 들어온 물고기 떼들이

그 거센 물결을 타고

떼로 몰려 서해안으로 가는 길목이란다

 

이 긴 절벽들은 고기떼들이

빨리 수월히 지나 가겠금

바다를 깊게 파며 걸림돌들을 없앤 것일까

 

그래 가게하자

서해안으로 힘차게 가게하자

 

그래 그들도 희망을 갖이고

먼길을 가서 좋은 알을 낳아야지

그래 그들도 희망의 알을 낳아야지

모두 다 좋은 정월 초하루가 아니냐

 

가거도해뜰목에서

남해안 나르도에서 떠오르는 밝은 를 바라본다

그리고 기도한다

 

해뜰목을 내려오며

후박나무 숲속을 지나며

계사년의 덕담을 나눠보자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는 혼자서 살아가는 곳일까

아니다

더불어 덕담을 나눠보자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어기야디여 아하 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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