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사랑

초봄 날의 밥상

서 휴 2013. 3. 28. 14:12

초봄 날의 밥상

서길수

 

 

 

가파른 갯바위 밑자락에

파도를 머금고 자라는

 

홍합 따개비 삿갓조개 군북 거북손 등은

파도가 주는 선물이지요.

 

가파른 갯바위에 이끼처럼 붙어있는

전복 껍질로 박박 긁어모아

장독에 기대어 정성들여 말린 돌김

 

참돔농어를 두텁게 회를 쳐 생미역위에 수북이 올려놓고

싱싱한 전복 해삼 성개알 등을 잘 썰어 접시에 가득올리고

잘생긴 뿔소라로 모양을 넵니다

 

약한 된장으로 머우대 곰취 참나물 버무려놓고

우뭇가사리도 가득합니다.

 

빨갛게 구워진 더덕이 젓가락이 오길 기다립니다.

불그레한 볼 불락도 따끈하게 구워져 구수한맛을 풍깁니다.

 

끓는 물에 광어를 넣어 푹 삶아 진한 육수가 우러나오면

미역성개 알을 넣어 뽀얗게 끓이면

성개 알의 노란 이 피어납니다.

 

두터운 생선회를 갓 걷어 올린 생미역에 싸서 먹으면

생미역생선이 서로 궁합이 맞아

 

부드럽게 목에 넘어가면서

몸속으로부터 은은한 이 우러나 올라옵니다.

 

돌김으로 밥을 싸서 입에 넣으면

밥의 단맛과 돌김의 향이 서로 어울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여 저절로 침이 고입니다.

 

보리로 만든 누룩을 잘 빻아

자투리 밭에서 나온 보리밥으로 누룩과 함께 잘 버무려

갓길어온 소퉁이 물을 알맞게 부어 잘 섞어서

 

따뜻한 구둘 목에 한 사나흘 띄우면

걸쭉하며 도 검으래한 보리막걸리가 되며

 

항아리에 용수를 박아놓으면

맑은 청주의 누르스름한 술 향기가 코끝에 메 달립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보리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면

바다와 산과 바람이 어울려 춤추는 모습을

더 한층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지요

 

생선회에 익숙하지 않은걸 눈치체시고

손으로 를 집어 생된장에 손수 주물러

한 움큼 입에 넣어주시는 할머니의 손맛은

 

연한 비린내와 더불어

가슴에 뭉클 와 닿는 연민의 정이 솟아났습니다.

 

산에는 약초들이 많아 삼지구엽초를 먹고 자란다는

흑염소들의 울음소리가

풍족한 마음을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집 앞에는 작지도 않은 자투리 텃밭

오목조목하게 심은 채소들은 늘 푸르고 싱싱하였습니다.

 

잘살진 못하나 못살지도 않는 너그러운 사람들

넓은 바다처럼 온정이 흐르고

항상 웃으며 사는 사람들

 

차가운 한 겨울날 고생하였다며 내놓는

초봄 날의 음식은

 

가거도 그 사람들 마음만큼이나

따뜻하고 풍부하면서도 다채로웠습니다.

 

                            ***** 나른하고 허기지기 쉬운 봄날

                                    가거도에 가시어 갯바람 쐬며 보양식들 하시고 오세요.

 

                                    가거도의 여자 분들은 옛날 선녀 분들의 후손이 되어

                                    나이를 초월하여 하나같이 날씬하며 어여쁘십니다.

                                    또한 음식 솜씨에 손맛까지 좋으며 친절도 하시니

 

                                    특히 여자 분들이 많이 가시어 갯바람 쐐며 맛있는거 드시면서

                                    회룡산 독실산 오르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날씬해집니다

 

                                    위장과 간 등에 좋은 후박나무껍질,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급생선들, 말린생선,해삼, 홍어, 산나물 등

                                    조금만 사와도 여행비는 뽑는 일거양득 인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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