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401∼500회)

제 407 화. 악의 끝에는 죽음이 따르는가.

서 휴 2023. 12. 25. 12:41

 407 악의 끝에는 죽음이 따르는가

 

       주공이 술에 취해 곯아 떨어졌소!

       염직(閻職)신지(申池)의 물이 맑기도 하오

 

       우리도 오랜만에 멱이나 감읍시다.

       좋지요이곳 자갈밭이 좋겠소이다

       아니 병촉(邴歜)은 왜 갑자기 때리시오

       우리 사이에 왜 이리 심하게 때린단 말이오

 

       염직(閻職)은 마누라를 빼앗길 때도 화를 내지

       않더니, 대나무에 맞아 상처도 나지 않았는데

       그것도 못 참고 화를 내는가

       마누라를 빼앗긴 일은 비록 나의 치욕이지만

       그것은 나 한 사람만의 일이었소

 

       그러나, 병촉(邴歜)은 들어보시오

       아비의 시신에서 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던 치욕은, 네 집안이 입은

       치욕인데, 내가 입은 치욕이 더 크겠는가?

 

       그대는 아비가 입은 치욕을 참고 있으면서

       나보고 처자를 빼앗긴 치욕을 책하고 있다니

       그대의 어리석음을 어찌 탓하지 않겠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가 하고 있소

       내가 은인자중하며 한 번도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은

       그대가 옛날에 당한 치욕을 혹시 잊어버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서 때린 것이오

 

       만약, 그대가 치욕을 잊고 있는데

       내가 나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면

 

       그것은 일을 행하는데 앞설 뿐만 아니라,

       해가 되고 말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오

       사람은 각기 다른 마음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어찌 그 치욕을 잊고 살겠소이까

       단지 힘이 없어 한탄하고 있었을 따름이오.

       지금 흉악무도한 놈이 대나무 숲에서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자고 있소이다.

 

       지금 이곳에 제의공(齊懿公)을 따라온 사람은

       우리 빼고 단지 두 사람의 내시(內侍뿐이오.

 

       이것은 하늘이 원수를 갚으라고 주신 절호의 기회요

       이 좋은 기회를 어찌 놓칠 수가 있겠소

       그대는 능히 이 큰 일을 감행할 수 있겠소

       그대가 한다면 내가 마땅히 도와야 하지요

 

병촉(邴歜) 염직(閻職), 두 사람은 신지(申池)에서 나와 물기를

닦아 내고 옷을 입은 후에, 침착하게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주공께서 몹시 코를 고시는구나

       깨어나시면 마실 물을 반드시 찾으실 테니 

       너희 두 사람은 마실 물을 빨리 떠와

       물을 끓여 놓고 대기하고 있어라

 

두 내시(內侍)가 물을 떠오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마자병촉(邴歜)

염직(閻職)은 제의공(齊懿公)의 목을 누르면서 칼로 목을 베어 버렸다.

 

       두 사람은 제의공의 머리를 대나무 숲에 감추고는

       제의공(齊懿公)의 몸을 신지(申池)의 깊은 곳에 빠트렸다.

       제의공(齊懿公)은 재위한 지 꼭 4년 만에 죽었다.

두 내시가 물을 끓여서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이 있는 곳으로 오자,

병촉(邴歜)은 침착하면서도 엄한 투로 말했다.

 

       상인(商人)은 군주를 시해하고 군위를 찬탈한 놈이다

       선군께서 우리를 시켜 죽이도록 명하셨다

 

       공자 원()은 어질고 효성이 지극하니

       우리 제(나라 군주로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내시가 순종하며 따르겠다고 하자병촉(邴歜)과 염직(閻職)

어가(御駕)를 몰아 임치(臨淄성으로 돌아왔으며, 염직(閻職)은

자기 집으로 들어가 술상을 차리게 하고는, 둘이는 오랜만에

원한을 풀었다면서서로 경하의 말을 주고받으며 환호했다.

 

이윽고 술 마시기를 다하자, 거나해진 두 사람은 모든 가재를

수레에 실으라고 명령한 후였으므로,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임치(臨淄성의 남문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갔다.

 

       병촉(邴歜) 빨리 가야 하지 않겠소

       우리가 무엇이 무섭다고 빨리 간단 말이오

 

       염직(閻職) 우리가 무도한 상인(商人)을 죽여

       성안의 많은 백성의 목숨을 건지게 하였소이다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은 가족들과 집안의 가재를 실은 수레를

함께 몰아갔으며그 들은 초(나라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당시 여러가지 이유로 천하의 인재들이 초나라에 모여들었다. 

 

       고경(高傾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이냐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이 주공을 죽였습니다.

       허 어이거 큰일이로 구나

    

       국귀보(國歸父임!  두 놈을 잡아들여 죽여서

       후세 사람들에게 경계로 삼아야 하지 않겠소

       고경(高傾우리를 대신해 큰일을 벌이고

       몹시 나쁜 군주께 죄를 물었는데어찌

       그들에게 죄를 지었다고 말할 수 있겠소

 

원로대신인 고경(高傾)과 국귀보(國歸父)는 모두를 조당에 모이게

하여, 결국 공자 원()을 군주로 세우기로 모두 합의했다.

 

       고경(高傾)과 국귀보(國歸父)는 집 안에 칩거하고 있는

       공자 원()을 찾아가 군위에 오를 것을 부탁했다.

       공자 원()은 그들의 청을 들어 수락하였다.

 

       신료들은 합창하듯이 공자 원()을 제후(齊侯)

       올려세웠으며 이가 곧 제혜공(齊惠公)이 되었다. 

       이는 기원전 609년에 일이 난 사건이었다.

 

아들들이 모두가 군주의 기상(氣像)이 있다고 제환공(齊還公)

말한 것처럼이로써 군위를 다투었던 다섯 아들이 모두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진귀한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408 자질이 안 되면 바꿔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