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401∼500회)

제 405 화. 인자한 얼굴에 비수가 있는가.

서 휴 2023. 12. 24. 15:42

 405 인자한 얼굴에 비수가 있는가

 

그때 제() 나라의 제소공(齊昭公()은 마침 병이 들었기에

마음과 달리 진() 나라가 통보한 신성(新城) 땅의 맹회에

참석하지 못하였으며, 얼마 후 병세가 악화하여 죽게 되었다.

그의 아들 세자 사()가 제후(齊侯)에 올랐다.

 

       세자 사()의 어머니는 노(나라 공녀 출신인

       숙희(叔姬)였으며, 사람들은 소희(昭姬)라고 불렀다.

 

       소희(昭姬)는 비록 제소공(齊昭公)의 부인이었지만

       제소공(齊昭公)이 살아 있을 때 총애를 받지 못했고

 

       또한세자 사(역시 재주가 부족하였으므로

       제(齊)의 사대부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했다.

 

제환공(齊桓公)의 아들들은 유별났다정실부인(正室夫人)에서 태어난

아들은 하나도 없었으며첩에게서 여섯 아들을 두었는데아들마다

공실 내에 만만치 않은 인맥과 주변 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여섯 번째 공자 옹(만이 장차의 난을 피해 진(나라에 갔으며

다섯 공자 모두는 제후(齊侯)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제환공(齊桓公)이 생전에 세자로 책봉한 아들은

       세 번째 공자인 소()였다.


 첫 번째 공자인 무휴(無虧)는 동생 소()가 제효공(齊孝公)이 되자

그는 난을 일으켜 소()를 몰아내고 스스로 제후(齊侯)가 되었다.

 


       (나라로 다시 망명한 공자 소()

       송양공(宋襄公)의 도움을 받아, 형 무휴(無虧)

       죽이고다시 제효공(齊孝公)이 되었다.

 

제효공(齊孝公)이 재위 10년 만에 세상을 떠나자이번에는 네 번째

()이 조카인 세자를 죽이고 제소공(齊昭公)이 되었으나, 그는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20년간 재위하다 병으로 죽게 된다.

 

       제환공의 여섯 아들 중 세 명이 군주가 되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 꿈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제후(齊侯)

       되겠다는 야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공자가 있었다.

       바로 다섯 번째 공자인 상인(商人)이었다.

 

공자 상인(商人)은 제환공(齊桓公)의 첩실 밀희(密姬)의 소생이면서

세자 사()의 숙부였다.

       형님이신 제소공(齊昭公)이 나를 동모제(同母弟)처럼

       극진히 대해주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구나

 

       형님이신 제소공(齊昭公)이 살아 있으니, 지금은

       어쩔 수가 없으나 나의 꿈은 버리지 못한다

 

       늦더라도 제소공(齊昭公)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대사를 도모하려는 판단이 옳을 것이다

 

제소공(齊昭公)은 말년이 되자, (나라로 도망쳐 살고 있던

공자 원()을 불러들여 국정을 맡겼다이에 상황이 불리해진

공자 상인(商人)은 작전을 바꾸어 제소공(齊昭公)이 죽은 후에

거사를 벌리기로 작정했다.

 

       공자 원()은 성격이 어질고 후덕하여

       사대부들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고 있구나

 

       나도 형님이신  공자 원()의 어진 성품을 본받아,

       먼저 백성의 민심을 얻어 추앙받아야만 한다

 

공자 상인(商人)은 어진 공자 원()을 본받아 민심을 얻기로 했다.

그때부터 그는 모든 가산을 털어 빈민들을 구제하기 시작했으며

가재(家財)가 떨어져 양식을 못 구하게 되자, 다른 사람에게서

빌려서까지 빈민들을 구휼(救恤) 했다.

 

       공자 상인(商人)의 후덕한 인정에 감격하지 않는

       (나라의 백성은 한 사람도 없었다.

 

상인(商人) 덕을 베풀면서 민심을 얻어갔으며또한 가병(家兵)

만들어 맹훈련시키고 있으면서, 타국에서 온 망명객들을 모아

자기의 세력으로 삼고 과시하기도 했다.

 

드디어 제소공(齊昭公)이 죽고 세자 사()가 즉위하였다그날 밤이

되자 북쪽 하늘에서 커다란 혜성(彗星)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혜성(彗星)이 나타난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옜소 복채(卜債)가 넉넉할 것이오

 

       공자님점괘를 풀이해 보겠나이다.

       (), (), (), 이 세 나라의 군주들은,

       장차 모두가 변란 중에 죽을 징조로 나타납니다

 

       (나라에 변란이 일어난다면 변란을

       일으킬 사람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점괘 풀이를 들은 상인(商人)은 즉시 자객들을 시켜 상례(喪禮)

치르기 위해 장막 안에 기거하던 세자 사()를 찔러 죽이도록 했다.

   

       공자 원(형님 세자 사()가 군주의 위엄이 없는바,

       제가 형님을 위해 거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형님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상인(商人)은 내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게냐

       네가 오랫동안 군위를 노려온 걸 짐작 하고 있었다만은

       너는 어찌하여 그 누()를 나에게 넘기려 하느냐

 

       상인(商人나는 너를 능히 모실 수 있지만

       너는 나를 모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상인(商人아!  네가 군주의 자리에 오르도록 해라

       네가 군주가 되면 나를 용납해다오

 

       네가 나를 제(나라의 한 필부로써 조용히

       여생을 마치게 해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도다

 

       형님그렇다면 계속 재상 자리를 맡아주십시오

       알겠노라그건 그렇게 하도록 하마

 

공자 상인(商人)은 세자 사()를 죽이고공자 원()과 상의하고

난후에 마침내 제(나라의 군주에 올라 제의공(齊懿公)이 된다.

 

       공자 상인(商人)이 제의공(齊懿公)이 되자,

       공자 원()은 괘씸하게 생각하여 병을 핑계 삼아

       문을 닫아걸고는아예 입조(入朝)도 하지 않았다.

 

살해당한 세자 사()의 생모 소희(昭姬)는 노()나라의 공실

여인으로 아들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며 매일 쉬지 않고 울어댔다.

 

       주공소희(昭姬)를 어찌할까요

       비명에 죽어간 세자 사()를 생각하며, 밤낮으로

       슬피 우는 소리가 자꾸 새 나가고 있습니다.

 

       후원의 별궁에 가두어 놓고먹고 마시는 것도

       아끼면서 죽지 않을 만큼만 주도록 하라

 

소희(昭姬)는 궁인들에게 몰래 뇌물을 주어 외부와 소통하면서

또한(나라의 노문공(魯文公)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소희(昭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더란 말이냐

       소희(昭姬)를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해야겠구나

 

       대부 동문수(東門遂)는 이일을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나라를 침공하기에는 힘이 부족합니다.

 

       주공주 왕실의 힘을 빌리시옵소서

       대부 동문수(東門遂)는 왕실에 고하도록 하라

 

노문공(魯文公)은 제(나라에서 소희(昭姬)를 빼내기 위해 천자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대부 동문수(東門遂)를 서둘러 왕실에 보냈다.

왕실의 주광왕(周匡王)은 노문공(魯文公)의 청을 받아들였으며

곧 경사(卿士선백(單伯)을 제()에 보내 천자의 명을 전했다.

 

       제후(齊侯)는 어찌하여 형의 아들을 죽이고

       그 모친까지 감옥에 가둘 수 있더란 말이오

 

       소회(昭姬)를 석방하여 노(나라로 돌려보내

       (나라의 관대함을 보여주도록 하라

제의공(齊懿公)은 세자 사()를 시해한 일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말이 나는 걸 꺼리고 있었는데천자가 보낸 선백(單伯)의 입에서

서슴없는 이 말이 나오자뺨이 붉어지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경사 선백(單伯)이 물러나 객관으로 가자밤사이 소희(昭姬)

궁궐 안에 옮겨 놓고, 내시를 시켜 선백(單伯)에게 말했다.

 

       저희 군주께서는 선군의 부인을 모시는데

       감히 지금까지도 게을리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물며 천자께서 하명을 내리시옵는데

       어찌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경사(卿士)께서는 저희 국모님을 한번 만나시어

       동성의 제후국이 천자의 뜻을 잘 따르고

       있다는 걸 보시고잘 전해주시길 바라나이다

선백(單伯)은 좋은 뜻으로 전하는 제의공(齊懿公)의 말인 줄로만

알고, 내시의 뒤를 쫓아 수레를 몰고 제궁()에 입궁하였다.

 

       이 소희(昭姬)는 눈물 흘리며 탄원하나이다

       경사(卿士선백(單伯이 원한을 풀어주십시오

       잘들 하는구나너희는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경사(卿士선백(單伯)은 별짓을 다 하고 있구나

 

선백(單伯)은 소희(昭姬)에게 대답하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뜻밖에

밖에 숨어 있던 제의공(齊懿公)이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해댔다.

 

       선백(單伯) 이놈이 아 어쩐 일로 제멋대로

       내가 사는 궁궐로 들어와 국모와 몰래 만나느냐

 

       선백(單伯)은 우리 국모와 더러운 짓을 벌인 것이냐

       아주 몹시 나쁜 놈이로다

       과인이 이 일을 천자께 고하리라

제의공(齊懿公)은 곧바로 선백(單伯)과 소희(昭姬)를 잡아다가

한 방에 함께 가두어 버리고는왕명을 빌려 자기를 누르려고

했던 노(나라에 복수하고자, 군사를 일으키려 했다.

 

이렇게 되자, 백성들의 민심이 들끓었으며 덕을 베풀 던 자가

하루 아침에 몹시 나쁜 흉악범이 되었다며 원망하기 시작했다.

 

       제의공(齊懿公)은 숙부이면서 어린 군주를 시해하고

       국모와 천자가 보낸 사자마저 감옥에 가두었다.

 

       고씨(高氏)와 국씨(國氏등의 원로들이 조정(朝廷)

       모여있으면서도어찌하여 공자 원()을 받들어

       상인(商人)의 죄를 성토하지도 않는 것인가

 

오히려 백성들의 원망은 제의공(齊懿公)의 흉악한 만행에 대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이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고씨(高氏)

국씨(國氏등의 원로들에게 돌아갔다.

 

 406 . 큰 복수는 말로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