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60 화. 모든 일에는 명분이 필요한가.

서 휴 2023. 11. 20. 22:59

​​ 360 모든 일에는 명분이 필요한가.

 

       주공도망가는 천견을 잡아 왔나이다.

       천견 너는 어이하여 숙무를 죽였느냐

 

       주공한나라에 어찌 군주가 둘일 수 있습니까

       신이 숙무를 죽인 것은 주군을 위해서입니다.

 

       너는 내 동생 숙무를 그렇게 음해하더니

       결국은 네 멋대로 숙무를 죽였구나

 

       천견 아네 죄를 나에게 돌리려 하다니   

       너는 정말 뻔뻔스럽기까지 하구나

       그래 본들 너는 네 죄를 피할 수 없도다.

 

       저놈의 목을 베어 숙무의 원혼을 달래주어라

       숙무의 장례를 군주의 예우로 치르도록 하라.

 

위성공이 좌우에 명하여 천견(歂犬)을 끌고 나가 참수형에 처하고

숙무(叔武)의 장례는 군주의 예를 갖추어 후하게 치르도록 했다.

 

       백성들은 태숙 숙무가 피살되었다는 소식에 놀라며

       이론이 분분했으나곧이어 숙무를 죽인 천견을

       주살하고숙무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주게 되자,

       성안의 민심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편 위(나라에서 도망쳐 나온 원훤(元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 강성(絳城)에 당도하여 진문공(晉文公)에게 알현을 청했다.

 

       대부 원훤은 어찌하여 왔는가

       동생을 죽인 위성공을 처벌하여 주십시오.

 

       위후가 어찌하여 동생 숙무를 죽였다는 건가

       동생 숙무를 의심하고 시기한 끝에

       활을 쏘아 무참하게 죽였나이다.

 

원훤은 진문공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대성통곡한 다음에

(나라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경위를 소상하게 말했다.

 

진문공 또한 이미 태숙 숙무의 어진 성품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뜻밖의 일에 몹시 분개하면서원훤에게 태숙 숙무의 원수를

꼭 갚아주고 말겠다면서 단단히 결심하게 된다.

 

       원훤은 너무 고생을 하였도다.

       내용을 잘 알아들었으니 너무 울지마라

       관사에 머물며 하회를 기다리도록 하라

 

그 무렵 진문공(晉文公)은 천토(踐土회맹에서 돌아와 잠시 쉬면서,

그간의 일을 검토하고 있을 때, 때 마춰 원훤(元暄)이 찾아온 것이다.

 

       주공조례 준비가 다 되었나이다.

       신료들은 모두 들어보시오

 

       경들의 수고로움으로 초()를 물리칠 수 있었소.

       또한과인도 천토(踐土회맹을 주재할 수 있었소.

 

       더구나 천자께선 친히 왕림하시어

       제후들이 나의 명을 즐거이 따르게 해주었소

 

       과인이 이룬 백업(伯業)은 제환공(齊桓公)

       비교하려면,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소

 

       이제 방백(方伯)으로서 마땅이 해야 할

       일들을 천하에 펼칠 때가 되었다고 볼 수 있소

 

       그러나 지난번 천토(踐土회맹에

       ()의 진목공(秦穆公)도 참석하지 않았고

       ()와 같은 작은 나라도 감히 불복하였으며

 

       정문공(鄭文公)은 비록 참석하긴 했지만그러나

       아직도 두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오.

 

       또, 위성공(衛成公)은 복국을 시킨 지, 바로 어제인데

       제멋대로 선량한 동생 숙무(叔武)를 죽였소

 

       과인은 지난 천토(踐土맹회의 서약 내용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오.

 

       천토(踐土)의 맹서(盟誓)얼마나 준엄한지를

       다시 회맹을 열어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며,

       위반한 자들을 엄하게 토벌하고 주살할 것이오.

 

지난 5월의 천토(踐土회맹 때에 참석할 수 있었으면서도, 아무

연락없이 참석하지 않은 나라는 진(), (), () 세 나라였다.

 

       이 세 나라는 무엄하게도 과인을

       패공(霸公)으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요

 

       이들을 제압하지 않고는 진정한 방백(方伯)이나

       진정한 패공(霸公) 이라 할 수 없을 것이 아니겠소

       다시 회맹을 열어 이 세 나라를 제압할 것이오

    

그럴 때 위(나라의 대부 원훤(元暄)이 진(나라에 급히 찾아와

태숙 숙무(叔武)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다시 회맹을 소집하는 데 좋은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공이런 일로는 명분이 부족하나이다.

       이것은 제후들에게 반발을 살 수도 있나이다


       주공, 회맹을 열자면, 시기와 장소,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옵니다.

 

진문공(晉文公)은 조례(朝禮)에서 뿐만 아니라여러 중신을 수시로

불러놓고 이 문제를 세밀히 검토하며 논의하게 되었다. 그런 중에

조정 중신들의 의견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누어지게 된다.

 

       주공지난번처럼 제후들을 다시 모이게 하여

       또 흩어지게 한다면 본뜻도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계책이 무엇이겠소

       주공신 선진(先軫)이옵니다.

 

       회맹을 열어 두 마음을 가진 나라를 우선으로

       토벌하는 것은 방백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주공저에게 한 떼의 군마를 떼어 주신다면

       두 마음을 가진 나라를 토벌하겠나이다.

 

       신 등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여놨나이다.

       주공, 진군은 언제든지 출정할 수 있나이다

 

       주공신 호언(狐偃이옵니다.

       군사들로 정벌하는 것은 제후들에 대한

       예가 아니므로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천토 회맹에서 제후들을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자의 위엄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름지기 맹주 된 자는 왕실과 제후들에게

       ()를 앞세워야만 승복을 받아 낼 수 있나이다.

 

       주공께서 다시 회맹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천자께 문안을 올리는 예를 내세워야 하며

       그 명분으로 제후들을 소집할 수 있나이다.

 

       천토(踐土) 회맹 때는 천자께서 스스로 

       왕림하시어 각국의 제후들을 회견하였으나

       이는 매우 우연히 이뤄진 일이라 하겠나이다.

 

       또한천토(踐土회맹 이후로 지금까지 주공께서도

       아직 천자를 조현(朝見하는 예를 올리지 않으셨나이다.

       이는 실로 우리가 저지른 결례라 할 수 있나이다.

 

       주공우리가 먼저 왕실을 공경할 줄 모르고

       어찌 다른 제후들을 복종시킬 수 있겠으며

       어찌 맹주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겠나이까

 

       천자를 조현(朝見)하는 일은 커다란 예가 되므로

       천자께 조현(朝見)의 예를 게을리한 죄를

       앞세워야만 토벌하는 일에 명분이 서게 됩니다.

 

       이는 예를 행하면서 명분을 세우게 되니

       이것 또한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주군 또한, 대업을 행하실 수 있나이다.

 

       주공, 이처럼 천자를 조현(朝見) 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제후들을 소집하시고,

 

       그래도 오지 않는 제후들이 있다면

       그때에는 천자의 명을 받들어 토벌하십시오

 

이때 조쇠(趙衰)는 선진(先軫)과 호언(狐偃) 제안을 다 듣고 나자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현실에 부합한 절충 안()을 내놓게 된다.

 

       주공제후들이 천자께 문안가는 법은 이미 없어져

       호언(狐偃)의 제안은 옳기는 하나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주공신이 우려하는 바는 천자가 주군을 의심하여

       조현을 올리겠다는 주공의 청을 물리치는 경우입니다.

 

       천자가 조현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천하의 제후들에게 주군의 위엄이 깎이게 됩니다.


       더구나 왕실의 힘이 약해진지도 이미 오래되었으며      

       또한 재정도 충분치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나이다

 

       이런 마당에 중원의 제후들이 왕성으로 몰려들면

       왕실은 겁에 질릴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경비를

       왕실이 어떻게 충당할 수 있겠나이까

 

       그렇다고 왕실을 배제하고 회맹을 열겠다고 하면

       제후들은 동조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주공그보다는 천자를 왕궁이 아닌 다른 장소로

       불러내어 맹회를 여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주공, 천자를 다른 장소로 불러내면 맹주의 명분도

       서게 될 것이며왕실의 재정부담도 덜게 되고

       천자의 번거로운 행차도 간편해질 것입니다


선진과 호언의 제안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며회맹 장소를 왕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하여취약한 왕실의 재정에 부담도 주지 않고

또한 주양왕(周襄王)이 행차하는 데 따른 번거로움에서 피하게

하자는 조쇠(趙衰)의 말에 모두가 의아해하였다.

  

       다른 장소라면 어디가 적당하겠소

       주공남양의 온읍(溫邑)은 왕성과 매우 가까우며

       천하의 한 가운데 있어 적합한 장소가 되옵니다.

 

       주공온읍(溫邑)에는 세 가지 이로운 점이 있나이다.

       첫째는 왕궁과 가까워 서로 의심하지 않을 곳이며

       둘째는 천하의 중심인바 수고로움을 덜하게 되옵니다.

 

       셋째는 옛날 태숙 대()가 지은 궁궐이 있는바

       임시 왕궁을 다시 짓는 번거로움이 없는 곳입니다.

 

       따라서 천자를 온읍(溫邑)에 임하게 한 후에

       주군께서는 제후들을 이끌고 조현(朝見)을 행하십시오.

 

  361 천자를 하양에 불러 조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