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06 화. 옛 사람을 버릴 수 있는가.

서 휴 2023. 10. 20. 15:59

 306 . 옛 사람을 버릴 수 있는가.

 

중이(重耳)가 떠나려 하자, 진목공(秦穆公)의 아들 세자 앵()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길게 목청을 뽑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我送舅氏 (아송구씨나는 외숙부를 전송하려고

        曰至渭陽 (왈지위양위수의 위양에 이르렀노라.

 

        何以贈之 (하이증지무엇을 더 드릴까요.

        路車乘黃 (로거승황수레와 누런 말을 드리리다.

 

        我送舅氏 (아송구씨나는 외숙부를 전송하려니

        悠悠我思 (유유아사나는 온갖 생각 다 떠오르네.

 

        何以贈之 (하이증지무엇을 더 드릴까요.

        瓊瑰玉佩 (경괴옥패옥돌과 패옥을 드리리다.

 

위양(渭陽)이라는 이 시는 시경의 국풍(國風편인 진풍(秦風) 

11134에 수록되어 있다.

 

      구씨(舅氏)는 외숙인 중이(重耳)를 가리킨다.

      로거(路車)는 군주가 타는 수레를 말한다.

      승황(乘黃)은 노거(路車)를 끄는 네 마리의 말이다.

      유유(悠悠)는 한없이 길다는 뜻이 된다.

      경괴(瓊瑰)는 귀한 옥보다 조금 질이 낮은 옥이고,

      옥패(玉佩)란 옥으로 몸에 차거나 다는 장식품이다.

 

세자 앵()은 그동안 매형이라 불렀으나이 노래에선 어머니

목희(穆姬)의 형제라는 뜻으로구씨(舅氏즉 외숙이라 불렀

 

      중이(重耳)  헤어져 옹성(雍城)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만약 건너의 진군(晉軍)과의 싸움에서 불리해진다면,

      자기도 하수(河水)를 건너 같이 싸워주겠다는 

      세자 앵() 따스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오매불망(寤寐不忘) 하던 (나라로

돌아가게 되자지난날의 온갖 감회가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면서

황하(黃河)의 한 줄기인 하수(河水)의 물결을 바라보게 된다.

이때가 진회공(晉懷公원년으로 기원전 635년 정월 초사흘이었다.  

 

      이제 하수(河水)를 건너가야 한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모두 배에 오르라

 

모든 일행이 배에 오르고 있을 때,  호숙(壺叔)이 자질구레하고 손때

묻어  닳아빠진 물건들과 중이(重耳)가 즐겨 앉아 헤져버린 돗자리까지

버려도 될 것들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모두 챙겨 배 안으로 옮겨 싣고 있었다.

 

      호숙(壺叔) 모두 버려라

      강성(絳城)에 가면 더 좋은 게 많이 있단다.

 

      공자님아니 되옵니다.

      그동안 너무나 정들었던 물건들이라

      도저히 버릴 수가 없사옵니다.

 

      호숙(壺叔다 낡아 빠진 걸 뭐에 쓰겠느냐?

      이제 새것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단다

      옛것은 아까워하지 말고 다 버려야 한단다

 

호숙(壺叔)이 망설이다가 할 수 없이 버리기 시작하자이때 갑자기

호언(狐偃)이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하고는 하직 인사를 올린다.

 

      공자신이 제대로 모시지 못한 불충으로, 공자께

      긴 세월 동안 너무나 많은 모욕을 당하셨습니다.

 

      그동안 죄를 청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공자를 고국으로 들여보내야 한다는 일념이었습니다.

 

      이젠 하수(河水) 만 건너면 그렇게 그리던 고국 땅입니다.

      국내에는 공자를 기다리는 신하가 많이 있사오며,

      밖으로는 (나라의 진군(秦軍)이 돕고 있습니다.

 

      낡아빠진 그릇은 다시 상 위에 올릴 수 없사오며,

      찢어진 돗자리는 다시 펼 수 없나이다

      신도 이제 공자께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나이다

 

      세월이 지나면 옛일은 모두 잊히게 돼 오니

      공자이제 옛것은 다 버리시고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롭게 가시옵소서

 

      옛사람은 여기서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공자이제 안녕히 가시옵소서

 

호언(狐偃)은 옛 물건은 아까워 말고 과감히 버리라는 중이(重耳)

말을 듣는 순간타국에서 떠돌던 망명 파인 가신들의 장래 모습이

떠올랐으며이때 가신들의 처지를 각인시켜 두려고 한 말이며

 

강성(絳城)에 들어가면국내파와 망명 파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바미리 중이(重耳)의 약조를 받아두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호언(狐偃)작별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아아내가 미처 알지 못하였도다 

 

중이(重耳)는 비로소 호언(狐偃)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깨달았기에 호언(狐偃)을 붙들고 비명을 지르듯 고함을 지른다.

 

      이토록 신랄하게 꾸짖는 것이 당연하오

      나의 잘못이오모든 게 나의 잘못이오.

      내 어찌 지난날의 고난을 잊을 수 있겠소

 

      호숙(壺叔) 저 백사장에 내버린 물건들을

      모두 도로 배 안으로 들여놓아라.

 

중이(重耳)는 호숙(壺叔)에게 명하고서는 도도하게 흐르는

하수(河水)의 물결을 굽어보며손을 움켜쥐고 높이 외쳤다.

 

      고생한 우리는 다 같이 가야 하오

      옛 고생을 잊지 않고 끝까지 같이할 것이오.

 

      하수(河水)의 하백(河伯이시어

      나의 맹서(盟誓)를 지켜보시옵소서

      옛일과 옛사람을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중이(重耳)가 하백(河伯)에게 맹세하자호숙(壺叔)은 내렸던 것들을

빠짐없이 싣게 되며호언(狐偃)도 일어나 배에 오르게 된다.

 

      호언(狐偃)은 속 보이는 행동을 왜 하는가

      호언(狐偃)은 왜 자신의 공을 내세우려 하는가

 

      개자추(介子推)는 허벅지 살을 떼어내

      몹시 허기져 있는 중이(重耳)에게 바쳤었노라

      그러나 나는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노라.

 

      우리가 다 같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

      과연 누구의 공이란 말인가

 

      호언(狐偃)은 지금까지 어떤 대가를 바라며

      지금까지 왔더란 말인가

 

      세상사  모든 일은 하늘의 뜻일 진데

      어찌 저리 가소로운 짓을 하고 있는가

 

      내가 저런 사람과 어울려 살아더란 말인가

      나야말로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과묵한 개자추(介子推)는 자기의 허벅지 살까지 떼어준바 있는 진정한

충신으로,  호언(狐偃)을 꿰뚫어 보다가, 중이(重耳)가 호언(狐偃)과

타협하는 걸 보고는, 몹시 실망하며 속으로 비웃으면서 배에 오른다.

 

       개자추(介子推)는 결벽 증세가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숭고하고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일까

       아니면 현실의 이권엔 초연한 성품일까

 

       개자추(介子推)는 이때부터 깨끗한 자신이 

       먼저 혼탁한 세상을 떠나, 초야에 묻히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배들이 천천히  하수(河水)를 건너가기 시작하자중이(重耳)

가신들은 갑판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하여 눈물을 흘린다.

 

      19년간의 기나긴 망명 생활로 세상을 떠돌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강물은 변함없이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진목공(秦穆公)과 백리해(百里奚)와 세자 앵()은 잘 가라며

손을 흔들며 환송하였고공자 칩()과 공손 지()가 인솔하는

진군(秦軍)앞장서서 하수(河水)를 건너가게 되었다.

 

      고국 땅을 다시 밟게 된다니 

      아아이게 얼마 만이겠는가

 

      아아, 19년 만의 귀국길이라 

      감격의 눈물이 절로 흘러나오는구나.

 

중이(重耳) 가신 일행들이 하수(河水)를 건너게 되자,  고국에

돌아온 벅찬 감격에 웅성거리고 있을 때 선진(先軫)이 앞으로 나온다. 

 

       모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제 첫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

 

       국경에서 제일 큰 영호성(令狐城)  빨리 점령하여,

       우리의 첫 근거지를 만들어놔야 합니다.

 

영호성(令狐城)은 지금의 산서성 의씨현 서쪽 땅으로다소 북쪽에 

치우쳐 있기는 하나주변 일대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영호성(令狐城)을 함락시키지 않고 지나가면

      뒤에서 공격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영호성(令狐城)의 성장인 등혼(鄧惛)

      극예(郤芮)의 심복이며 지혜로운 장수입니다.

      항복을 권유해도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첫 전투에서 단숨에 점령했다는 좋은 소문이

      빨리 퍼져나가야다른 성장 들이 스스로

      성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할 것입니다.

 

선진(先軫)은 평소에 많은 전술을 연구해두었으므로지도 위에

공격 방향을 가리키며나아가야 할 진로를 정확하게 설명한다.

 

      공자님여기서 시간을 끌면 곤란해집니다.

      총공격하여 빨리 점령하여야 합니다.

 

      공자님이 비표(邳豹)가 선봉장이옵니다

      모두들 나를 따르시오!

 

선봉장인 비표(丕豹)는 진혜공(晉惠公)과 그 일파에게 죽임을 당한

진(晉)의 대부 비정보(丕鄭父)의 아들이다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에 망명까지 하며, 복수를 위해 십여 년을 기다려 왔다.

 

비표(邳豹)선봉장으로 맹렬히 공격하고, 중이(重耳)가신들이

치열하게 공격하지만등혼(鄧惛)은 진군(晉軍)을 잘 독려하므로

용감하게 항복도 하지 않으면서, 잘 버텨내며 저항하고 있다.

 

      항복하라모두 죽기 전에 항복하라

      끝까지 항복하지 않는구먼.

      안 되겠다다시 총공격하라

 

공격 5일째가 되어서야비표(邳豹)가 먼저 성벽에 뛰어올랐으며

공손 칩()이 성문을 열고, 성장 등혼(鄧惛)을 붙잡아 목을 치게

되고서야 영호성(令狐城)을 겨우 점령하게 되었다.

 

 307 . 덕으로 제압하면 모두 굴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