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2 화. 고국의 소식은 항상 그리운가.
신 조쇠(趙衰),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진후(秦侯)임, 신들의 마음은 비장(悲壯) 하옵니다!
긴 20년의 세월 동안 처참한 마음으로 유랑한 것은
오직 한 마음으로 큰 뜻을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진후(秦侯) 임께 죄송한 말씀이오나!
이제 그 큰 뜻을 이룰 때가 눈앞에 와있는데,
어찌 향락으로 세월을 보낼 수 있겠사옵니까?
진후(秦侯) 임께 말씀드리나이다.
매일 밤 절치부심(切齒腐心) 하는 신들의 마음을
어찌하여 몰라주시나이까?
신들은 진정으로 고국에 돌아가고 싶나이다.
진후(秦侯) 임은 신들의 마음을 알아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 중이(重耳) 공자 여,
고국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자 하는
우리 가신들의 마음을 잊으셨나이까?
조쇠(趙衰)는 향연에 젖어 든 중이(重耳)와 연회를 베풀고 있는
진목공(秦穆公)을 일깨워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슬피부른 것이다.
중이(重耳)는 조쇠(趙衰)의 노래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빨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자마자, 그에 화답하는 시를 읊는다.
이때 중이(重耳)는 하수(河水) 라는 시를 읊었다고 하는데, 이
노래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으므로, 이에
잃어버린 시(詩) 라고 하면서, 이를 즉 일시(逸詩) 라고 말한다.
전해오는 말을 추측해보면,
하수(河水)의 강물이 멀리멀리 흘러가다가
드넓은 바다에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진목공(秦穆公)의 마음이 큰 바다가 되어
천하를 적시며 흘러들어오는 강물을
넓은 가슴으로 품어달라는 뜻이라 하겠다.
중이(重耳)는 이 자리에서 진목공(秦穆公)에게 자신들의 귀국을
도와준다면, 진(秦) 나라를 존중하면서 영원히 따르겠다는
약속의 시를 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진목공(秦穆公)도. 중이(重耳)와 가신들의 마음을 짐작하게
되었는바, 이에 붉은 활인 동궁(彤弓) 이라는 시로써 응답해
주었다고 한다. 이 시도 시경(詩經) 소아(小雅) 편에 나온다.
彤弓弨兮 (동궁초혜) 줄 느슨한 붉은 활
受言藏之 (수언장지) 받아 잘 간직한다고 말하리.
我有嘉賓 (아유가빈) 내가 반가운 손님 맞으면
中心貺之 (중심황지) 진심을 그에게 주고자
鐘鼓既設 (종고기설) 종과 북을 벌여놓고
一朝饗之 (일조향지) 아침부터 잔치를 벌리네.
彤弓弨兮 (동궁초혜) 줄 느슨한 붉은 활
受言載之 (수언재지) 말씀 받아 잘 실어두고
我有嘉賓 (아유가빈) 나는 반가운 손님 맞으리.
中心喜之 (중심희지) 진심으로 기뻐하리니
鐘鼓既設 (종고기설) 종과 북을 벌여놓고
一朝右之 (일조우지) 아침부터 칭찬하리라
彤弓弨兮 (동궁초혜) 줄 느슨한 붉은 활
受言櫜之 (수언고지) 말씀받아 잘 넣어두고
我有嘉賓 (아유가빈) 나는 반가운 손님을 맞네
中心好之 (중심호지) 진심으로 그를 좋아하리니
鐘鼓既設 (종고기설) 종과 북을 벌여놓고
一朝酬之 (일조수지) 아침부터 언약하노라.
진목공(秦穆公)이 동궁(彤弓) 시를 읊은 것은 자신이 중이(重耳)와
가신들을, 도와줄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조쇠(趙衰)는 진목공(秦穆公)의 화답의 노래를 듣자 커다란 감격과
기뿜에 젖어 들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중이(重耳)에게 말한다.
공자께서는 속히 계단 아래로 내려가
진후(秦侯)께 큰절을 올리시옵소서.
중이(重耳)는 조쇠(趙衰)와 20년의 유랑 생활을 함께해온바, 그의
말뜻을 얼른 알아듣고, 급히 계단 아래로 내려가 절을 올리려하였다.
허 어, 공자는 굳이 절할 필요는 없소!
공자와 가신들의 마음은 온갖 곡식이 때맞춰
내리는 비를 바라고 기다리는 것과 같소이다.
이 조쇠(趙衰)가 진후(侯秦)께 말씀드리나이다.
진후(秦侯)께서는 중이(重耳) 공자가 주왕(周王)을
보필하도록 진후(晉侯)로 지명하시는데,
어찌 감히 절을 올리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중이(重耳)는 끝내 진목공(秦穆公)에게 큰절을 두 번 올렸다. 이로써
진목공(秦穆公)이 중이(重耳)를 도와주는 것을 기정사실화 시켰다.
이후 진(秦) 나라 조정은 백리해(百里奚)가 주재하여, 여러 현안을
검토하고, 진목공(秦穆公)과 그에 대한 정책을 토론하기 시작한다.
주공, 이제 나라 체제가 바로 세워졌으며
정치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가나이다.
주공, 유민을 계속 받아들여 백성이 많이 늘어났으나,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안정되게 살아가고 있나이다.
소와 말을 나누어주며 농지를 개척한 지가
벌써 20년이 되어가고 있어, 많이 발전하였나이다.
주공, 이제 백성들의 생활에 여유가 생겼으며,
세금도 많이 걷히는바, 우리 군사 조직을 새롭게 확대
개편하고, 이제 세금도 조정해주면 어떠시겠는지요?
군사를 얼마나 확대하겠다는 것이오?
병거(兵車) 1천승의 나라가 되어야겠습니다.
항상 5만의 군사의 수는 언제나 유지하면서
유사시에는 이미 마을별로 동원 체제를 만들어
놓고 있으므로, 조금 더 확대하면 되겠나이다.
유사시에는 기존의 30만에서 최소 50만 이상이
언제나 징발될 수 있도록, 군사 체계를 새롭게
개편하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수고들이 많았소!
모든 대부가 두 상경과 함께 노력한 덕분이오.
진(晉) 나라는 이미 병거(兵車) 1000승으로 군사를
확대하여 강한 훈련을 거듭 시행하고 있다 하오.
좋소. 우리도 병거(兵車) 1천 승으로 확대합시다.
주공, 허락해주시어 감사하옵니다.
세금 문제는 무얼 말하는 것이오?
주공, 세금(稅金)이 일률적으로 10분의 1인바
이제 15분의 1로 낮추시면 어찌할는지요?
세금을 3할(30%)이나 낮추자는 것이오?
갑자기 너무 많이 낮추는 것이 아니오?
주공, 어느 나라나 1할 이상의 세금을
일률적으로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주공, 이제부터는 품목이나 업종에 따라,
세금의 높고 낮음을 조정하여야 하옵니다.
으흠, 그건 좋은 방안인 것 같소.
주공, 나머지는 1할에서 7부 정도로 낮추겠습니다.
한목에 그리 많이 낮추어도 되겠소?
주공, 그리되면 우리의 세금이 천하에서 제일 싼바
천하의 물산이 우리나라에 모일 것입니다.
물산이 많이 모여, 많이 유통될수록
그에 따라 더 많은 세금이 걷히게 됩니다.
이는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옵니다.
알겠소, 모든 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특별히 유념하여 잘 집행하도록 하시오.
그렇게 진(秦) 나라는 다른 제후국보다 한발 빠르게 발전시켜나가며,
부강한 나라가 되기 시작하였으며, 어쩌면 400년이 지난 후에
진시황(秦始皇)이 천하를 통일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드시 때가 올 것이다.
돌아갈 날이 다가오고야 말 것이다.
더 갈 곳도 없는 중이(重耳)와 가신들은 어떻게 하든 고국에 돌아갈
생각만을 한다. 이에 회영(懷嬴)은 중이(重耳)를 비롯한 가신들을
잘 살펴주며, 진(晉) 나라로 귀국할 준비를 세심하게 살펴주게 된다.
예상과 달리 중이(重耳)와 희영(懷嬴)은
서로 성격이 통하여 사이가 좋아졌으며,
진목공(秦穆公) 또한 중이(重耳)에게 호감을 느끼며,
연회를 자주 열게 되었던 바이다.
진(秦)의 세자 앵(罃)도 중이(重耳) 공자를 좋아하여
매부(妹夫)라 부르면서 자주 만나며 따르게 된다.
제 303 화. 나쁜 마음은 나쁜 방법이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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