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09 화. 가도멸괵이 무슨 뜻인가.

서 휴 2023. 7. 8. 20:19

209 . 가도멸괵이 무슨 뜻인가

 

우공(虞公)과 진헌공(晉獻公)은 아침 8시인 진시(辰時)에 사냥을

시작하여, 서로 이기겠다며 기산(箕山)의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오후 4시인 신시(申時)에 이르렀을 때, 비로서 우공과 진헌공이

기분 좋게 서로 만나게 된다. 이때 갑자기 성안에서 급보가 왔다.

 

       백리해(百里奚) 대부님. 요세(繇勢) 이옵니다.

       왜 그리 급하게 헐떡이는가

 

       큰일 났습니다. 우성(虞城) 안에 큰불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변()이 난 것 같습니다

 

       주공. 빨리 돌아가셔야 합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우공(虞公). 무슨 일이오?

       우성(虞城)에서 불이 났다고 합니다.

 

       우공(虞公). 불이 났으면 끄면 되지 않겠소

       한 참 무르익은 사냥인데 마무리나 지읍시다

 

백리해는 우공에게 빨리 돌아가자고 하였으나, 진헌공의 말에

또 사냥하게 되자, 이제는 변이 났다며 파발이 달려왔다.

 

그제야 우공은 크게 염려하게 되며, 백리해와 급하게 우성(虞城)

다다르니, 이미 성벽 위에는 진군(晉軍)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우공(虞公), 나는 이극(里克) 장수요

       길을 빌려주시어 괵()을 주시고, 이제

       우()까지 주시니 너무나 고맙소이다.

 

이미 우성(虞城)은 순식(荀息)과 이극(里克)이 점령하여 성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어, 되돌아가 사냥터에 있는 주력부대를 불러오려

하였으나, 이 또한 진군(晉軍)에게 제압당한 뒤였다.

 

       궁지기(宮之奇)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막심이로다.

       어찌하여 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주공께서 궁지기(宮之奇)의 말도 듣지 않았는데

       어찌 제 말을 귀담아들었겠습니까?

 

       여러 번 아르켜주고 이해시키려 말씀드렸으나

       주공께서는 귀담아 듣지 않아 깨닫지 못했습니다.

 

       주공, 바로 오늘같이 어려운 날을 대비해

       신이라도 주공 곁에 남아, 모시고 있습니다.

 

이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와 먼지가 일어나더니, 주지교(舟之僑)

급히 달려와 말한다.

 

       우공(虞公). 잠깐 멈추시오.

       주지교(舟之僑)가 말씀드리겠소이다

 

       우공(虞公)께선 감언이설에 속아 괵()을 팔고,

       우()도 망쳤으니 이제 더 갈 곳이 없소이다.

 

       () 나라 조상의 제사나 지낼 수 있도록

       () 나라에 귀순하십시오

 

주지교(舟之僑)가 귀순하라며 고함치니, ()는 진()나라에

편입되며, 우공(虞公)과 백리해(百里奚)는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때 가도멸괵(假道滅虢) 이란 말이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가도멸괵(假道滅虢)

       거짓()으로 길()을 빌려 괵()을 없앤다()

       뜻으로 풀이되지만, ()마저도 멸망되어 사라졌다.

 

       믿을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석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상대를 덥석 믿는, 어리석은

       군주의 종말을 역사는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이때가 기원전 655년의 일이었다

 

순식(荀息)이 왼손에는 벽옥(璧玉)의 옥구슬을 들고, 오른손에는

굴산(屈産)의 명마(名馬)를 이끌고 진헌공(晉獻公) 앞에 대령했다.

 

       주공. 신 순식(荀息) 이옵니다.

       우공(虞公)에게 주었던 것들을 모두 찾았습니다.

 

       으음, 과인의 명마(名馬)와 옥구슬이로구나

       우공(虞公)이 보물들을 영원히 가지시오

       길을 빌려주고 나라도 받쳤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오.

     

이때의 일로 우공(虞公)은 나라 대신에 귀한 보물을 손에 쥐게

되었다며, 어리석은 군주의 행동을 역사에 남기게 된다.

      

진헌공(晉獻公)은 괵()과 우()에 대한 전쟁을 마무리를 짓고

나자, 순식(荀息)에게 우공(虞公)의 처리 방안을 물어보게 된다.

 

       우공(虞公)을 죽여야 되겠소, 아니겠소

       주공, 우공(虞公)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 짓도 못 합니다.

 

       () 나라 민심도 있고하니, 살려주시어

       조상의 제사나 지내게 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우()는 망하고 우공(虞公)을 살려주니, 백리해(百里奚)

만이 곁에 남게 되며, 요세(繇勢)가 시종(侍從)의 일을 맡게 된다.

 

()나라는 경(), (), () 나라 등에 이어 괵()

()마저 병합함으로써, 이제 사방 1천여 리에 달하는 넓은

영토를 보유하게 되는 강대국이 되었다.

 

       더구나 괵()과 우() 나라를 병탄함으로써

       황하(黃河)만 건너면 곧바로 중원(中原)으로

       나갈 수 있는 교두보(橋頭堡)를 마련한 것으로,

       실로 오랜만의 숙원(宿願)을 이뤄낸 것이다.

 

진헌공(晉獻公)은 하나씩 모든 일이 정리되자, 모든 신료를

모이게 하고는, 유쾌한 어조로 논공행상을 발표하게 된다.

 

       일등공신 순식(筍息)을 공자 해제(奚齊)의 태부(太傅)

       삼노라. 아울러 우()의 일부 땅을 영지로 하사하노라.

 

       장수 이극(里克)에게 하양(下陽) 땅을 하사하노라.

       위 두 사람은 오늘부터 경()의 벼슬을 부여하노라.

 

       또한, (), (), () 등의 정벌 때 공을 세운

       조숙(趙夙)에게 경() 지역을 하사하며

       필만(畢萬)에게 위() 나라 지역을 하사하노라.

       나머지 공로자에게도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리노라.

 

각자 대부들의 지위와 실력의 비교는 자기가 보유하는 영지의

위치와 땅의 면적으로 구분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진헌공(晉獻公)은 이번 논공행상에서 아낌없이

       풍족한 상을 내렸으며, 신료들 모두가 공평한

       상이라고 하였으나,

 

       그 속에는 교묘한 정치적 술수로 공자 해제(奚齊)

       정치적 배경을 탄탄하게 구축한 것이며,

 

       특히 이극(里克)을 세자 신생(申生)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고,

 

       또한, 어느 편에도 가담치 아니하고, 항상 중립적

       위치에 있었던, 조숙(趙夙)과 필만(畢萬),

       두 사람을 자기편의 동조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조숙(趙夙)1백여 년 전 주유왕(周幽王)에게 직간하다가 면직을

당하고, 실망한 나머지, () 나라로 망명한 조숙대(趙叔帶)

후손이었으며, 세자 신생(申生)과 함께 경(), (), ()

정벌할 때 진헌공의 병거(兵車)를 조종한 차부(車夫)였다.

 

       필만(畢萬)은 주() 나라 필공(畢公)의 후예로서

       진헌공을 태운 병거(兵車)의 차우(車右) 로써

       특히 위() 나라 공략 시에는 위()의 성벽을

       가장 먼저 올라가 진나라 깃발을 꽂은 장수이었다.

 

또한 이극(里克)에게는 괵()의 장수였던 주지(舟之僑)와 같이

()과 우() 나라 지역을 다스리게 하였다,

 

       주공, 해제(奚齊)의 뒤를 탄탄하게 받쳐줄

       사람들을 배치하여 주시어 진실로 고맙나이다.

 

이번 논공행상에서 여희(驪姬)가 가장 기뻐하였으며, 이제부터는

세자 신생(申生)을 어떻게 제거하느냐 하는 것에만 골몰하게 된다.

 

       포로가 된 백리해(百里奚)가 잠시도 우공(虞公) 곁을

       떠나지 않으니, 사람들은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을

       알뜰히 잘도 모신다며 모두가 비웃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현자(賢者), 아무리

지략(智略)이 뛰어난 장수(將帥)라 해도, 더불어 자기 뜻을 펼칠

기회를 잡기위해 긴 세월 동안 갈고 닦으며 기다리다가, 만나지

못해도 또 좌절하지 않으며,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백리해(百里奚)는 어디 계시오

       주지교(舟之僑) 장수께서 어쩐 일이오

       재상 궁지기(宮之奇)는 어디로 갔소

 

       우공(虞公)이 어리석어 나라가 망하겠다며

       떠나간 지 꽤 오래되었소.

 

       그대는 우공(虞公)을 왜 모시고 있는 거요

       내가 지혜 없어 섬기고 있기는 하지만

 

       우공(虞公)이 비록 무능하고 우매(愚昧)하다

       할지라도 나마저 떠나면

 

       나는 충심(衷心)과 충심(忠心)을 버리는 것이며

       또한, 우공(虞公)이 의지할 때가 없소이다.

 

       우공(虞公)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내가 떠나는 것은 도리(道理)가 아닐 것입니다.

 

       허허, () 나라는 망한 것이 아니겠소

       어리석게 굴지 말고, () 나라에 벼슬하여

       우리같이 큰 공이나 세워봅시다

 

       내 그대 백리해(百里奚)를 진헌공에게 추천하여

       진공(晉公)께서 대부 벼슬을 내리겠다 하였소.

 

       고마운 말씀이나, 비록 망한 군주이지만

       우공(虞公)께서 세상을 뜨셔야 가능할 일이오.

 

이제 진()의 대부가 된 주지(舟之僑)는 백리해(百里奚)를 깊이

생각하다가 진헌공(晉獻公)에게 현자(賢者)라고 추천하였으며,

대부 벼슬을 내리겠다고 승낙을 받자마자 찾아온 것이다.

 

       군자는 자기 나라를 떠나더라도

       원수의 나라에는 가지 않는 법이거늘

       하물며 나에게 벼슬까지 하란 말이요

 

       미안하오, 나는 벼슬을 하더라도

       진() 나라에서는 하지 않으리다

 

크게 실망한 주지교(舟之僑)는 백리해(百里奚)가 자신이 찾아온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고 또한, 빈정댄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므로,

몹시 분개하면서 마음속 깊이 섭섭한 감정을 품으며 돌아갔다.

 

       코가 석 자나 빠진 놈이 앞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여야지, 자존심만 세우려 하고 있구나

 

       백리해(百里奚)를 두고 현자라더니

       한낱 어리석은 놈에 불과하구나

       건방진 놈, 어디 두고 보자

 

210 . 진 나라의 계보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