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06 화. 이빨과 입술 사이는 어떨까.

서 휴 2023. 7. 7. 14:49

      60. 순망치한.

 

206 . 이빨과 입술 사이는 어떨까.

 

       좋소. 순식(荀息)은 그대의 뜻대로 하시오!

       직접 군()을 지휘하여 보겠소?

 

       아니옵니다. 좋은 장수가 있사옵니다.

       좋은 장수가 어디에 있는가

 

       장수 이극(里克) 승진(昇進)시키시어

       우리 진군(晉軍)을 맡기시면 잘 할 수 있으라 봅니다.

 

여희(驪姬)는 양오(梁五), 동관오(東關五), ()와 의논하고 난 후,

진헌공이 내당에 들어오자, 이번 전쟁에도 신생(申生)을 단독으로

내보내어 고초를 겪게 하자면서 심하게 조른다.

 

       여희(驪姬), 그리는 안 되노라.

       이번 전쟁은 그렇게 만만치 않도다.

       두 나라를 치는 아주 중요한 전쟁이다.

 

       이 어려운 전쟁에 만약 세자가 승리한다면

       앞으로 세자를 다루기가 더 어려워지노라.

       그러기에 내가 직접 나서려 하는 것이다.

 

순식(荀息)은 어여쁘며 가무(歌舞)와 잠자리를 잘하는 여인들을

골라냈으며, 마치 세작(細作)처럼 간첩 교육을 시키고 난 후에,

모두를 대리고 괵() 나라를 찾아갔다.

 

       괵공(虢公)께선 안녕하시온지요.

       아니. 웬 선물과 악기를 든 여인들인가

 

       저희 주공께서 보내신 선물이옵니다.

       그냥 받으시지요.

       그냥 받다니 뜻이 있지 않겠는가

 

       이제부터 저희 진() 나라와 화친(和親)하시어

       서로 간에 아무 소득 없는 침공을

       그만하는 걸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화친을 맺으러 이 많은 선물을 보낸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여인들은 모두 가무(歌舞)를 잘할 줄 아웁니다.

 

       허허, 그런가. 화친의 조건을 다시 말해보라.

       그동안 뺏어간 우리 변방의 땅을 되돌려 주소서.

 

       나라의 경계선은 현재 그대로 하자.

       정 그러시다면 그리하십시오.

       다만 더는 침공하지 마십시오.

 

       서로 싸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너희 진() 나라도 침범하지 말라.

       그렇게 하도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은 서경(書經)의 열명(說命)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무슨 일이든 미리 대비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괵공(虢公)이 어여쁜 여인들과 선물을 받으려 하자, 지켜보고

있던 대부 주지교(舟之僑)가 크게 손을 저으며 큰소리로 만류한다.

 

       주공, () 나라는 거짓말을 잘합니다

       주공, 독약 같은 미끼를 어찌 삼키려 하십니까

 

       화친까지 맺자는데 약속을 어기겠는가

       화친은 감언이설입니다.

       주공, 절대 믿어선 안 됩니다.

 

       주지교(舟之僑)는 너무 염려치 마라

       화친을 맺으면 싸울 일도 없을 것이니

       이제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정성을 다하여 선물을 가져왔는데

       화친을 맺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주공, 절대 아니 됩니다. 받지, 마시옵소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지 않았소

 

       ()나라는 우리보다 큰 나라이잖소

       화친을 맺고 어찌 돌아서 약속을 어기겠는가.

 

괵공(虢公)은 주지교(舟之僑)의 말을 듣지 않고, 화친을 맺었으며,

선물을 얼른 받아 챙기고는 진() 나라 여인들과 어울려 가무를

즐기면서 매일 밤 여인들을 끼고 살다시피 하였다.

 

       주공, 절대 아니 됩니다

       여인들을 멀리하시고 나라를 살피십시오.

       허 어, 주지교(舟之僑)또 잔소린가

 

       괜히 내 일에 간섭하지 말고,

       어서 내일 당장 하양관(下陽館)으로

       떠나가 국경이나 잘 지키도록 하라.

 

괵공(虢公)은 화가나 주지교(舟之僑)에게 고함 지르면서 우()

접경지역인 하양관(下陽館)으로 내쫓았으므로, 이제 간섭할 사람이

없게 되자, () 나라의 기강은 너무나 쉽게 무너지게 된다.

 

       주공, () 나라의 충신 주지교(舟之僑)

       하양관(下陽館)으로 쫓겨났습니다.

 

       주공, ()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나이다.

       주공, 어서 견융(犬戎)에게 뇌물을 보내

       괵() 나라를 먼저 치게 하소서?

 

       주공, 견융(犬戎)이 괵()과 싸우는 사이에

       우리는 괵() 나라 땅을 사소하게 침공하며

       ()이 침공한다고 우공(虞公)에게 알려야 합니다.

 

       좋도다. 이제 견융(犬戎)에게 뇌물을 보내라

       순식(荀息)은 차질 없이 진행토록 하라

 

       주공, 견융(犬戎)이 침공을 시작했으며

       우리 변방의 한 읍제(邑宰)가 괵() 땅을

       침범하여 소소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주공, 이토록 진행이 잘되고 있사오니

       신 순식(荀息)은 우공(虞公)을 만나러 가겠나이다.

 

       좋도다그대 순식(荀息)

       변함없이 계획대로 잘 추진하라 

 

()의 순식(荀息)은 굴산(屈産)에서 자란 유명한 명마(名馬)

수극(垂棘)의 벽옥(碧玉)으로 빚은 진귀한 옥구슬을 가지고 간다.

 

       주공, () 나라에서 사신이 왔나이다.

       무슨 일러 왔을꼬어서 들라 하라.

 

       우공(虞公)께선 안녕하시온지요.

       (나라 사신은 무슨 일러 왔는가

 

       ()나라가 자꾸 침범하여 견딜 수가 없나이다.

       잠시 길을 빌려주시오면  ()나라를 치겠나이다.

 

       우리 땅을 거쳐 괵() 나라를 치겠다는 것이냐

       그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우()와 괵()은 형제의 나라이다

 

       귀한 선물을 우공(虞公)께 바치옵니다.

       두 가지 보물(寶物)을 받으시옵소서.

 

       허 어. 귀한 걸 가져 왔구나

       그 유명하다는 굴산(屈産)의 명마(名馬)

       저 영롱(玲瓏)한 것이 수극(垂棘)에서

       벽옥(璧玉)으로 빚은 신비로운 구슬이란 말이냐

 

       우공(虞公), 그러하옵니다

       저희 주공께서도 아끼시는 물건 들입니다.

 

       벽옥(璧玉)의 구슬을 이리 가져와 보시 오.

       오 호. 참으로 영롱(玲瓏)한 빛이로다

 

       이것은 지극한 보물로 천하에 보기드문 것이오.

       무슨 일로 이 귀한 보물을 주겠다는 것이오?

 

       우리 주공께서 군후의 어진 성품을 사모하고

       군후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하고 있는 바이오라

       아주 돈독한 화친을 맺고자 하옵니다.

 

       그뿐인가할 말이 더 있지 않겠는가

       부탁드릴게. 하나 더 있사옵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뜻을 굽혀 괵()과 화친까지

       맺었사오나 화친의 침도 마르기 전에 

       또 무도하게 남쪽 변방을 침범하였으며

 

       약탈해 갈 뿐만 아니라, 이제는

       보루(堡壘)를 쌓으며 땅까지 차지하려 합니다.

 

       할 수 없이 괵()에 죄()를 물을까 하오니

       청컨대 잠시 길을 빌려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리하오면 괵()을 문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의 공물마저 우공(虞公)께 모두 바치겠나이다.

 

우공(虞公)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진귀한 보물에 흡족해하며,

무지갯빛이 영롱(玲瓏)한 벽옥(碧玉)의 구슬을 매만지면서,

() 나라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하였다.

 

이때 이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재상 궁지기(宮之奇)가 강력하게

만류하며 큰소리로 외치면서 반대하였다.

  

       주공, 절대로 선물을 받아선 아니 됩니다.

       () 나라는 동성(同姓)의 나라를 병탄(倂呑)한 것이

       한둘이 아니므로() 나라가 망하면 우리도 망합니다.

 

       ()이 우리와 괵()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와 괵()이 입술과 이빨처럼 돕기 때문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이란, 말이 여기에서 생겨난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춥다()(이빨이 시리다)

뜻으로 서로 떨어져서 살 수가 없다는 말이 된다.

 

       궁지기(宮之奇)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 보다 진()이 열 배나 더 강한 나라요.

 

       나를 얼마나 믿기에, 이렇게 진귀한 보물까지

       보내며 친교를 맺으려 하겠소

 

       귀한 보물까지 보내며 화친을 맺자는데

       큰 나라가 신의를 지키지 않을 리가 있겠소

 

       주공, 절대로 아니 됩니다.

       진()나라는 괵()을 멸한 후,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우리 우()마저 멸할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어찌 이 점을 생각지 않으십니까

       재상은 자꾸 의심만 할 것이 아니요

 

       그대처럼 계속 의심만 한다면

       우리는 어느 나라와 우호를 맺어야 하겠소

 

       그리고, 그렇게 이유 없이 반대만 한다면

       과인이 하는 일에 더는 참견하지 말라

 

우공(虞公)은 궁지기(宮之奇)의 충심 어린 간언을 듣지 않으면서,

()나라와 친교를 맺겠다며, 두 가지 보물을 받으려 하였다.

 

궁지기(宮之奇)가 격한 감정을 참지 못하며, 또 급히 간하려 하자,

이때 곁에 있던 백리해(百里奚)가 살며시 옷소매를 잡아당기자

궁지기(宮之奇)는 어쩔 수 없이 섭섭한 마음으로 물러나게 된다.

 

 207 . 믿는 어리석음은 어찌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