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201∼300회)

제 202 화. 망하는 조짐이 나타나는가.

서 휴 2023. 7. 5. 17:00

202 . 망하는 조짐이 나타나는가.

 

장수 이극(里克)은 태사(太卸) ()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

너무 걱정되어 태복(太卜) 곽언(郭偃)을 찾아가 의논하게 된다.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요.

       앞으로 어찌 되겠습니까?

 

       우리 진() 나라는 난리(亂離)가 나고, 또한

       그칠 것이며, 꼭 망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걸 어찌 믿을 수가 있겠소?

       옛날 숙우(叔虞)께서 당() 나라를 세우시고

       그리고, 그후에 진()이라고 이름을 바꿨잖소?

 

       그때 숙우(叔虞)께서 다음의 점괘를 얻었다고 하오.

       尹正諸夏 再造王國 (윤정제하 제조왕국)

 

       다스릴 윤. 바를 정. 모든 제. 중국 하

       반복 재. 지을 조. 임금 왕. 나라 국.

       중원의 여러 나라를 바로잡아 왕국을 다시 건설하리라.

 

       나라가 공적(功績)을 크게 떨치려 하는데

       어찌 망국의 우환(憂患)이 따르지 않을 수 있겠소

 

       이 난리(亂離)가 지나가고 나면 나라가 좋아집니다.

       만약 난리가 난다면 언제가 되겠소이까?

 

       ()과 악()의 보응(報應)10년을 넘지 않는다 하오.

       모든 일은 10년 만에 다 변합니다.

       10이라는 숫자는 가득 참을 말하는 것이오.

 

이극(里克)은 태복(太卜) 곽언(郭偃)의 말을 죽간(竹簡)에 기록하여

놓으면서, 진헌공(晉獻公)이 여희(驪姬)를 총애한 나머지 어린 아들

해제(奚齊)를 후사(後嗣)로 삼으려한다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여희(驪姬), 어찌 생각하느냐?

       신생(申生)을 폐()하고 해제(奚齊)를 세우면 되겠느냐?

 

       주공. 아니 되옵니다

       우리 진() 나라에 이미 세자를 세웠다는 소식은

       이제 모든 제후가 다 들어 알고 있나이다.

 

       세자 신생(申生)은 어진 데다 허물이 없사옵니다.

       주공께서 이 모자 때문에 세자를 폐하고자 하신다면

       신첩(臣妾)은 차라리 자결하고 말겠나이다

 

       허 어, 너의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구나

       신첩(臣妾)을 생각해주시니, 너무나 고마워

       신첩(臣妾)은 눈물이 나오려 하옵니다.

 

       주공. 신첩(臣妾)은 욕심이 하나도 없나이다.

       신첩은 그저 해제(奚齊)와 조용히 살고 싶사옵니다.

 

여희(驪姬)가 속마음을 감추면서 말하자, 이에 진헌공(晉獻公)

그 말이 진심으로 믿게 되면서 더욱 착하게 생각하였으며,

결국 신생(申生)을 세자에서 폐하는 일을 뒤로 미루게 된다.

 

       여희(驪姬)는 아무 잘못도 없는 세자를 폐하다간

       조정의 신료들이 불복(不服)하여 간언을 올릴 것이며

 

       더구나 세자 신생(申生)과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서로 형제로서 우애가 깊은 것을 크게 걱정하였다.

 

여희(驪姬)는 해제(奚齊)가 커갈수록 나이 많은 세자 밑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며, 걱정이 점점 커지면서

몹시 고민하다가,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게 되었다.

 

       진헌공(晉獻公)은 이미 육십이 넘은 고령(高齡)이다.

       아직은 건강하다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는가?

 

       신생(申生)이 다음 보위를 이어받는다면

       나와 해제(奚齊)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아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나

       아아, 너무나 끔찍해끔찍해

 

진헌공은 여희를 정실부인으로 만들고 나자, 더욱 자주 찾게 되며

해제(奚齊) 또한 무릎에서 떼어놓지 않을 만큼 총애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여희(驪姬)는 그 마음이 더욱 불안해지게 된다.

 

       여희(驪姬)는 불안할수록 진헌공에게 갖은 정성을

       다하며, 해제(奚齊)를 세자로 세우려는데 최선의

       방안을 찾고자 혼자서 골몰(汨沒) 하고 있었다.

 

       진헌공이 뒤늦게 해제(奚齊) 만을 사랑하게 되니,

       세자 신생(申生)을 비롯한 중이(重耳), 이오(夷吾)

       다른 공자들을 보는 눈은 한결같이 무심해 졌다.

 

진헌공(晉獻公) 곁에는 말잘 듣는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

있으며 또한, 궁실의 연회를 주관하는 예능인 시()가 있었는데

모두 진헌공의 총애를 받으며 권력을 조금씩 휘두르고 있었다.

 

()는 아직도 나이 어린 19세지만, 아주 영리하고, 말주변도

좋고, 연기도 잘하며, 진헌공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에 궁실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심부름 등으로 여러 신료를 알고 지냈다.

 

       군부인, 부르셨나이까?

       그래 시() . 어서 오너라

 

       너는 사내지만 자색(紫色)이 몹시도 곱구나.

       나를 위해 즐거운 노래와 춤을 추어 보아라.

 

여희(驪姬)는 목적을 이루고자, ()에게 추파를 던지게 되며,

어느 날 유인하여 남모르게 몸을 섞어보니, 보기보다 훨씬 단단하게

오랫동안 버티면서도, 으스러질 정도로 힘껏 끌어 앉아 주는 힘이

아주 남다른 걸 느끼게 되었다.

 

여희는 나이 늙은 진헌공에게서 느껴보지 못하였던 희열(喜悅)

몸부림치게 되며, 남몰래 사랑하는 애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 . 주공은 나이가 너무 많아

       이제 곧 떠날 것이 아니겠냐?

 

       세자 신생(申生)이 주공이 되고 나면

       내 어린 아들 해제(奚齊)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나

 

       해제(奚齊)가 세자가 되면 좋으련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구나

 

       마마, 세자 신생(申生)은 제일 나이가 많으며

       나머지 공자들도 모두 청년들입니다.

 

       해제(奚齊)는 이제 겨우 3살입니다.

       아직 어린이니 서두르지 마시고

       서서히 추진하셔도 늦지 않나이다.

 

       세자에게는 스승인 두원관(杜原款)이 있으며

       이극(里克) 장수가 항상 보호하고 있지요.

 

       중이(重耳)와 이오(夷吾)에게도 스승이 있으며

       따르는 가신(家臣)들이 당()을 이루고 있어.

       그들을 쉽게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 . 그러기에 내가 걱정이 많은 것이 아니겠냐?

       () . 좋은 방법을 찾을 수가 없겠느냐?

 

       군부인 마님, 우선 해제(奚齊)의 스승을 먼저 정하고

       해제(奚齊)를 받들 중신들을 포섭해야 합니다.

 

여희는 진헌공에게 아양을 떨며 많이 졸라서 해제(奚齊)의 스승을

정하는 승낙을 받아내자, 기쁜 마음으로 시()를 부르게 된다.

 

       () . 해제(奚齊)의 스승으로 삼아야 하는데

       대부(大夫) 중에 누가 좋겠느냐?

 

       주공보다 나라를 우선시하는 사람과

       나라에 앞서 주공을 섬기는 사람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원로대신(元老大臣)

       호돌(狐突) 같은 사람도 있지요.

 

       () , 그래서 누가 좋다는 말이냐?

       대부 순식(荀息)은 주공의 말씀에 살고 죽을 것입니다.

       으응. 그래. 순식(荀息)을 스승으로 삼아야겠구나

 

여희는 순식(荀息)에게 선물도 자주 보내 주면서, 진헌공이 더욱

신임(新任) 하도록 만드니, 순식도 여희(驪姬)를 믿게 되었다.

 

       순식은 고지식하지만, 지모(智謀)와 경륜까지 겸비하여,

       진헌공 초기에 대부 반열에 오른 귀족이었다.

 

       대사공(大司空) 사위(士蔿)는 진헌공 개인보다는

       공실과 나라를 우선시하는 국가관을 가졌지만,

 

        순식(筍息)은 그와는 반대로 나라보다는

        진헌공을 우선시하였으므로, 사위(士蔿)

        순식(筍息)은 서로 같은 당()이 아니었다.

 

반면에 순식(筍息)은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 처럼 여희에

동조하여 진헌공에게 아첨이나 감언이설을 일삼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충언을 서슴지 않는 성격이었다.

 

       군부인 마마. 많은 생각을 하여봤습니다.

       먼저 세자인 신생(申生)부터 없애야겠어요!

       () , 좋은 방법이 있겠느냐?

 

       세자 신생(申生)을 사지(死地)로 몰기 위해서는

       세자와 모든 공자들을 강성(絳城)에서 쫓아내

 

       주공과의 거리(距離)를 멀리 떨어트려야

       여러 모함(謀陷)을 쉽게 할 수 있나이다.

 

       ( ), 그게 어디 쉬운 일이 겠느냐?

       주공께 잘해드리며 마음을 움직이 십시오.

 

여희(驪姬)는 시()의 말대로 잠자리를 할 때마다, 더욱 요염한

자세로 끌어당기고 감쌌다가 놓으면서, 진헌공이 땀을 흠뻑

흘리면서도 만족하게 만들며 감언이설까지 더해가며, 기어이

모든 공자들을 변방으로 내쫓는 결심을 하게끔 만들었다.

 

       () . 왜 몇 일간 보이지 않았느냐?

       군부인(君夫人). 동조할 중신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래. 좋은 중신(重臣)을 좀 찾았느냐?

 

       군부인, 조례(朝禮)에 참석하는 중신들을 포섭하여

       그들이 주군께 좋은 방안을 건의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일 것 같습니다.

 

       () . 누구를 포섭해야 하겠느냐?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가 좋겠습니다.

 

       군부인(君夫人) 마님. 그 둘은 신생(申生)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주공의 비위(脾胃)를 잘 도  맞춥니다.

 

       좋다. 필요한 방법을 말해보아라.

       군부인께서 두 대부에게 귀한 선물을 보내십시오.

 

       그리고, 저에게도 자금(資金)을 좀 주십시오.

       그래 걱정하지 마라, 넉넉히 주마.

 

양오(梁五)와 동관오(東關五)는 해제(奚齊)를 위해 여희(驪姬)에게

충성을 맹세하였으며, ()와 함께 비밀리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자 신생申生은 평판도 좋고,

       세자를 받드는 좋은 중신도 많도다.

 

       세자를 바꾸기 위해서는 숱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한번 해보자.

 

       내 기어이 해제(奚齊)를 세자로 세우고 말리라.

       내가 주공을 잘 모시고 있지 않은가?

       그래, 내 기어이 해내고 말리라!

 

203 . 아들들을 모조리 쫓아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