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78 화. 뜻을 모두 이루게 되는가.

서 휴 2023. 6. 22. 15:01

 178 뜻을 모두 이루게 되는가.

 

제환공(齊桓公)은 말을 마치자수레를 몰고 궁으로 돌아가면서도

여전히 불안에 떨면서 공포에 사로잡혀 결국 드러눕고 말았다.

 

        병의 증세는 꼭 학질(瘧疾)처럼 몹시 추위를 타는 듯이

        몸을 떨게 되기에 두꺼운 이불까지 덮어주었으나,

        견디지 못하고 끙끙 앓고만 있었다.

 

소문이 나자, 조정의 신료(臣僚들이 알게 되었으며, 서로 문안을

하고자 모여들며, 누워 있는 제환공(齊桓公)을 찾아오고 있었다.


        주공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중보(仲父)는 이리 가까이 와보시오.


       과인이 어제 사냥을 갔다가 귀신을 본 뒤로

        무섭고 떨려 견딜 수가 없소이다.   

        중보仲父는 내가 본 귀신의 모양새를 말해보오.

 

그러나 관중(管仲)이 귀신의 생김새를 말하지 못하자수초(竪貂)

그 모습을 보면서 관중(管仲)이 나가자 엷게 비웃으며 말을 한다.


        신은 처음부터 대답하지 못할 줄 알았나이다.

        어찌 보지 못한 것을 알 수 있겠나이까?

        관중(管仲)은 그저 보통 사람일 뿐이옵니다.


관중(管仲)은 제환공의 병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자, 크게 근심하여

거리마다 커다랗게 방문(榜文)을 써 붙여 누구나 보게 하였다.

 

       누구든지 주공이 본 귀신의 생김새를 말하는 자가

        있으면내가 받는 녹봉(祿俸) 3분의 1을 주겠노라.


며칠 후가 되자삿갓을 깊이 눌러쓰고조각조각 누빈 옷을 입은

허름한 한촌 사내가 관중(管仲)의 집에 나타나 대문을 두들긴다.

 

        안에 누가 계시오!

        누구신 데 이리 대문을 두드리십니까.

 

        허 어그저 중보(仲父어른을 만나러 온 것뿐이오.

        중보(仲父어른은 지금 계시는가?

 

        예야어서 들게 하여 모시고 오너라.

        반갑소어서 오시 오.


관중은 첫눈에 그 촌 사내가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알아보았으며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그 촌 사내를 방안으로 모셔 들였다.


        중보(仲父어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서 이 자리에 좌정해 주시 오.


        주공께서는 지금도 병환 중인지요?
        그렇소이다별 차도가 없어 걱정이오.

        중보(仲父)께 몇 가지만 물어보겠나이다.

        주공께서는 귀신을 보고 나서 생긴 병환입니까?


        그러하오무슨 귀신인지 알 수가 없소이다.      

        주공께서는 어디에서 귀신을 보셨습니까?

 

        사냥을 나갔다가 커다란 연못 속에서 나타난

        알 수 없는 귀신을 보았다 하오.


        그렇다면 아무 걱정할 게 없나이다.

        주공께 오히려 좋은 일이 되겠나이다.


        그대는 그 귀신을 알고 있다는 말씀이오?     

        그렇소개략(槪略짐작(斟酌이 갑니다.


        그 귀신의 형상도 말 하실 수 있겠소?      

        말하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괜찮으시다면

        신이 주공을 뵙고 직접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요그렇게 해봅시다.

        함께 궁궐(宮闕)로 가봅시다.


(사내의 말에 관중(管仲)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으나,

굳이 주공께 직접 말하고 싶어서 하자그 길로 촌(사내와

같이 궁으로 들어가 제환공(齊桓公)에게 알현(謁見시키었다.

 

        주공어떠시나이까?

        중보(仲父), 한기가 들어 몹시 춥소이다.

 

그때 제환공(齊桓公)은 이불을 두껍게 쌓은 그 위에 앉아있었으며,

그 당시 한창 총애를 받고 있던 장위희(長衛姬)와 소위희(小衛姬)

양옆에서 제환공의 어깨과 다리를 열심히 주무르고 있었다.

 

내시 수초(竪貂)는 한옆에 앉아 약사발(藥沙鉢)을 들고마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모두 몹시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공귀신의 생김새를 말하겠다는

        사람과 함께 왔나이다.

 

        주공한번 불러 만나 보시려는 지요.        

        중보(仲父), 어서 데리고 들어오시오.


        아니저런 촌 사람이 들어오다니        

        중보(仲父)께서 데리고 온 사람이 바로 그대인가.

 

        그대는 의원醫員 인가.       

        신은 그저 촌 농부이옵니다.

 

        허 어그대가 내 병을 알 수가 있겠는가쯔 쯔.

        어서 빨리 말해보시오.

 

        주공귀신이 어찌 사람을 해칠 수 있겠나이까.        

        주공께서는 자기 스스로 병을 앓고 계시나이다.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니.      

        그런데 내 몸이 왜 이리 아픈 것인가.


        귀신이 있기는 정말로 있는가.       

        귀신은 정말로 있사옵니다.

 

        귀신의 이름과 생김새를 말하여 보아라.

        예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망상(罔象)이라는

        귀신이 살고 있으며일명 목종(沐腫이라고 합니다.

 

        생김새는 세 살 된 어린아이와 같사온데

        푸른 얼굴에 검붉은 몸통을 지녔고

        손톱과 눈동자 또한 붉으며

        귀는 크고 팔뚝이 유난히 깁니다.       

 

        언덕에는 신(이라는 귀신이 있사온데

        () ()처럼 생겼사온데 뿔이 달려있고

        몸의 털에서 오색찬란(五色燦爛한 빛이 납니다.

 

        또한산에는 다리가 하나인 외발로

        깡충깡충 뛰는 기(라는 귀신이 있나이다.

 

제환공은 촌 사내의 말에 점점 흥미를 느끼며, 더욱 궁금하여져

처음 봤을 때 무시하던 마음이 사라지며 귀담아들으려 하였다.

 

        들판에 사는 방황(彷徨이라는 귀신은 뱀과 같사오나?

        머리가 둘이며 오색찬란(五色燦爛한 무늬로

        길가는 사람들을 곧잘 미혹(迷惑시키나이다.


        허 어그것이 다인가.     

        아닙니다땅속에는 분양(墳羊이라는 귀신이 있고

        불 속에는 송무기(宋無忌라는 귀신이 있으며

 

        넓은 못에는 위사委蛇 라는 귀신이 살고 있습니다.    

        허 어위사(委蛇라는 귀신은 어떻게 생겼는가.


        위사(委蛇)는 몸통이 수레바퀴만 하게 생긴 뱀이오며

        그 길이는 수레 끌채만 하고 보라색 옷을 입고

        붉은 관()을 썼사온데 조용하게 웅크리고만 있나이다.

 

        그런데 이 위사(委蛇)는 수레바퀴 소리를 몹시 싫어하여

        그 소리가 들리면 머리를 감싸 쥐고 일어섭니다.

 

        보통 사람은 그 생김새가 하도 괴상하여

        똑바로 보지 못하고 놀랄 지경이 되옵니다.

 

        하온데만일에 이 귀신을 똑바로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천하의 패권霸權을 잡는다고 합니다.

 

제환공은 위사(委蛇)에 관한 말을 듣자마자, 크게 웃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크게 감명을 받은 듯 환한 웃음을 

짓고는 기뻐하며,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하하하그대의 말이 맞도다.       

        내가 본 것이 바로 그 위사(委蛇)로다.


        호오그대 이름이 무엇인가.        

        신의 이름은 황자(皇子)라고 하옵니다.

 

        그대는 어느 곳에 사는가.

        (나라 서쪽 시골 마을에 사는

        한낱 촌 농부에 불과하나이다.


        허 어, 다행히 우리 제 나라 사람이구려.       

        그대는 벼슬을 하며 나를 도와주오.

 

        신은 벼슬을 바라지 않나이다. 

        그러면 무엇을 바라는가.
        

        주공께서 항상 주(왕실에 충성하시오며

        사방의 오랑캐를 물리쳐 주시면서

 

        백성들이 편안히 농사 짓도록만

        지금처럼 하여주신다면

        신으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나이다.


        허 어정말로 고고(孤高한 선비로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선비가 있었다니

        우리 제(나라의 복(이로다.


제환공은 황자(皇子)의 말을 듣자 거짓말처럼 정신이 상쾌해지고,

아픈 증세(症勢)가 다 가셔버리면서 환한 웃음을 머금게 되었다.


        황자(皇子)에게 많은 곡식과 비단을 내주도록 하라.

        중보(仲父) 에게도 많은 상()을 내리노라.

 

관중(管仲)과 촌사람이 모두 나가자수초(竪貂)는 불만을 드러내며,

제환공(齊桓公)에게 따지듯이 불맨 소리로 말을 한다.

 

        관중(管仲)은 귀신의 생김새를 말하지 못하였는데

        어찌하여 많은 상()을 내리시나이까.


        과인이 듣기로는자신이 직접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그의 습관에 아집(我執)이 생기기 쉽고,

 

        다른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며 일을 맡기는 자는

        현명(賢明한 사람이라 하였노라.

 

        만일 중보(仲父)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황자(皇子)의 말을 듣지 못하였을 것이다.


        주공신 수초(竪貂)는 언제나 머리 숙여

        주공의 넓은 도량(度量)에 감복하나이다.


수초(竪貂)는 제환공(齊桓公)의 넓은 도량에 감복하게 되었으며,

위와 같이 어지럽던 중원(中原) 제환공(齊桓公) 등장하여

새 질서를 잡아가며 살기 좋은 평화 시대가 오는 듯 하였다.

 

 179 도화 부인은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