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69 화. 그대 패왕지도를 아는가.

서 휴 2023. 6. 16. 19:02

169 . 그대 패왕지도를 아는가.

 

며칠 후 주(나라에 도착한 애강(哀姜)은 계우(季友)가 머물고

있는 집을 간신히 찾아내어, 그 집 문을 신중히 여러번 두둘겨 겨우 

계우(季友)를 만나게 되자, 간곡하고 정중하게 면담을 요청했다.

 

       부인은 어찌하여 예까지 찾아왔소

       나는 부인을 만날 일이 없소이다.

       부인은 어서 그냥 돌아가시오

 

애강(哀姜)은 계우(季友)가 형수의 대접도 해주지 않으면서 심하게

냉대하자 크게 낙담하였으나. 다행히 옛날에 면식이 있는 ()

대부가 생각 났으므로, 그를 만나 노()의 사정을 털어놓았으며,

그로 하여금 계우(季友)를 찾아가 자기를 용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계우(季友), () 나라 사정을 아시오

       무슨 사정을 말하는 것이오

 

       경보(慶父)와 애강(哀姜)이 모두 달아나고

       (나라 궁실(宮室)이 텅 비어 있다고 하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돌아갈 수 있겠소

       어서 귀국(歸國준비를 서둘러야 하겠소

 

       고맙소그렇다면 우리 일에 더 좀 도와주시오

       알겠소수레와 말을 잘 타는 10여 명을 붙여주겠소.

 

       또한,  잘 달리는 말 몇 필을 주시 오

       제(나라에도 사자를 보내 알리겠소이다.

 

그때 제환공(齊桓公)은 계우(季友)가 보낸 사자를 만나고 나서야

(나라에 변란이 일어난 것을 알고는 급히 조례를 소집하였다.

 

       듣자 하니(나라에 군주가 없다고 하오!

       이럴 때 곡부성(曲阜城)을 재빨리 점령하여, 아에

       () 나라를 우리와 병합시키는 게 어떻겠소

 

제환공(齊桓公)은 노(나라가 큰 어려움에 부닥친 걸 알고는

지난번 노민공(魯閔公)과 회담할 때와는 전연 딴판으로, 엉뚱하고

갑작스럽게 욕심을 내며 말했다.

 

       어린 군주는 살해당하고 실권을 잡았던 경보(慶父)

       ()로 망명하여(나라 궁실이 텅 비어 있소

 

       ()는 건국 이래로 우리와 항상 경쟁국(競爭國이었소.

       이제우리 제(나라가 우월(優越)한 위치에 있는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오겠소?

 

       우리 제군(齊軍)이 쳐들어가기만 한다면,

       ()를 차지하기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소

 

       이제 노(나라를 우리와 합병(合倂시켜

       앞으로의 우리 근심 걱정을 아예 없앨까 하오

       모두 들 의견을 말해보시오?

 

제환공(齊桓公)이 이웃 나라면서 항상 근심거리였던 노(나라를

이참에 아예 합병해 앞날을 편하게 하자고 힘주어 말했으나,

조당에 모인 중신(重臣모두가 침묵하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제환공(齊桓公)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과 눈빛을 훑어가고

있다가, 이윽고 재상 관중(管仲)의 얼굴에 와 닿게 된다.

 

       중보(仲父)는 어찌 생각하시오

       주공신이 몇 말씀 올려도 되겠는지요

       중보(仲父)는 어서 말씀해보시오

 

       주공께서는 패왕지도(覇王之道)를 생각해보셨는지요

       별안간 패왕지도(覇王之道라니그게 무슨 말이오

 

       주공은 이미 천하의 제후에게 부러움을 받는

       패공(霸公이시며, 방백(方伯)이 되시었나이다.

 

       모름지기 패왕(覇王이란도리(道理)를 바로 세우며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뜻하나이다.

 

       도리(道理)를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이란 말이오

       주공신 관중(管仲)이 더 이어가겠나이다.

 

       첫째 도리(道理)는 강(함을 견제(牽制하고

       (함을 구원하는 것입니다.

 

       둘째 도리(道理)는 포악(暴惡)한 정치를 못 하게 하며

       탐욕(貪慾)으로 침략을 일삼는 나라는, 곧바로

       응징(膺懲하여, 못된 버릇을 고쳐주는 것입니다.

 

       셋째로는 정의로우나 안타깝게 망한 나라는

       다시 살려내어 존속되도록 해주며

       위태로운 나라는 안정을 도모해주는 것입니다.

 

       넷째, ()가 끊긴 나라는 대()를 잇게 해주는

       이것이, 바로 도리(道理)를 바로 세우는 일이며,

       이 모두를 패왕지도(覇王之道)라 할 수 있나이다.

 

관중의 말을 들은 제환공은 그제야 패왕지도(覇王之道)에 대한

본뜻을 깨달아 크게 뉘우치면서신료에게 힘주어 말하게 된다.

 

       중보(仲父)는 도리(道理)를 생각하라는 것이오

       그렇다면(나라를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 ()는 예로부터 예의를 아는 나라입니다.

       지금 군주를 죽이는 소동이 잇달아 일어났으나

 

       백성들은 옛날부터 여전히 어진 예법을 숭배하오니

       이를 견주어 노(나라를 쳐서는 아니 되옵니다.

 

       주공또한 공자 신()은 나라를 다스리는 법에 밝고

       재상 계우(季友)는 어진바두 사람은 어지러운 시국을

       반드시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봅니다.

 

       더구나 노(나라 백성들은 재상 계우(季友)

       잘 따르며 잘 복종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러므로 주공께서는 이 기회에 노()의 대()

       잇게 하는 계절(繼絶)의 은혜를 베푸시어

       패왕지도(覇王之道)를 이행하심이 좋겠나이다.

 

제환공은 관중의 깊은 말뜻을 깨달았다는 듯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으며, 또한 큰소리로 외쳐대었다.

 

       중보(仲父)의 말씀이 옳고옳도다

       상경 고혜(高傒)는 지금 즉시 갑사(甲士

        3천 명을 이끌고, 어서 노(나라를 도우라

 

제환공(齊桓公)의 명령으로 주(나라에서 귀국한 계우(季友)

() 나라의 상경 고혜(高傒)의 도움을 받게 되자, 그제야 비로써 

공자 신() (나라의 군위에 올려 모시게 되었다.

이로써 공자 신()이 어렵게 노희공(魯僖公)이 되었다.

 

       계절(繼絶)은 끊어진 대()를 잇게 한다는 말이다.

       이것 역시 제환공의 업적 중 하나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며

 

       그에는 관중을 비롯한 신료들의 대범한 정치관이 작용하여

       제환공을 천하의 패공으로 올려세웠다고 할 수 있다.

 

(나라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공자 신()이 노희공(魯僖公)

됨으로써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나갔다.

 

       경보(慶父)와 애강(哀姜)이 아직도 살아 있다!       

       두 사람을 제거하지 않으면, 불씨가 또 살아날 것이오.

       두 사람은 반드시 정리해야 옳습니다

 

재상 계우(季友)는 곡부성(曲阜城)으로 돌아와 급한 일을 정리하고

나자마자첫 일성으로 이 같은 말을 부르짖으면서, 그 즉시 (

나라로 사자를 보내 경보(慶父)를 잡아 들이려 하였다.

 

       (나라 군주께 아뢰오.
       경보(慶父)는 우리 노(나라의 간적(奸賊입니다.


       그를 잡아 우리에게 넘겨주거나 목을 베어 보내시면

       섭섭지 않은 사례(謝禮)를 반드시 하고자 합니다.

 

(나라는 지금의 산동성 거현 일대에 있었으며주무왕이

(나라를 무너트리고, ()를 세우고 난 후  황제(黃帝)

자손을 찾아내어 봉지(封地)를 줌으로써 세워진 나라이다.

 

       ()의 군주 거자(莒子)는 이미 경보(慶父)로부터

       많은 뇌물을 받고 망명을 허락하였기에,

 

       만일 계우(季友)의 요구대로 경보(慶父)를 죽이거나

       붙잡아 (나라로 돌려보내 주게 된다면

       백성들로부터 몹시 비난받을 입장이었다.

 

거자(莒子)는 경보(慶父)로 인해 노()와 원수가 되고 싶지도

않았으며 또한(나라에서 섭섭지 않게 많은 예물을 보내

주겠다는 제안에도 구미가 크게 당겼다.

 

       어서 동생 영나(贏拿)를 부르라
       형님 무얼 걱정하십니까?

 

       경보(慶父)를 죽이거나 붙잡아서 보내 준다면

       많은 예물을 보내 주겠다하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걱정되는구나

 

       형님. 경보(慶父) 한태 이미 뇌물을 받았습니다.

       차라리 경보(慶父)를 다른 나라로 보내시면

       경보(慶父)나 우리를 위해서도 좋을 것입니다.

 

       그렇구나동생의 생각이 참으로 묘책이로다.

       동생은 이 뜻을 경보(慶父)에게 전하라.

 

거자(莒子)의 동생 영나(贏拿)는 경보(慶父)를 만나, (나라의

입장을 설명하며하루빨리 거(나라를 떠나줄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 거(나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이외다.

       공자 때문에 우리 거()와 노(나라 사이가

       ()가 상하여 싸움이라도 일어날까 두렵소이다.

 

       미안하지만, 이제 공자께서 스스로

       우리 (나라를 떠나주시면 고맙겠소이다


       허 참내가 어디로 떠난단 말이오?

       내가 줄 만큼 뇌물도 많이 줬잖았소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오.

 

그러나 경보(慶父)는 갈 곳도 없었으며이제 떠나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다 보니, 악착같이 거(나라에 머물려고 하였다.

 

       형님경보(慶父)가 떠날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동생 영나(贏拿)어찌하면 좋겠는가       

       아무래도 강제로 내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거자(莒子)의 동생 영나(贏拿)는 거군()을 앞세워 경보(慶父)

함거(轞車)에 싣고 가다가문수(汶水강변에 떨어트리고 돌아갔다.

 

170 . 악연의 사랑은 어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