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62 화. 늙은 말의 지혜를 보라.

서 휴 2023. 6. 13. 14:34

 162 늙은 말의 지혜를 보라

 

제환공(齊桓公)은 더욱 황화(黃花)를 믿게 되면서, 답리가가 멀리

달아나지나 않았을까만 염려하여 곧바로 뒤쫓기로 하였다.

 

      황화와 그 군사들이 앞장을 서서 가도록 하고

      우리는 그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도록 하라.


      패공(霸公), 신 황화(黃花)이옵니다.

      삼 일을 오게 되었나이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복잡합니다.

 

      신이 먼저 가서 답리가(答里呵)가 어느 방향으로

      달아났는지 잘 알아보고 오겠나이다.

 

      혹시 답리가의 기습을 받으면 어찌하겠는가?

      위험하니 장수 고흑(高黑)과 같이 가도록 하라

 

제군(齊軍)은 황화(黃花)가 떠나간 방향을 따라 진군하는데, 20

리가 지나자황량(荒凉)한 모래사막이 나타났다그러나 계속하여

한해(旱海)라 불리는 사막 속으로 20여 리를 더 들어가게 되었다.

 

      곧 돌아온다던 황화(黃花)는 왜 오지 않는가?

      모두 더는 가지 말고 이곳에 멈추어라

 

그렇게 기다리는 사이에 해가 저물자갑자기 냉기(冷氣)가 엄습하며

싸늘한 안개가 사방에서 모여들었다뿐만아니라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귀신(鬼神) 울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 허어지러운 바람이 몰아치는구나.

      춥고 무서워 머리털이 곤두서는구나.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바람은 점점 더 미친 듯이 땅을 할퀴는구나

 

갑자기 독(기운(氣運)을 품은 음습한 바람이 불어오고귀신의 

울음소리에 사람과 말이 다 같이 놀라 비명(悲鳴)을 질러댔으며,

게다가 독()에 쏘인 듯군사들과 말들이 픽픽 쓰러지기도 하였다.


      주공진정하십시오.

      신이 들은 바로는 북쪽 땅에 한해(旱海)라는

      사막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한해(旱海)라는 그곳은 흉악(凶惡)한 독기가 있어,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해를 입어 죽는다 하였나이다.

 

      이곳이 바로 그 한해(旱海인듯합니다.

      주공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겠습니다.
      주공어서 서두르십시오


제환공은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즉시 군사들에게 큰소리로 뒤로

물러나라고 명하였다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어버려 군사의

태반(太半)이 흩어져 죽거나 행방불명(行方不明)이 된 뒤였다.

 

모래사막인 한해(旱海)는 음습(陰濕하면서도 무서웠고군사들이

모두 횃불을 켜 들었으나황량한 벌판에서 세차게 몰아치는 강한

바람에 횃불은 번번이 꺼져버리고귀신과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더욱 공포에 빠지게 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헤매게 되었다.


      주공진정하시옵소서 

      주공, 신이 처리하겠나이다.

      군사들은 일제히 금()을 울리고 북을 두드려라.

 

      중보(仲父), 적과 싸우는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을 울리고 북을 두드리라 하는 것이오?


      ()을 울리는 것은 사악한 음기를 막는 것이며

      북을 두드리는 것은 그 소리를 듣고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옵니다.


한해(旱海사막의 어둠은 작은 빛마저 완전히 삼켜버리고하늘과

땅이 모두 캄캄해졌으므로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제군(齊軍)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

      ()과 북소리만 듣고 따라가도록 하라.

 

제군(齊軍)은 어디를 얼마나 달리며 되돌아왔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이윽고 바람이 멈추고 안개가 흩어지기 시작하면서하늘에서는

조각달이 떠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겨우 멈춰 서게 되었다.

 

계속하여 금()을 울리고 북을 두드리자모든 장수와 군사들이 

()과 북소리를 듣고 속속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곳에 모여 군막(軍幕)을 치고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누구도 졸면 안 된다귀신들에게 홀리고 만다.
      아침이 될 때까지 참도록 하라.

 

      동이 트기 시작한다.

      모두 일어나 상황을 점검하여 보아라.

 

      군사들과 말들이 반 이상이 없어졌으며

      장수 중엔 공손습붕(恭遜襲封)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겨울철이라 독사(毒蛇)가 없었고쇠와 북소리에

사막의 맹수들이 모두 숨어버렸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모두가 죽거나

       찾을 수가 없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관중(管仲)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에 보이는 건 모두 황량하였으며

모래언덕과 험한 바위산뿐으로 길이라곤 찾을 수 없어 난감해졌다.

 

      몸이 날랜 군사들을 뽑아 길을 찾도록 하라.

      주공동쪽이 막히고 서쪽도 막혀있나이다.

 

      우리가 미로(迷路속에 갇히고 만 것인가.

      모래사막인 한해(旱海) 미곡(迷谷) 이라 부른다더니
      아아우리가 이곳에서 갇혀 꼼짝없이 죽게 되는가.


      주공불안하시나이까

      신이 알기로는 늙은 말은 길을 잃지 않는다하였나이다.

 

      무종국(无終國)과 산융(山戎접경지대의 말들은

      대부분 사막 북쪽에서 온 것들이므로왔던 길을

      뒤돌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호아반(虎兒班) 산융(山戎)의 말 중에서

      그중에 늙은 말 십여 마리를 풀어그 말들이

      가는 곳으로 뒤따라가도록 하여 보라.


의심하고 망설일 계제가 아닌 제환공은 관중이 제안한 대로

늙은 말 10여 마리에 고삐를 풀어주고 마음대로 가게 하였다.


      말을 몰거나 쫓지 말고가는 데로 내버려 둬라.

      모든 군사는 저 말들의 뒤만을 따라가도록 하라.

 

(나라 군사들은 늙은 말의 뒤를 쫓아 험한 바위산 사이를

행군하기 시작하였는데 과연 그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제군(齊軍)은 이리 틀고 저리 트는 말을 따라가다가 마침내 죽음의

땅인 한해(旱海)에서 천신만고 끝에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는     

       늙은 말이 지혜롭다라는 뜻으로,

       어느 동물이나 사람도 연륜이 깊으면

       오랜 습관에서 좋은 점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말기의 유명한 법치주의자인 한비자(韓非子)는 자신의

저서인 한비자(韓非子) 세림(說林상편에서 이때 관중의 일화를

인용하면서 처음으로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중보(仲父)가 없었던들 어찌 우리가

      이 무서운 한해(旱海)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중보(仲父)의 지혜가 너무나 놀랍고 고맙도다


한편 황화는 제환공과 제군을 한해(旱海0로 유인하는 데 성공하자

답리가(答里呵)가 있는 양산(陽山)으로 부리나케 달렸다.

 

      황화(黃花장수어디로 가는 거요?

      고흑(高黑장수그저 따라만 오시 오

      뒤따라올 주공이 염려되니 이곳에서 기다립시다.
      

이곳에서 우리 군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오  

함께 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오

 

      아닙니다한시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어서 답리가(答里呵)를 잡아 죽여야 합니다.


고흑은 황화가 너무 빨리 가기만 하자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일어

그는 움직이지 않고 제환공(齊桓公)이 뒤따라오기만을 기다렸다.

 

      안 되겠다저자를 끌어내려라

      묶어서 양산(陽山)으로 끌고 가라

 

황화의 군사들이 달려들어 고흑을 말 위에서 끌어 내리자 사로잡힌

고흑은 답리가가 있는 양산(陽山)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답리가(答里呵) 임금임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밀로(密盧)와 속매(涑買)는 마편산(馬鞭山)에서

      제군(齊軍)과 용감하게 싸우다 모두 죽었습니다.

 

      신은 계책대로 제환공(齊桓公)과 제군(齊軍)

      유인하여 한해(旱海속에 몰아넣고 왔습니다.

      또 제군 장수 고흑(高黑)을 사로잡아 끌고 왔습니다.

 

답리가(答里呵)는 모든 것이 계책대로 진행이 잘된 것을 보고,

몹시 기뻐하면서 의기양양해져 고흑(高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항복하면 높은 벼슬을 주겠노라      

      내가 대대로 제() 나라의 은혜를 입었거늘

      어찌 개돼지 같은 놈의 신하가 되겠는가?

 

고흑(高黑)은 눈을 부릅뜨고 답리가(答里呵)를 향해 소리 질렀다.
그러고는 다시 황화(黃花)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네놈의 꼬임에 빠져 여기까지 왔으나

      이 몸이 죽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도다

 

      우리 주공이 오시는 날 너희들은 모두 다 죽고

      없어질 것인즉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차라리 너희들이 항복하여 살길을 찾아라

      너희들은 시간이 많지 않도다


황화(黃花)는 화를 참지 못하고 칼을 뽑아제의 고흑(高黑)

죽이고답리가(答里呵)는 황화(黃花)의 군마와 합하면서

재정비하고 나자, 무체성(無棣城)을 공격하러 떠나간다.

 

      주공큰일 났습니다.

      고죽국(孤竹國)이 쳐들어왔습니다.

 

      제군(齊軍)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어떻게 답리가(答里呵)가 쳐들어왔단 말인가?

      모두 들 저놈들을 막아라

 

연장공(燕莊公)은 적은 군사로 열심히 싸웠으나답리가(答里呵)

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게 되자할 수 없이 무체성(無棣城)에 불을

지르고 단자산(團子山)을 향하여 후퇴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죽음의 땅 한해(旱海)를 빠져나온 제환공(齊桓公)

전열을 재정비한 후 무체성(無棣城)을 향하여 진군하여 나갔다.

 

 163 좋은 걸 겸손히 양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