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10 화. 때를 기다릴 줄 아는가.

서 휴 2023. 5. 21. 13:08

      32. 새로운 인물의 등장.

 

110 . 때를 기다릴 줄 아는가.

 

관이오(管夷吾)의 자는 중()이므로 사람들은 관중(管仲)이라

불렀으며, 그는 관씨(管氏) 집안의 사람으로 큰 체구와 훤칠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미 그의 지략은 널리 소문나 있었다.

 

        () 나라 역사상 명석한 지략가(智略家)를 꼽으라

        한다면, 강태공(姜太公)과 관중(管仲)을 말할 것이다.

       

관중(管仲)의 사상은 그가 지은 관자(管子)의 목민(牧民) 편에서 

(), (), (), ()를 사유(四維)라 주장하고 있다.

 

       사유(四維)는 예절과 의로움과 올바름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수치심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생활의 여유가

       생겨나면서 더 잘 지켜진다고 보는 사상으로

 

       생활에 여유가 생겨나게 되면 생활이 즐거워지면서

       자연히 예의를 분별하게 되며, 도덕의식은 저절로

       높아진다는 사상을 역설(力說)하는 것이다.

 

       통치자는 백성이 먹고사는 걸 풍족하게 해줘야

       천하의 사람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기초적인 유물론적 개념을 사상으로 하는 것이며, 사람에겐

필요한 물질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살아가는 정신과

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사유(四維) 사상의 관점으로 보면, 소위 부유한 선진국

일수록, 이 사유(四維) 사상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관중(管仲)은 기원전 725년에 영수(潁水) 유역의

       영상(潁上) 마을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수(潁水)는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서북부와

       하남성(河南省) 서부에 걸쳐 흐르는 강을 말하며

       결국, 회수(淮水)와 합류하여 발해만으로 들어간다.

 

       춘추시대의  영상(潁上마을은 영수(潁水)를 따라

       정(), (), (), 채()를 지나므로, 수운(水運)

       교통이 편리하여 상업이 발달한 곳으로 볼 수 있다.

 

관중(管仲)에게는 무슨 일이든 허물없이 받아주며, 이해해주며

도와주는 죽마고우(竹馬故友) 친구인 포숙아(鮑叔牙)가 있었다.

 

관중(管仲)은 마음이 당당하고 호쾌하였으며 활도 잘 쏘며,

옛날 경전(經典)에도 통달하여, 고금의 일을 꿰뚫어 볼 만큼

학식이 풍부하여, 경천위지(經天緯地)의 재주와 시대를 바로잡을

수 있는 지략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고 한다.

 

        경천위지(經天緯地)

        날줄 경, 하늘 천, 씨줄 위, 땅 지.

        하늘을 날 줄로 삼고, 땅을 씨줄로 삼는다.

 

        세상을 다스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온 천하를 짜임새 있게 잘 계획한다는 뜻이 된다.

 

포숙아(鮑叔牙)은 성이 포()이며 이름은 숙아(叔牙)이며, 그 또한

어릴 적부터 관중의 유능함을 인정하고 있었다.

 

        여보게 관중(管仲), 자꾸 놀기만 할 수도 없고,

        뭘 해서라도 밥벌이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포숙아(鮑叔牙), 홀어머니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 내게 무슨 돈이 있겠는가?

 

        여보게 관중(管仲), 장사 밑천은 내가 마련하겠네.

        무슨 장사가 좋겠는가?

 

        이곳 영상(潁上)은 큰 포구 마을이므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네

 

        아무래도 먹는장사가 낫지 않겠는가?

        식당을 하자는 말인가?

        아니네. 곡식을 파는 가게를 해보세나.

 

        각종 곡식을 파는 양곡상(糧穀商)이 어떻겠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싸게라도 많이 팔면 얼마나 좋겠는가?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해보자는 것이구먼.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우리 열심히 하여 돈을 벌어보세나

 

() 나라 영상(潁上) 마을의 포숙아(鮑叔牙)는 잘 살았으나,

관중(管仲)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면서 어렵게 사는 형편이었다.

 

관중과 포숙아는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벌게 되자,

포숙아는 이익금의 절반 이상을 관중에게 주었다.

 

        나에게 이렇게 많이 주다니.

        자네는 투자까지 했는데, 이는 안 되네.

 

        자네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식구가 많으니 당연히 더 필요할 걸세.

 

        아무 염려 말고 어서 받게나.

        포숙아 친구야, 너무나 고맙네.

 

포숙아가 자본을 투자하면서 같이 일을 하였다면, 투자한 포숙아가

그 이익금을 더 가져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관중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이를 비난하였다.

 

        어찌 투자한 자보다 이익을 더 가져갈 수 있겠나?

        관중은 탐욕스러운 자로다!

 

        그렇게 말하지 들 마시오!

        관중은 돈을 탐해서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오.

 

        관중은 가난하고 식구가 많으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어렵게 사오

        내가 더 많이 가져가라고 권한 것이오

 

포숙아는 비난이 들어올 때마다 잘 감싸주었으며, 이때 전쟁이

일어나자, 포숙아는 관중과 함께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포숙아야. 얼마나 아프겠냐.

       .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구나.

       정말. 너무나 미안하구먼.

 

       관중 아, 괜찮네. 곧 나을 거야.

       큰 상처도 아닌데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나.

 

전쟁터에서 관중이 위험할 때는 포숙아가 주저 없이 매번 앞장서

보호해주는 것을 유심히 본 많은 사람들이 관중을 비난했다.

 

        관중은 싸움터에 서면 언제나 뒤꽁무니에 숨고,

        돌아올 때면 항상 맨 앞줄에 서서 걷는 자다.

 

        관중은 용기라 곤 찾아볼 수 없는 겁쟁이다.

        사내대장부가 어찌 저럴 수 있더란 말이냐.

 

        그것은 당신들이 관중을 몰라서 하는 소리요.

        나갈 때 뒤에 서고 물러날 때 앞장서는 것은

 

        그에게 봉양할 노모와 가족이 많아

        어떻게 하든 잘 돌봐야 하기 때문이오.

 

        관중, 그는 결코, 비겁하거나

        용기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오.

 

관중의 됨됨이를 비난하는 소리가 일었으나, 포숙아는 이러한 일이

생길 때마다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관중을 두둔하고 감싸주었다.

 

옛날 제희공(齊僖公) 시절에 포숙아(鮑叔牙)가 먼저 벼슬길에 오르자

그때 관중(管仲)을 제희공(齊僖公)에게 천거하여 벼슬을 받게 하였다.

 

       관중이 마구간지기에 임명되어 며칠 만에 제 맘대로

       그만두다니, 관중은 자기 주제를 모르는 자이다.

 

       추천하는 사람의 체면을 봐서라도 마구간지기의 일을

       더욱 열심히 하며, 인정을 받아야 하지않겠는가?

 

       아니네. 관중이 마구간지기 자리를

       그만둔 것은 당연한 일이네.

 

       진가를 알아주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탓에

       벼슬자리에서 물러났을 뿐이네.

 

       그의 재능은 결코 마구간지기에 합당하지 않네.

       그의 재능을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게 되면

       관중(管仲)은 장차 천하를 다스릴 능력을 발휘할 걸세.

 

포숙아(鮑叔牙)는 관중(管仲)을 끝까지 변명해 주었으나,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웃으며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한 번은 관중이 포숙아를 위해 어떤 일을 해결하여

       주겠다며 큰소리치며 나섰으나 실패한 적이 있어,

       이에 포숙아를 더욱 곤경에 빠트리는 일도 있었다.

 

       관중은 무능한 사람이 아닌가?

       관중은 분수를 모르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포숙아는 여러 번 관중과 같이 일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관중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여 어려워질 때마다 사람들에게

변명해 주며 이렇게 말하기도 하였다.

 

       살다 보면 좋을 때를 만나는 시절이 있고

       어떤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모두가 세상의 일이 아니겠는가?

 

       관중(管仲)이 좋을 때를 만난다면

       백 가지 일 중에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네.

 

관중(管仲)은 포숙아(鮑叔牙)의 말을 여러 번 전해 듣고는, 마음에

고맙게 담아두었으며,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

       (생아자부모 지아자포자야)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고 믿어준 사람은 포숙아로다.

 

포숙아는 관중이 언젠가 큰일을 해낼 것이라고, 항상 믿었으며,

관중 또한 포숙아의 진실 된 마음을 알면서 믿었기에, 이들의

우의(友誼)는 점점 쌓여만 갔다고 한다. 이에 둘 사이를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제양공(齊襄公)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첫째 아들 규()는 노() 나라 노녀(魯女)의 소생이며,

       둘째 아들 소백(小白)은 거() 나라 거녀(莒女)의 소생이다.

 

그 당시 제양공은 전쟁터에 많이 나갔으므로, 이 두 아들은 공족

사이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지지하는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아들은 세자가 아니므로 태부(太傅)와 소부(小傅) 

        두지 못하고 한 사람의 소부(小傅) 만을 두었다.

 

       이에 관중(管仲)는 공자 규()의 소부(小傅)이

       소백(小白) 공자에게는 포숙아(鮑叔牙)가 소부(小傅)였다.

 

태부(太傅)는 큰 스승이란 뜻으로 세자에게 나라 경영에 해당하는 

학문과 경륜을 가르치며, 나머지 공자들에게는 소부(小傅)만을

두게 하여 공자에 해당하는 학문에 대한 가르침을 받게 하였다.

 

111 . 관중과 포숙과 소홀의 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