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12 화. 민심 잃은 정권은 무너진다.

서 휴 2023. 5. 21. 14:51

112 . 민심 잃은 정권은 무너진다.

  

포숙아(鮑叔牙)는 공자 소백(小白)과 함께, 그날 밤에 거() 나라로 

피신하였으나, 제양공(齊襄公)은 알면서도 뒤를 쫓게 하지 않았다.

 

      () 공자님,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숲의 나무이파리들은 시들기 마련이지요.

 

      후계자를 세워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 공자께서는 주공의 비위를 건드리지 마시고

      부디 참아내시며, 침묵만 하고 계시어야 합니다.

 

      () 공자님, 일이 어렵고 쉬운 것은

      일의 작고 큰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나는 때와 그 내용에서 알 수 있습니다.

 

      현자(賢者)도 좋은 때를 만날 때까지

      깊은 곳에 숨어 은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회가 올 때까지 움츠리고 기다렸다가

      때가 온 후에 날개를 활짝 펴도 늦지 않습니다.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서로 성격이 달라, 서로 정반대의

선택을 하였으며, 관중(管仲)은 규() 공자와 궁실(宮室)에 남아

조용히 있는데, 갑자기 제양공(齊襄公)이 시해당하고, 제후(齊侯)

자리에 공손무지(公孫無知)가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소이다.

      대부 소홀(召忽)은 어찌 생각하시오?

 

      허 참,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아무래도 심한 풍파가 따를 것 같소이다

 

      관중(管仲)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당분간 지켜봐야겠소이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조정 신료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면서,

국정 운영에 협조받지 못하게 되자, 이를 해결하고자 널리 인재를

찾는다는 방()을 곳곳에 붙이었으나 현명한 인재를 찾지못하는

사이에 조정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소부(小傅) 관중(管仲)께선 집에 계시는지요?

      아니, 내시께서 웬일이시오?

 

      아경 관지보(管至父)께서 천거를 하시었소.

      그대를 대부에 임명하고자 한다, 하오니

      내일 일찍 조당으로 들어오시라 합니다.

 

관중과 소홀은 한창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내시의

통지를 받고는, 이를 논의하며 다급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허 어,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나를 찾다니?

      자기의 목이 경각에 달린 것도 모르는구나?

 

      왜 다른 사람의 목까지 필요하단 말이냐?

      () 공자님. 여기에 머물고 있다가는

      아무래도 모진 풍파를 겪을 것 같소이다.

 

      이제 빨리 몸을 피해야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느 곳으로 가야 하겠습니까?

 

      외가인 노() 나라가 안전하겠습니다.

      () 나라는 먼 곳인데 괜찮겠습니까?

      멀어도 외가이니 급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요

 

관중(管仲)과 대부 소홀(召忽)은 규() 공자를 모시고, 남몰래

() 나라로 피신하게 되자, 노장공(魯莊公)은 반겨 주었으며,

생두(生竇) 땅에 거처를 마련해 주고 넉넉히 보살펴주기로 하였다.

이때가 주장왕(周莊王) 12년으로 기원전 682년의 일이었다.

 

      다음 해 새해 정월의 설날이 되자, 제후(齊侯)가 된

      공손무지에게 신료들 모두가 하례를 올리기 위해

      오시(午時 =오전 11)부터 조정에 몰려들었다.

 

공손무지(公孫無知)는 조정의 높은 용좌(龍座)에 편안히 앉아,

흡족한 표정으로 신년 하례를 받았으며, 이때 신료(臣僚) 들이

공손무지에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본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는 가장 상석에 앉아 기쁘게

환히 웃고 있었지만, 그러나 절을 올리는 신료(臣僚)들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으며 굳어져 있는 얼굴들이었다.

 

      공손무지와 연칭과 관지보는 조정의 신료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세 사람만이 반란을

      모의하여 제양공(齊襄公)을 시해하였다.

 

      더구나, 신료들은 제양공(齊襄公)이 잘한 일도

      많은바 서둘러 죽일 것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제양공(齊襄公)에게 두 아들이 있음에도,

      원로나 조정 중신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공손무지를 제후(齊侯) 자리에 올려세운 것은

      군주의 승계 순위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였다.

 

연칭과 관지보는 큰 공()을 세운 양, 자기들 맘대로 정경(正卿)

아경(亞卿)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원로대신과 중신을 비롯한

신료들에게 건방지다는 반감을 사면서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옹름(雍廩)은 원로대신인 고혜(高傒)와 더불어

      이미 제희공(齊僖公) 시절부터 대부 벼슬에 오른

      기득권 세력이며 수구 세력 중의 한 사람이었다.

 

      제양공(齊襄公)과는 세자 시절부터 막역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으므로 연민의 정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지난날 제양공(齊襄公)과 올바른 사람의

      도리를 토론하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끼어들어 일방적인 자기

      주장을 하자, 제양공(齊襄公)이 몹시 화를 냈었다.

 

그 일로 제양공(齊襄公)은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궁실에서 베풀던

모든 혜택을 모두 몰수하여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옹름(雍廩)은 이처럼 제양공(齊襄公)

       조치한 일에 연루가 되어있었으므로, 혹시

       보복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이에 공손무지(公孫無知)가 보위에 오르자마자, 제일 먼저 찾아가

허리를 굽혀가며 아주 공손히 사죄하였다. 그러나 옹름(雍廩)

이 모든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였다.

 

      여러분, 이런 소식을 들었습니까?

      옹름(雍廩)은 무슨 소식을 말하는 것이오

 

      () 나라 사람이 말하는데, 공자 규()가 곧

      () 나라 군사를 빌려 쳐들어올 거라 합니다.

 

      여러분들도 물론 이런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아니요. 그런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옹름(雍廩)은 대부들이 품고 있는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거짓말을

한번 해본 것이었으므로, 그 후로는 더 말하지 않으면서 그저

대부들의 동태만을 살펴보고 있었다.

 

      옹름(雍廩)께선 집안에 계시는지요?

      어서들 오십시오.

      웬일로 이렇게들 찾아오셨습니까?

 

      공자 규()가 노() 나라의 군사를 이끌고

      우리 제() 나라를 정벌하겠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여러분들은 이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 동곽아(東郭牙)가 먼저 말하겠소이다

 

      선군이 비록 황음무도하였으나 좋은 일도 하였잖소.

      선군의 자식은 무슨 죄가 있겠소이까?

 

      나는 선군의 아들이 어서 돌아와

      군위를 잇게 되기를 바랄 뿐이외다

 

      연칭(連称)이 뭘 안다고 재상 자리에 있는 것이오?

      또한, 우유부단(優柔不斷)한 공손무지보다는

      ()나 소백(召白) 공자가 훨씬 낫지 않겠소

 

이때부터 조정의 대부들이 옹름(雍廩)의 집에 모여들었으며, 이제

올바른 나라를 세우고자 밤늦도록 의논하며 대책을 세우려 하였다.

 

      이 옹름은 이제 대부들의 마음을 알겠소이다.

      이 옹름은 어쩔 수 없이 사죄의 무릎을 꿇었지만

      제가 몸을 굽힌 것은 후사를 도모하기 위해서였소.

 

      어찌 여러분들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서로를 돕는다면

      선군을 시해한 반역도들을 제거하겠소이다.

 

      그래야만 선군의 아들을 세울 수 있을 것이오.

      다시, 이 동곽아(東郭牙)가 말하겠소이다.

 

      옹름(雍廩)은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줄 수 있겠소?

      우리는 옹름(雍廩)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소이다

 

      알겠습니다. 제 말을 들어보시오.

      고경중(高敬仲)과 고혜(高傒)는 누대(屢代)에 걸쳐

      대신을 배출한 집안의 원로일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백성들이 많이 믿고 따르고 있지요.

 

      연칭(連称)과 관지보(管至父). 두 도적이 바라는 건

      원로이신 고경중(高敬仲)과 고혜(高傒)께서

      자기들을 지지해 준다는 한마디의 말씀일 것이오

 

      두 도적에겐 천 냥의 황금보다 더 중하겠으나

      지금까지 두 원로로부터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하여

      마음이 초조해져 안달하는 중일 것이오.

 

      모이신 분들은 내 말을 잘 들어 보시 오.

      좋습니다. 어서 말씀해 보시 오.

 

      만약 고혜(高傒)께서 술자리를 마련하여

      두 도적을 초청한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응할 것입니다.

 

      그사이에 우리는 공자 규()가 노군(魯軍)을 빌려

      쳐들어온다는 말을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한다면

 

       어리석고 용기도 없는 공손무지(公孫無知)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댈 것입니다.

 

       이렇게 당황하고 있을 때 가까이 다가가 칼로 찔러도

       멀리 있는 두 도적놈은 아무것도 모를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횃불을 올려 신호를 보내면

       고혜(高傒)께서는 두 도적을 대문 안에 가두고

       매복해 있던 장사들이 주살하는 것입니다.

 

       고혜(高傒)께서는 진작부터 두 도적놈을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나라를 위하여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아마, 스스로 탄식하며 자책하는 중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고혜(高傒)께서 승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런 점이 염려되는 것이오.

 

       나라를 위하는 일인데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이 동곽아(東郭牙)가 고혜(高傒)께 말하겠소이다.

       정말이오그렇게 할 수 있겠소이까

 

       제가 가서 온 힘을 다하여

       고혜(高傒)께서 꼭 승낙하도록 설득하겠소이다

 

113 . 누가 먼저 임치에 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