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08 화. 원혼은 실제 나타나는가.

서 휴 2023. 5. 20. 15:21

108 . 원혼은 실제 나타나는가.

 

       벌써 10월 하순(下旬)이 되었구나.

       자주 사냥을 가는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겠느냐?

 

       이번 사냥엔 조정의 신료들은 모두 빼놓고

       우리끼리만 간편하게 가도록 하자

 

       이번엔 석지분여(石之紛如)와 맹양(孟陽)

       그리고 도인비(徒人費)만으로 나를 보호하라.

 

       주공, 그래도 친위대(親衛隊)는 데려가야 하옵니다.

       허 어, 뭔 걱정을 그리 하느냐?

       이궁(離宮)에도 군사가 있지 않으냐?

 

맹양(孟陽)은 길들인 매와 사냥개들을 앞세우고, 도인비(徒人費)

거마(車馬)를 몰며, 장수 석지분여(石之紛如)는 제양공(齊襄公)

신변을 보호하기로 하면서 간편하게 출발하였다.

 

       패구산(貝邱山)의 고분(姑棼) 지역에 도착하면,

       그곳 이궁(離宮)에 머물면서 푹 자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일찍 사냥하게 하자.

       주공, 그리 준비하겠나이다.

 

제양공 일행이 고분(姑棼)에 도착하여, 이궁(離宮)에 들어가자,

고분(姑棼) 백성이 맛있는 고기와 향기로운 술을 진상하였다.

 

       주공. 고분(姑棼) 백성들이 바친 술과 고기이옵니다.

       허 어. 고맙구먼. 맛있게 보이는구나.

 

즐겁게 하룻밤을 보낸 제양공(齊襄公)은 패구산(貝邱山)에 들어가자,

빽빽이 들어선 나무와 울창한 숲이 정말 좋은 사냥터로 보였다.

 

       저 높은 언덕에 수레를 멈추어라

       숲에 불을 놓고 모두 산을 에워싸도록 하라.

 

      맹양(孟陽)은 매와 사냥개를 풀어놓아라.

       그리고 모두 활 솜씨를 보여주도록 하라

 

때마침 초겨울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왔고,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게

되자, 군사들은 신바람이 나서 함성을 질러대며 짐승들을 쫓았다.

 

      산 짐승들은 동쪽으로 달아나다가 서쪽으로 달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자

      사냥터 분위기는 한껏 돋우어졌다.

 

사냥 분위기가 더한층 무르익어가는 그때였다.  별안간 커다란

짐승 한 마리가 숲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주공. 괴상한 짐승이 나타났사옵니다.

      무슨 짐승이란 말이냐?

      저기 보시옵소서.

 

      소같이 생겼으나 뿔이 없사오며, 호랑이 같으나

      무늬가 없는 것이 꼭 멧돼지 같사옵니다.

 

불길 속에서 대단히 큰 멧돼지 같은 짐승이 튀어나와 언덕 위로

재빨리 올라오더니, 제양공이 탄 수레 앞에서 웅크리는 것이다.

     

주변의 시종들은 사냥감을 쫓아 모두 멀리 떠나? 있어, 오로지

도인비(徒人費) 만이 제양공 옆에 남아 어쩔 줄 몰라 헤맸었다.

 

      빨리 쏘지 않고 무얼 하느냐?

      도인비(徒人費)는 저 멧돼지를 활로 쏘아라

 

      아니. 아니. 주공주공

      저것은 멧돼지가 아니라, 공자 팽생(彭生) 이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죽은 팽생(彭生)이 어찌 나타난단 말이냐?

      이놈아,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활을 이리 내놔라.

 

도인비(徒人費)가 들고 있던 활을 빼앗은 제양공이 직접 연달아

세 발을 쏘았으나 가까이 있는데도 한발도 맞추지 못하였다.

 

그때 별안간 그 큰 멧돼지가 앞발을 번쩍 들더니, 사람처럼 크게

울부짖으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주공, 팽생(彭生)의 목소리와 같사옵니다.

      이놈아, 죽은 팽생(彭生)이 어떻게 우느냐?

 

제양공은 노환공을 죽였다는 죄를 덮어씌워 참수시켜버린 이복동생

팽생(彭生)이라고 하자, 버럭 화를 냈으나,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처량하고 애달팠던지, 듣는 사람 모두의 넋을 빼앗는 듯하였다.

 

      그때 커다란 멧돼지는 갑자기 앞발을 높이 들어

      마치 사람처럼 소리 높여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너무나 놀란 제양공은 모골이 송연해지며

      수레 위에서 굴러떨어져 왼쪽 발을 다치면서

 

      비단(緋緞)에 아름답게 수놓은 신발인

      사문구(絲文屨) 한 짝이 벗겨져 굴러갔다.

 

      그 큰 멧돼지가 달려와 입으로 신발을 덥석 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도인비(徒人費)는 제양공을 부축하여 수레에 편안히 눕히고, 이제

사냥은 끝낸다고 전하며, 이궁(離宮)으로 돌아와 편히 쉬게 하였다

 

      , 이경(二更)의 종소리가 들리는구나.

      하 아, 너무 많이 잤구나

      일어나 시원한 바람이나 한번 쐬어보자.

 

      맹양(孟陽) . 왼쪽 발에 통증이 심하구나.

      천천히 걸어 볼 테니 부축을 하여 보아라.

 

      주공. 왼쪽 신발이 보이지 않나이다.

      도인비(徒人費) . 신발을 잘 찾아보아라

 

      주공, 멧돼지가 물고 어디론가 가버렸나이다.

      이놈아. 너는 신발 하나도 챙기지 못하느냐?

      멧돼지가 물고 가도록 어찌 가만뒀더란 말이냐

 

몹시 짜증이 나던 차에 크게 화까지 치밀어 오른 제양공은 손수

가죽 채찍을 잡자마자, 도인비(徒人費)의 등을 후려쳐대니, 몹시

맞아 흘러내린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였다.

 

       흠씬 얻어맞은 도인비(徒人費)는 너무나 아프고

       쓰라렸기에 눈물을 흘리며 잠시 밖으로 나갔으며

 

      칠흑(漆黑)같이 어두운 밤에 혼자 울면서

      이궁(離宮)의 성문을 나서며 방황하게 되었다.

 

이때 마침 매복하고 있던 연칭(連称)의 군사에게 발각되었으며,

그는 밧줄로 꽁꽁 묶이어 연칭(連称) 앞에 끌려가 꿇리게 되었다.

 

      어 흠, 도인비(徒人費)가 잡혀 왔구나.

      무도혼군(無道昏君)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에에, 주공께선 침실에 계십니다.

      그래 잠자리에 들었는가?

      아닙니다. 잠들었다가 이제 깨어났습니다.

 

      도인비(徒人費이놈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아라

 

      혼군(昏君)이 군사를 대동하지 않은 건 알고 있다.

      이궁을 지키는 군사는 얼마나 되느냐?
      에에, 4, 50여 명뿐입니다.

 

      연칭(連称) 장수님, 저를 살려 주시기만 하면

      이궁(離宮) 안으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이놈아. 어찌 너를 믿으란 말이냐?

      저도 그놈에게 이렇게 채찍을 맞았습니다.

 

      , 제 등을 보십시오.

      저도 그놈을 죽이려던 참입니다.

 

      으흠. 끔찍하구나너의 결박을 풀어줄 터이니

      너는 이궁(離宮)에 들어가 우리와 내통하여라.

      연칭(連称) 장수님, 꼭 그리하겠습니다.

 

연칭은 혈흔으로 뒤엉킨 도인비의 등을 보고 나자, 안심하고는

관지보(管至父)를 불러, 부장 고영(考盈)과 함께 많은 군사들이

도인비의 뒤를 따라, 이궁(離宮)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도인비는 많은 반란군이 이궁 안으로 들어오는 틈 사이에 얼른

빠져나와 곧바로 장수 석지분여(石之紛如)에게 달려갔다.

 

      주공, 신 도인비(徒人費) 이옵니다.

      주공연칭(連称)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일이 매우 매우 급하게 되었사옵니다.

      데려온 군사들도 없고 어찌하면 좋겠는가?

 

제양공은 기절할 듯 놀라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쩔쩔매자. 이때

도인비(徒人費)가 얼른 나서며 한가지 계책(計策)을 말하였다.

 

      주공, 이제 곧바로 침실로 달려올 것이오니

      다른 사람을 주공으로 분장시켜

      침상에 누워있게 해야 합니다.

 

      주공께서는 바깥벽의 지게문 속에 숨어 계시다가

      다행히 발각되지 않으면 기회를 봐서

      탈출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주공, 신 맹양(孟陽) 이옵니다.

      신은 분수에 넘치는 주공의 은혜를 받았사옵니다.

 

      주공,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겠나이까?

      바라건대, 소신이 주공을 대신하겠나이다.

      맹양(孟陽) , 고맙고 고맙도다!

 

맹양(孟陽)은 침상에 누우면서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안쪽으로 돌렸으며, 제양공은 친히 자기가 입던 비단 용포(龍袍)

가져와 맹양(孟陽)의 온몸을 덮어 주고는, 맨발인 체 얼른 지게문

뒤에 숨으면서 도인비(徒人費)가 염려되어 물었다.

 

      도인비(徒人費) , 너는 어찌하려 하느냐?

      신은 석지분여(石之紛如)와 반란군을 막겠나이다.

 

      채찍으로 맞은 상처가 매우 아프지 않으냐?

      신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있사온데

      어찌 아픈 상처가 문제가 되겠나이까?

      호 오, 너는 진정한 충신이로구나

 

도인비(徒人費)는 석지분여(石之紛如)로 하여금 여러 시종과 함께

반란군을 막게 하고, 자신은 예리한 단도(短刀)를 가슴에 숨겼다가

연칭(連称)을 맞이하는 것처럼 하다가 찔러 죽이려고 생각하였다.

 

      , 시간을 끌 필요가 없도다.

      , 모두 이궁(離宮) 안으로 들어가자.

 

연칭(連称)은 장검을 치켜들고 앞장섰으며, 다 함께 이궁(離宮)으로

들어오자얼마 안 되는 이궁(離宮수비군은 반란군의 내용을 알게

되고는 오히려 반란군에 가담하였다.

 

      무도혼군(無道昏君)은 어디에 있느냐?

      빨리 무도혼군(無道昏君)을 찾아라

 

      이놈, 연칭(連称) , 게 서라

      이 도인비(徒人費)의 칼을 받아라.

 

      , 이 미친놈아. 어떻게 금방 배신하느냐?

      이 미친놈이 환장(換腸)했구나

 

갑자기 달려드는 도인비(徒人費)의 예리한 칼날이 연칭(連称)

두꺼운 갑옷에 막히어 더 들어가지 않자, 연칭의 날 샌 칼날이

춤추며 도인비(徒人費)의 목을 잘라내었다.

 

      저놈이 석지분여(石之紛如)

      이놈아, 이 관지보(管至父)의 칼맛을 보아라

     

109 . 사문구 신발이 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