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11 화. 관중과 포숙과 소홀의 결의.

서 휴 2023. 5. 21. 14:08

111 . 관중과 포숙과 소홀의 결의.

 

소부(小傅)는 높은 관직이 아니라, 그저 공자의 선생이 되는

것이므로,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너무 실망하였다.

 

제희공(齊僖公)의 이러한 조치에 포숙아(鮑叔牙)는 화가

치밀어 올라 병을 핑계 삼아 두문불출(杜門不出)하였으나

관중(管仲)은 오히려 받아들였다.

 

       대부 소홀(召忽)은 잠시 시간이 있으시오?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같이 포숙아(鮑叔牙)를 만나봅시다.

       그럽시다. 포숙아(鮑叔牙)는 집에 있겠지요.

 

       포숙아(鮑叔牙)는 집에 있소?

       허 어, 어서들 오시 오

 

       자네는 왜 소부(小傅) 직을 그만두려 하는가?

       네 참, 주공께서 나를 그런 한직에 보내다니

       내가 그렇게 무능하단 말인가?

 

       주공께서 나를 잘 아실 터인데

       나 같은 신하는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닌가?

 

       , 소홀(召忽)도 그리 생각하고 있소

       그대 가문이나 능력으로 보아 소백(小白) 공자의

       소부(小傅) 자리를 주다니 너무한 것이 아니오

 

       허 어, 시위하는 셈이군. 좋은 방법일세

       주공께서 물으시면 자네 병이 심하다고 말하겠네.

       그래야 다른 자리로 옮겨 줄 게 아닌가?

 

       소홀(召忽), 자네가 도와준다니 고맙네

       주공께 잘 말씀드려 좀 좋은 자리로 옮겨 주게나.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가?

       우리가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이상,

       한직이라도 임무를 다해야 하는 법일세

 

       관중(管仲)은 왜 그런 말을 하는가?

       두 사람은 내 말을 잘 들어보게나.

 

       세자 제아(諸兒)는 성품이 포악하여

       군위를 이어받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네.

       설사, 보위에 오른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네.

 

       그리되면 제아(諸兒)의 아들인 규()와 소백(小白)

       공자 중에 한 사람이 군주의 자리에 오르지 않겠는가?

       자네는 어찌 그때를 대비하지 않는가?

 

       , 소홀(召忽)도 듣고 보니 그러네.

       지금 세자 제아(諸兒)는 너무 포악하여 군주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게 분명하게 보이네.

 

       그렇다면 규() 공자가 군주 감이 아니겠는가?

       그리되면 우리 셋이서 국정을 운영해 보면 어떻겠나?

 

       기왕이면 소홀(召忽)의 말대로 규() 공자를

       섬기어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겠구먼.

       포숙아(鮑叔牙)도 그리 생각하는가?

 

포숙아(鮑叔牙)를 위로하려던 자리는 뜻밖에 나라의 앞날에 대한

말이 오가게 되자, 포숙아(鮑叔牙)와 소홀(召忽)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던 관중(管仲)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면서 입을 연다.

 

       아닐세. 소백(小白) 공자를 보좌하는 것이 나을 걸세.

       아니? 어찌 세 번째인 소백(小白) 공자란 말인가?

 

       내가 비록 규() 공자를 섬기게 되지만

       () 공자는 너무 권력을 탐하고 있네!

 

       더구나 규() 공자의 어머니는 노()나라

       공녀이므로 많은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네.

 

       소백(小白) 공자가 비록 약삭빠르지는 못하나?

       인품이 온후하면서 마음 씀씀이가 넓은 사람이네.

 

       앞으로 우리 제()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면

       이를 타개해나갈 사람은 소백(小白) 공자뿐이라네.

 

       이런 점에서 포숙아(鮑叔牙)는 소백(小白) 공자의

       소부(小傅) 자리를 맡아야 하네.

 

       만약 내가 예측한 대로 소백(小白) 공자가 군위에

       오르면 나와 소홀(召忽)을 천거해줘야 하네

 

       관중(管仲)은 무슨 말을 그리하는가?

       어떻게 소백(小白) 공자를 권한단 말인가?

 

       , 소홀(召忽)이 보기에는 규() 공자가 제일 났네.

       순서상으로도 규() 공자를 섬겨야 하네

 

       만에 하나 소백小白 공자가 군위에 오른다 해도

       나 소홀(召忽)은 규() 공자를 배반할 수가 없네!

 

       어찌 순서상 주군 될 사람을 배반하고

       다른 공자를 주군으로 섬긴단 말인가?

 

       소홀(召忽)과 포숙아(鮑叔牙)는 내 말을 잘 들어보게.

       불사이군(不事二君)이란 말은 어리석은 자들의 말이네.

 

       나라의 진정한 신하는 주군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백성을 섬기는 것일세.

 

       소홀(召忽)은 어찌하여 규() 공자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는가? 

       그런 생각일랑 버리는 게 나을 걸세

 

       나는 제() 나라를 위하고 천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것이네

 

       내가 만약 죽고 없다면, 우리 제() 나라도,

       우리의 천하도 안정되지 않을 거란 말일세

 

       , 관중(管仲)은 천하를 생각하자는 말이 아닌가?

       이제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겠네.

       자네들의 말을 듣고서야 내 마음이 정해졌네

 

이렇게 열띤 논쟁을 벌인 끝에 첫째 규() 공자는 관중(管仲)

맡기로 하고, 포숙아(鮑叔牙)는 소백(小白) 공자의 소부(小傅)

자리를 맡아, 서로 열심히 가르치는 스승이 되기로 결의했다.

 

       자네와 내가 각기 한 공자를 맡는 스승이 되었네.

       만약 어느 한 공자가 군위를 물려받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 새로 된 군주에게 천거하기로 하세나.

 

       그러네, 그게 맞는 말이네!

       한 군주만 섬긴다는 건 어리석은 자들의 생각이네

 

       한 나라의 진정한 신하가 된다는 것은

       주군과 더불어 백성을 섬기는 것일세

 

        신하의 목숨은 주군을 위해 버릴 수도 있으나

        백성을 위해 주군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네

 

        아무렴 그래야지! 그렇게 맹세하겠네

        우리는 마음을 변치 말며 살아가세

 

        그렇다네. 그러나 오랜동안 마음을 변치 않고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닐 걸세.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는 마지막까지 의논하면서 함께 어울려

뜻을 이룰 것을 맹세하며, 죽을 때까지 굳게 지키기로 결의했다.

     

       그러던 중에 세자 제아(諸兒)는 제양공(齊襄公)이 되었으나,

       노환공이 죽은 얼마 후에는 이복 여동생인 문강(文姜)

       만나 작() 땅의 축구(祝邱)에서 음락(淫樂)을 즐겼다.

 

이에 온 백성이 쑤군대며 여론이 아주 나빠지자, 이를 보다 못한

포숙아(鮑叔牙)가 공자 소백(小白)에게 말을 하게 된다.

 

       소백(小白) 공자임. 주공께서 문강과 음행(淫行)의 일로

       소문이 분분하여 사대부들도 비웃고 있습니다.

 

       아들이며 공자 된 도리로서 이제라도

       문강(文姜)을 만나지 못하도록 간() 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말씀드리지 않는다면

       앞으론 간(諫) 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소백(小白)은 스승인 포숙아(鮑叔牙)의 말에 망설이지 않으면서,

곧바로 아버지 제양공(齊襄公)을 찾아갔다.

 

       아바마마, 소백(小白) 이옵니다.

       어서 오너라. 무슨 일러 왔느냐?

 

       아바마마께 과한 말씀을 올릴까 하나이다.

       과한 말이라니 무어냐? 어서 말해보아라

 

       노후(魯候)가 남녀 관계의 일로 죽었다 하오며

       고모님, 문강(文姜)에 대한 해괴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어 걱정되옵니다.

 

       아바마마께선 인제 그만하시옵소서.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아바마마께선 제발 삼가시어야 하옵니다

 

       네 이놈어린놈이 무얼 안다고.

       무슨 소리를 그리 심하게 하느냐?

 

       네 이놈. 썩 물러가지 못할까?

       네 이놈, 볼기를 쳐야 알겠느냐

 

제양공(齊襄公)이 화가나 소백(小白)을 걷어찼다는 말을 전해 들은

포숙아(鮑叔牙)는 장래를 내다보며 신중하게 대책을 말하였다.

 

      소백(小白) 공자님. 아버님 제양공(齊襄公)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겁니다.

 

      저리 불륜을 저지르며 세상을 어지럽히는바.

      이는 반드시 재앙이 따르고 말 것입니다.

 

      이대로 임치(臨淄) ()에 머물러 있다가는

      아무래도 어떤 해를 크게 당하기 쉽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로 망명하였다가

      마땅한 기회가 올 때까지 피해 있으면서,

      후일을 도모하셔야 하겠습니다.

 

      스승님, 어느 나라가 좋겠습니까?

      공자의 어머니 나라인 거() 나라로 가야 합니다.

 

      스승님, () 나라는 너무 작은 나라입니다.

      () 나라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그곳은 너무 멀어 속히 돌아올 수도 없으며

      또한, 나라가 크면 변덕이 심합니다.

 

      () 나라는 비록 소국이나 공자의 외가가 되어

      언제든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 나라와 가까우므로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저녁 늦게라도 귀국할 수 있습니다.

 

112 . 민심 잃은 정권은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