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72 화. 패하지도 이기지도 않는다.

서 휴 2023. 5. 3. 15:15

 72 패하지도 이기지도 않는다.

 

      우리도 수갈(繻葛땅에 나아가 방어선을 치리라.

      우리 정군(鄭軍)도 수갈(繻葛)로 나아가라.

 

정군(鄭軍)이 왕사군이 있는 수갈(繻葛땅 가까이에 진군하여

공자 원()의 계책대로세 곳으로 나누어 진채(陣寨)를 세운다.

 

정군(鄭軍)이 맞서겠다며 수갈(繻葛땅에 진채를 세우자, 이를

지켜보던 주환왕(周桓王)은 크게 분노하며 큰 소리로 말하였다.

 

      정장공(鄭莊公)이 사자를 보내어 용서를

      빌기는커녕, 한판 붙자는 것이 아닌가?

 

      사죄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데 대항하려 든단 말인가?

      왕사군은 쫓아가 정장공(鄭莊公)을 잡아 오도록 하라

 

      주상, 아니 되옵니다

      주상괵공(虢公임보(林父)의 말을 들어보시옵소서

 

      정장공이 용서를 빌러 올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급하게 쫓아나가시면 아니 됩니다

 

      일단 진용(陣容)을 펼치고만 있으시옵소서

      저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아야 하옵니다.

 

주환왕은 이제 정장공이 싸움터에 나타나기만 하면, 큰소리로 꾸짖어

기세부터 꺾어놓으려 생각하였으나정군(鄭軍)은 진문(陣門)

닫아건 채 조용하기만 하였다.

 

      정군(鄭軍)이 진채까지 세우고 나서

      진문(陣門)을 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주상정군(鄭軍)의 진문(陣門)에 쫓아가

      심한 야유를 퍼붓겠나이다.

      좋도다정군이 쫓아 나오도록 만들라

 

정장공은 왕실군(王室軍)과 채(), (), () 나라가 편성한

진용(陣容)을 살펴보고 왔는데계속 야유를 퍼붓고 있었다.

 

      누구도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마라

      야유를 모두 참고 명령만을 기다리도록 하라

      모두는 대패(大旆깃발이 휘날리는걸 보고

      일제히 공격하도록 하라

 

대패(大旆깃발은 일월(日月)의 승룡(昇龍)과 강룡(降龍)을 그린

큰 기()로 옛날의 왕이나 장군들이  자기 군사의 위용을 보이는

역할을 하도록 사용하는 것으로지휘용 깃발이기도 하였다.

 

       경거망동(輕擧妄動)

       가벼울 경, 움직일 거, 망령될 망, 움직일 동.

       조심성 없이 가볍게 정상을 벗어나게 움직인다

.

주환왕(周桓王)은 정군(鄭軍)이 차린 진채(陣寨)를 살펴보면서

많은 시간을 주어도 정장공이 용서를 빌지 않으며맞서겠다는

뜻을 알게 되자크게 실망하면서 더욱 괘씸하게 생각하였다.

 

      괵공(虢公임보(林父 

      짐은 정장공이 내 앞에 다가오면 크게 꾸짖어

      그자의 기()를 크게 꺾어놓고 용서할 생각이었노라

 

      주상께옵선 좋은 생각을 하시었나이다

      그런데 저들은 왜 다가오지 않는가?

      주상, 좀 더 기다려 보시옵소서.

 

      전군에게 명령을 하달하라

      군사들을 시켜 정군에게 야유(揶揄)를 계속 퍼붓도록 하라.

 

그러나 정장공은 비록 진채를 세워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오로지 진영 안에서만 머물며 전혀 출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기다리다 지친 주환왕이 수하의 장수를 시켜 싸움을 걸게

했지만 정장공의 정군(鄭軍)은 절대로 응하지 않고 있었다.

 

      야유(揶揄)를 퍼부어도 옴짝하지 않는단 말이냐?

      주상, 아무런 동정이 없사옵니다.

      아니정군이 어찌 저리 조용한가?

   

정장공은 오후가 한참 지나자야유를 퍼붓던 왕사군의 대오(隊伍)

서서히 흐트러지는 걸 보고 나서는하숙영(瑕叔盈)에게 대패(大旆

깃발을 힘차게 휘두르게 하면서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공격의 북을 울려라

      대패(大旆깃발을 힘차게 휘둘러라.

      좌군이 먼저 진격하여 진군(陳軍)을 쳐부숴라

 

정장공이 하숙영(瑕叔盈)에게 대패(大旆깃발을 힘차게 휘두르게

하자대부 만백(曼伯)이 진군(陳軍)을 덮치려 맹렬하게 공격하였다.

 

      나는 정(나라 장수 만백(曼伯이다

      감히 어디로 알고 쳐들어 왔느냐?

      지체하지 말고 진군(陳軍)을 쳐부숴라

 

      나는 주공(周公흑견(黑肩이다

      진군(陳軍)은 한 사람도 겁먹지 마라

      진군(陳軍)은 대오(隊伍)를 유지하라

 

장수 만백(曼伯)이 이끄는 수많은 정군(鄭軍)이 천지를 진동시킬

듯한 북소리와 함께 함성을 지르면서벌 떼처럼 재빨리 달려들며

용감무쌍하게 쳐들어오자, 좌군에 소속된 진군(陳軍)은 몹시 겁을

집어먹고 움츠러들었다.

 

진군(陳軍)의 군사들은 우호를 맺고 있는 정군(鄭軍)과 처음부터

싸울 마음이 없었으므로, 진군(陳軍장수 채계(蔡季)의 명령이 

떨어져도 군사들이 전진하지 않더니, 이제는 병거(兵車) 들도

재빨리 말머리를 돌리면서 허둥지둥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아니진군(陳軍)은 물러서지 마라

      진군(陳軍) 공격해야 한다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뿔뿔이 흩어지면 안 된다

 

      아아진군(陳軍)은 절대 물러서지 마라

      달아나는 자는 목을 베어라

 

진군(陳軍)의 대오가 무너져 버리니주공(周公흑견(黑肩)이 막으려

애를 써봤으나 역부족으로 더 싸울 수가 없어 같이 후퇴하게 된다.

 

      하숙영은 깃발을 더 힘차게 흔들어라

      제족(祭足)의 우군(右軍)은 돌진하라

 

정군(鄭軍)에게 앞으로 나아가 총공격하라는 진군(進軍)의 북이

울리자, 제족(祭足)의 우군(右軍)이 커다란 함성을 지르면서

일사불란하게 왕실의 우군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모두 용감하게 싸워라

      후퇴하는 자는 참하리라

 

처음부터 달아나려고 마음먹었던 채() () 나라 군사들은

( )나라 군사들이 괵공(虢公임보(林父)의 엄격한 명령에 따라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이를 본 채() ()는 용기를 가지고 합세하여

       괵군(虢軍)함께 앞으로 달려나가며, 공격해 오는

       제족(祭足)의 우군과 맞서 용감하게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진군(陳軍)이 패하는 모습을 본 채군(蔡軍)과 위군(衛軍)

달아나지 않으면서도 싸움을 은근히 피하며슬슬 뒤로 뒷걸음질

치며 열심히 싸워주는 척하면서 싸우는 시늉만을 내는 것이었다.

 

      왕사군(王師軍)의 좌군이 달아나고 있다

      왕사군(王師軍)의 우군도 후퇴하고 있다

 

주환왕(周桓王)도 멀리서 바리 보니과연 왕사군의 좌군과 우군의

대열이 흐트러지며 이젠 중군마저 위험 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족(祭足 너는 왜 이리 가까이 오는가?

      나는 네가 알고 있는 괵공(虢公임보(林父)  다!

 

      제족(祭足나에게 덤비겠다는 것이냐?

      경사(卿士)이신 괵후(虢侯

      괵공(虢公)께 선 왜 앞으로 나서시는 겁니까?

 

      이곳엔 주상이 계시다

      어서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상경 제족(祭足)은 서로 아는 처지에 공격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정 나라 중군의 진문이 활짝 열리면서, 새카맣게 정군이

몰려나오며튼튼한 담벼락처럼 어리진(魚麗陳)의 진법으로 길게

늘어섰다가 이제는 감싸고 들면서 포위 작전으로 달려들고 있다.

 

       주환왕(周桓王) 갑작스러운 정군(鄭軍)의 총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뒤로 돌아서 달아나게 된다,

 

이때 주환왕(周桓王)의 화려한 어가(御駕)의 비단 덮개가 바람에

나부끼며 허둥지둥 달아나는 모습이 정군의 장수 축담(祝聃)

눈에 확 들어오게 되었다.

 

      저기저 화려한 어가(御駕)

      점잖게 앉아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렇지주환왕(周桓王)이 아니겠는가?

 

      전쟁터엔 말 한 필이면 되지 

      젠장! 무슨 놈의 어가(御駕

      좋다이 축담(祝聃)의 화살 맛 좀 봐라

 

축담(祝聃)이 쏜 화살은 주환왕의 왼쪽 어깨에 박혔으나, 두꺼운

갑옷 덕에 다행히 뼈는 뚫지 못했으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제족(祭足)이 이끄는 우군이 가까이 다가오면서주환왕(周桓王)

어가(御駕)를 쫓으며 또 덮치려 하자급하게 된 괵공 임보가 또

제족(祭足)의 앞으로 불쑥 돌아서서 나오며 냅다 고함을 지른다.

 

      나는 괵공(虢公임보(林父)

      나는 주상을 보호해야 한다

      정군(鄭軍)의 장수들이여더는 덤벼들지 마라

 

제족(祭足)이 주춤하여 서 있는 걸 본 중군(中軍)의 축담(祝聃),

더는 공격하지 못하고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고거미(高渠彌)가 여기 왔노라

      무얼 망설이는가계속 공격하라

 

      한 놈도 살려주지 말고 어서 공격하라

      왕사군(王師軍)을 국경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

 

      멈추지 말고 공격하라

      어서 중군을 덮치면서 섬멸시켜라

 

고거미(高渠彌), 원번(原繁), 만백(曼伯장수가 정군의 선두에 서서

주환왕이 있는 왕사군의 중군을 덮쳐들면서 맹렬히 공격하게 되니

견디지 못한 왕사군의 중군은 긴급히 후퇴하게 되었다.

 

정군(鄭軍)이 쫓겨 달아나는 주환왕의 어가를 덮치려 하는 그

찰나에이때 뒤에서 징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한창 공격하던 

정군(鄭軍)멈춰 서버리며 징 소리에 맞추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니이게 무슨 소리야후퇴(後退명령이라니

      우리가 이기고 있지 않은가?

      허 어후퇴(後退라니 말이 되는가?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정군(鄭軍)은 할 수 없이 싸움을 멈추게

되면서 서서히 정군(鄭軍)의 진채로 되돌아갔으며괵공(虢公

임보(林父)괵군(虢軍)과 왕사군의 우군도 모두 후퇴하여 

크게 다치지 않고군사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73 병 주면 약도 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