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69 화. 남매의 사랑은 어찌 될까.

서 휴 2023. 5. 3. 13:34

 69 남매의 사랑은 어찌 될까.

 

        그렇게 어여쁘고 재원이라면 

        어떤 사연에 뒤엉킨 건 아니겠는가?

        주공, 아니옵니다.

 

       제희공(齊僖公)께서 정() 나라 세자 홀()

       혼인을 맺으려 하였사옵니다.

 

       세자 홀()은 얼마 전에 혼인하지 않았는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세자 홀()은 큰 제() 나라를 부담스러워했으며

       이제는 제희공(齊僖公)도 연을 끊었다 하옵니다.

 

       그게 사실이오?

       주공, 사실이라면 신이 서둘러도 되겠는지요?

       좋소, 태재(太宰)가 직접 나선다면 더욱 좋소

 

공자 휘()는 곧바로 구혼사절을 이끌고 제() 나라를 찾아갔으며

제희공(齊僖公)에게 온 뜻을 밝히며 설명하였다.

 

       공자 휘()는 어서 오시 오

       노환공(魯桓公)은 과인도 알고 있잖소?

 

       귀() 나라 노환공은 나이가 많고 내 딸 문강은

       아직 어리지 않소조금만 기다려 보시 오

 

       내년에나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소

       제후(齊侯)께서는 노환공의 마음을 잊지 말아 주소서.

 

그때는 보통 14세에서 16세 사이에 혼인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남자는 20살이 넘어가면 나이가 많은 노총각 축에 들어가게 된다.

 

       문강(文姜) 아씨, 호호, 좋은 소식이 들어 왔어요.

       노() 나라 노환공(魯桓公)이 청혼했데요.

       나이가 좀 많아 그렇지 그러나 잘 생겼데요.

       주공께서도 이미 알고 있는 사이랍니다.

 

이 소식에 문강(文姜)은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으나, 이 답답한

제궁(齊宮)의 규방에서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났으므로

누웠던 침상에서 일어나는 계기로 삼게 되었다.

 

       노() 나라는 정실 자리가 비어 있나이다.

       제()와 노() 두 나라는 혼사로써

       더욱 돈독한 우의를 맺으면 어떠실는지요?

       제후(齊侯)께서는 이제 승낙해 주시지요?

 

노환공(魯桓公)은 30세의 나이로, ()나라 직() 땅에서,

(), (), (), ()과 함께, 삽혈의 행사를 치르고

난 뒤에 한가한 틈을 봐서 또 청혼의 뜻을 밝히었다.

 

       제후(齊侯)께 다시 청혼을 드리옵니다.

       아무래도 그렇소. 다음 해에 다시 이야기해봅시다.

 

노환공(魯桓公)은 제희공(齊僖公)이 극구 거절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는, 다음 해 영() 땅에서 회동하였을 때 또다시 청혼했다.

 

       제후(齊侯)께옵선 안녕하시온지요?

       잊지 않으셨다면 다시 청혼을 청하옵니다.

 

       내 딸이 그리 마음에 드시오?

       좋소. 노공(魯公)의 청혼을 승낙하오

 

제희공(齊僖公)은 끈질긴 청혼에 감복하였고, 또한 문강(文姜)

그냥 놔둘 수만은 없어, 궁리 끝에 혼인을 승낙하게 되었다.

 

승낙을 받은 노환공(魯桓公)은 곧바로 현지에서 폐백을 보낸다.

제희공(齊僖公)은 받은 폐백의 곱절만큼이나 되는 선물로 답례하며,

문강(文姜)을 직접 데리고 가서, () 나라에서 혼례를 치르게

하겠노라고 큰소리로 흔쾌하게 약속하고 말았다.

 

       과인이 올가을 9월에 문강(文姜)을 직접 데리고 가겠소

       제후(齊侯). 아니옵니다

       예의(禮儀)가 있사온데 저희가 맞이하러 가겠습니다

 

이때가 노환공(魯桓公) 재위 3년 차며 기원전 710년의 일이다.

()나라에서는 태재(太宰) 화독(華督)이 송상공(宋殤公)

살해하고 송장공(宋莊公)을 군위에 올린 해의 일이기도 하다.

 

혼례를 언약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아(諸兒)는 몹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녕(叮嚀) 이라는 ()를 문강(文姜)에게 보냈다.

 

       桃有華 燦燦其霞, (도유화 찬찬기하)

       복숭아 꽃이 활짝 피어 찬란하기 노을빛 같으나

 

       當戶不折 飄而爲苴, (당호부절 표이위자)

       집 앞에 있어도 꺽질 못하니

       바람처럼 날아가 두엄이나 될까?

 

       吁嗟兮復吁嗟,(우차혜부우차)

       너무나 안타까워 탄식하노라.

 

오라비인 제아(諸兒)에게서 남몰래 편지가 오자, 문강(文姜)

곧바로 뜯어 읽어보다가 주르르 눈물 흘리며 답장을 보낸다.

 

       桃有英 燁燁其靈 ( 도유영 엽엽기령)

      복숭아 꽃봉오리 반짝반짝 신령스러워도

 

       今茲不折 叮嚀兮叮嚀 (금자부절 정녕혜정녕)

       지금 바로 꺾지 않아도 반드시 정녕 그리되리오.

 

답시(答詩)를 읽어본 제아(諸兒)는 문강(文姜)의 마음이 자기와

같다는 걸 굳게 믿게 되면서 간절한 마음을 참아내고 있었는데,

() 나라 태재인 공자 휘()가 문강(文姜)을 맞이하러 왔다.

 

       아바마마. 노후(魯侯)가 직접 오지 않고

       공자 휘()를 보냈사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국사(國事)가 많사오니

       소자가 대신 다녀오겠나이다.

 

       허허, 효성은 고맙다, 만은

       내가 직접 데리고 간다고 약속하였는데

       인제 와서 신의를 저버릴 수 있겠느냐?

 

       주공. 긴급히 아뢰옵니다.

       노후(魯侯)께서 직접 영접을 원한다며

       국경인 환읍(讙邑)까지 찾아와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으음. () 나라는 예의를 아는구나

       노후(魯侯)가 친영(親迎)하러 온 것은

       내가 고생할까, 걱정하니 안 갈 수가 없구나

 

노환공은 수레를 국경 지역인 환읍(讙邑) 땅에 멈추게 하고 제반

준비를 다 마치고는 제희공(齊僖公)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렸다.

 

       (나라는 예의지국(禮儀之國)이라.

       환읍(讙邑) 땅에서 나를 맞이하겠다는 것은

       내가 멀리 가는 노고를 덜어 주기 위함이로다.

 

       역시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세자는 임치(臨淄성이나 잘 지키도록 하라

 

제아(諸兒)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 제희공(齊僖公)

앞에서 물러나동궁에서 떠나는 문강(文姜)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환읍(讙邑)은 현 산동성(山東省곡부시(曲阜市)

       정 북쪽으로 약 50km 지점에 있었던 고을이다.

 

노환공(魯桓公)은 수레를 국경 지역인 환읍(讙邑)에서 준비를

다 하고는 제희공(齊僖公)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는 문강(文姜)은 육궁(六宮)의 비빈(妃嬪)

       권속(眷屬)들에게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동궁(東宮)에서 오라비 제아(諸兒)를 만난다.

 

이윽고 헤어질 때가 되자, 제아(諸兒)는 수레 앞에서 문강(文姜)

쳐다보며, 남들이 모르는 의미심장한 작별인사를 하였다.

 

       오라버니. 몸을 잘 보중(保重) 하소서.

       누이는 정녕(叮嚀)이라는 시구를

       그 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제아(諸兒)와 문강(文姜)은 보는 눈이 많아 손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눈물만 글썽이는 채 쳐다보면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제아(諸兒)는 원비(元妃)인 송씨가 옆에 있고

       또한, 궁인들이 모두 보고 있었으므로

       겨우 몇 마디만이 나누며 속만을 태웠다.

 

제희공(齊僖公)은 제아(諸兒)를 나라 안에 있게 하고, 문강(文姜)

직접 데리고 환읍(讙邑) 땅을 찾아가 노환공(魯桓公)을 만난다.

 

       장인 어르신, 절 받으시옵소서

       허 어. 이제 나의 사위가 되었소이다.

       아무쪼록 문강(文姜)을 많이 사랑해주시오.

 

노환공(魯桓公)사위가 장인에게 행하는 예를 올리고 잔치를

열어 제희공을 극진히 대접하면서, 문강을 수행한 사람들에게도

선물을 풍족히 풀어주면서 기뻐하였다.

 

       노환공은 첫째, 제나라가 대국인 것이 좋았고,

       둘째, 문강이 꽃같이 아름다워 좋았으므로,

       문강을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뻐하였다.

 

제희공이 감사의 말을 한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자, 노환공

문강(文姜)을 노(魯) 나라로 데리고 와서 혼례를 올렸다.

 

       제() 나라는 큰 나라이니 너무 좋도다

       호 오, 신부가 이리도 어여쁘단 말인가

       내 평생 내 신부 문강(文姜)을 사랑하리라

 

       문강(文姜) 내 그대를 많이 기다렸소

       이제 우리 노() 나라에 정을 붙이며 살길 바라오

 

       문강(文姜), 여기가 노() 나라 도성(都城) 이오.

       혼례(婚禮)를 올리고 나서 셋째 날이 되면

       우리 노() 나라 종묘(宗廟)에 예()를 올려야 하오.

 

       넷째 날에는 종실(宗室) 대부(大夫)들과 그 부인들이

       알현(謁見)하러 찾아올 것이오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잘 대해주길 바라오

 

노환공은 기쁜 마음으로 사흘에 한 번 조례에 참석했으며, 조정의

대부와 종부들도 내궁에 들어가 군부인 문강(文姜)을 만났다.

 

       제희공(齊僖公)은 그의 동생 이중년(夷仲年)

       노() 나라에 사자로 보내어 문강(文姜)의 소식을

       알아보게 하였고, 이에 이중년(夷仲年)이 돌아와

       자세히 보고하자, 기뻐하였다.

 

나이 많은 노환공(魯桓公)은 어리면서도 너무나 어여쁜 문강(文姜)

극진히 보살펴주어, 문강(文姜)은 일 년이 지나자 첫아들을 낳는다.

노환공(魯桓公)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아들을 보자 너무 기뻐하였다.

 

       오, 부인 고생 많았소

       어찌 내가 태어난 날 똑같이 태어나다니

       정말 신비스럽기까지 하오.

 

       부인 아들 이름을 동()이라 지으면 어떻소

       아, 원하신다면 그리하셔도 좋지요.

 

세자(世子)가 될 아들이 태어나자, 노환공(魯桓公)뿐만 아니라,

백성들 모두가 기뻐하면서, 문강(文姜)은 더욱 사랑받게 되었다.

 

70 . 권위냐. 자존심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