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001∼100회)

제 2 화. 주지육림은 어떤 곳인가.

서 휴 2023. 4. 17. 17:24

 2 주지육림은 어떤 곳인가.

 

       주상맛있는 음식을 차렸사오니

       자시면서 미미지락(靡靡之樂)을 즐기소서.

 

미미지락(靡靡之樂)의 미미(靡靡)는 바람이 불면 풀들이 서로

한쪽으로 쏠리며 포개지면서 부딪치는 소리라 할 수 있다.

 

이런 음악은 마치 마약처럼 몸에 스며들면서어느 사이에 이성의

애무나 달콤한 속삭임에 취하게 되는 환상적인 즐거움을 말한다.

 

       좋도다달기(妲己)만 내 곁에 있으면

       정말아무 근심 걱정이 없게 되는구나

 

       호호주상 과찬이십니다

       주상사구(沙丘땅에 있는 원대(苑臺)를 넓혀

       연못도 만들며아름다운 동산으로 꾸며보시옵소서

 

       귀여운 짐승과 아름다운 새들도 모여들며

       맘대로 뛰노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왕은 무거운 세금을 거두어 사구(沙丘)의 원대(苑臺)를 더 넓혀

온갖 들짐승과 화려한 날짐승을 그 안에 풀어 놓도록 하였다.

 

       왕이시여명하신 데로 원대(苑臺)라 현판을

       아주 크게 다시 달아 놨사옵니다.

 

       녹대(鹿臺)에는연못을 만들었고, 그 주변의

       거교(鉅橋)에는 아름다운 나무를 심었나이다

 

       허 어원대를 넓고 아름답게 잘 꾸몄구나

       7년이나 꾸몄다니 그간 고생들이 많았도다.

 

       이 비단들을 받도록 하라

       짐은 오늘부터 이곳 원대(苑臺)에서 지내겠노라.

 

       악사(樂師사연(師涓)은 무얼 하느냐

       북도지무(北鄙之舞)를 흥겹게 추도록 풍악을 울려라.

 

       배꼽춤은 배꼽을 중심으로 엉덩이를

       요리조리 잘 흔들어야! 흥이 나지 않느냐

 

       옳구나 저 아이가 제일 잘 흔드는구나

       저 아이에게 상금과 술과 안주를 갖다주어라.

 

       허 어일일이 들고 갖다주기가 힘들겠구나

       이래 가지곤 어찌 흥이 이어지겠느냐

 

       연못에 물 대신에 술로 가득 채워 놓고,

       나무마다 잘 양념한 삶은 고기를 걸어 놓아

       저 뛰노는 애들이 맘대로 먹고 마시게 하라

 

이에 백성들은 원대(苑臺)의 녹대(鹿臺)를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부르게 되었으며미남 미녀들이 발가벗고 뛰놀다가 음탕한 짓을

벌이게 하면서미미지악(靡靡之樂)의 음탕한 소리가 크게 들리게

되면이에 주왕과 달기는 재밌어하며 끌어 안기도 하였다.

 

       이런 공사비와 놀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조금씩 세금을 올리다가 점점 더 무겁게 물리게 되니

       백성의 살림은 점점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

 

(나라의 인재들이 모인 강상(姜尙)의 요릿집에재상(宰相)

비간(比干)은 강상(姜尙)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

 

       상나라가 이곳(땅에 와서 망해서야 되겠소

       여러분 절대로 망하게 해서는 아니 되오

 

       그러나 재상님주왕은 달기를 너무 총애하여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소이다

 

       강상그대는 주왕을 깨우치게 할 수 있을 걸세.

       내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강상 밖에 없소

 

       궁에 들어가 주왕을 보필하여 바로 잡아보게나.

       강상 만이 할 수 있을 것이오

 

       주왕도 원래 좋은 사람이었소

       잘 모시어 다시 좋은 사람이 되게 해보시오.

 

       강상에게 간청하오한번 해보시오

       좋습니다한번 해보겠습니다

 

강상(姜尙)은 주왕의 숙부이며 재상인 비간(比幹)의 추천으로

()나라 조정에 들어가짧은 기간 동안 벼슬을 하게 되었다.

 

주왕을 정성으로 섬기며 좋은 간청을 하여보았으나요부(妖婦)

달기에 빠져충성스러운 말은 듣지도 않으며나라 정사를 전혀

돌보지 않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벼슬을 그만두었다.

 

       주왕은 신하들의 말은 듣지도 않소이다

       생각이 모두 달기와 노는 데만 가 있소.

 

       달기의 비위만을 맞추면서 노는 것만 알아

       원대에서 별짓을 다 하며 살고 있을 뿐이오

 

       주왕은 나라가 망할 것은 아예 생각지도 않으며

       재앙도 모르고 사는 사람에 불과하오.

 

       더구나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으면서

       미안함도 모르면서 사는 자가 아니겠소

       저자는 백성의 왕이 아니외다

 

강상은 당시의 인재인 산의생(散宜生). (굉요閎夭). 남궁괄(南宮括).

태전(太顚등과 터놓고 술을 마시며주왕에 관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면서탁상공론을 많이 이어져가게 하였다.

 

       손님은 많지만장사가 안 돼요

       아니무슨 일이 있느냐

 

       강상의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데

       술값을 안 내다보니늘 외상만 많이 깔려

       이달에도 적자가 났지요.

 

강상은 할 수 없이 고급 요릿집을 물려주고 서성이게 되면서,

그가 지은 육도(六韜수사(守士편에 아래와 같은 글을 적는다.

 

       不富無以爲仁 不施無以合親

       (불부무이위인 불시무이합친)

 

       가진(게 없으면어짊()을 베풀(수 없으며,

       배품(이 없으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없다.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 베풀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 가까이 모여들지 않으며

       결국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며그리되면

       내가 가진 뜻을 전파하기 어렵게 된다는 말이다.

 

강상이 위수(渭水)의 반계(磻溪)에 앉아 낚시질만 하였다는 것은,

대인 관계를 풀어나가는 경제력이 부족하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 세상을 떠나서도 한번 살아보자

       나만의 세계에서 나 홀로도 살아보는 거야

       어 허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는가

 

강상은 그동안에 하였던 모든 것들을 일시에 접으며위수(渭水)

이북 쪽인 반계(磻溪)에 눌러앉아낚시질하기 시작한다.

 

       위수(渭水)는 황하(黃河)의 가장 큰 지류로,

       길이가 787km 나 되며,

 

       지금의 감숙성(甘肅省)의 위원현(渭源縣)에 있는

       서북쪽의 조서산(鳥鼠山)에서 발원(發源)하여,

       섬서성(陝西省)을 거쳐낙수(洛水)와 합쳐진 뒤에,

       동관(潼關이란그곳에서 황하(黃河)로 흘러 들어간다.

 

강상(姜尙)의 낚싯바늘은 곧은 ()자 바늘이다물고기가 다가와

미끼가 달린 바늘을 완전히 삼켜버리고낚싯바늘이 빠져나오다가,

목구멍에 덜컥 걸려야 낚이는곧은 ()자 바늘이다.

지금의 낚싯바늘처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하였을 것이다.

 

       강상은 위수의 반계에서 몇 년이나 있었을까

       외롭게 홀로 앉아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까

       삼사십 년이나 지나간 건 아닐까

       아니더 흘러간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낚싯대에 명상을 걸고다가올 기회를 낚으려

하였던 것은자신을 거듭 반성하게 만드는 기간이며 또한복잡한

세상사에 엉키어 사느니차라리 조용히 자기의 사상과 이념을

정리하여 책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시작은 나의 뜻에 따라 하였지만

       나의 뜻을 펼칠 때까지 견뎌내는 것은

       나의 의지(意志)로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뜻이 이뤄진다는 것은

       나의 뜻과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나의 올바른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살아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는가?

       이곳에서 늙어 죽더라도 어쩔 수가 없도다.

 

       그래그렇도다.

       이 나의 결심을 흩트릴 수는 없도다.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려보자

       이 위수(渭水)의 반계(磻溪)에서 기다려보자

 

       지나간 날은 엎질러진 물과 같도다

       새 그릇에 새로운 생각을 담아야 한다.

 

       나의 사상과 이념을 거듭 정리하여

       미래를 바라보는 새 그릇에 담아보자

 

 3 정치는 누구를 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