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문왕과 강태공
제 4 화. 고공단보는 누구인가.
혼자 남은 주문왕(周文王)도 피해가 따를 것을 예감하면서, 몹시
몸조심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동안이 지나자 또다시
간신 숭후호(崇侯虎)가 머리를 굴려가며 주왕에게 간하였다.
주상, 소문을 들으셨나이까?
숭후호는 무슨 소문을 말하느냐?
주문왕이 덕(德)을 많이 쌓고 있다면서
백성들이 저마다 성인이라 칭송하나이다.
주문왕에게 다른 제후들이 모여들고 있사오니,
장차 근심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나이다.
왕이시여, 반역할지 모르오니 조심하소서!
그래, 주문왕을 성인(聖人)이라 하였느냐?
백성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사옵니다.
좋다. 성인(聖人)인가. 아닌가. 어디 두고 보자!
주문왕을 잡아다 유리옥(羑里獄)에 감금시키고,
주문왕의 큰아들 백읍고(伯邑考)를 붙잡아
빨가벗겨 가마솥에 넣고, 푹 끓여 곰탕을 만들라!
주문왕이 성인(聖人) 이라면, 어찌
자기 아들을 삶은 곰탕을 먹을 수 있겠는가?
곰탕을 먹지 않는다면 죽여버리리라!
어서 빨리 불러다 먹여 보아라!
유리옥(羑里獄)에 감금되어 있던 주문왕(周文王)은 눈물을 삼키며
아들을 삶은 곰탕을 빠짐없이 맛있게 다 먹어 치우게 된다.
아들 백읍고(伯邑考)야. 정말 미안하구나!
너로 인해 인제 풀려날 것 같구나!
내 아들 백읍고(伯邑考)야. 내가 풀려난다면,
너와 우리의 원한을 반드시 갚고 말겠노라!
숭후호가 주문왕이 곰탕을 다 먹었다고 하자, 성인이 아니라면서
안심하고는 풀어줄 듯하다가 그냥 감금시켰다.
주문왕의 신하들인 산의생(散宜生), 태전(太顚), 남궁괄(南宮适),
굉요(閎夭) 등이, 다급하게 강상을 찾아와 구출할 방도를 물었다.
강상(姜尙), 어떻게 하면 좋겠소?
어찌해야! 우리 주문왕을 살려낼 수 있겠소?
여러분, 이렇게 한번 해보시오!
주왕이 좋아하는 것이 무어라고 생각하시오?
폭정을 일삼는 주왕에게
그가 좋아할 걸 한번 보내줘 보시 오!
그가 좋아하는 것은 떠받쳐주는 감언이설과
누구나 갖기 어려운 진귀한 보물과
또한, 빼어난 미녀들이 아니겠소?
나, 강상은 투기소호(投其所好)를 권하겠소이다!
주왕이 좋아하는 것을 던져주라 는 뜻이오!
이들은 주문왕을 구출하기 위하여, 남모르게 달기(妲己)에게 보물을
보내주며, 재상 비중(費仲)과 숭후호(崇侯虎)에 뇌물을 주었다.
주왕(紂王)에게는 어여쁜 미녀를 골랐으며, 미끈하게 잘 달리는
준마(駿馬)들과 진귀한 보물들을 넉넉하게 바치었다.
어 흠, 주문왕이 이제야,
과인의 마음을 알아주다니 기특해졌구나!
이제 주문왕을 풀어주도록 하라!
숭후호는 방금 무엇이라고 하였느냐?
주상, 주문왕이 풀려나자마자, 곧바로
황하(黃河) 변의 낙서(洛西) 땅을 바치었나이다.
허 어.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로구나!
그래, 진작 그렇게 할 일이지!
으음, 이제야 내 맘에 들기 시작하는구나!
유리옥(羑里獄)에서 풀려난 주문왕은 온갖 것을 바칠 때마다,
주왕이 크게 기뻐하는 걸 보며 신하들과 계책을 짜게 된다.
주공, 주왕을 시험해 보시옵소서.
주왕을 시험하다니 무슨 말인가?
얼마나 믿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알겠소. 시험을 해 보겠소!
왕이시여. 신 주문왕이옵니다.
무슨 일인가. 어서 말해보라?
극형에 해당하는 포락(炮烙) 형벌은
너무 잔인하오니, 없애 주시면 어떠실는지요?
포락형(炮烙刑)은 굵은 구리(銅) 통으로 다리를 놓고, 그 밑에서
불을 타오르게 하여, 아주 뜨거울 때 다리를 건너게 하는 형벌이다.
다리를 건너려다 뜨거움을 참지 못하여 미끄러지면
불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며 타죽게 되는 형벌이다.
어쩔 줄 모르며 떨어지는 애처로운 죄인의 모습을 주왕과 달기는
재미나게 보면서 깔깔 웃어대며 즐기었다고 한다.
왕이시여. 포락 형벌은 너무 처참하오니
폐지하심이 어떠실는지요?
허 어.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기야. 사람 타는 냄새가 좋지는 않지!
그래. 없애도록 하자!
뜻밖에도 주왕은 간청을 선선히 받아주었고, 이에 마음을 굳힌
주문왕은 주왕이 아주 싫어하며, 또한 말썽을 피우는 제후국인
기국(饑國)을 멸망시키고 돌아와서 전리품을 바쳤다.
이에 주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주문왕을 서쪽의 패자(覇者)라
부르라면서, 서쪽의 우두머리인 서백(西伯)으로 인정하여 주었다.
자, 주문왕은 붉은 활과 붉은 화살과
이 큰 붉은 도끼를 받아라.!
앞으로 말 안 듣는 제후를 징벌할 권리를 주노라!
이제 그대를 제후들의 우두머리로 삼겠노라!
주왕이 주문왕을 서쪽의 패자라 부르며, 서백(西伯)으로 인정하여
주자, 백성들의 민심이 주문왕에게 모이기 시작하였다.
얄미운 상대에게, 상대가 좋아할 것을 더욱
주라는 강상의 투기소호(投其所好) 효과는
주왕의 환심과 신임을 받게 되었으며,
백성들의 호응마저 크게 얻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당시 상용(常庸)은 현명한 사람이었으나 주왕(紂王)이 내치자,
조이(祖伊)가 용기를 내어 진심으로 간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주왕처럼 방탕한 생활을 하지 않으리라!
나는 더욱 절제하고, 더욱 덕을 쌓으며,
나는 주(周) 나라의 세력을 점점 키워내어
반드시 도탄에 빠진 천하의 백성을 구하고
내 아들 백읍고(伯邑考)의 원수를 갚고 말리라!
주문왕은 절제된 생활을 철저히 하면서, 지금의 충성스러운
신하들은 물론이지만, 그보다 더 현명하게 현실을 타개할 비책을
제시할 수 있는 현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상(商) 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뛰어넘는 비책이 필요하도다!
비책을 내놓을 수 있는 현인이 필요하도다!
주문왕은 나라를 이끌어 나갈, 현인을 찾도록 방을 붙이면서
수소문하였으나, 일 년이 지나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였다.
희창(姬昌) 아, 내 말을 들어라.
나는 천제(天帝) 이노라.
나는 너의 뜻을 알고 있노라.
너에게 망(望)을 주겠노라!
옥황상재 임, 망(望)이 무엇이 옵니까?
허 어, 어서 망(望)을 찾아보아라!
꿈에서 깨어난 주문왕은 자기의 이름을 손수 부르는 옥황상재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사편(史編)을 불러 점을 치게 하였다.
점괘가 어찌 나왔는가?
위수(渭水) 이북으로 사냥을 가시옵소서!
용(龍)도 이무기(螭龍치룡)도 곰(熊웅)도 아닌
망(望)을 얻게 될 것이옵니다.
천제(天帝)께서 주공께 망(望)을 보내시는바
망(望)을 불러 나랏일을 돕게 하신다면
주(周) 나라가 크게 번성할 것이며
삼대를 이어 나라를 이롭게 만들 것이옵니다.
그렇게 좋은 점괘가 나왔단 말인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주공. 이번 점괘는 대단히 좋사오니
많은 정성을 들이셔야 하옵니다.
내 그대의 점괘에 따라 정성을 다하겠노라!
주문왕은 3일간 목욕재계하고, 중신들과 일찍이 사냥을 나갔으나,
온종일 망(望)을 찾지 못하고, 힘없이 돌아가는 길이다.
위수(渭水)의 반계(磻溪)에 이르게 되자, 머리 허연 낚시꾼이 홀로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에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게
되었으며, 호기심이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 묻게 되었다
노인장, 혹시 망(望)을 보시었소?
뉘신지 모르겠으나, 참 이상도 합니다.
간밤의 꿈에 상제(上帝)가 나타나시어
소인을 망(望)이라 불렀사온데
어찌. 이 망(望)을 알고 찾아오셨습니까?
반갑구려. 나도 꿈속에서 상제(上帝)를 만났소이다.
주문왕(周文王)은 너무 기뻐하며, 머리 허연 노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더 가까이 다가가며 조심스레 조용하게 묻게 된다.
제 5 화. 육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춘추 열국지( 001∼100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6 화. 드디어 강태공이 되는가. (0) | 2023.04.18 |
---|---|
제 5 화. 육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0) | 2023.04.18 |
제 3 화. 정치는 누구를 위한 걸까. (0) | 2023.04.18 |
제 2 화. 주지육림은 어떤 곳인가. (0) | 2023.04.17 |
제 1 화. 고향을 떠나는가. (0) | 2023.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