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93 화. 여자의 꾐에 당하는가.

서 휴 2023. 4. 16. 16:38

 93 여자의 꾐에 당하는가.

 

옹희(雍姬)는 다음 날, 옹규(雍糾)가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해

올리면서, 좋은 술을 꺼내 웃음을 지으며 반주(飯酒)를 따른다.

 

      허 어이 술이 지금까지 있었소?

      오래전에 감춰놨었지요

      보이면 혼자서도 밤새워 마시니까요?

 

      오랜 세월 숙성시켜서 그런지 목구멍에 탁 넘기면

      그 향기로움이 짜릿하게 퍼지며 온몸에 우러나오

 

      마오타이주(茅台酒)는 역시 명주(銘酒

      이 귀한 술을 내놓다니 정말 고맙소

 

어느 나라나 술은 있기 마련이다전통 소주(燒酒)는 쌀수수

옥수수,  등의 곡물을 누룩으로 발효시켜 술을 만든 뒤에

증류 시키면맑고 투명한 증류주(蒸溜酒)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이처럼 무색투명한 술인 소주(燒酒) 중국 사람들은

      백주(白酒)라 쓰면서 바이주라 읽는다.

 

      바이주는 대략 30도에서 70도의 알코올양이 있으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량주(高粱酒)가 있다.

      고량(高粱)이란 말은 곧 우리가 먹는 수수이다.

 

      바이주는 기원전부터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춘추 이전 시대부터일 것이다.

 

      바이주는 재료가 되는 누룩에 따라 대곡주,

      소곡주부곡주혼곡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마오타이주(茅台酒) 백주(白酒)이면서

      중국 남서부 윈구이(雲貴고원 지대에 있는

      귀주성(貴州省마오타이(茅台마을에서 나온다.

 

수수로 빚는 마오타이 술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최소 5년 이상 숙성시키면서, 더욱더 오래 숙성시킬수록 가장

고급스러운 향이 오래가는 술로 변한다.

 

      서방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나만을 사랑하는 걸 잘 알아요.

 

      서방님의 깊은 사랑을 받게 되니

      나의 마음도 서방님의 사랑에 젖어 있어요.

 

      서방님사랑해요

      나도 나의 옹희(雍姬)를 무척 사랑하오

 

      어 허취한다

      너무 마셨어요 벌써 혀가 꼬부라졌잖아요

      술이 취한 거냐? 내가 취한 거야?

 

옹희(雍姬)는 술상을 잘 차려 어여쁘게 권하며옹규(雍糾)가 많이

취하게 되자 옷을 벗겨주며 침상에 눕혀 편안히 잠들게 하였다.

 

      호호연극(演劇)이나 한번 해볼까?

      서방님은 내 꾀에 항상 당해내질 못하지.

 

      옹규(雍糾경에게 제족(祭足)

      죽이라고 명하였는데 경은 벌써 잊었는가?

 

      주공아니옵니다

      그 일을 어찌 잊겠나이까?

 

다음 날 아침에 옹규(雍糾)가 깨어나자옹희(雍姬)는 따뜻한 차를

애교 있게 권하며간밤에 있었던 일을 상냥하게 이야기한다.

 

      아버님을 꼭 죽이려 하옵니까?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다 하오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소

 

      어젯밤 취중(醉中)에 서방님이 한 말인데

      구태여 숨길 필요가 있겠나이까

 

      허허, 만일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대 옹희(雍姬)는 어떻게 하겠소

 

      서방님출가한 아녀자는 남편만을 쫓는답니다.

      서방님인 남편의 뜻에 따라야만 하지요

      서방님어찌 다른 마음을 품겠어요

 

옹규는 옹희(雍姬)를 사랑하고 믿었으므로거듭 다짐을 받고는

제족(祭足)을 죽이려고 모의한 내용을 자세하게 말하고 말았다.

 

      이 일이 성사되면 내가 상경이 될 것이오.

      그대도 역시 정경(正卿부인의 영화(榮華)가 따를 것이오.

 

      서방님정말이옵니까?

      그럼 아무렴 이 옹규(雍糾)를 믿으시오

 

      아무렴요서방님을 믿고 말고요

      그렇다면 친정에 가서 친정아버님이

      동교(東郊)에 꼭 나가시도록 만들어 놓을게요.

 

      행차(行次날이 언제예요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오늘 나가보면 알 것이오.

 

영특하고 영악한 옹희(雍姬)는 사랑하는 남편과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아버지 사이에서누구를 택하느냐로 고심하게 되면서

혼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기도 모르게 친정에 찾아가게

되며 친정어머니를 만나 떠보기로 하였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왔느냐.

 

      어머님아버지와 지아비 중에

      어느 분이 더 중 하나이까

      호호, 그러니 모두 소중하단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정()이 깊사옵니까

      아버지가 남편(男便보다 더 정()이 깊단다.

 

      어머님어째서 그렇사옵니까

      시집 안 간 딸은 지아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가한 딸은 혼인한 다음에

      다시 또 지아비를 얻을 수 있지만

      한번 죽은 아버지는 다시 살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아비는 세상의 사람과 합하는 것이지만

      아버지는 하늘에서 정하여 내려 준 사람이다.

 

      서방의 사랑은 인도(人道)에 부합하지만

      아비의 사랑은 천도(天道)에 부합한단다.

      지아비와 아버지를 어찌 견줄 수가 있겠느냐

 

친정어머니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 말이지만그 말을 다 듣고

난 옹희(雍姬)는 마음 깊이 깨우치며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니네가 왜 그리 우느냐

      어머님아버지를 위하여나의 지아비인

      옹규雍糾를 돌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옹희(雍姬)가 울면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모두 고해바치자,

깜짝 놀란 친정어머니는 제족(祭足)에게 급히 말하게 된다.

 

      딸아너와 그리고 부인은 절대 발설해선 안 돼 오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둘 다 입을 꾹 다물어야 하오

 

제족(祭足)은 동교(東郊)에 나갈 날이 정해지자심복으로 있는

강서(强鉏)에 말하여 단도를 숨긴 무사 십여 명을 뒤따르게 하고,

 

다시 공자 ()에게 이야기하여갑옷을 입은 갑사(甲士백여

명을 교외에 잠복 시켜놓으면서 만약의 변란에 대비하였다.

 

      장인어른 이제 오시나이까

      간소하나마 잔칫상을 차렸사옵니다.

 

      국사가 분주한데 예의만 차리면 될 것이지

      잔칫상까지 차려 송구한 마음을 갖게 하느냐

 

      장인어른봄기운이 완연하여 아름다운 동교(東郊)

      가히 즐길 만하오니, 술 한 잔을 드시면서

      노고를 푸시옵소서아버님.

 

옹규(雍糾)는 무소의 뿔잔에 술을 가득 부어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무릎을 꿇으면서 제족(祭足)에게 정중히 술잔을 올렸다.

 

      술맛 참 좋도다

      아버님천하의 명주(銘酒이옵니다.

      아버님, 마저 도시옵소서.

 

      어허왜 이리 어지러우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구나

 

제족(祭足)은 토하면서옹규(雍糾)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술병을

쏟아버리자화광(火光)이 일어나며 땅이 벌겋게 타는 것이었다.

 

      필부(匹夫)가 어찌 나를 우롱하려고 하는고.

      강서(强鉏이 역적 놈을 당장 죽여라

 

정려공(鄭厲公)도 역시 갑사(甲士들을 동교(東郊부근에

잠복하면서 옹규(雍糾)를 도우려 하였으나미리 와 있던

공자 ()에게 발각되어 십중팔구는 잡혀 죽게 되었다.

 

      뭣이라고 옹규(雍糾)가 죽었다고 하였느냐

      ,  정려공(鄭厲公)이 더 외로워지는구나

 

      이제 제족(祭足)이 나를 용서치 않으리라

      나의 일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려공(鄭厲公)은 말을 마치자마자곧바로 채() 나라로 

도망쳐 버리면서 한심하다는 듯 이런 말을 남긴다.

 

      나라의 큰 대사(大事)를 처자와 의논하다니

      죽어 마땅한 놈이며천하에 다시 없는 바보로다

      내 어떻게 옹규(雍糾) 같은 소인배를 믿었을까

 

옹규(雍糾)는 사랑하는 자기 부인으로 인하여 죽게 되니, 항상

가까운 곳에서 생각지 못한 비밀이 새 나가니 조심하라는 뜻일

것이며 또한, 제족(祭足) 딸에게 다짐해 둔 것이라고도 하였다.

 

      정려공(鄭厲公)이 도망갔다고 하였느냐?

      어느 곳으로 도망갔느냐?

      예에상경 나리(나라로 갔다고 합니다.

 

      좋다공보(公父정숙(定叔께서는 하루빨리

      (나라에서 소공(昭公)을 영접하여 오시 오

 

제족(祭足)은 오랜만에 정소공(鄭昭公)을 복위(復位)시켜 다시

모시게 되면서무릎을 꿇고 깍듯이 인사 말씀을 올리게 된다.

 

      주공그동안 고생(苦生)이 많으셨사옵니다.

      주공옛날에 보내드린 저의 밀계(密契)처럼

      신의(信義)를 이행(履行하게 되었사옵니다.

      이제 마음 편히 나라를 다스리옵소서.

 

 94 우애와 효도를 악용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