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91 화. 빈틈을 노려야 이긴다.

서 휴 2023. 4. 16. 13:35

91 . 빈틈을 노려야 이긴다.

 

기성(紀城) 앞 들판의 전투가 끝나갈 무렵에 도착한 송군(宋軍)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잠시 전투에 뛰어들면서 제() 나라의

공자 팽생(彭生)을 구해주고, 자기의 진채(陣寨)로 돌아오게 된다.

 

        남궁(南宮) 장수님. 큰일 났습니다

        노군(魯軍)과 정군(鄭軍)이 우리 진채(陣寨)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아니, 그들이 어떻게 알고 기습하였느냐?

        어떻게 소리 없이 쳐들어올 수 있더란 말이냐?

 

남궁장만(南宮長萬)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물러가 버렸고, 여러 군주도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이에 호증(胡曾) 선생이 이 싸움에 대해 시를 지어 읊었다.

 

        明欺弱小恣貪謀 (명사약소탐모)

        강한 나라는 약한 나라를 속이면서

 

        只道孤城頃刻收 (지도고성경각수)

        외로운 성을 단번에 집어삼킬 줄 알았으나

 

        他國未亡我已敗 (타국미망아이패)

        다른 나라보다 자기가 먼저 패하는 걸 몰랐던가.

 

        令人千載笑齊侯(영인천재소제후)

        뭇사람은 천년을 두고 제후(齊侯)를 비웃었도다.

 

제군(齊軍)은 싸움에 패하여 죽은 군사의 시체가 들판에 가득했고

공자 팽생(彭生)도 적군의 화살에 맞아 목숨이 위급한 순간에

송군(宋軍)의 남궁장만(南宮長萬)이 간신히 목숨을 구해줬다.

 

멸망 직전에 나라를 지키게 된 기후(紀侯)는 너무나 기뻐하며,

노환공(魯桓公)과 정여공(鄭厲公)에게 큰 연회를 베풀면서

군사들에게 많은 상과 음식을 내려 배불리 먹게 하였다.

 

        , () 나라 공자 영계(嬴季) 이옵니다

        () 나라가 패했으니 이제 제후(齊侯)의 원한이

        더욱 골수에 사무치게 되었습니다

 

        바라옵건대 두 군주께옵선 우리 기() 나라를

        잘 보전할 방도를 세워주셨으면 고맙겠나이다.

 

        공자 영계(嬴季) 좋은 이야기요

        그러나 전쟁이 이제 겨우 끝났으니

        먼저, 국내의 일을 살피러 돌아가야 하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좋은 방도를 생각하여 봅시다.

 

다음날 기후(紀侯)와 공자 영계(嬴季) 기성(紀城) 밖으로 삼십

리까지 따라 나가며, ()와 정()을 눈물로써 전송하였다.

 

        노후(魯侯)께선 안녕하시옵니까?

        () 나라 대부 옹규(雍糾) 이옵니다.

        어허. () 나라도 지난 전쟁에 고생이 많았소

 

        뭐 좋은 일이 있어 찾아온 것이오?

        특별한 일은 아니옵고 저희 정여공(鄭厲公)께서

        무보(武父)에서 맺은 회맹을 잊지 않겠다고 하옵니다.

 

        호오, 나 또한 그렇소

        언제나 우호 관계를 잘 이어나갑시다

 

이때부터 노()와 정()이 돈독한 한편이 되었고, ()와 송()

나라도 또 다른 한편이 되어 끊임없는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또한, 이때 정() 나라 력성(櫟城)을 지키고 있던 공자 원()이 나이

들어 죽자, 이에 제족(祭足)은 대부 단백(檀伯)이 대신하게 하였다.

 

        이번에 저 기성(紀城)을 점령했어야 했는데

        . 제희공(齊僖公)은 정말로 분하고 분하구나

 

        내가 살아있다면 기() 나라가 없어져야 하고

        () 나라가 있으면 내가 없을 것이로다

 

        주공. 어디 많이 아프시나이까?

        허허, 잠을 자려면 심장이 벌렁벌렁하오

 

제희공(齊僖公)은 기() 나라 정벌에 실패하고 돌아오자, 그에

분을 삭이지 못하여 심화병(心火病)에 걸렸으며, 한 해가 지나도

병세는 더욱 깊어져 명의(名醫) 백약도 아무 효험이 없었다.

 

그 병세가 더욱 깊어지며 일어날 수가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제희공(齊僖公)은 세자 제아(諸兒)를 부르게 된다.

 

        세자 제아(諸兒)는 이리 가까이 오라.

        예에. 아바마마. 소자 제아(諸兒) 이옵니다.

 

        () 나라는 누대(累代)에 걸친 원수이니라

        () 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이 바로 효도이니라.

 

        세자는 기() 나라 정벌을 제일의 목표로 삼을 것이며,

        원수를 갚기 전에는 내 묘당(廟堂)에 절대로

        얼굴을 내밀어선 아니 될 것이다

 

        예에. 아바마마명심하겠나이다

        한 가지가 더 있느니라.

        예에. 아바마마어서 말씀하시옵소서.

 

        나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는

        나와 동생 이중년(夷仲年) 둘뿐이노라

 

        내 동생 이중년(夷仲年)의 아들인

        공손무지(公孫無知)를 알고 있느냐

        예에. 아바마마 잘 알고 있사옵니다.

 

        내 동생의 일점혈육(一點血肉) 이니라

        너는 마땅히 잘 보살펴주어야 할 것이다.

 

        의복과 양식 등. 내가 살아있을 때처럼

        세자도 똑같이 잘해주어야 하느니라

        예에. 아바마마명심하겠나이다

 

제희공(齊僖公)이 유언을 남기고 죽자, 세자 제아(諸兒)가 보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제양공(齊襄公)이 된다. 이때가 제희공(齊僖公)

재위 33년이며, 주환왕 22년이었고, 기원전 698년의 일이었다.

 

송장공(宋庄公) ()와 (), 연합군의 침공을 받은 이후로

정여공(鄭厲公) 대한 미움이 더욱 깊어져, 어떻게 해서든지

정여공(鄭厲公)에게 분풀이를 하고 싶어 했다.

 

        제후(齊侯) 임, () 나라를 무찔러야 한이 풀리겠습니다.

       제후(齊侯)께서 우리 송()나라를 도와주시오

 

이때 정() 나라 제족(祭足)은 송장공(宋庄公)이 정() 나라를

침공하기 위해 군사를 징발하고 있으며, 이웃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려공(鄭厲公)과 의논한다.

 

        주공. 신 제족(祭足) 이옵니다.

        또, () 나라에서 약속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송() 나라의 낌새가 이상하옵니다.

        아니,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이오

 

        송장공(宋庄公)이 제(), (), (), (),

        이들 네 나라에 뇌물(賂物)을 잔뜩 주고

        군사를 빌려 원수를 갚겠다고 하옵니다.

 

송장공(宋庄公)이 제() 나라에 부탁하자, 그때 제양공(齊襄公)

아버지 제희공(齊僖公)의 상중임에도 신의를 지키겠다면서,

장수 옹름(雍廩)을 앞세워 적지만은 병거 150승과 제군(齊軍)

()나라로 보내며 돕게 하였다.

 

이를 간파한 정려공(鄭厲公)은 송()의 침공에 대비하여, 굳은

결심을 하고서는 제족(祭足)에게 말했다.

 

        () 나라가 네 나라의 연합군을 만들어

        쳐들어온다면, 내 마땅히 우리 정군(鄭軍)

        이끌고 나아가 열심히 싸울 것이오

 

        주공, 상경 제족(祭足) 이옵니다.

        무려 네 나라와 싸워서 이기는 매우 불가합니다.

 

        더구나 () 나라는 온 나라 힘을 기울였을 것이며

        또한, 연합군의 기세가 자못 성() 할 것입니다.

 

        만약 싸우다가 지기라도 한다면

        사직을 보전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옵니다.

 

        다행히 이긴다 해도 그들과 원한을 쌓게 되면

        장차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을 것입니다.

 

        주공, 대항하여 싸우지 말고 굳게 지키기만 하며

        전망을 보면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하옵니다.

 

        그렇다면 상경 제족(祭足)과인이 할 일이 무엇이오?

        주공, 가만히 관망하시며 지켜보시옵소서

 

정여공(鄭厲公)이 뜻을 결정하지 못하고 제족(祭足)을 쳐다보며

주저하고 있는데, 제족(祭足)은 정여공(鄭厲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백성들에게 신정(新鄭) 만을 굳게 지키라고 하면서, 함부로

싸움을 청하는 자는 엄하게 벌하겠다며 영을 내리는 것이다.

 

        제족(祭足)이 상의도 없이 서둘러 명령을 내리자,

        정여공(鄭厲公)은 무시당했다며 몹시 서운해했다.

 

송장공(宋庄公)은 노(), ()의 연합군에게 침공당하였으며,

더욱이 송군(宋軍)이 제() 나라를 도우려 기성(紀城) 전투에

참여하였다가 노(), ()에게 진채를 기습당하여 싸워 보지도

못하고, 어이없이 크게 패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 나라를 멸망시켜야 한이 풀리겠도다

        주공, 소장 남궁장만(南宮長萬) 이옵니다.

        신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주공, 기성(紀城) 전투에서 비록 패하였으나

        이번에는 기어코 복수하고 말겠나이다

        좋도다어서 준비하라

 

송장공(宋庄公)은 그동안 정() 나라로부터 받은 벽옥(璧玉)

황금을 제(), (), (), ()에 나눠주며, 또한 지원하는

군사들의 식량을 책임지겠다면서 군사 지원을 적극 요청하였다.

 

        정장공(鄭莊公)이 살아있을 때는 모두 두려워하였으나,

        이제 정() 나라가 약해지자, 오히려 얕보게 되었으므로,

        나라마다 뇌물을 받자마자 곧바로 군사를 파견하여 주었다

 

더욱이 제양공(齊襄公)은 상중 임에도 기성(紀城) 전투에 참여해준

보답으로, 대부 옹름(雍廩)에게 병거 150승을 내주며 돕도록 하였다.

 

        . 이 정() 나라 놈들아

        성문을 열고 어서 빨리 나오너라

        송군(宋軍)이 더 무서우냐?

        연합군(聯合軍)이 더 무서우냐?

 

        주공. 큰일 났습니다

        송(宋) 나라 놈들이 우리 동쪽 교외를 크게

        노략질하며 관개수로(灌漑水路)를 망가트리고,

 

        이제는 우리 조상의 위패를 모신 태궁(太宮)을 부수면서,

        기둥을 전부 뽑아내어 송() 나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 나라가 성()을 새로 크게 짓고 있는바

        로문(盧門=성문)의 서까래로 사용한다는 소문이옵니다.

 

92 . 잔머리로 큰일을 도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