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92 화. 잔머리로 큰일을 도모하는가.

서 휴 2023. 4. 16. 16:35

 28. 남편과 아버지.

 

 92 잔머리로 큰일을 도모하는가.

 

      저 못된 송(나라 저놈들이

      우리 정(나라를 완전히 욕보이고 있는구먼

 

      태궁(太宮)을 부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도다.

      내 정군(鄭軍)을 이끌고 나가 싸우리라

 

      주공아니 되옵니다참으시옵소서

      (나라의 군사력은 우리보다 강하며

      온 힘을 기울여 연합군과 함께 쳐들어왔습니다.

 

      강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은 이득이 없사오며

      화를 내어 싸우게 된다면 참패하게 되옵니다.

 

      또한화친을 맺으려 해도 이미 때가 늦었으며

      반드시 세 개의 성을 요구할 것입니다.

 

정려공(鄭厲公)은 제족(祭足)의 주장에 막혀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치밀어 오르는 화를

달래지 못해분을 참지 못하며 혼자서 넋두리하게 된다.

 

      나는 제족(祭足)의 허수아비인가아닌가?

      나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군주가 어디에 또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제족(祭足)을 제거해야 만

      나의 권위가 세워진다는 것이겠느냐?

 

정려공(鄭厲公)은 제족(祭足)이 조정과 군권을 쥐고 있으므로 섣불리

손을 쓸 수도 없어 분노를 참고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정려공(鄭厲公)의 불만 속에서 제족(祭足)의 명령에 따라

정군(鄭軍)은 나가 싸우지도 않고 철저히 방비만 하게 되자

송장공(宋庄公)은 정() 나라에 심한 모욕만을 주면서

할 수 없이 철수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정려공(鄭厲公)은 아무런 실권도 없이

      늘 제족의 결정만을 지켜보며 살게 되니

      도무지 사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그는 제족(祭足)을 죽여서라도,

      자기의 실권을 찾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가며 다음 해봄이 찾아와 3월이 되었다.

왕실에서는 주환왕(周桓王)이 노병이 들어 위독하게 되자

급히 주공(周公흑견(黑肩)을 불러 후사(後嗣)를 당부한다.

 

      적자에게 보위를 물려주는 것이 예법이나

      ()은 차자인 극()을 더 사랑하노니

 

      태자 타()가 내 뒤를 이어 즉위하여 만약에 

      죽게 되거든. 왕위를 타()의 아들에게 전하지 말고,

      내 차자인 극()에 물려주도록 하라

 

주환왕(周桓王)이 사랑하는 둘째 아들인 극()을 부탁하며 죽자,

주공 흑견(黑肩)은 태자 타()를 왕위에 올렸으니그가 곧

주장왕(周庄王)이 된 것이며, 그때가 기원전 697년의 일이었다.

 

      상경 제족(祭足)왕실에 상()이 생겼으니

      조문 사절을 만들어 과인이 왕실에 다녀와야 하겠소

 

      주공신 제족(祭足이옵니다.

      왕실과 우리 선군과는 원수가 되어있사옵니다.

 

      더욱이 축담(祝聃)이 왕의 어깨를 쏘아

      그 충격으로 주환왕(周桓王)이 너무 고생하였나이다

 

      원한이 사무쳐 있사온데 만일 조문하러 가신다면

      왕실에 잡혀 욕을 보게 될 수도 있사옵니다.

      주공, 국력을 회복하고 난 뒤에 가시옵소서

 

정려공(鄭厲公)은 제족(祭足)의 요청으로 왕실에 가지는 않았으나

그의 마음속에는 섭섭한 마음이 점점 깊이만 쌓여가고 있었으며

치밀어오르는 화를 더욱 참을 수 없어 한탄하게 된다.

 

      새는 훨훨 하늘을 나는구나

      나도 새처럼 훨훨 날면 얼마나 좋을까?

      새야나는 너보다 못하구나

 

      나는 늘 구속당하고 있으니

      가고 싶은 곳에 가지도 못하고

      아 아, 내 뜻은 펼칠 수도 없구나

      살아가는 즐거움이 무엇이란 말이냐?

 

정려공(鄭厲公)은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후원을 산책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자곁에 따르고 있던 대부 옹규(雍糾)

정려공(鄭厲公)의 긴 한숨 소리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주공대부 옹규(雍糾이옵니다.

      봄 경치에 어우러져 뭇 새들도 모두

      자기 마음대로 놀지 않는 새가 없사온데

 

      주공께서는 제후(諸侯)의 반열(班列)에 계시는데

      어이하여 슬퍼하는 기색을 띠고 계시나이까?

 

      옹규(雍糾뭇 새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나는 간섭만을 받고 있으니

      하늘의 새만도 못한 내 신세 인지라

      어찌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느냐?

 

      주공께서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너무 참고 있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주공군주는 아버지와 같고

      백성은 그 자식과 같다고 하였사옵니다.

 

      아비의 근심을 헤아리지 못하면 불효자이오며

      신하로서 주군을 위해 어려운 일을 마다한다면

      그것은 곧 불충이 될 것이옵니다.

 

      주공께서 이 옹규(雍糾)를 불초(不肖하지 않다고

      생각하시오면 무슨 일이건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어찌 감히 죽을힘을 다하지 않겠나이까?

 

      ()은 제족(祭足)의 사랑하는 사위가 아닌가?

      주공, 상경 제족(祭足때문에 그러하시나이까?

 

      비록 사위이기는 하오나 총애는 받지 못하나이다.

      송후(宋侯)가 강제로 말씀하시어 사위가 된 것이지

      제족(祭足)이 원하여 그리된 것이 아니옵니다.

 

      제족(祭足)은 옛날 소공(昭公)의 이야기만을 하며

      아직도 그리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사오나?

      (나라가 두려워 도모(圖謀)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의 말이 모두 사실인가?

      주공, 모두 사실로 그러하옵니다.

 

      주공주공께서 원하신다면,

      신이 제족(祭足)을 죽이겠나이다

 

      ()이 과연 제족(祭足)을 죽일 수 있겠는가?

      신은 송()나라에서 왔기에 아주 적임자입니다.

 

      ()이 제족(祭足)을 없애만 준다면

      ()에게 상경 자리를 대신케 하리라

 

      제족(祭足)은 여우처럼 상황판단(狀況判斷)이 빠르므로

      웬만한 계책(計策)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주공그렇긴 하오나 좋은 계책이 있사옵니다.

      아 그래, 옹규(雍糾 어서 말해보라

 

      주공우리 신정(新鄭성 교외의 민가들이

      송군(宋軍)에게 심하게 약탈당했으나

      아직도 복구되지 않고 있사옵니다.

 

      주공내일 사도(司徒)에게 명하시어

      곡식 창고 들을 수리하게 하시면서

 

      제족(祭足)에게 곡식과 피륙을 가져가게 하여

      백성을 위로하며 나눠주도록 명하신다면

 

      신은 동쪽 교외에 잔칫상을 차려 놓고

      짐독(鴆毒)을 술에 타서 죽이도록 하겠나이다.

 

      정말로 그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

      주공정말 믿어주시옵소서

 

      경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노니

      경은 세심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이 절대로 알려져선 안 될 것이니라

      주공명심(銘心) 명심(銘心) 하겠나이다.

 

(새는 중국 남방 광동(廣東)에서 사는 독() 있는 새로

몸의 길이가 21~25cm 이며몸은 붉은빛의 흑색(黑色)이면서,

주둥이는 검붉은색이며눈동자는 아주 또렷한 검은색이다.

 

      (새는 독이 많은 뱀을 잡아먹고 살므로,

      온몸에 독기(毒氣)가 있어 짐독(鴆毒새라 부르며

      (새의 배설물(排泄物)에 독이 가장 많으며

      음식에 새의 깃하나만 담겨도 즉사한다고 한다.

 

정려공(鄭厲公)은 평소 옹규(雍糾)를 믿고 있었으므로, 그의

계책을 매우 찬성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서방님이제야 오셔요?

      으응옹희(雍姬)도 별일 없었소?

 

옹규(雍糾)는 원래부터 마음이 여리고 단순하였다. 평소 부인인

옹희(雍姬)를 너무 사랑하였기에그날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눈빛에 부딪히면서자기도 모르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게 되었다.

 

상냥하면서 어여쁘며 눈치가 빠른 옹희(雍姬)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바짝 다가앉으며 살살 애교를 부리며 캐묻게 된다.

 

      서방님오늘 궁중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요?

      아니요아무 일도 없었소

 

      서방님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지 않나이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 안 사 오니

      크건 작건 마땅히 알려줘야 할 것입니다.

 

      허 어별일이 아니오.

      주공께서 우리 장인을 동쪽 교외에 가시게 하여

      백성을 안무(按撫=慰勞위로하게 하라 하시었소.

 

      장인께서 그곳에 당도하면 내가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 놓고, 장인을 위해 축수(祝壽)를 올리고자 하오.

      그 외에는 아무 일도 없소이다.

 

      아버님을 위로하신다면 어찌 집을 놔두고,

      하필이면 동쪽 교외에다 잔칫상을 차리나이까?

 

      더는 물어보지 말길 바라오

      이것은 모두 주공의 명령이오

 

옹희(雍姬)는 의외로 고지식한 옹규(雍糾)의 성격을 아는지라

평소 궁금증이 많았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의심이 들었다.

 

 93 여자의 꾐에 당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