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73 화. 선강, 드디어 이별하는가.

서 휴 2023. 4. 7. 06:54

73 . 선강, 드디어 이별하는가.

 

       아바마마노후(魯侯)가 직접 오지 않고

       공자 휘()를 보냈사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국사(國事)가 많사오니

       소자가 대신 다녀오겠나이다.

 

       허허 효성은 고맙다만은

       내가 직접 데리고 간다고 약속하였는데

       인제 와서 신의를 저버릴 수 있겠느냐?

 

       주공긴급히 아뢰옵니다

       허허, 무슨 일이더냐?

 

       노후(魯侯)께서 직접 영접을 원한다며

       환읍(讙邑) 땅까지 찾아와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으음 ()  나라는 예의를 아는구나

       노후(魯侯)가 친영(親迎)하러 온 것은

       내가 고생할까여서이니안 갈 수가 없도다.

 

노환공(魯桓公)은 수레를 국경 지역인 환읍(讙邑) 땅에 멈추게 하고

제반 준비를 다 마치고는 제희공(齊僖公)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렸다.

 

       (나라는 예의지국(禮儀之國)이라.

       환읍(讙邑) 땅에서 나를 맞이하겠다는 것은

       내가 멀리 가는 노고를 덜어 주기 위함이로다.

 

       역시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세자는 임치(臨淄성이나 잘 지키도록 하라

 

제아(諸兒)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 제희공(齊僖公)

앞에서 물러나동궁에서 떠나는 문강(文姜)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환읍(讙邑)은 현 산동성(山東省곡부시(曲阜市)

       정 북쪽으로 약 50km 지점에 있었던 고을이다.

 

노환공(魯桓公)은 수레를 국경 지역인 환읍(讙邑)에 멈추고 준비를

다 하고는 제희공(齊僖公)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떠나는 문강(文姜)은 육궁(六宮)의 비빈(妃嬪)

       권속(眷屬)들에게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동궁(東宮)에서 오라비 제아(諸兒)를 만난다.

 

이윽고 헤어질 때가 되자, 제아(諸兒)는 수레 앞에서 문강(文姜)

쳐다보며, 남들이 모르는 의미심장한 작별인사를 하였다.

 

       오라버니. 몸을 잘 보중(保重) 하소서.

       누이는 정녕(叮嚀)이라는 시구를

       그 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제아(諸兒)와 문강(文姜)은 보는 눈이 많아 손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눈물만 글썽이는 채 쳐다보면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제아(諸兒)는 원비(元妃)인 송씨가 옆에 있고

       또한, 궁인들이 모두 보고 있었으므로

       겨우 몇 마디만이 나누며 속만을 태웠다.

 

제희공(齊僖公)은 제아(諸兒)를 나라 안에 있게 하고, 문강(文姜)

직접 데리고 환읍(讙邑) 땅을 찾아가 노환공(魯桓公)을 만난다.

 

       장인 어르신, 절 받으시옵소서

       허 어. 이제 나의 사위가 되었소이다.

       아무쪼록 문강(文姜)을 많이 사랑해주시오.

 

노환공(魯桓公)사위가 장인에게 행하는 예를 올리고 잔치를

열어 제희공을 극진히 대접하고, 문강을 수행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풍족히 풀어주면서 기뻐하였다.

 

       제희공(齊僖公)도 답례로써 노환공(魯桓公)

       따라온 종자들에게 모두 선물을 후하게 주었다.

 

       노환공은 첫째, 제나라가 대국인 것이 좋았고,

       둘째, 문강이 꽃같이 아름다워 좋았으므로,

       문강을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뻐하게 된다.

 

제희공이 감사의 말을 한 후에 본국으로 돌아가자, 노환공(魯桓公)

문강(文姜)을 노나라로 데리고 와서 혼례를 올렸다.

 

       제() 나라는 큰 나라이니 너무 좋도다

       호 오, 신부가 이리도 어여쁘단 말인가

       내 평생 내 신부 문강(文姜)을 사랑하리라

 

       문강(文姜) 내 그대를 많이 기다렸소

       이제 우리 노() 나라에 정을 붙이며 살길 바라오

 

       문강(文姜), 여기가 노() 나라 도성(都城) 이오.

       혼례(婚禮)를 올리고 나서 셋째 날이 되면

       우리 노() 나라 종묘(宗廟)에 예()를 올려야 하오.

 

       넷째 날에는 종실(宗室) 대부(大夫)들과 부인들이

       알현(謁見)하러 찾아올 것이오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잘 대해주길 바라오

 

노환공은 기쁜 마음으로 사흘에 한 번 조례에 참석했으며

대부와 종부도 내궁에 들어가 군부인을 만났다.

 

       제희공(齊僖公)은 그의 동생 이중년(夷仲年)

       노() 나라에 사자로 보내어 문강(文姜)의 소식을

       알아보게 하였고, 이에 이중년(夷仲年)이 돌아와

       자세히 보고하자, 매우 기뻐하였다.

 

이후로 제와 노는 그 사이가 더욱 친하게 되었다.

문강(文姜)이 출가한 일에 대해 어느 시인이 말했다.

 

       從來男女愼嫌微(종래남녀신혐미)

       원래 남녀란 조그만 일에도 삼가야 하거늘

 

       兄妹如何不隔離(형매여하불격리)

       어찌하여 남매를 떼어 놓지 않았는가?

 

       只爲臨岐言保重(지위임기언보중)

       이별할 때 몸조심하라는 말 한마디에

 

       致令他日玷中闈(치령타일점중위)

       훗날에 이르러 궁중의 내전이 더럽혀지리라

 

나이 많은 노환공(魯桓公)은 어리면서도 너무나 어여쁜 문강(文姜)

극진히 보살펴주어, 문강(文姜)은 일 년이 지나자 첫아들을 낳는다.

노환공(魯桓公)은 오랜만에 처음으로 아들을 보자 너무 기뻐하였다.

 

       오, 부인 고생 많았소

       어찌 내가 태어난 날 똑같이 태어나다니

       정말 신비스럽기까지 하오.

 

       부인 아들 이름을 동()이라 지으면 어떻소

       아, 원하신다면 그리하셔도 좋지요.

 

       어화둥둥 내 아들

       누굴 닮아 이리 잘 생겼노

 

       아빠를 닮았느냐엄마를 닮았느냐

       어여쁜 딸까지 낳으면 얼마나 좋으랴하하

 

세자(世子)가 될 아들이 태어나자, 노환공(魯桓公)뿐만 아니라,

백성들 모두가 기뻐하면서, 문강(文姜)은 더욱 사랑받게 되었다.

 

74 . 권위냐. 자존심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