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71 화. 비련의 사랑인가.

서 휴 2023. 4. 6. 14:23

    22. 남매의 사랑

 

71 . 비련의 사랑인가.

 

제희공(齊僖公)은 많은 자녀를 두었으며, 아들로는 세자인

제아(諸兒)와 공자 규(), 공자 소백(小白), 등이 있었다.

 

딸로는 첫째 선강(宣姜)이 위선공(衛宣公)의 부인이 되어,

공자 석()을 낳았으며, 선강(宣姜)의 동생으로 시집을 가지

않은 문강(文姜)과 어린 애강(哀姜)과 숙강(叔姜등도 있었다.

 

       선강(宣姜)도 미인이지만 동생인 문강(文姜)

       천하절색이라 할 만큼 빼어나게 예뻤다.

 

       문강(文姜)은 가을 하늘의 맑은 눈빛과 연꽃잎처럼

       뽀얀 얼굴로 총명하기까지 하여,

 

       고금(古今)의 많은 책을 읽으면서, 특히 문장력까지

       좋았기에 문강(文姜)이라 불렀다고 한다.

 

       문강(文姜)은 나이가 차면서 더욱더 예뻐졌으며

       그 아름다움에 요염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제희공(齊僖公)은 문강(文姜)을 정(나라 세자 홀()에게

시집보내려 하였으나, 세자 홀()이 진()의 규씨(嬀氏)

맞이함으로써 문강(文姜)의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강(文姜)은 어릴 때부터 이복오빠인 제아(諸兒)

       서로 정답게 자라나면서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며,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잘 생기고 영특한 두 사람은 한쌍의 연인으로써

       손색이 없으며, 누가 보아도 잘 어울리는

       선남 선녀로써 안타까운 일이었다.

 

남매의 사랑은 해서는 안 될 사랑으로 사련(邪戀)이라고 한다.

사련(邪戀)도리에서 벗어난 남녀 간의 사랑이므로, 반드시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문강(文姜) 너는 왜 이리 어여쁘냐?

      아이참오라버니고마워요.

 

      네가 보고 싶어 매일 밤잠을 못 이루니

      나는 첫사랑을 하는 것 같구나

 

      오라버니나도 그러나 봐요

      오라버니가 우뚝 선 남자로 보여요

 

      우리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둘이 혼인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좋겠지만! 우리는 남매간이잖아요?

      뭐가 어때서? 우리는 서로 태어난 배가 다른데,

      그래 두 요 ? 누가 용납하겠어요?

 

      우리는 왜 이복 남매로 태어났을까?

      오라버니저도 슬퍼요.

 

      그렇잖았으면오라버니

      우리는 아름다운 부부가 되었을 텐데요?

 

      멀리 도망가 우리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

      글쎄 말이어요.

 

      그래 말이다, 우린 너무나 안타깝게 사는구나.

       오라버니,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세자 제아(諸兒)는 문강(文姜보다 두 살이 많으면서원래 주색을

매우 탐하는 한량(閑良)이면서도여동생 문강을 남달리 사랑하였다.

 

제아(諸兒)는 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자라면서 뼈대가 굵어지며,

얼굴은 분을 바른 것처럼 뽀얗고, 입술은 주홍을 칠한 것 같아

여자들이 한번 보기만 해도 반해버리는 천하의 미남이었다.

 

      제아(諸兒)와 문강(文姜)은 좋은 짝이 되고도

      남았으나, 안타깝게 한 아버지의 자녀로 태어났다.

      다만 어머니가 다른 이복 남매(異腹男妹이다.

 

      그 둘 이는 어릴 적부터 붙어다니며 같이 놀고

      서로 장난치기도 하고, 손을 잡고 다니면서,

      꼭 어린 연인들처럼 예쁘게 행세하였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정이 들었으므로

      다 자라나자 연인들처럼 못하는 짓이 없었다.

 

그렇게 사련(邪戀)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이에서

비극도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어버이로써 그 자식을 너무 애지중지하게 키우며 간섭하지

않으며, 미리 예방하지 못한 결과로, 이로 인하여 후에 그 자식들이

금수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훗날 제아(諸兒)가 죽임을 당하는 것도 또한

       제(나라가 위험해진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그 둘 이는 뜻밖으로 대담해져 음탕하게 서로를 희롱하고 지내며

궁실(宮室)의 이목이 많았기에 한 이불 속으로 차마, 들어가지

못했으나서로는 남몰래 서슴없이 온몸을 매만지면서 지내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아버지 제희공(齊僖公)에게 들키고 만다.

 

      네 이놈들 엄연히 남녀의 구별이 있건만

      이 무슨 해괴한 짓들이냐

 

      아주 고얀 놈들이구나

      너희 둘은 앞으로 절대 만나지 않도록 하라

 

      시녀(侍女)는 뭘 하고 있느냐?

      제들을 절대 만나지 못하도록 해라

 

      시녀(侍女), 너희가 잘 감시하지 않으면

      대신 큰 벌을 받을 것이다

 

서로의 행동이 들켜버린 둘에게 제희공(齊僖公)의 엄명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시녀들의 감시를 받게 되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울지 마 운다고 잘 되겠느냐?

      아바마마의 말씀을 안 따를 수도 없잖느냐?

 

      그래도 오빠! 보고 싶으면 어떡해요?

      아바마마가 저러시니 어쩔 수가 없구나!

 

      아바마마가 나의 혼사를 서두르시니

      어쩔 수 없이 장가도 가야 할 것 같구나

 

      안 돼요 오라버니! 나는 어찌하라고요?

      허 참그게 내 맘대로 되느냐?

 

      아바마마 몰래 만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어쩌니좀 기다려 볼 수밖에

 

제희공(齊僖公)은 남매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그냥 두었다간

큰일이 나겠다며얼른 서둘러 제아(諸兒)를 혼인시키기로 하였다.

 

때마침 송(나라의 송목공(宋穆公)의 딸인 송녀(宋女)와 혼사가

이루어졌으며이에 따라 이웃 나라인 노()와 거(나라에서

어여쁜 잉첩(媵妾들을 보내왔다.

 

       그 시대에 아들을 낳는다면, 아들은

       군주나 문무백관 등이 될 수 있으며,

 

       일반 집안에서도 버팀목이 되는 바이므로

       아들을 낳는 것이 우선시되는 시대였다.

 

       왕실이나 공실에서도 아들을 낳는 것이

       절대적인 일로 되어버린 그 당시 환경으로

 

       혹시, 아들을 못 낳을까 봐 시집을 가는 신부를 따라,

       그 신부 형제들이 함께 따라가는 풍습이 있었다.

       이를 잉첩(媵妾) 이라고 불렀다.

 

       또한, 이웃 나라에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공실의 딸을 보내 잉첩(媵妾)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주() 왕실에서 시집가는 공주는 잉첩(媵妾제도에

해당하지 않았다. 다만 이에 대신하여 제후 나라는 예의상 왕실의

공주의 혼사에 별도로 제후들이 자기의 딸을 왕실의 공주인

신부 밑으로 보내기도 하여, 잉첩(媵妾)을 대신하게 하였다.

 

      세자 제아(諸兒)는 혼인 식을 올리게 되자마자,

      정실부인인 송녀(宋女)와 잠자리를 하기도하고,

 

      어여쁜 잉첩(媵妾들과도 매일 매일

      잠자리를 바꿔가며 달콤한 잠을 누리면서

      재미나고 그저 즐겁게만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에 노녀(魯女)에게서 첫째 아들 ()를 낳고

다음 해에 거녀(莒女)에서 둘째 아들 소백(小白)을 낳게 된다.

 

그렇지만문강(文姜)은 깊은 규방(閨房)에 시름져 눕게되며, 이제

찾아오지 않는 사랑하는 오라비 제아(諸兒)를 그리워하며여러 날

밤을 지새우며아래 시를 지어혼자서 읊조리며 눈물 흘렸다.

 

      春草醉春煙 (춘초취춘연)  봄풀은 봄 안개에 취하는데

      深閨人獨眠 (심규인독면)  규방의 여인은 홀로 잠 못 이루네,

      積恨顔將老 (적한안장로)  맺힌 한은 얼굴에 쌓여 늙어가누나

      相思心欲燃 (상사심욕연)  그리운 마음이 활활 타오르는

      幾回明月夜 (기회명월야)  달 밝은 밤이 그 몇 번이던가

      飛夢到郞邊 (비몽도랑변)  꿈에 낭군에게 몇 번 날아갔던고.

 

문강(文姜)이 깊은 규방(閨房)에서 눈물 흘리고 있을 그때, 북쪽의 

북융(北戎)이 일만이 넘는 대군으로 갑자기 제(나라 깊숙이 

쳐들어 왔으며벌써 축가(祝柯땅을 함락시키고, 계속 남진하며

이제 역성(易城)에서 서로 만나 큰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제희공(齊僖公)은 노(). (). (나라에 긴급히

      군사 지원을 요청한바맨 먼저 정군(鄭軍)이 달려왔다.

 

      몹시 어려운 판에 정(나라의 세자 홀()의 뛰어난

      계책(計策)으로, 북융(北戎)을 빨리 몰아낼 수 있었으며,

      더욱이 완전히 섬멸시키기까지 하였다.

 

제희공은 성대한 연회를 베풀게 되었고정군(鄭軍)의  세자 홀()

매우 칭찬하면서 큰 호감을 느껴, 흔쾌히 제안하는 일이 생겼다.

 

      문강(文姜)이리 오너라

      너에게는 훌륭한 신랑감이 있단다.

 

      이번에 북융(北戎)을 몰아내며 큰 공을 세운 자가

      바로 정(나라 세자 홀(이란다.

 

      (나라 세자 홀()이 아니었더라면

      북융(北戎)에 정말 큰일 날 뻔하였단다.

 

      세자 홀()은 무예도 출중하고 학식도 풍부하며

      사려(思慮)도 깊은 청년이란다.

 

      내 두 번씩이나 혼담을 넣어 놨으니

      딴생각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 보아라

 

문강(文姜)은 아버지 제희공(齊僖公)이 정(鄭)의  세자 홀(忽)과

혼인을 맺어 주겠다고 하자, 힘이 솟아나 누웠던 자리에서

기쁘게 일어나며좋은 소식을 기다리게 되었다.

 

 72 남매의 사랑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