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72 화. 남매의 사랑은 어떨까.

서 휴 2023. 4. 6. 17:42

 72 남매의 사랑은 어떨까.

 

      역성(易城)의 전쟁판에서 벌어지는 무용담을  

      문강(文姜)은 시녀(侍女) 들로부터 전해 들으며,

 

      (나라 세자 홀()의 사내다운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었으며,

      아버지 제희공의 은근한 말에 몹시 기대를 걸었다.

 

그러다세자 홀()이 진(나라의 규씨(嬀氏)를 아내로 맞이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자너무 실망하여 그만 병이 생겨 드러눕고 말았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칭송받던 문강(文姜)

       어떻게 자기가 거절당 할 수 있냐며,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었으며

       또한, 한꺼번에 희망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문강(文姜)은 너무나 크게 실망하여 모든 걸 포기한 듯이 아무것도

먹지않으면서, 몽롱한 가운데 눈물 흘리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문강(文姜)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하였느냐?

      주공꼬챙이처럼 마르고 있사옵니다.

 

      허 어이거 큰일 났구나

      좋은 방법이 없겠는가?

 

      어의(御醫)는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 이는 의술(醫術)로 고칠 병이 아니옵니다.

      맑은 공기를 맡으며 산책하면서 마음을 바꿔야 하옵니다.

 

      의원은 잘 좀 살펴보도록 하라

      우리 어여쁜 딸이 저리돼서야 하겠는가?

 

문강(文姜)은 겨우 일어나 때론 창으로 다가가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기도 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랑에 목말라 울곤 하였다.

 

      二八深閨不解羞 (이팔심규불해수

      이팔 처녀는 규방에서 시름을 풀지 못하고  

  

      一樁情事鎖眉頭 (일춘정사쇄미두

      한 봄날 정 나눈 일에 미간을 찌푸리누나

  

      鸞凰不入情絲罔 (란봉불입정사망

      앵무새와 봉황이 서로 끌어안지 못하니 

 

      野鳥家鷄總是愁 (야조가계총시수

      들 새나 집닭이나 모두가 근심에 쌓였도다

 

사람마다 언젠가는 겪어야 할 사랑의 변화를 문강(文姜)은 홀로

있는 규방에서 애처롭게 버티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새로운 좋은 일은 없는 것일까

      아아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문강(文姜)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막연하게 바라면서,

때로는 찾아오지 않는 오라비인 제아(諸兒)가 몹시 섭섭하며

저주스럽기까지 하였다.

 

       그 당시 노() 나라는 공자 휘()가 공자 궤()

       공모하여, 노은공(魯隱公)을 시해(弑害) 하고,

 

       적자인 공자 궤()가 노환(魯桓公)이 되었으며,

       공자 휘()는 태재(太宰)가 되면서,

       둘은 서로 의논하고 도우며 국정을 잘 안정시켰다.

 

뒤늦게 보위에 오른 노환공(魯桓公)은 몇 년이 지난 그때까지

정실부인 자리가 비어 있어, 모두가 걱정하고 있던 때이었다.

 

       주공. 대부 장손달(臧孫達) 이옵니다.

       이제 주공의 연세가 자꾸 많아지는데

       세자는 언제 두시려 하옵니까?

 

       주공께서 정실부인(正室夫人)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 놓고 있사오니 심히 걱정되옵니다!

 

       과인이 그걸 왜 모르고 있겠는가?

       마땅한 자리가 없지 않은가?

 

       주공. 태재(太宰) 공자 휘() 이옵니다.

       마침 제() 나라에 문강(文姜) 이라는

       어여쁜 소저(小姐)가 있다 하옵는데

       주공께서 청혼해보시면 어떠실는지요?

 

       문강(文姜)이라니 어떤 소저(小姐) 인가?

       제희공(齊僖公)의 둘째 딸이 오며

       재색을 겸비한 뛰어난 재원(才媛)이라 하옵니다.

 

       그렇게 재원(才媛)이면서도

       더구나 어여쁜 소저(小姐)라니

 

       그런 소저(小姐)가 아직도 있었단 말인가?

       어떤 사연에 뒤엉킨 건 아니겠는가?

 

       주공, 아니옵니다.

       제희공(齊僖公)께옵서 정() 나라 세자 홀()

       혼인을 맺으려 하였사옵니다.

 

       그러나 세자 홀()은 얼마전에 진()의 규씨嬀氏)

       혼인 하지 않았는가?

 

       주공, 그러하옵니다.

       세자 홀()은 큰 제() 나라를 부담스러워 하였으며

       이제는 제희공(齊僖公)도 연을 끊었다 하옵니다.

 

       그게 사실이오?

       주공, 사실이라면 신이 서둘러도 되겠는지요?

 

       좋소, 태재(太宰)가 직접 나선다면 더욱 좋소

       어서 제(齊) 나라에 알아보시오!

 

공자 휘(翬)는 곧바로 구혼사절을 이끌고 제(齊) 나라를 찾아갔으며

제희공(齊僖公)에게 온 뜻을 밝히며, 노환공(魯桓公)을 설명하였다.

 

       공자 휘(翬)는 어서 오시오.

       노환공(魯桓公)을 과인도 잘 알고 있잖소?

 

       귀(貴) 나라 노환공은 나이가 많고 내 딸 문강은

       아직 어리지 않소조금만 기다려 보시 오

 

       내년에나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소!

       알겠습니다만,  제후(齊侯)께서는

       노환공(魯桓公)의 마음을 잊지 말아 주소서

 

그 당시에는 보통 14세에서 16세 사이에 혼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20살이 넘어가면 나이가 많은 노총각 축에 들어가게 된다.

 

       호호, 문강(文姜) 아씨, 좋은 소식이 들어 왔어요.

       노(魯) 나라 노환공(魯桓公)이 청혼했데요.

 

       나이가 좀 많아 그렇지 그러나 잘 생겼데요.

       주공께서도 이미 알고 있는 사이랍니다.

 

이 소식에 문강(文姜)은 나이많은  노환공(魯桓公)에게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으나, 이 답답한 제궁(齊宮)의 규방에서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났으며, 그에 누웠던 침상에서 일어나는

계기로 삼게 되었다.

 

       노() 나라는 정실 자리가 비어 있나이다.

       제후(齊侯)께서는 이제 승낙하시면 어떠실는지요?

 

       제()와 노() 두 나라는 혼사로써

       더욱 돈독한 우의를 맺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승락을 해주시면 감격하게 나이다!

 

노환공(魯桓公)27세의 나이로, () 나라 직() 땅에서,

(), (), (), ()과 함께, 삽혈(歃血)의 행사를 치르고

난 뒤에 한가한 틈을 봐서 또 청혼의 뜻을 밝히었다.

 

       제후(齊侯)께 다시 청혼을 드리옵니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소?

       다음 해에 다시 이야기해봅시다.

 

노환공(魯桓公)은 제희공(齊僖公)이 극구 거절하지는 않는다는

마음을 알고는, 다음 해 영(嬴) 땅에서 회동할 때, 또다시 청혼했다.

 

       제후(齊侯)께옵선 안녕하시온지요?

       잊지 않으셨다면 다시 청혼을 청하옵니다.

 

       내 딸이 그리도 마음에 드시오?

       좋소. 노공(魯公)의 청혼을 승낙하오

 

제희공(齊僖公)은 끈질긴 청혼에 감복하였고, 또한 문강(文姜)

그냥 놔둘 수 만은 없어서, 궁리 끝에 혼인을 승낙하게 되었다.

승낙을 받은 노환공(魯桓公)은 곧바로 현지에서 폐백을 보냈다.

 

제희공(齊僖公)은 받은 폐백의 곱절만큼이나 되는 선물로 답례하며,

올가을 9월에 문강(文姜)을 직접 데리고 가서, () 나라에서

혼례를 치르게 하겠노라고 큰소리로 흔쾌하게 약속하고 말았다.

 

       과인이 문강(文姜)을 직접 데리고 가겠소

       제후(齊侯) . 아니옵니다

       예의(禮儀)가 있사온데 저희가 맞이하러 가겠습니다

 

이때가 주환왕(周桓王) 10년 차로써, 제희공(齊僖公) 21년이며, 또한

노환공(魯桓公) 재위 3년 차인  기원전 710년에 일어난 일이다.

 

       송() 나라에서는 태재(太宰) 화독(華督)이 송상공(宋殤公)

       살해하고 송장공(宋莊公)을 군위로 올린 해의 일이기도 하다.

 

혼례를 언약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아(諸兒)는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정녕(叮嚀)이라는 시구를 눈물로 써서

문강(文姜)에게 보냈다.

 

       桃有華 燦燦其霞, (도유화 찬찬기하)

       복숭아 꽃이 활짝 피어 찬란하기 노을빛 같으나

 

       當戶不折 飄而爲苴, (당호부절 표이위자)

       집 앞에 있어도 꺽질 못하니

       바람처럼 날아가 두엄이나 될까?

 

       吁嗟兮復吁嗟,(우차혜부우차)

       너무나 안타까워 탄식하노라.

 

오라비인 제아(諸兒)에게서 남몰래 사랑의 편지가 오자, 문강

곧바로 뜯어 읽어보다가 주르르 눈물 흘리며 답장을 보낸다.

 

       桃有英 燁燁其靈 ( 도유영 엽엽기령)

       복숭아 꽃봉오리 반짝반짝 신령스러워도

 

       今茲不折 叮嚀兮叮嚀 (금자부절 정녕혜정녕)

       지금 바로 꺾지 않아도 반드시 정녕 그리되리오.

 

답시(答詩)를 읽어본 제아(諸兒)는 문강(文姜)의 마음이 자기와

같다는 걸 굳게 믿게 되면서, 간절한 마음을 참아내고 있었는데,

() 나라 태재인 공자 휘()가 문강(文姜)을 맞이하러왔다.

 

73 . 선강 드디어 이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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