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65 화. 모사는 이렇게 꾸미는가.

서 휴 2023. 4. 2. 15:42

 65 모사는 이렇게 꾸미는가.

 

맘씨 좋은 노은공(魯隱公)은 공자 휘()의 심복에게 암살당하고,

그 누명을 위씨(寪氏)에 씌우며 증거를 없애려, 아예 죽여버리고

말았다. 이에 염옹(髥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跋扈將軍素橫行 (발호장군소횡행)

       장수와 군사 들이 멋대로 날뛰는구나

 

       履霜全不戒堅氷 (이상전불계견빙)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언다는 걸 몰랐던가.

 

       菟裘空筑人雖老 (토구공축인수노)

       토구의 집에서 노후를 보내지 못하겠구나.

 

       寪氏誰爲抱不平(위씨수위포불평)

       위씨의 억울함은 누구에게 원망하랴

 

공자 휘()가 노(나라의 병권을 쥐자, 정(鄭) 나라의 뇌물을

모두 혼자 챙기고는 정(鄭)과 함께 (나라를 쳐들어가는 것도

노은공(魯隱公)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먼저 결정하기도 하였다.

 

       노은공(魯隱公)은 그때, 이미 반역의 기미를 이미

       알아챌 수 있었다. 더욱이 동생 궤()를 죽이자고

       청했음에도노은공(魯隱公)은 오히려 공자 휘()

       이야기를 용납하여 잘못을 저지르게 방치하였다.

 

만약에 공자 휘()의 죄를 밝혀 조정(朝廷)의 신료들과 백성에게

알렸더라면오히려 공자 궤()가 마음으로 감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노은공(魯隱公)은 양위(讓位)를 하겠다고

      말만 하다가시역(弑逆)의 악행을 불러들였으니

      이는 우유부단(優柔不斷했던 탓으로 보이며

      스스로 화를 불러들여 몸을 망친 것이리라!

 

우유부단(優柔不斷)

부드러울 우부드러울 유아니 불끊을 단.

어물거리며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력이 없다.

 

또한, 염옹(髥翁)은 노은공이 종무(鍾巫귀신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무익한 제사를 지낸 것을 다음과 같은 시로써 비난했다.

 

      狐壤逃歸廟額題 (호양도귀묘액제)

      호양에서 도망쳐와 사당을 짓고 현판 달았네,

 

      年年設祭報神私 (연연설제보신사)

      해마다 제단 만들어 귀신에게 사사로이 고하네

 

      鍾巫靈感能相助 (종무영감능상조)

      종무 귀신이 서로에게 효험이 있었더라면

 

      応起天雷擊子翬 (응기천뇌격자휘)

      마땅히 하늘이 벼락을 쳐 공자 휘를 벌했으리라.

 

휘(翬)의 계획대로 공자 궤()가 보위에 올라 노환공(魯桓公)이 되며,

공자 휘()는 원하는 대로 제일 높은 태재(太宰벼슬을 하게 되었다.

 

       이런 내용은 중신도 백성도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공자 휘()가 무서워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정장공(鄭莊公)은 노(나라에 갔던 사신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자공자 휘()가 자기의 군주이며, 형인 노은공(魯隱公)

시해하였다는 사실에 크게 분개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다.

 

      공자 휘()가 어떻게 자기 형인

      노은공(魯隱公)을 시해할 수 있더란 말이냐?

 

      왕명을 받들어 저 욕심이 많은 공자 휘()

      (나라를 어떻게 토벌하면 좋겠는가?

 

      중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오?

      주공이시여잠시 고정하시옵소서

 

      주공, ()와는 우호 관계를 잘 유지해왔사옵니다.

      조만간(早晩間)에 노(나라 사신이 오리라 봅니다.

 

      사신의 말에 따라 친선을 도모하거나

      토벌할 것을 결정하시어도 늦지 안 사 옵니다.

 

조회가 끝나려는 무렵에 노(나라 사신이 역관(驛館)에 왔다는

보고가 올라오자정장공(鄭莊公)은 곧바로 불러오게 하였다.

 

      귀국은 왜 노은공(魯隱公)을 시해하였는가?

      노은공(魯隱公)과 아주 막역한 친구인

      위(대부가 잠든 사이에 살해한 것입니다.

 

      (대부와 막역한 사이라면 어찌 시해하겠는가?

      둘 사이에는 골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습니다!

 

      공자 휘()가 시해한 건 아닌가?

      결코절대로 그렇지안 사 옵니다

 

      우리 노(나라는 이제 새로운 군주가 옹립되어

      새 군주께옵서는 선군 때의 우호 관계를 이어가고자

      신을 사신으로 보냈으며맹약을 원하고 있사옵니다.

 

정장공(鄭莊公)은 사신의 말을 듣고 보니공자 휘()를 더는 탓할

수가 없었고또한 전쟁 때마다 용감히 싸워준 공자 휘()가 밉지

않았으므로노(魯) 나라와 화평을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

되어사신에게 후한 예물禮物을 주어 돌려보내게 되었다.

 

       주환왕(周桓王) 9년이며 기원전 710년의

       4월에는 월(땅에서 삽혈(歃血행사를 치르면서

       노(魯)와 동맹을 맺으며, 새로 옹립된 노환공(魯桓公)

       승계를 인정하여주고곧바로 귀국하였다

 

같은 해 가을 이었다. 한편 송목공(宋穆公)의 아들인 공자 풍()

주평왕(周平王) 말년인 기원전 719년에 정() 나라에 망명왔으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10년동안 망명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때 국서를 전하기 위해 송()나라 사신이 당도하였다.

 

      공자 풍()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

      장갈(長葛)에서 도망쳐와 지금도 관사에 있사옵니다.

 

      ()을 어서 들라 하라

      (이옵니다. 부르셨나이까?

 

      (나라 사신이 풍(공자를 모시고 돌아가,

      새 군주로 세우려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데리고 가서 죽이려 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게 염려스러워 살펴보았소.

      국서가 있고사신의 말이 틀림없는 것 같소

 

      하루속히 돌아가 송(나라의 군주가 되시오

      그대 뒤에는 정(나라가 있다는 걸 믿으시오.

 

짧은 기간에 송(나라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송상공(宋殤公)은 세 번씩이나 정(나라를 침공하였는데이 모두

공자 풍(만을 죽이려는 목적이었기에 백성들의 원성도 높았다.

이에 대해 사가(史家)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송목공(宋穆公)은 송상공(宋殤公)을 군주로 세워주었는데

      송상공(宋殤公)은 송목공(宋穆公)의 은혜를 모르는구나

 

      송목공(宋穆公)은 아들 풍()에게

      군주 자리를 절대 탐내지 말고

 

      (나라에서 조용히 살라며 보내어져

      유배나 다름없는 몸으로 살고 있지 않았는가

 

      무슨 능력이 있어 반역을 생각하며

      무슨 힘으로 반역을 할 수 있더란 말이더냐

 

      송상공(宋殤公)은 조용히 살아가는 공자 풍()

      뭐가 두려워 죽이려고만 하였던 것일까?

 

      차라리 온 마음으로 백성에게 덕()을 베풀며,

      어진 정치에 한껏 정성을 쏟았더라면

      힘도 없는 풍()이 뭐 그리 두려웠겠는가

 

(나라 태재(太宰화독(華督)은 공자 풍()을 어릴 적부터

아꼈으므로, ()을 죽이려 정(나라를 침공하는 송상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태재 화독(華督) 평소 군권을 쥐고 있는

       공보가(孔父嘉)의 위세에 눌려,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라의 군부를 책임지고 있는 사마(司馬공보가(孔父嘉)

대성(載城공략에서 크게 패전하여겨우 목숨만을 살려 돌아오자,

태재 화독(華督)은 그럴싸한 이야기를 노래처럼 만들어 퍼트린다.

 

      송목공이 송상공에게 나라를 전한 것은

      밝고 아름다운 어진 마음이었다네

 

      송상공(宋殤公)은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며

      그저 보위를 풍()에게 빼앗길까 봐?

 

      오르지공자 풍(만을 죽이려

      매번 전쟁만을 일으켰다네,

 

      군사 6천이 떠나 2십 명으로 되돌아오다니

      숱한 고아와 과부만을 만들어내었도다

 

      이제는 애써줄 남자들이 없으니

      이 많은 고아와 과부가 된 우리는

      아 아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아아너무나 슬프도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죽고

      우리 송나라도 망하고 말겠네

 

      이제 또 이런 전쟁을 일으킨다면

      젊은이들의 씨를 말리려 하는 짓이 아닌가?

 

      아아안타깝고 안타깝도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전쟁은 모두

      사마(司馬공보가(孔父嘉)가 부추긴 것이라네

 

(나라의 병권은 사마(司馬) 공보가(孔父嘉)가 맡고 있었으며,

조정의 정사(政事)는 태재(太宰화독(華督)이 맡고 있었는데,

 

송상공(宋殤公)은 정(나라를 정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쳐들어갔으나, 사실은 풍()을 잡아 죽이려고 침공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모든 백성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송상공(宋殤公)은 재위 10년에 열한 번의 전쟁을

      치르게 하여백성들을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도다

 

      나라가 어찌 이래서야 하겠는가

      백성을 살피지 않는 자는 군주가 아니로다

 

      공보가는 못된 군주의 무모한 정치를 왜 막지 않는가

      공보가는 어찌하여 백성은 돌보지 않고

      복수심에만 불태우며 싸우려고 준비만 하는가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보다 보니, 사회는 점점 혼란스러워졌으므로

이에 백성들은 떠도는 유언비어(流言蜚語)를 믿으려 하였다.

 

      유언비어(流言蜚語?

      흐를 류말씀 언바퀴벌레 비말씀 어.

 

      누가 말한 것인지 모르는 소문이 흘러 다닌다.

      아무 근거도 없이 널리 퍼진 헛소문을 뜻한다.

 

66 . 정확하게 때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