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열국지( 001∼94회 )

제 62 화. 시기심이 나라를 망친다.

서 휴 2023. 4. 1. 14:58

62 . 시기심이 나라를 망친다.

 

      허장공(許莊公)은 지난날의 죄를 뉘우치고 항복하라

      그것만이 백성들의 살상을 피할 수 있노라

 

제희공(齊僖公)이 옷소매에서 격문(檄文)을 꺼내 큰소리로 읽자,

정장공과 노은공이 공수(共手)를 받들어 정중히 합창한다.

 

      어떻소! 먼저 이 격문(檄文)을 성안으로 쏘아

      보내어, (나라에 알리고 난 후에

      삼 일을 기다려 보고 다음 날 공격합시다.

      좋습니다그렇게 하시지요 

 

셋째 날 이른 아침에 연합군의 병거(兵車)들이 빽빽이 늘어서고

물샐틈없이 허성(許城)을 에워싸자성안의 백성들은 매우 놀라며

경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만반의 방어 태세를 갖추면서 대비한다.

 

      허성(許城)은 지금의 하남성 허창(許昌)으로,

      (나라 신정(新鄭)에서 정남쪽으로 2백여 리다.

 

      그런즉, 정나라에서 80Km 떨어진 인접한 나라였으므로

      정장공이 평소 탐을 낼 수 밖에 없는 땅이었다.

 

( )임금 때 제후들을 감찰하던 관직의 하나인 태악(太岳이란

벼슬이 있었다. 그 태악(太岳) 직에 있던 허유(許由)가 영수(潁水

남안을 봉지로 받으며세워진 나라가 허(許) 나라였다.

 

(나라가 망하고주무왕(周武王)이 천하의 주(나라를

세울 때, 공을 세워 남작(男爵)의 작위를 받은 작은 나라였다.

 

      주공항복하는 것은 곧 멸망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 나라를 꼭 지켜 내야 합니다

 

      남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났습니다

      백성들이 모두 그렇게 결심하였는가?

 

      주공백성들의 마음이 그와 같사옵니다

      주공전심전력으로 우리 허() 나라를 지켜야 합니다

 

허장공(許莊公)은 백성의 뜻에 따라성을 지켜 내기로 하였으며,

남녀나 어린아이까지, 모두 죽기 살기로 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허성(許城)은 작은 성(이므로한 번만 공격하면 쉽게 함락시킬

줄 알았으나(나라 백성들의 굳센 저항에 부딪혀오히려

연합군의 군사들이 더 많이 죽어 나가며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나라 백성들이 왜 이리 강한 것인가?

      아무리 공격해도 물러서지 않는구나!

 

      주공허장공(許莊公)이 평소 덕을 많이 쌓아

      민심이 똘똘 뭉쳐져 방어하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철통같이 성을 굳게 지켜 내니

      쉽게 함락하지 못하고 있나이다.

 

      주공(와 노()  나라는

      자기들을 위한 싸움이 아니란 듯이

      적극적으로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사옵니다.

 

      허 어이러다가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겠구나

      그렇다면 어찌해야 좋겠는가?

 

      주공그렇사옵니까?

      그렇다면 이 영고숙이 허성(許城)의 성벽에

      맨 먼저 올라가겠사오니

      어서 성벽의 높이만큼 망루(望樓)를 세워주십시오

 

영고숙(穎考叔)이 모호(蝥弧깃발을 움켜쥐고망루(望樓)를 일순간에

박차며 뛰어올라, 허성(許城)의 성벽(城壁위에 막 서려던 참이었다.

 

      그때 아무도 모르는 화살이 날아와 가슴을 꿰뚫으니

      영고숙은 난데없이 모호(蝥弧깃발과 함께 떨어져

      처참하게 죽고 마는 일이 벌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숙영(瑕叔盈)이 울분을 참지 못하며모호

깃발을 집어 들고성벽 위를 뛰어 올라서며 큰소리 질렀다.

 

      우리 주공께서 허성(許城위에 올라오셨다

      우리 정군(鄭軍)은 다 같이 공격하라

 

(나라 군사들이 용기백배하여 허성(許城)의 성문을 깨트리고,

성안으로 공격해 들어가자제군(齊軍)과 노군(魯軍)도 뒤따라

들어가게 되며그때 그 짧은 틈에 허장공(許莊公)은 변복(變服)하고

직계 가솔(家率몇 명만을 대동하고 위(나라로 도주해 버렸다.

 

      이제 방을 써 붙여

      (나라 백성들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소이제 이렇게 된바!

      (나라 땅은 노(나라가 갖도록 하시오

 

      아닙니다 지난번에 고성(郜城)과 방성(防城)

      가져갔으니, 더는 받을 수 없소이다

 

      그러면 제(나라가 가져가시오!

      아닙니다 갖지 않겠소이다

 

      어찌하여 매번 양보(讓步만하는 것이오?

      지난번에 성(나라를 복속시킨바

      이제 우리 제(나라는 땅이 넉넉하오!

 

      이번 계책(計策)은 정(나라가 세웠으니

      (나라가 반드시 가져가는 게 옳을 것이오

 

()와 노()는 마땅히 정(나라가 허성(許城)을 가져가야!

한다고 권하였으나정장공은 속으로는 많은 욕심을 내면서도,

겉으로는 체면과 눈치를 보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나라는 왕명을 세우려 하였을 뿐이오

      땅이 탐나, 허(나라를 친 것이 절대 아니었소

 

      허허, ()와 우리 제(나라도 가져가지 않겠다니

      이제 정백 (鄭伯)께서 차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소이다

 

      이번 일은 이렇게 된바 허성(許城) 땅과 가까운

      (나라가 마땅히 합해야 합니다

 

허성(許城)을 가져가겠다는 걸 서로 양보하고 있을 이때회의하는

영채(令寨밖에서 갑자기 통곡과 애원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회의를 더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나라 대부 백리(百里)라는 노인과 어린아이가

      세 분 군주를 꼭 뵙겠다고 엎드려 울며 애원하나이다.

 

      허 어이리 들라고 하여라

      그대는 누구이기에 울고 있는가

      신은 허(나라 대부 백리(百里)라 하옵니다.

 

      이 아이는 누구요?

      이 아이는 허장공(許莊公)의 동생으로

      이름이 허숙(許叔)이라 하옵니다.

 

      땅에 이마를 찧고 애원하는 거요?

      무얼 원하여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오?

 

      허장공(許莊公)께서는 자식이 하나도 없나이다.

      이 아이 허숙(許叔)으로 하여금 태악(太岳)의 제사라도

      이어가게 하여주시옵길 간절히 바라나이다

 

(나라 대부 백리(百里)라는 노인이 땅에 머리를 찧으면서

애걸하자모두 애처롭게 보고 있는데정장공(鄭莊公)이 일어선다.

 

      어찌 조상의 제사를 끊기게 할 수 있겠소

      허숙(許叔)이라는 저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우리 정(나라가 맡아주고 있으면 되지 않겠소?

 

      정백(鄭伯)께서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백(鄭伯), 좋소그렇게 하시지요

 

정장공(鄭莊公)은 허(나라 땅이 탐이나 벌린 일이었으나욕심이

목에까지 차올라도 체면을 지키려 양보하다가마침 허(나라의

제사를 돕겠다며 교활하게 허(나라 땅을 차지하고 말았다.

이에 염옹(髥翁)이 정장공의 속임수에 대해 비난하는 시를 지었다.

 

      殘忍全無骨肉恩 (잔인전무골율은)

      잔인하기가 골육의 은혜도 모르는 사람인데

 

      區區許國有何親 (구구허국유하친)

      구구하게 허 나라는 왜 친 하려 하였는가.

 

      二偏分處如監守 (이편분처여감수)

      허 나라를 두 가지로 감시하며 지켜주겠다 하니

 

      却把虛名哄外人 (각파허명홍외인)

      헛된 이름을 앞세워 속이기를 이처럼 하는구나.

 

정장공은 허(나라를 두 지방으로 나누어 동쪽은 허숙(許叔)

대부 백리(百里)로 하여금 태악(太岳)의 제사를 받들며 살게 하고,

서쪽은 정(鄭) 나라 대부 공손 획()을 보내어 다스리게 했다.

 

       겉으로는 허(나라를 돕는다 했지만,

       실은 공손 획(獲)을 보내어, 허(나라의

       일반 정사를 모두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노()와 제(),  두 나라 군주는 정장공의

       그 계책을 알지 못하고, 그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칭찬해 마지않았다.

 

대부 백리(百里)가 세 나라 군주들에게 감사하고 정중히 물러가자,

세 나라 군주들도 각기 자기나라로 돌아갔다.

 

 나라로 도망쳐간 허장공(許莊公)은 그곳에서 늙어 죽었다.

그 동생 허숙(許叔)은 정(鄭) 나라 동쪽 지방의 영주로 임명되었다.

 

       그 뒤에 허숙(許叔)은 정(나라의 갖은 압제를 견뎌내며,

       그 후에 정장공이 죽게 되자, 정장공의 아들들 사이에

       수십 년간에 걸친 후계자 싸움이 일어났다.

 

       홀()과 돌()이 허(許) 나라 땅에 번갈아 오고가고,

       다시 그 동생들이 군주 자리를 찬탈하는 동안

       그 사이에 공손 획()이 병들어 죽었다.

 

그 틈을 이용하여 허숙(許叔)의 계책을 받아들인 백리(百里)몰래

허성에 잠입하여 허(許) 나라를 복국시켰다. 이것은 나중일이다.

 

      이처럼 허약한 성()과 허(나라를 멸망시키고.

      간교한 방법으로 대(나라를 무너트리면서

      대성(載城)을 교활하게 빼앗았으며,

 

      이제는 슬며시 제사를 핑개대며, (나라 땅을

      자기의 정(나라 영토로 만드는 술수를 썼다.

 

이때부터 정장공(鄭莊公)으로 말미암아, 1백 년여를 이어 지켜왔던 

나라라 하더라도힘이 없으면 토벌당하게 되며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뀌게 되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번 전투에서 하숙영(瑕叔盈)의 공로가 매우 커

      허성(許城)을 점령할 수 있었도다

      하숙영(瑕叔盈)은 많은 상을 받으리라

 

      주공소신의 공()이 아니오라!

      주공, 모두 영고숙(穎考叔)의 공()이 되옵니다

 

 63 죽은 영고숙이 찾아온다.